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할 수 있는 조건 하에서의 행복
사랑 후에 남겨진 것들 - Cherry Blossoms - Hanami
영화
평점 :
상영종료


 

얼마 전 행복전도사 최윤희씨가 자살(이라고 쓰고 나는 존엄사 했다고 읽는다)한 이후 사회적 파장이 큰 것으로 알고 있다. 다른 이들이 어떻게 생각하는가는 먼댓글로 붙인 웬디님의 생각 정도만 공감하며 알았을 뿐, 잘은 모른다. 

고백하자면, 나는 굳이 자살을 옹호한다고 할 수는 없지만 이 생에서의 삶을 마감하는 하나의 형태라고는 생각한다. 완벽한 무신론자는 아니고 정확히는 우주론자(라는 말이 있다면)인 나는, 때때로 어딘가 영혼이 자리하는 장소가 따로 있어서 '여기' 살고 있는 사람과 죽은 뒤에도 교감할 수도 있다고 생각하고, 이 생에서의 삶이 지치고 힘들고 더구나 남에게 피해까지 주는 경우라면 스스로 그 연을 끊어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  

감독 도리스 되리가 코멘터리에서 밝히고 있듯이, 이 우주에서 인간이라는 작은 존재는 다른 자연과 마찬가지로 어디선가 와서 어디론가 가는 것 뿐. 죽음이 모든 것의 끝,은 아니지 않겠는가 싶어서 삶과 죽음이라는 것이 이분법 논리에 따라 구분 가능한 명제라고 여길 수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간은 신의 피조물이던 자연 진화를 했던간에 감정에 나약한 동물이다. 가장 사랑하는 사람이 내 곁에서 사라지는 것을 참아내기 힘들다. 죽고 이 세상에 없는 사람을 그리워 하고 못 견뎌 하는 것은, 반복하건대, 그를 애도하는 순수한 감정만이 다가 아니라 '지금 내가 여기에서 힘든 것이 싫은' 감정이 더 우위에 있는, 이기적인 감정이이라고 생각한다(영화 속 자식들이 부모가 죽고 난 뒤에 보여주는 행동과 감정 표현이 이를 아주 적절하게 묘사하고 있다). 최윤희씨의 남편이, 여기, 사랑했던 아내가 없는 생을 살아내는 것보다 따라 죽는 편이 낫다고 판단했다는 짐작, 이 영화에서 남편 루디의 생이 얼마 남지 않은 것을 알고나서 먼저 죽어버리는 아내의 불가사의한 돌연사가 그런 내 생각에 굳건한 믿음을 더 하게 한다. 

그렇다면, 다른 묘안이 없다. 삶과 죽음이라는 도돌이 표 앞에서. 

사랑하는 사람들이 내 주변에 있다면, 그들과 함께, 이 생을 낱낱이 즐기고 떠날 때는 미련 없이. 이제 중년이라고 일컬어지는 내 짧은 인생살이에서는 이것만이 답이다.

* 좋은 영화는 보고나서 수천 수만 가지의 생각을 하게 해준다는 진리를 다시 깨닫게 해 준 영화, 가을밤의 탁월한 선택이었다고 뿌듯해 하는 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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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고세운닥나무 2010-10-12 16: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볼까 말까 하다 안 봤는데, 그 결정이 후회가 됩니다.

꼭 봐야겠다는 생각이 드는 요즘입니다.

차치하고 저를 위해서 말이죠.

치니 2010-10-13 13:41   좋아요 0 | URL
네, 꼭 보세요.
저는 봐야지 봐야지 했는데 이제서야 봤어요. 극장에서 봤음 더 좋았을 걸! 약간의 후회가 듭니다요. :)

프레이야 2010-10-12 22: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영화, 보려다 기회가 안 닿아 지나쳤던 거에요.
정말 삶과 죽음에 대한 이런저런 생각들이 요즘 자주 들어요.
죽음도 하나의 현상이라고 볼 때 그 현상을 두고 백 사람이면 백 가지의 생각이
있다는 것도 새삼스러울 일도 아니죠.
치니님, 저도 존엄사로 읽었어요.
감히 제 생각이지만, 충분히 행복한 죽음이었지 싶어요.
그리고 이 영화, 치니님 추천으로 얼른 찾아봐야겠어요.

치니 2010-10-13 13:42   좋아요 0 | URL
프레이야님도 존엄사로 읽으셨다니, 어째 반갑습니다. :)
영화 많이 보시는 프레이야님이 이 영화를 보고는 어떤 생각을 하실 지, 궁금합니다. 보고 글 올려주시기! :)

stillyours 2010-10-13 16: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극장에서 한 달 동안 네 번 본 영화에요.
한 주에 한 번씩.
그러고나서 디비디로 또 네 번을 더 봤어요.
왠지 열 번을 채우면 더 안 보게 되지 않을까 싶어서
두 번을 남겨두고 있어요.
너무 좋죠 치니 님.
치니 님 글 보니 또 보고 싶어졌어요.
그러면 이제 아홉 번.

치니 2010-10-13 16:24   좋아요 0 | URL
안 그래도 이거 보고 moon님 생각을 했어요.
또 일본에 가고 싶어지기도 했구요.
발트해는 추울 거 같아서 아직 엄두가 안 나요.
영화가 좋으면 열번이 다 될 때까지 보고, 채우면 더 안 보게 될까봐 아끼는 moon님이 예뻐요. :)

레와 2010-10-15 09: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디비디를 오랫동안 보관함에 담아뒀는데, 이제 주문해야겠어요!

^^

치니 2010-10-15 11:49   좋아요 0 | URL
아, 레와님 아직 안 보셨구나. 보고나서 소감 알려주셔야 해요 ~ :)
 
감염된 언어 - 국어의 변두리를 담은 몇 개의 풍경화
고종석 지음 / 개마고원 / 1999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내가 국어의 혼탁을 걱정하지 않는 이유는 내가 불순함의 옹호자이기 때문이다.  불순함을 옹호한다는 것은 전체주의나 집단주의의 단색 취향, 유니폼 취향을 혐오한다는 것이고, 자기와는 영 다르게 생겨먹은 타인에게 너그러울 수 있다는 것이다. 

나는 이른바 토박이말과 한자어와 유럽계 어휘가 마구 섞인 혼탁한 한국어 속에서 자유를 숨쉰다. 나는 한문투로 휘어지고 일본 문투로 굽어지고 서양 문투로 닳은 한국어 문장 속에서 풍요와 세련을 느낀다. 

언어순결주의, 즉 외국어의 그림자와 메아리에 대한 두려움에서 외국인 노동자에 대한 박해, 혼혈인 혐오, 북벌, 정왜의 망상, 장애인 멸시까지는 그리 먼 걸음이 아니다.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순화'의 충동이란 흔히 '죽임'의 충동이란 사실이다.

 
   

 

어릴 때 새마을운동을 조금이나마 겪었던 세대로서 잠재의식 속에 뼈아픈 거부감이 남아 있어선지, 나는 아무리 좋은 의도를 가진 것일 지라도 끝말에 '운동' 자가 들어가면 무조건 싫다는 생각부터 든다. 정부에서 나서서 주관하는 국어순화운동이나 영어조기교육 정책에서 비롯된 각종 운동은 물론이요, 주로 민간이 주체가 되는 걷기운동도 장애인 관련 캠페인도 환경 캠페인도, 뭐든 '자, 우리 모두 모여서 생각을 한 데로 모아모아 같은 행동을 합시다'라는 결의가 감지되면 지레 겁이 난다. 그 운동(무브먼트)과는 의미가 다른 운동(스포츠)인 학교 내 청백전 같은 것도 딱 질색이라 국민학교 시절 운동회에서 비교적 모범생인 내가 그 대중적인 광기와 경쟁을 피해 숨은 장소는 늘 양호실이었고 아무리 세상에 분한 것들이 많아 피가 끓어도 결국 데모대의 군집이 두렵기만 했으니(단지 군사정권 하의 무시무시한 압력 뿐 아니라 모여서 한 목소리를 내야 한다는 압박 자체가 영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는 고백이다), 이 쯤 되면 나의 집단주의 혐오도 고종석씨 못지 않다. 

나 같은 인간이야, 평생 이런 마음으로 살아왔으니 이 책에 나온 대개의 문장에 거부감이 들 리 없고 오히려 감탄을 거듭하며 그의 언어에 대한 풍부한 지식과 주장에 고개를 연신 주억거리는 편이지만 그가 온 책을 통털어 때로는 조롱을 섞고 때로는 비탄에 잠기기까지 하면서 쌍수를 들고 반대하는 <민족주의>자들 혹은 자신이 민족주의자라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적어도 애국자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는 못마땅하기 짝이 없을 구절, 반론에 반론을 거듭해도 그 논쟁이 끝나지 않을 것 같은, 그야말로 '대한민국 평균의 정서'를 무시하는 구절도 꽤 된다. 

그러나 나는, 그 모든 논쟁거리에서 단 하나 불변하지 않는 사실, 즉 언어는 인간이 만들어 낸 도구로써 우선 존재한다는 전제 하나로도 충분히, - 저자의 주장에 동조하든 하지 않든 - 언어를 다루는 모든 이들이 이 책을 일독해야 한다고 말하고 싶다. 생각해보라, 기실 우리가 하고 있는 모든 작업에서 언어가 도구로서의 기능을 잃거나 그 기능을 일견 조금 무시하고 다른 기능을 우선시 할 때 나타날 불편함과 폐해를.  

사족이지만, 이 책의 주장에 닿아있는 맥락(이라고 나는 생각한다)에서 덧붙이고 싶은 말이 있다. 언젠가 술자리에서 트위터의 장단점을 가지고 잡담을 하던 끝에 한 친구가 말했던 것처럼 '트위터가 철학 책에 등장하는 순간 트위터는 이미 역사 속으로 사라진 것이다. 즉, 당장의 현실 속에서는 완전히 구세대에 속한다는 것'이라고 가정할 때, 우리는 언어 뿐 아니라 하루가 다르게 급변하는 시대의 많은 커뮤니케이션 기능을 가진 도구에 대해 너무 걱정하지 않아도 되지 않을까. 가까이는 이메일에서부터 조금 더 오래 전 컴퓨터가 세상에 처음 나왔을 때도 학자들은 너무 많은 걱정을 했다. 이 컴퓨터 때문에, 이메일 때문에, 피씨 통신 때문에, 우리 인류에게 큰 문제가 생기기라도 할 것처럼. 다급해 하지도 말고 속지도 말자, 이 모든 것은 그 확장가능성을 차치하면 기본적으로는 역시, 도구이다. 당대에 나오는 모든 것들을 수용해야만 편리한 것도 아니고 오래된 것을 부둥켜 안고 살아야만 내가 가진 것들을 지켜낼 수 있는 것도 아니다. 핸드폰 대신 전화기, 트위터 대신 긴 글, 자동차 대신 버스, 이렇게 자꾸만 갈라 놓지 말았으면 한다. 각자 그들 도구 중 내게 가장 잘 맞는 것을 골라 내게 가장 잘 맞는 형태로 만들어서 쓰면 되는 것. 모든 도구는 변형과 왜곡의 가능성을 갖고 태어나는 것이 그 운명이다. 확장된 그것들의 기능이 사회에 미치는 악영향(뿐 아니라 순기능도 물론 있지만) 때문에 도구 자체를 비난하고 그것들이 섞이는 다양성을 비난해서는 안 될 일이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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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10-10-12 14: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벌써 다 읽으셨군요! 이 책 좋아요?(별 다섯을 보고 리뷰를 읽고도 한심하게 이런걸 묻다니 ㅎㅎ) 저도 사고싶은데 절판이로군요. ㅠㅠ

덧: 갑자기 생각나서요, 저 초딩때까지 새마울운동 했었어요. 그 어린애들한테 일요일마다 일어나서 조를 짜서 모여가지고 쓰레기 줍기 운동 이런거 시켰어요. 정말 힘들었다구요. ㅠㅠ

치니 2010-10-12 14:33   좋아요 0 | URL
아, 제가 읽은 판이 초판이라 절판이고요, 2007년 개정판이 있더라고요. 저는 리뷰를 쓸려면 내가 읽은 판으로 써야겠다는 순정함(ㅋㅋ)으로 이 책을 넣은 거구요.
다락방님 읽어보세요! 어떤 느낌 받으실 지 매우 궁금. :)

웽스북스 2010-10-12 14:33   좋아요 0 | URL
이건 초판이에요 다락방님. 이 책 좋아요. (니가 치니님이니? 니가 치니님이야? 왜 대답하고 그러는거야) 반가워서 그래요. 이해해줘요 치니님 ㅜㅜ

2010-10-12 14:34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다락방 2010-10-12 14:35   좋아요 0 | URL
아니 여러분들아. 댓글 추가했는데 그사이에 막 댓글 달면 어떡해요!
추가된 부분 다시 읽어욧!!

다락방 2010-10-12 14:36   좋아요 0 | URL
아 그리고 초판이라 절판인거구나. 개정판 있구나 ㅋㅋㅋㅋㅋ 어쩐지 본것 같은데 했어요 ㅎㅎㅎㅎㅎ

치니 2010-10-12 14:36   좋아요 0 | URL
ㅋㅋㅋ 웬디님이 이 책에 대해 쓴 거 봤어요. 그래서 반가워하는 그 맘 충분히 이해합니다요.

웽스북스 2010-10-12 14:46   좋아요 0 | URL
ㅎㅎ 저는 고종석 책 중에 이 책이 제일 좋더라고요.
다 읽어본 건 아니지만 ㅋㅋ

치니 2010-10-12 15: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 / 저야말로, 다 쓰고 수정 중인데 막 댓글 달아서 당황했다구요. ㅋㅋ

웬디양님 / 네, 동감. 저도 다 읽어본 건 아니지만 이 책이 지금까지는 가장 좋다 할 만 합니당.

마늘빵 2010-10-12 17: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저도 고종석을 무지 좋아하지요. ^^ 근래 나온 책들보다는 이 책 나왔던 시기에 쓴 책들이 훨씬 좋습니다. 지금은 지적 열정이 잘 보이지 않고, 글만 아름답고, 그때의 글들은 지적 자극을 많이 주죠.

치니 2010-10-13 13:44   좋아요 0 | URL
안 그래도 아프락사스님 리뷰도 어제 읽었어요.
그렇구나, 근래 나온 책들은 제가 읽어보질 않아서.
ㅋ 지적 열정이 별로 없다는 게, 왠지 고종석씨 답다는 생각이 드는 건 또 무슨 영문인지.
 
예술/대중문화 분야 주목할만한 신간 도서를 보내주세요.

제목 한 번 거창하게 써봤습니다. 막상 신간평가단이 되고나니 막중한 책임감을 누를 길이 없어진다는 생각에 '외치다' 로 과장하고 있는 중이에요. 그래서 딴에는 눈에 불을 켜고 예술/대중문화 신간 중에 9월에 나온 책들을 살펴 보았는데요, 하아 -  생각보다 쉽지 않군요.

 

 솔직히, 이 책이 표지로 보나 제목으로 보나 19금 딱지로 보나 눈에 가장 먼저 들어옵니다. 온라인 상으로 보는 게 아니라 어딘가 오프 자리에서 신간을 죽 갖다 놓았다면 저 뿐 아니라 많은 분들이 이 책을 펼쳐보았다,에 1000원 겁니다. 

장미인애는 오래 전 제가 좋아했던 시트콤 <소울 메이트>(? 제목이 맞는가 확실치 않네요, 킁, 좋아했다면서도 이렇습니다, 제가)에 나왔을 때 눈 여겨 본 분이에요. 이후에 나왔던 선덕여왕의 포스를 시트콤에서 뿜었던, 보기 드문 여걸에 섹시하면서도 진정성을 갖춘 인물로 '저런 친구 하나 내 주변에 있었으믄 좋겠다' 라는 소박한 바람을 품게 해주신 분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아쉽게도 이후에는 이천수 선수와의 염문설 이외, 연기자로서는 그다지 발전하지 못했어요. 저로서는 어디서 무엇을 할까, 약간은 궁금한 연예인 리스트에 올라갈 분이기에 이 책이 확 눈에 들어왔습니다. (네, 아무렴요, 이성애적인 시각에서 볼 때, 여성인 제가 굳이 여성의 나체만을 염두에 두고 있는 건 아니겠지요) 

또 하나, 누드화보집이라는 걸 전 생애에 걸쳐 단 한 번도 보지 못했다는 자괴감이 몰려 오기도 했습니다. 이런 책을 봄으로써, 전혀 다른 행성에서 산다고 회자되는 남성이라는 존재의 심리를 엿볼 수도 있지 않나, 뭐 그런 생각이 들기도 한다구요. 여기에, 장미인애씨의 화려한 몸매와 제 초라한 몸매 비교를 처절하게 하고나서 10월에 다니기로 한 헬스장에 조금쯤 더 성의를 보탤 수도 있겠다는 영악한 계산도 있고요. 이래저래 탐이 나지만 '추천'이라고 도장 꽝! 하기에는 무리수. 저도 무한도전 길이처럼 될까봐 무리수는 안 마시기로 했으니, 

자, 이제 진짜로 주목할 만한 신간을 골라야 할텐데, 이거 참 난감합니다. 고르다 보면 벌써 7월, 혹은 5월까지 밀리고 있군요. 예술 분야는 신간이 별로 안 나온다는 사실을 새삼스레 체감하고. 다시 9월 분을 들여다보니 제가 무슨 슈퍼스타 K 오디션 장의 심사위원도 아닌데 왜 이렇게 까탈을 부리게 되는지요. 

각설하고, 음, 그래서 굳이 골라낸 책은 이 책 한 권 뿐이라는 말씀을 (죄송함을 담아) 드리고자 하는 겝니다. 

 제 서재에 오시는 분들은 (아주 가끔이나마 제가 사진이랍시고 올렸던 걸 보고 이미) 짐작하시겠지만, 저는 사진에 완전 문외한일 뿐더러, 사진예술에는 더더욱 문외한이고 왜 전국민이 디카를 들고 다니매 사진작가 행세를 하는지 모르겠다며 툴툴대는 인간입니다.  

그러니 나름 유명하시다는 이 작가분의 사진도 당연히 모릅니다.  

그래도 이 작가에게 우선 호감을 갖는 이유는, 얼핏 너무나 단순해서 주목을 끌지 못할 것 같은, 완전히 은유를 배제한 제목 때문이에요.  

사진을 잘 찍는 법, 이라니. 요즘은 이렇게 제목을 달면 성의 없다고 할 지도 모르겠어요. 그런데 저는 이 수수한 제목이 좋습디다. 책 내용은 사진 잘 찍는 법, 혹은 셀카 잘 나오는 법이면서 제목은 마치 대가의 영혼과 사진을 연계하는 식이라면 곤란하지 않겠어요. 요즘 그런 수법이 너무 많아선지, 이런 정공법이 마음에 들었어요. 딱 제목만큼만 기대하면 되는 거니까요. 혹시 압니까, 삐뚤이 치니도 이 책을 읽고나서, 다른 건 몰라도 내가 사랑하는 사람을 찍을 때, 내가 놓치고 싶지 않은 풍경을 찍을 때, 제법 오래 간직할 만한 예술작품을 건지게 될 지. 

그리고 말이 나왔으니 말인데, 뭐든지 전혀 모르는 걸 새롭게 배운다는 건 재미있는 일이잖아요. 이 책에서 적어도 그런 배움의 즐거움만 준다면, 만족할 것 같아서 함 읽어보고 싶어집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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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치 2010-10-04 18: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으잉? 신간평가단에서 평가하는 책이 참으로 다채롭군요 오호호호호호!!
(나도 좀 보여줘봐여 으흐)

치니 2010-10-04 18:15   좋아요 0 | URL
에헤, 저도 보여드리고 싶지마는 이것은 신간평가단에게 보내준 책들이 아니고 (혹시 보내줄 지도 모르지만) 그저 신간평가단이 봤을 때 주목할 만한 게 뭐더냐, 리스트일 뿐이옵니다.
예술 분야에 신청한 덕에 제 편협한 책 읽기 버릇을 좀 고쳐볼 수 있을까 기대가 되어요. :)

라로 2010-10-05 09: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치니님은 아시는 것도 많아~~~.^^
장미인애라는 사람은 이천수의 여자친구 였군요~~.암튼,,,ㅎㅎ
요즘 예술 분야에 신간이 많이 나와 있던데 치니님께 뽑힌 저 책 급관심.
지난 주에 그렇잖아도 나의 첫 사진책인가 뭐 그런 책 샀는데,,호호호
자기 말대로 사진작가 행세를 하려고 하는 건 아니고,,,^^;
그런데 왜 추천이 없지?? 이렇게 잘 쓴글에?? 내가 꾸욱

치니 2010-10-05 11:19   좋아요 0 | URL
아흐흐, 제가 입 터지면 알라딘 연예가중계 생방송 가능한 사람인데, ㅋㅋ 자제하고 있는 거랍니다. 언니는 티비를 안 보시고 워낙 바쁘시니 모르는게 많으실 거야요.
언니야말로 그 바쁜 와중에 사진책도 벌써 구입하시고, 참으로 대단하셔요. 몇 번 본 걸로는 이미 사진 꽤 잘 찍으시는 거 같던데, 아이들 사진 더 많이 찍어서 보여주세요 ~

굿바이 2010-10-06 09: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치니님! 장미인애 사진집 표지를 보면서, 막 스치고 간 화보집이 생각났어요.
혹시 기억하시나요? 그 유명한 <산타페>를요? 미아자와 리에의 화보집 말입니다.
제가 유일하게 본, 그것도 달러로 돈주고 산, 누드 화보집이 <산타페>였습니다.
그 화보집을 보면서, 참 예뻐서 울컥 슬펐더랍니다.
물론, <산타페>는 지적당할 부분이 많은 화보집입니다. 특히 나이어린 여배우를 모델로 썼다는 점부터....

여하간, 저 화보집 표지의 장미인애도 예쁘다는 생각은 드는데, 뭔가 울컥하지는 않습니다.
적당히 요염하고 맑고 자극적인데 잘 짜여진 컨셉만 있는 것 같아서 말이죠.
아침부터 뭔 소리인지 모르겠습니다^^
아~ <산타페> 빌려간 그 인간은 올 가을 어디서 뭘 하고 있을까요, 진짜 울컥하네요 ㅋㅋㅋ



치니 2010-10-06 10:52   좋아요 0 | URL
오와 - 내 진즉에 굿바이님이 멋진 분인 줄은 알고 있었지만 돈 주고 누드 화보집을 사다니, 역시 ~ 그런데 아쉽게도 전 <산타페>를 모르네요. 흑.
장미인애는 예쁘다기보다 도발적이라고 해야 할까요. 왜 그런 여자 있잖아요, 딱 보는 순간 왠지 저 여자는 우리 같은 애들하고 다르다, 왠지 저 여자는 남자들을 다 휘어잡을 것 같다, 왠지 저 여자는 자신이 어떻게 해야 가장 아름다운 지 잘 알고 있을 것 같다...그런 차별화를 내뿜는 여자. 그런 느낌이에요. 시트콤에서는 유일한 단점이 자기 분야 외에는 좀 무식하다는 거였는데, 뭐, 그까잇 지식 좀 없으믄 어때 하고 쿨 하게 넘어가는 여자였죠. ㅎㅎ
아침부터 반갑습네다, 굿바이님.
<산타페> 같은 책은 빌려주면 무조건 못 받는 걸텐데, 빌려주시다니. 흐흐.

사과쨈 2010-10-08 14: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오!! 치니님 완전 반가워요!!!!!
알라딘서재 돌아다니다 어느분 댓글을 보고 호옥시 했는데 캭캭캭~~
아 그리고 그분도 계시고 ^^
그리고 또 치니님 추천하신 "사진잘찍는법"의 작가님 전시도
얼마전에 인사동에서 본터라 더욱 반가워요
그 작가님의 시선과 색감이 정말 좋아서 전시회장 한켵에서 판매하는
책을 들어다놨다 들었다놨다 하다
소심하게 엽서만 구입하여 저희집 창에 떡 하니 붙여놓았지요 ^^
그런데 H군의 옆라인이야말로 예술이예요 ^^
그런데 와 ~~~ 치니님 2008년 서재의 달인이시고~~~~
그러니까 저만 몰랐던 유명인이신거였어요 !!!!
오호호 왠지 뿌듯~~

치니 2010-10-08 14:33   좋아요 0 | URL
와하하핫, 사과쨈님! 저도 완전 반가워요!
역시 세상은 좁고 인터넷은 더 좁다! ㅋㅋㅋ

서재의 달인은 대체 어떤 기준이었나 몰겠어요. 그다지 열심히 쓴 편은 못 되는데 감사하게도. ㅎㅎ 달인은 절대 아니지만 여기 이용한 지는 오래 되었어요. 2003년인가 시작했으니 벌써 7년이 넘었네요. 책 구매도 거의 여기서 하고.
오호호, 앞으로 자주 오셔요 ~ :)

사과쨈 2010-10-08 14: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방금 떡하니 붙여있던 사진엽서를 다시 보니
그 분이 아니셔요 ㅜㅜ
부끄...물의...죄송...흑흑....

치니 2010-10-08 14:34   좋아요 0 | URL
ㅋㅋㅋㅋ 물의는 무슨 물의. 괜찮습니다.
귀여운 사과쨈님.

2010-10-11 12:2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10-11 12:45   URL
비밀 댓글입니다.

노이에자이트 2010-10-12 15: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수경 장미인애 사강이 <소울메이트>로 유명해졌는데 사강은 결혼했으니 그렇다 쳐도...이수경은 그뒤로 활발하게 활동하던데 장미인애는 좀 뜸하죠...늘씬한 누나였는데...

치니 2010-10-12 15:40   좋아요 0 | URL
와핫, 이럴 줄 알았어요. 누군가는 거기 나온 삼인방에 대한 얘기를 해줄 줄 알았는데, 그게 노이에자이트님이군요! 반갑습니다,오랜만이에요. :)
장미인애는 그 당시에도 일반적인 티비용 드라마에 어울리는 분위기는 아니었죠. ㅎㅎ 그래서 제겐 더욱 독보적이었는데.

노이에자이트 2010-10-14 15:42   좋아요 0 | URL
아하...이런 이야기는 아무래도 제가 그냥 지나칠 수가 없지요.대한민국의 미인들에게 관심이 많으니까요...
 

 

 

 지난 주말 세간의 관심이 매우 높았던 <남자의 자격> 합창 미션이 끝났다. 평소 꼬박꼬박 이 프로그램을 보는 편이 아니었는데도 나 역시 합창 미션 만큼은 꾸준히 챙겨보게 되었다. 이는 아마도 음악이 주는 선물 - 자막에 계속 '알 수 없는 눈물'로 표현되던 그 감동이 (아무리 쇼를 보여주는 예능이라 짜고치는 고스톱에 익숙해져 있다 해도) 남격 멤버들 뿐 아니라 합창에 참여한 모두에게 진심으로 전해지는 면면을 지켜보는 게 흥미롭거니와 일요일 저녁 다음 날부터 시작될 일주일 간의 가혹한 생존경쟁을 앞두고 마음이 그윽해지는 순기능도 주는 것 같아서 였을 거다. 내게도 '죽기 전에 할 101가지'가 있다 친다면, 합창을 포함시키겠다 마음 먹은 건 아니지만 '남자'를 '치니'로 치환했을 때 소위 자격 운운한다 쳤을 때, 나도 죽기 전에 좋은 음악을 귀가 물려 터질 정도로 많이 듣고 싶기는 하다. 오늘 아침, 쌀쌀해진 날씨에 목도리를 두르고 멍 하니 눈길을 버스 창가 밖으로 두고 이 노래를 이어폰으로 듣는데, 눈물이 날 것 같았다. 합창하지 않았지만 내가 이 웅장한 오케스트라 속 코러스와 한 몸 한 마음이 된 것 같았다. 그리고 행복했다. 많이. 이런 음악을 듣고 느낄 수 있는 <치니의 자격>이 된 것이 마냥 좋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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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치 2010-09-29 09: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하늘에서 들려오는 소리 같아요. 가사를 궁금해할 틈도 없이 음악 자체에 빠져들었어요.

치니 2010-09-29 09:57   좋아요 0 | URL
그죠, 저도 가사를 상상하면서 듣는 것도, 그래서 오히려 음악 자체에 빠져드는 것도 너무 좋기는 한데, 가사를 알고 들으면 또 다른 감흥이 있을 거 같기는 해요.

다락방 2010-09-29 09: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는 음악에 대해 말하는 치니님이 참 좋아요!

치니 2010-09-29 09:58   좋아요 0 | URL
히, 음악에 대해 말하는 저는, 어떤데요? 다락방님이 좋다고 하니 나도 좋아요.

다락방 2010-09-29 10:12   좋아요 0 | URL
음악에 대해 말할때는요 치니님, 치니님이 뭐랄까, 되게 '제대로 된' 사람인 것 같아요. 제대로 된 여자사람. (표현, 기분 나쁜가요?)

치니 2010-09-29 11:28   좋아요 0 | URL
기분 나쁘긴요, '너 그렇게 살지마' 의 반댓말이잖아요. 그러니까 '너 괜찮게 사는구나' 같은 거. ^----^ 기분 좋지용. 왕창 좋지용.

라로 2010-09-29 10: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날씨도 한 몫하지 않았을까???
나도 요즘은 날씨 때문에 그런지 그냥 눈물이 나올것 같고 마냥 감사한 마음이 들거든,,
나도 치니의 이런 글이 넘 좋아~~~.>.<
죽기전에 할일 101가지까지는 생각하지 못하지만 그렇잖아도 버킷 리스트 보면서
죽기 전에 꼭 하고 싶은 일 하나 생각해 냈는데,,,하나씩 적어봐야지.
남격은 못봐서 안타깝다.ㅠㅠ
하지만 자기가 하는 말 다 느껴져~~~추천

치니 2010-09-29 11:30   좋아요 0 | URL
글게요, 언니. 나이 먹을수록 날씨에는 점점 더 민감해지는 거 같아요. 나, 스스로 소녀 취향은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날씨 이러면 아주 맥을 못 추는 듯. ^-^;;
아우 버킷리스트 명절에 해준대서 보려고 찜 했다가 놓치고 말았어요. 그날 따라 어찌나 졸린지. ㅋ 그래서 언니 리뷰도 제대로 안 읽었음, 나중에 보고나서 읽으려고요.
티비 안 보시니 남격도 안 보시는구나. 안 보고도 다 느껴진다니, 역시 감수성 만땅이셔요. :)

nada 2010-09-29 11: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히히 저는 아이슬란드 소설을 읽고 있어요. [버림받은 천사들]이라는.
소설을 읽고 느낄 수 있고, 음악을 듣고 눈물 흘릴 수 있는 사람인 게 감사하고 행복해요.
그리고 그런 행복을 아는 분들이 여기 다 모여 계셔서 그것도 행복하구요. :)

치니 2010-09-29 12:25   좋아요 0 | URL
오 방금 말씀하신 소설을 검색해보고 왔어요. 구미가 땡기는데, 일단 꽃양배추님이 어떻게 읽으셨는지 소감 좀 컨닝하고나서 읽어볼래요.
아이슬란드 사람들은 어떤 사람들이기에 이런 음악과 이런 소설을 만들어낼까, 갑자기 궁금증이 하늘을 치솟을 기세, 마치 1년 내에 여행이라도 가봐야 할 것만 같아요.
여기 다 모여계신 참에 꽃양배추님도 이렇게 댓글 달아주시니, 저는 더욱 행복하답니다. :)

2010-09-30 14:0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9-30 14:1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9-30 17:2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9-30 17:34   URL
비밀 댓글입니다.
 
옥희의 영화 - Oki`s Movie
영화
평점 :
상영종료


늙은 남자와 젊은 남자를 차례로 사귄 옥희는 (아마도) 영화과에 다니면서 두 남자와 같은 장소, 다른 시기에 일어난 일을 영화로 만들어 보여준다. 이미 이 영화를 만든 감독이 이전에 <오 수정>에서 보여준 바 있듯이 같은 장소와 다른 시간에 일어난 '객관적인 사실'은, 있기도 하고 없기도 하다. 옥희는 나름 객관적인 시선으로 자신이 주인공으로 들어가 있는 씬들을 나열한답시고 차분함을 가장하고 있지만 내게는 아무래도 수정이처럼 허영기가 다 빠지지 않은 그녀의 속마음이 보이는 것만 같다. (이런 추측은 그녀가 친구와 방에서 술을 마시며 했던 대사, "학교에 나만 좋아하는 바이러스 같은 게 도나봐, 다들 내가 좋다고 난리야. 왜 이러지?" 가 깔아놓은 밑밥에 나 혼자 걸려든 걸 수도 있고) 

홍상수의 영화를 보면서 웃지 않고 불편해 하는 대다수의 관객들이 그가 언제 어디선가 분명 내가 했을 민망하고 찌질하고 멍청한 짓을 태연하게 스크린을 통해서 비춰주기 때문에 그런다고 가정할 때, 나는 주로 웃기만 했으니 최소한의 자기반성조차 하지 않는 뻔순이일 가능성이 높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당당한 것은, 나와 같은 뻔순이 뻔돌이 덕에 이 세상에서, 더구나 이 대한민국에서, 홍상수 식 영화가 자리잡을 수 있었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 어차피 예술은 놀이를 좋아하는 인간이 만들어 낸 것이라고 가정할 때, 나는 비양심적인 인간들이 유희를 즐겨 볼 수 있는 발판을 만든 데 일조한 것이다. 

진실을 말하자면(하하하), 나는 위에 언급한 '불편해 하는' 관객들이 나보다 꽤나 양심적일 거라고 생각하지도 않는다. 그들도 내가 웃는 연기를 하듯 불편해 하는 연기를 하는 걸 수도 있고, 그냥 몇 마디 대사가 왜 뜬굼없이 그 장면에서 나오는지 이해되지 않는 것에 대한 불만 토로의 다른 얼굴이거나 다이내믹한 액숀 씬이 전무한 영화에 갑갑함을 느끼는 것에 불과할 지도 모른다.  

아무튼 이리하여 소위 '홍상수 식'이라는 하나의 쟝르에 가까운 신화(?)를 일구어낸 참에 괜히 내가 기분이 좋아져서 챙겨 본 이번 영화인데, 아뿔사, 그동안 해왔던 이야기를 반복 변주 하는 줄로만 알았더니 이 양반, 그게 아니라 기운이 쏙 빠진 것 같아서 약발이 벌써 다 된 건가, 좀 안쓰럽고 무안하다. 그렇다고 뭐 내 주제에 행간을 예리하게 파헤칠 재주가 있다는 건 아니고, 그냥 느낌을 말하는 것 뿐인데, 뭐랄까 벌써 노인네 같다. 뱃속에서 꾸룩꾸룩 올라오는, 도저히 참을 길 없는 킬킬 웃음의 코드를 연이어 내뱉던 그 재기는 어디로 갔는가. 너무 철학적이다. 철학은 감독이 직접 영화 속에서 하지 않고 감독은 그냥 이야기를 보여주면 관객이 할 수 있게 되는 게 바람직한 거 아닌가. 괜히 억하심정이 들었다.  

누군가에게 억하심정 든 원망을 돌려보자면, 이선균이다. 코맹맹이 목소리로도 모자라서 발음이 너무 샌다. 나레이션이 많은 영화이고, 옥희 역의 정유미가 무서울 정도로 나레이션을 똑 부러지게 해낸 걸 보면 이선균이 과연 제대로 기를 모아 영화를 했을까, 막 의심이 간다. 볼펜이라도 물고 연습했어야지! 홍상수 식(!!!) 영화라고 어물쩡 그런 것도 자연스럽기만 하면 된다는 건가, 말이다.  아무튼 나로서는 그의 새는 발음 때문에 귀를 쫑긋 해야 하는게 여간 불편한 게 아니었고, 이 때문에 영화에 대한 몰입도가 떨어져서 위와 같은 억하심정까지 이어진 거 같고 보고나서도 물에 물 탄 듯 맹맹한 기운만 남은 거 같은데, 이게 이선균씨에게 공정한 건진 모르겠다. 에라, 관객이라는 사람들이 언제는 뭐 공정하더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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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10-09-28 00: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태그에 백번 동감이에요.
치니님 이 영화 보고 전 생각이 좀 많네요. 아니, 모호하달까요.
그저 아무것도 아닌 건데요, 알고보면.ㅎㅎ

치니 2010-09-28 09:27   좋아요 0 | URL
흐, 처음 영화에서 보게 된 정유미씨가 <가족의 탄생>에서 '헤픈 게 나쁜 거야?'라고 봉태규에게 물어볼 때 저 표정 완전 예술이다 생각했거든요. 다행히 성형도 하지 않고(약간 했을 지 모르지만 아무튼 얼굴을 확 바꾸지 않고 ^-^;;) 꾸준히 자기 갈 길 가는 거 같아서 보기 좋아요. 앞으로도 기대 되는 배우. :)

프레이야님 요가 잘 하고 계셔요? 저도 이번 가을엔 (제 생애 처음으로) 헬스 시작해보려고 해요. 아아 두근두근. ㅎㅎ

2010-09-28 16:1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9-28 16:24   URL
비밀 댓글입니다.

라로 2010-09-28 10: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난 모르는 영활세~. 리뷰는 영화보고 읽어야지~.^^;

치니 2010-09-28 10:46   좋아요 0 | URL
아, ㅎㅎ 네 저도 그래요, 모르는 영화 리뷰는 일부러 안 읽고 나중에 보고나서 읽어요. 미리 읽으면 아무래도 영향 받더라고요.

nada 2010-09-28 11: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내 깡패 같은 애인에서도 연기 좋더라구요.
물론 그 영화에선 박중훈에게 더 감탄했지만요.
전 홍상수 영화가 대체로 별로인데, 잡다구리한 사람들이 많이 나와서 더 싫어요.ㅋ
하하하에 나오는 그 시인 캐릭터 있죠?
그런 캐릭터 딱 싫어요.
암턴 이번 영화는 세 사람만 나오는 거 같아서, 좀 땡겼어요.
근데 서울까지 가서 보게 될라나 어쩔라나 모르겠네요.

치니 2010-09-28 11:51   좋아요 0 | URL
내 깡패 같은 애인, 그건 아직 못 봤네요, 그러고보니. 여기저기서 괜찮다는 이야기는 들었는데. ㅎ 디비디로 봐야겠당.

하하하의 시인 캐릭터라면 김강우 말씀하시는 거? ㅋㅋ 맞아요, 홍감독은 딱 싫은 캐릭터 하나는 진짜 잘 만들어내심.
아, 그곳에선 이 영화 상영 안해주는군요. 후움, 이래저래 이제는 상업영화나 다름없이 잘 팔려 라고 생각한 건 나만의 착각이었어요. ㅎ

2010-09-28 16:1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9-28 16:20   URL
비밀 댓글입니다.

쎈연필 2010-09-28 16: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첩첩산중이라고 홍상수의 단편영화가 있더라구요. 옥희의 영화에 나오는 인물들로, 별책부록처럼 영화를 만들었는데, 옥희의영화 4편보다 저는 그쪽이 훨씬 재밌더라구요.

치니 2010-09-28 17:01   좋아요 0 | URL
아 ~ 그래서 씨네21 문성근씨 인터뷰에 자꾸만 첩첩산중 이야기가 나왔군요. 어쩐지. ㅎㅎ 제랄님이 이렇게 말씀하시니 기회가 되면 볼래요.
근데 제랄님, 오랜만이십니다? 반갑.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