각시가 헌혈증이 필요하대서, 헌혈의 집에 다녀오는 길이다.
학생들도 있고, 20대 초반쯤으로 보이는 사람들도 꽤 있었다.
사람들이 많아 좀 기다려야 했다. 이런 기다림이라면 즐거운 기다림일 게다.
문진실로 들어가는데, 포스터 한장이 눈에 들어온다.
(문진실은 헌혈 전 이것 저것 묻기 위해 마련한 공간이다)
(검사실이라고 하면 어떨까 ? 어려운 한자말보다는 낫지 싶다)
"신분증이 필요합니다"
어라 ~
마침 주머니에 정액권이 있어서 지하철을 탔지만, 오늘 지갑을 집에 두고 나왔다.
사무실이 이 근처인데, 전화로 확인하면 안될까요 ?
안됩니다. 사진이 있는 신분증으로 본인인지를 확인해야만 됩니다.
어쩔 수 없었다.
난 사무실로 다시 들어와서, 신분증이 될 만한 것을 찾았다.
참, 자격증에 사진도 붙여 있지. 그걸 찾아 들고 다시 갔다.
번거롭게 해서 죄송해요. 헌혈을 2년 전에 하셨네요.
네, 작년에 수술이 있어서요. 전신마취를 했거든요.
(건강검진부터 해서 대략 1년 6개월 동안 헌혈을 할 수 없었다)
(무슨, 어쩌고 저쩌고, 좋은 일, 별일..그렇게 몇마디가 오갔다)
헌혈대에 누우니, 알림판을 하나 준다.
(그 판에는 헌혈을 한 다음, 받고 싶은 게 적혀 있었다)
뭘 원하는지 말씀해 주세요.
피를 뽑고 나서, 상품권을 받아 들고 나왔다.
가격이 2500원이라고 적혀 있는데, 그 가격의 상품권은 처음이다.
순간, 헌혈을 대여섯번 하면, 내가 보는 책을 한권은 사겠다 싶었다.
한번 해 볼까나 ~~~~~
녹차를 마시다가 유리문에 붙은 또 다른 포스터를 보았다.
탤런트 김명국씨가 아기를 안고 있는 사진이 담겨 있었다.
(아들이 백혈병으로 투병 중이고, 그는 조혈모세포기증운동에 열심히 참여한다).
그 포스터를 보니 문득 덜이님이 생각난다.
덜이님이 잠시 칼럼을 접었지만, 내 경험담에 처음으로 답해준 분이다.
(덜이님은 각막부터 모든 장기를 사후에 기증하기로 해 주셨다)
물론, 덜이님의 따뜻한 마음 때문이지, 어찌 나 경험당 때문이겠는가만은.
그러나, 나도 성과 있음을 자랑해야 하니 덜이님도 너그러이 봐 주시리라.
어느 곳에 가던 늘 있는 쵸코파이는 그냥 두고 왔다.
하나 먹고 올걸. 지금 배고 고프네. 에고~ 배고파라.
신분증은 꼭 가지고 다니자.
헌혈하고 싶어도 못하는 일이 있으면 안되니까.
그리고, 헌혈 하자(헌혈의 집/헌혈차 앞에서 머뭇거리지 말고)
그리고, 상품권 받아서 책도 많이 읽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