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원에 가족들과 함께 가고, 그렇게 해서 특히 어렸을 때부터 아이들이 동물에 대한 사랑을 배운다는 그럴 듯한 말은, 또 다른 생명에 대한 인간의 오만이며, 폭력이며, 죄악을 감추고 싶은 인간이 만든 속임말일 뿐이다.

 

갇힌 동물에게 먹이를 주고 쓰다듬어 주는 것이 동물에 대한 사랑일까 ? 그게 동물에 대한 사랑을 배우는 것일까 ? 동물원 대신 자기가 살던 곳에서 뛰노는 동물을 볼 수 있고, 그 동물들과 더불어 살아가는 인간이 되기를 바라고 노력하는 아이...그런 아이.....그런 아이를 위해서라도 동물원을 없애자.

 

아래 글은, 박노자가 쓴 『좌우는 있어도 위아래는 없다』(한겨레 신문사)에서 발췌했다.

 

 

 

동물원, 무죄의 종신형

(생략)

 

이국적 동물포획과 식민지 지배

(생략)  어른들의 눈요기나 신기한 동물에다 손가락질하는 아이들의 쾌락을 위해서 아프리카·아시아·남미의 다습하고 따스한 고향 오지에서 춥고 건조한 유럽으로 강제로 옮겨진 동물들의 불편함과 고통을, 새삼 피부로 느낄 수 있었다. 밀림·초원에서 몇십 제곱킬로미터를 활동공간으로 삼는 코끼리나 사자가 몇십 미터도 안 되는 우리 안에서 평생 지내야 하고, 온갖 화학 약물이 다 들어 있는 먹이를 먹고, 어른들과 끝없이 귀찮게 하는 어린이들의 무리를 대하는 것은, 과연 작은 스트레스일까?

기린이나 사자, 고릴라의 피곤하고 생기없는 행동에서, 만성적인 스트레스와 기후·음식에의 적응 실패 등으로 말미암은 일종의 신경병마저 있는 듯이 보였다. 그런데 가장 놀라웠던 것은, 독일 청소년들의 견학 모습이었다. 그들 대부분은 고릴라나 침팬지에게 주먹질하거나 위협하고 놀라게 하는 행동을 하며 즐거워했다. 주위의 어른들도 무관심한 동물들의 주의를 끌기 위해 자녀들과 함께 부지런히 노력(?)하고 있었다. 그렇지 않아도 괴로운 나날을 보내는데 거기다 괴롭히기까지 하는 그들이 차라리 며칠이라도 ‘바꿔서’ 그 우리 생활을 해보았으면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면, 부모들이 아이를 거의 의무적이다시피 데려가는 동물원의 기원과 문화사적 배경은 과연 무엇인가? 동서고금을 막론해서 군주·귀족들이 언제나 신기하고 이국적인 동물들을 일종의 ‘위신재’(위신을 나타내는 물품)로 삼아 과시적으로 기르곤 했다. 그러나 제국주의 시대인 19세기에 유럽 열강과 일본이 앞을 다투어 설치한 현대적 동물원들은, 과거 왕실들의 이국 동물 ‘컬렉션’과 질적으로 달랐다. 첫째, 전세계와 무역을 해서 자본 축적을 이루어낸, 그리고 세계의 ‘주변부’로 전락한 비(非)구미 지역을 식민지 통치하는 ‘열강’들은, 무엇보다 전 지구의 일체 주요 종류들을 체계적으로 수집·전시하는 데에 초점을 맞추었다. 유럽 제국주의가 ‘세계성’을 과시했듯이, 그 상징인 동물원도 빠짐없이 ‘일체의 주요 종류’를 만천하에 보여주어야 했다. 세계 침략자다운 그 허영심의 대가는, 말할 것도 없이 낯선 유럽에서 고통의 나날을 보냈다가 외롭게 일찍 숨진 무수한 열대·아열대 동물들의 목숨이었다.

둘째, 동물원은 ‘과학적인’ 동물학의 중심지가 되어야 되며, 동물학 ‘교육’을 책임져야 한다. 과학적인 현대 무기로 지구를 정복한 제국주의자들은, 무소불위의 ‘과학적 지식’이 자신들의 전유물이자 뒷받침이라는 것을 과시하기에 바빴다. 셋째, 현대식 동물원의 대중성은, 일반인 관람객들이 이국적 동물들의 포획·운송·사육을 가능케 한 제국주의적 국가와 그 ‘과학’의 위력을 실감나게 느낄 수 있다는 것을, 그리고 일반인 관람객으로 하여금 이국적인 동물의 포획의 배경인 세계 ‘주변부’에 대한 식민지 지배를 당연시하게 만드는 것을 의미했다. ‘주변부’ 민족들의 문화에 대한 ‘과학적인’ 파악을 통해서 식민지 지배를 합리화·상징했던 ‘민속학’/‘세계 민족’ 박물관과 함께, ‘주변부’ 동물에 대한 ‘과학적 파악’을 의미했던 동물원은 제국주의 시대의 핵심 기관이었다. 동물원이 ‘국위 선양’을 의미했던 제국주의 황금시대, 19세기보다 덜하지만, 베를린 동물원을 찾은 독일 학생들과 아이들이 아프리카·아시아 동물들을 독일의 하늘 아래로 운송시킨 독일 국가의 위력이 어느 정도 큰지를 알게 모르게 배우게 되는 것이다.

노르웨이 동물원, 감옥형 탈피했지만…


사진/ 동물원제도의 폐지를 요구하는 한 단체의 포스터(위)와 동물원을 비판·감시하는 단체의 홈페이지(아래)


‘생물학 교육의 기능’을 존재의 이유로 내거는 동물원은, 사실상 제국주의의 전통대로 의식·무의식적으로 ‘민족적/국가적 긍지’를 습득시키는 기관이기도 한다. 이와 같은 ‘숨겨진 기능’이 없었다면, 요즘과 같은 환경의식 고조의 시대, 녹색당이 집권여당이 된 독일에서 동물원이라는 제국주의 시대식의 ‘동물 감옥’이 국고 보조금을 과연 계속 받을 수 있었을까?


‘생물학 교육의 기능’을 존재의 이유로 내거는 동물원은, 사실상 제국주의의 전통대로 의식·무의식적으로 ‘민족적/국가적 긍지’를 습득시키는 기관이기도 한다. 이와 같은 ‘숨겨진 기능’이 없었다면, 요즘과 같은 환경의식 고조의 시대, 녹색당이 집권여당이 된 독일에서 동물원이라는 제국주의 시대식의 ‘동물 감옥’이 국고 보조금을 과연 계속 받을 수 있었을까?

독일을 위시한 유럽의 ‘주요 국가’(영국, 프랑스, 러시아 등)들은, ‘국위의 상징’인 대형 동물원을 이미 18∼19세기에 설치했다. 그러나 당시 유럽의 ‘변두리’에 위치한, 그리고 1905년이 되어야 독립을 얻은 노르웨이는, 1960년대까지 대형 동물원 설치를 꿈도 꾸지 않았다. 내세울 만한 ‘국위’, 제국주의적 대국 의식’이 없었다는 것도 중요한 요인이었다. 그러나 1960년대에 생기기 시작한 노르웨이 동물원들은, 공교롭게도 노르웨이가 석유 산유국이 되어 ‘오일달러’의 유입이 본격화된 1970년대부터 상당히 대형화됐다. 그중에서도 관람객이 가장 많은 노르웨이 남부 크리스티안산(Kristiansand)시의 동물원은 그 면적이 매우 넓고 동물의 종류도 아주 다양하다.

1970∼80년대의 ‘동물원의 붐’은, 기본적으로 부유해지고 여유가 많아진 노르웨이 도심사회의 휴식/오락 욕구와 관련된 현상이었다. 게다가 노르웨이의 동물원들은 환경운동가들의 비판을 의식하여, 기존의 ‘감옥형’ 동물원들을 모방하지는 않았다. 오히려 크리스티안산 동물원은 비판자들의 의견을 부분적으로 수렴해, 동물 우리를 아예 짓지 않고 반대로 관람객이 다니는 오솔길만을 담 등의 시설물로 보호했을 뿐이다. 잡혀와 고통받는 동물에게 자연 그대로의 활동공간을 주지는 못해도 적어도 가능한 한 고통을 줄이자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발상이다.

최근에 단순한 동물원이라기보다는 종합오락공원의 면모를 띤 크리스티안산 동물원에서 아이들의 관심을 끄는 부분은, 동물 그 자체라기보다는 갖가지 연극과 게임, 실내 수영장과 디즈니랜드를 방불케 하는 최첨단 오락시설 등이다. 텔레비전·비디오·인터넷 등으로 희귀한 열대동물을 원할 때 매일같이 볼 수 있는 세상에서, 동물 전시의 오락적인 가치가 떨어지고 있다는 것은 커다란 다행이 아닌가 싶다. 미래에 언젠가 동물원들이 동물들의 고통을 더이상 필요로 하지 않는 날이 올 것을 믿고 싶다.

인간의 야만성에 관한 불멸의 증거

그러나 크리스티안산 동물원과 같은 선진형 동물원에서도 무죄의 종신형 죄수, 동물들의 고통은 마찬가지이다. 잡혀온 동물 대부분은 각자가 한 동물 가족의 소중한 구성원이다. 우리는 텔레비전에서 동물 가족을 지켜보며 흐뭇해하면서도, 동물 포획이 얼마나 비극적인지는 생각지 못하는 것이다. 크리스티안산 동물원으로 운송될 때에도 동물들은 약물주사를 맞곤 한다고 한다. 활동면적이 아무리 넓다 해도, 밀림이나 초원의 정신적, 활동적 자유와 비교될 수 없다는 뜻이다.

기업체(주식회사)인 크리스티안산 동물원은, 원숭이와 낙타 등이 낳은 2세들을 외국 동물원에 팔아 이윤을 좀더 많이 남기려 한다. 그러나 팔리지도 않고 전시되지도 못하는 2세들을 약물주사로 죽이는 것도 다반사다. 결론적으로, 크리스티안산 동물원과 같은 최신식 동물원들이 아무리 모범적인 시설이라 해도, 그 역시 기존 동물원들의 부정적인 관습들의 상당부분이 그대로 지속되는, ‘고급 감옥’일 뿐이다. 그리고 설령 약물주사나 임의적 죽임 등을 비롯한 부정적인 관습들이 없어진다 해도, 인간의 욕구를 채우기 위한 동물들의 자유에 대한 일방적이고 폭력적인 박탈 그 자체는 어떻게 합리화될 수 있는가? 인간이라는 동물이 더 강하고 똑똑하다 해서 더 약한 동물에게 죄를 저지를 권리는 없다. 봉건시대의 군주·귀족들의 과시적 사치의 전통을 그대로 이어받은 제국주의적 ‘과학성’의 상징, 동물원의 지속적 존재는 인간의 야만성의 불멸을 증명해줄 뿐이다.

박노자/ 오슬로국립대 교수·한국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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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은아이 2004-11-09 10: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흘째 올리고 고치고 지우고... 왜 글이 저리 겹쳐서 올라가냐구... 포기하고 그냥 올릴란다. ㅠ.ㅠ

물만두 2004-11-09 10: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대찬성입니다!!!

chika 2004-11-09 11: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즘 알라딘은 서재지기들의 인내력을 시험해보는가봐요. ㅡㅡ;;



그리고요 우연히 TV보다가 미애와 루이의 아프리카여행을 봤어요. 동물들에 관한 프로그램인데 조카애가 엄청 좋아하던 프로그램이어서 기억이 납니다. 아이들에게 더 좋은것은 그들처럼 아프리카로 여행을 떠나는거겠지요? 엄청 부러웠답니다. ^^;

숨은아이 2004-11-09 11: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만두님 : 저도 찬성이에요. ^^

치카님 : 왜 일주일이 넘어도 오류가 나올까요. --; / 그런데 정작 아프리카 사람들 중에는 평생 사자 한 번 본 적 없는 이도 있다지요. 제가 여태 제주도 한 번 못 가본 것처럼. ^^

어룸 2004-11-09 13: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수정하셨나요? --a 전 수정하니까 겹치더라구요...그래서 본문만 복사해놓고 저렇게 겹치면 다시 수정모드로 들어가서 싹지우고 본문만 다시 붙여넣기하고 있사와요...TㅂT(용을 쓰고 있는거죠^^;;;;;)
(어쨋거나 본론으로 돌아가서^^a) 저도 동물원 참 싫어요...흑흑...ㅠ.ㅠ

숨은아이 2004-11-09 14: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첨엔 수정해서 겹쳤는데요... 이 글은 수정 안 해도 저렇게 나와요. 흑흑...

숨은아이 2004-11-09 14: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오... 투풀님 말씀대로 해서 고쳤어요. 고맙습니다!

chika 2004-11-09 15: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오류를 수정하다니, 멋집니다!! ^^

그리고요, 사자 안보고 살아도 되지요, 머~ (엥~ 근데 제주도는 말이지요, ^^;;;;;;;;;)

숨은아이 2004-11-09 15: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제주도 가고 싶다구요. ㅠ.ㅠ

숨은아이 2004-11-13 17: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파란 그림이 추워 보여서 바꿨어요. 나무 그림자 사진으로. ^^
 

청각장애인 노동자를 만나다2004/11/04 15:51

 

 

사무실 문을 열고 들어올 때, 사람들이 바로 반응을 보이지 않자, 그는 목소리를 높였다. 아마 자기 목소리를 듣지 못해서라고 생각해서일 게다. 소리를 듣지 못하므로, 자기 목소리가 얼마나 컸는지 그는 모를 게다. 

 

작년에도, 올해도 받아야 할 임금의 절반도 못받았단다.

 

그는 정확하지 않은 발음으로 자기 말을 계속했고, 나는 이면지에 글을 써서 그에게 보여 주었다.

 

대표이사는 에쿠스를 몰고 다니면서, 대여섯명 정도 되는 노동자의 임금은 제때 주지 않았단다. 그러고도 별로 해결할 노력도 보여주지 않은 모양이다.

 

회사 재산이 없는 경우를 예로 들어 그에게 때에 따라서는 전액을 다 받아내지 못하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고 말해 주었다.

 

개인회사가 아니라 법인체인 경우, 대표이사의 개인 재산에 대해서까지 책임이 확장되지 않기 때문에, 실제로는 개인회사처럼 운영하면서도 책임을 피하려고 하는 경우를 흔히 보게 되고, 그럴 경우 법인격 남용이라는 주장과 입증으로 개인 재산까지 책임을 확장해 볼 수도 있지만, 사실상 그것이 쉬운 일이 아니므로, 따라서, 회사 재산이 없으면 밀린 임금을 포기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개인회사라고 하더라도 개인재산의 명의를 타인으로 변경해 두는 경우도 많아 어려운 점이 많다. 그걸 원상태로 돌리려면, 사해행위 취소 소송도 해야 하고, 강제집행을 피할 의도를 찾아내어 형사처벌 요구해야 한다).

 

앞으로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 하는 말까지 덧붙이면서, 긴 시간 동안 맘대로 휘갈긴 내 글씨를 잘 알아 보는 그와 나의 대화는, 20여장 종이만을 흔적으로 남기고 끝났다.

 

경험으로 보면, 사용자들은 임금을 주지 않는 것을 큰 문제라고 생각하지 않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거래처에서 대금 결제를 제대로 해 주지 않으면 모든 수단을 강구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으면서도, 노동자가 제때 임금을 달라고 하면 어찌 네가 감히 나한테 그럴 수가 있냐거나, 기껏 일 시켜주었더니 배은망덕하다거나 하는 말도 곧잘 하는 것을 종종 본다. 특히, 외국인노동자에게는 심하다(미국 등 영어권 노동자라고 해서 예외가 아니다). 

 

그러나, 노동자는 임금이 곧 유일한 생활 기반이다. 그 임금은 병원비도 될 수 있고, 등록금도 될 수 있고, 당장 일용할 식량이 될 수도 있다. 그런 임금을 제때 주지 않는 것이 왜 큰 문제가 아닐까 ? 대등하고 평등한 관계 관념적으로 전제하는 민법체계에서야 일반적인 거래관계에서 발생한 채권채무관계를 직접적인 이유로 형사처벌을 하지 않는다고 하지만, 민법과 노동법은 그 존재 의의 자체가 다르다. 경제적 사회적 예속관계에 있는 '노동자를 보호하기 위해 만들어진 노동법'(좋게 말해 보호법이지, 법 자체가 강자를 위해 태어난 것이기에 노동법 역시 강자의 최대 양보치를 정한 법에 불과하다고 보는 것이 정확할 게다)에서는 임금을 주지 않으면 형사처벌을 하도록 되어 있지만, 사용자의 배째라는 소리 앞에서는 아무런 힘이 되지 못한다.

 

임금을 주지 않으면서도 회사를 운영할 생각을 가지지 않았으면 좋겠다. 일시적인 어려움이 있다면, 솔직하게 말하고 어떻게 할 것인지를 논의해서 노동자들에게 선택의 기회를 주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노동자들도 주는 대로 받고 무조건 기다리지 말고, 그 이유와 이후 일어날 수 있는 문제에 대해서 고민도 했으면 좋겠다. 더불어, 정부는 밀린 임금을 보장해 줄 수 있는 제도가 제대로 운영되도록 늘 관심을 가져야 하고, 특히 그 지급 요건도 완화해야 하겠다. 또한 법인을 개인 회사처럼 이용하고, 개인 재산도 다 빼돌리는 파렴치한 짓에 대해서는 엄격한 잣대로 판단하여, 엄벌을 해야 하겠다.

 

이랬으면 좋겠고, 저렇게 하면 된다고 말하기는 쉬워도, 현실적으로는 너무 어려우니, 답답할 때가 많다.

 

더군다나 어제 온 그는 입을 통해 나오는 말에 실린 타인의 감정을 완전히 읽을 수 없으니, 더 힘들지 않을까 싶어 걱정이 많이 들지만, 모쪼록 그가 원하는 대로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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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은아이 2004-11-08 11: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한번 얘기해보죠. :)

릴케 현상 2004-11-08 14: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노동 문제 상담해 주는가요?

숨은아이 2004-11-08 14: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 옆지기가 노무사입니다. 노동법에 관한 일을 대리하는 직업이죠.

릴케 현상 2004-11-08 14: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학생 때 그 시험을 볼 마음을 먹은 적이 있어요^^ 마음

숨은아이 2004-11-08 17: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항... 아시는군요. 쉽지 않은 시험이라더군요.

balmas 2004-11-09 00: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쯧쯧 ...

"노동자는 임금이 곧 유일한 생활 기반이다"는 말이 가슴에 와 콱 박히는군요.

숨은아이 2004-11-09 10: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른 사람의 시간과 힘을 사용해놓고 그 월급은 안 줘도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니, 어이가 없고... 슬픕니다. 코엑스 같은 데서 대형 이벤트 많이 하잖아요? 그런 데서 아르바이트 모집해 행사 기간 내내 부려먹고는, 행사 끝나면 보수 안 주고 행적을 감춰버리는 이벤트 업체도 많대요. ㅠ.ㅠ

릴케 현상 2004-11-09 13: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예전에 회사를 한달 쉬었더니 딱 월급만큼의 카드빚이 쌓이더군요-_-월급이 넘 적었어

숨은아이 2004-11-09 15: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런. --;
 
세상에서 가장 완벽한 남편
에프라임 키숀 지음, 변상출 옮김, 송은경 그림 / 좋은생각 / 2004년 7월
평점 :
절판


7년쯤 전에 벽호 출판사에서 나온 [가족]을 읽고 에프라임 키숀이란 ‘풍자 작가’를 알게 되었습니다. 1924년 헝가리에서 태어나, 2차 세계대전 때 강제수용소에서 살아남은 뒤 이스라엘이 건국되자 그리로 이주(1948년 건국, 1949년 키숀 이주)해서, 히브리어로 글을 쓰는 몇 안 되는 작가라고 합니다. 그의 작품은 전 세계적으로 유명하지만, 히브리어를 번역할 수 있는 나라는 별로 없으므로 그의 작품은 모두 일단 독일어로 번역되고, 다른 나라에서는 그 독일어판을 다시 자기네 나라 말로 옮긴답니다.

[가족]을 읽고는 포복절도했어요. 좌충우돌 어리석은 듯하면서 현명한 보통 사람들과 왁다글닥다글 복작대는 집안, 세계 공통인 ‘아줌마’의 슬기와 염치를 다 가지고 있는 “세상에서 가장 멋진 아내”와 세상에서 가장 사랑스럽지만 죽이고 싶을 만큼 밉기도 한 아이들, 이스라엘이란 나라의 관료주의와 삐걱거리는 기계문명과 얼토당토않은 상술 들! 이 책이 무지하게 재미있어서, 미술평론가이기도 한 이 사람이 쓴 [피카소의 달콤한 복수]도 사서 읽었지요. [피카소의 달콤한 복수]는 난해한 현대미술을 비꼰 책입니다. 이 책도 유쾌했어요. (다양한 미술 작품 사진을 보여주며 내내 “피카소의 난해한 그림은, 알 듯 모를 듯한 말을 이어붙이는 걸 업으로 삼는 평론가들을 골탕 먹이기 위한 것이었다. 피카소 한 명이 그렇게 했으면 됐지, 점점 난해해지는 현대미술은 뭐냐? 작가는 자기가 뭘 표현한 건지 정말 알기나 하냐?” 하고 씹은 책이지요. ^^;; 그러고 보니 미술에 대해서도 이 사람 꽤 보수적이군요.)

이 [가족]이란 책을 친구에게 빌려주었다가 잃어버리고 말았어요. 이번에 좋은생각 출판사에서 [세상에서 가장 멋진 아내]와 [세상에서 가장 완벽한 남편]을 낸 걸 보고, 혹시 같은 책이 아닌가 해서 보았습니다. 같은 책은 아니었어요. 이 작가는 워낙 짤막한 콩트 형식으로 신문이나 잡지에 글을 쓰고, 그 글들을 묶어 책을 내기에 같은 이야기가 이 책 저 책에 중복해서 실린 경우도 있어요. 하지만 대체로 다른 작품이었습니다. 그리고 [세상에서 가장 멋진 아내]는 그의 작품에 줄곧 등장하는 그의 “세상에서 가장 멋진 아내”에 대한 인기가 높아지자, 아예 아내만을 주제로 책을 쓴 모양입니다.

그런데 말이죠, [가족]을 읽었을 때처럼 뒤로 넘어가도록 재미있지가 않았어요. ‘보수적이지만 나름대로 선량한 지식인 남성’의 시각이 짜증스러울 때도 있었습니다.얼마 전 [팔레스타인]을 읽었기 때문일까요? 이 사람이 누리는 ‘중산층’의 삶, 독일이나 프랑스에서 비행기로 모셔 가는 유명 작가로서 누리는 특권, 눈에 보이고 손에 걸리는 모든 걸 웃음거리로 만들 줄 아는 여유, 그런 것들이 어떤 이들의 삶을 밟고 올라선 것인가, 하는 생각이 내내 걸려서일까요? 분명 그도 나치 때문에 혹독한 시련을 견뎌야 했고, 그러한 경험 뒤에 자신들 민족이 차별받지 않을 수 있는 나라를 선택했어요. 그리고 이스라엘은 유대교로 개종하기만 하면 어느 나라, 어느 인종의 사람이라도 받아들입니다. 그러나 이스라엘은 바로 그 ‘유대교의 유일신’을 내세우며 평화 공존이 아니라 억압과 배타를 선택했지요. 그 결과 이스라엘에서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희극 작가가 등장할 수 있었지만, 팔레스타인에선...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이 사람 책을 보고 웃을 수 있을까요. 

그 때문만은 아니겠지요. 그의 작품 중에는 새로이 상품으로 등장한 기계를 비꼬는 이야기가 많은데, 그게 70년대, 80년대 이야기이다 보니 지금으로선 공감이 안 될 때가 많습니다. 그리고 보수적인 시각도. 뭔가 보물을 잃은 듯한 느낌이에요. (그렇다고 영 재미없었던 건 아니에요. 키득거리며 웃기도 했어요.)

그런데 [세상에서 가장 완벽한 남편] 105쪽, 106쪽에 나오는 이스탄불의 ‘탑카피’는 톱카프 궁전이겠지요? 그리고 184쪽에선 너비를 ‘넓이’라고 해놨어요. 넓이는 면적이고 너비는 폭인데!

에프라임 키숀Ephraim Kishon은 [세상에서 가장 멋진 아내]를 1981년, [세상에서 가장 완벽한 남편]은 1983년 발표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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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없는 이 안 2004-11-07 08: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숨은아이님 리뷰는 참 독특해요. 내용이나 감상 외에 다른 부수적인 출판의 이야기나 교정이나 편집의 오류까지 엿들을 수 있으니 후한 선물상자 같아요. ^^ 그런데 한 작가에게서 남매 같은 작품제목을 본다는 건 좀 맘에 안 들어요. 전 김훈의 현의 노래 제목을 보고는 솔직히 작가사 좀 실망스러웠거든요. 물론 나름대로의 계산이기도 하겠지만, 전작 칼의 노래 분위기에 좀 어긋난 제목짓기가 아니었나 싶어서. 재미있는 리뷰 잘 읽고 갑니다!

숨은아이 2004-11-08 11: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안님은 제 리뷰에 늘 후하셔. ^^ 내용이나 감상을 멋들어지게 쓰지 못하니, 책에 얽한 기억을 나름대로 다 적어서, 정보 면에서라도 쓸모 있는 리뷰를 만들고자 하는 노력입니다. ㅠ.ㅠ 책 제목을 남매 같이 단 건 아무래도 독자의 호기심을 끌려는 상업적인 목적 때문이겠죠. ;-)

하얀마녀 2004-11-08 16: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진실을 몰랐으면 그냥 재밌게 읽으실 수 있었을텐데요. 그래도 모르고 속는 것보단 가슴 한켠이 무거워도 아는 쪽이 좋죠? ^^

숨은아이 2004-11-08 17: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얀마녀님, ^^; 그런데 꼭 그 때문만은 아닐 거예요. 예전에 너무 재밌게 읽어서일까, 그만큼 재미있지가 않았어요.
 
세상끝으로의 항해
루이스 세뿔베다 지음, 우형강 옮김 / 시아출판사 / 1995년 11월
절판


마오리족 속담에 모든 바다생물은 결국 자기가 태어난 곳으로 돌아간다는 말이 있는데, 그 말이 맞는지, 그 때를 전후해서 계속 똑같은 꿈을 꾸는 것이었소. 저 남쪽 바다, 해협과 해협 사이를 누비고 다니는 나 자신을 본 것이었소. 그곳이 칠레라고는 말하고 싶지 않소. 더욱이 난 한번도 칠레인이라고 생각해본 적이 없으니까. 당신도 비글 해협을 여행할 수 있을 테니, 픽톤이나 레녹스, 누에바 섬에 사는 물개나 기러기, 펭귄들한테 물어보시오. 그놈들이 칠레 국적인지 아르헨티나 국적인지 말이오. 국경이니 영해니 모두, 총칼 든 군인들 군침이나 흘리게 하는 다 부질없는 것들이오.-154쪽

뻬드로, 우리만이 아니야! 바다를 지키려는 사람들이 우리 말고 또 있단 말이야!-162쪽

누구를 믿는다는 것은 인간이 품을 수 있는 가장 기분 좋은 느낌 중의 하나인 것이다.-16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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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소설을 읽는 노인
루이스 세뿔베다 지음 / 예하 / 1993년 4월
품절


문명화된 인간의 으뜸가는 업적인 그 사막을 건설하기 위해 숲을 파괴하는 (후략).-68쪽

수아르 족이 하는 말에 따르면 낮에는 인간과 숲이 별개로 존재한다. 그런데 밤에는 인간이 곧 숲이라는 것이다.-117쪽

"살쾡이의 발자취가 너무 확실해서 금방 잡을 수 있겠다 생각이 든다면 그건 그놈이 뒤에서 네 목을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기 때문이야"라고 수아르 족들은 말하는데 그 말은 사실이지.-140쪽

자네는 백인들의 사냥꾼이야. 총을 가졌으며, 죽음을 고통으로 가득 채움으로써 죽음을 더럽히고 있어.-142쪽

두려움이 자네를 찾아냈나? 자넨 이제 두려움으로부터 벗어날 수가 없단 말인가? 그렇다면 두려움의 눈이 자네를 볼 수 있겠군. 새벽빛이 대나무 틈 사이로 새어드는 걸 자네가 볼 수 있듯이 말야.-143쪽

이 모든 비극의 책임자인 양키들과 읍장, 노다지꾼 등 그가 사랑하는 아마존 강의 처녀성을 유린한 모든 자들을 끊임없이 저주하며 틀니를 빼서 손수건에 싼 다음 큰 칼로 커다란 나뭇가지를 하나 잘라낸 안토니오 호세 볼리바르는 그걸 짚고서 엘 이딜리오와 그의 오두막집, 때때로 인간들의 야만성을 잊게 해줄 정도의 아름다운 말로 사랑을 얘기하는 그의 연애소설들이 있는 곳으로 향했다.-157-15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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