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대중문화 분야 주목할만한 신간 도서를 보내주세요.
제목 한 번 거창하게 써봤습니다. 막상 신간평가단이 되고나니 막중한 책임감을 누를 길이 없어진다는 생각에 '외치다' 로 과장하고 있는 중이에요. 그래서 딴에는 눈에 불을 켜고 예술/대중문화 신간 중에 9월에 나온 책들을 살펴 보았는데요, 하아 - 생각보다 쉽지 않군요.
솔직히, 이 책이 표지로 보나 제목으로 보나 19금 딱지로 보나 눈에 가장 먼저 들어옵니다. 온라인 상으로 보는 게 아니라 어딘가 오프 자리에서 신간을 죽 갖다 놓았다면 저 뿐 아니라 많은 분들이 이 책을 펼쳐보았다,에 1000원 겁니다.
장미인애는 오래 전 제가 좋아했던 시트콤 <소울 메이트>(? 제목이 맞는가 확실치 않네요, 킁, 좋아했다면서도 이렇습니다, 제가)에 나왔을 때 눈 여겨 본 분이에요. 이후에 나왔던 선덕여왕의 포스를 시트콤에서 뿜었던, 보기 드문 여걸에 섹시하면서도 진정성을 갖춘 인물로 '저런 친구 하나 내 주변에 있었으믄 좋겠다' 라는 소박한 바람을 품게 해주신 분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아쉽게도 이후에는 이천수 선수와의 염문설 이외, 연기자로서는 그다지 발전하지 못했어요. 저로서는 어디서 무엇을 할까, 약간은 궁금한 연예인 리스트에 올라갈 분이기에 이 책이 확 눈에 들어왔습니다. (네, 아무렴요, 이성애적인 시각에서 볼 때, 여성인 제가 굳이 여성의 나체만을 염두에 두고 있는 건 아니겠지요)
또 하나, 누드화보집이라는 걸 전 생애에 걸쳐 단 한 번도 보지 못했다는 자괴감이 몰려 오기도 했습니다. 이런 책을 봄으로써, 전혀 다른 행성에서 산다고 회자되는 남성이라는 존재의 심리를 엿볼 수도 있지 않나, 뭐 그런 생각이 들기도 한다구요. 여기에, 장미인애씨의 화려한 몸매와 제 초라한 몸매 비교를 처절하게 하고나서 10월에 다니기로 한 헬스장에 조금쯤 더 성의를 보탤 수도 있겠다는 영악한 계산도 있고요. 이래저래 탐이 나지만 '추천'이라고 도장 꽝! 하기에는 무리수. 저도 무한도전 길이처럼 될까봐 무리수는 안 마시기로 했으니,
자, 이제 진짜로 주목할 만한 신간을 골라야 할텐데, 이거 참 난감합니다. 고르다 보면 벌써 7월, 혹은 5월까지 밀리고 있군요. 예술 분야는 신간이 별로 안 나온다는 사실을 새삼스레 체감하고. 다시 9월 분을 들여다보니 제가 무슨 슈퍼스타 K 오디션 장의 심사위원도 아닌데 왜 이렇게 까탈을 부리게 되는지요.
각설하고, 음, 그래서 굳이 골라낸 책은 이 책 한 권 뿐이라는 말씀을 (죄송함을 담아) 드리고자 하는 겝니다.
제 서재에 오시는 분들은 (아주 가끔이나마 제가 사진이랍시고 올렸던 걸 보고 이미) 짐작하시겠지만, 저는 사진에 완전 문외한일 뿐더러, 사진예술에는 더더욱 문외한이고 왜 전국민이 디카를 들고 다니매 사진작가 행세를 하는지 모르겠다며 툴툴대는 인간입니다.
그러니 나름 유명하시다는 이 작가분의 사진도 당연히 모릅니다.
그래도 이 작가에게 우선 호감을 갖는 이유는, 얼핏 너무나 단순해서 주목을 끌지 못할 것 같은, 완전히 은유를 배제한 제목 때문이에요.
사진을 잘 찍는 법, 이라니. 요즘은 이렇게 제목을 달면 성의 없다고 할 지도 모르겠어요. 그런데 저는 이 수수한 제목이 좋습디다. 책 내용은 사진 잘 찍는 법, 혹은 셀카 잘 나오는 법이면서 제목은 마치 대가의 영혼과 사진을 연계하는 식이라면 곤란하지 않겠어요. 요즘 그런 수법이 너무 많아선지, 이런 정공법이 마음에 들었어요. 딱 제목만큼만 기대하면 되는 거니까요. 혹시 압니까, 삐뚤이 치니도 이 책을 읽고나서, 다른 건 몰라도 내가 사랑하는 사람을 찍을 때, 내가 놓치고 싶지 않은 풍경을 찍을 때, 제법 오래 간직할 만한 예술작품을 건지게 될 지.
그리고 말이 나왔으니 말인데, 뭐든지 전혀 모르는 걸 새롭게 배운다는 건 재미있는 일이잖아요. 이 책에서 적어도 그런 배움의 즐거움만 준다면, 만족할 것 같아서 함 읽어보고 싶어집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