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세간의 관심이 매우 높았던 <남자의 자격> 합창 미션이 끝났다. 평소 꼬박꼬박 이 프로그램을 보는 편이 아니었는데도 나 역시 합창 미션 만큼은 꾸준히 챙겨보게 되었다. 이는 아마도 음악이 주는 선물 - 자막에 계속 '알 수 없는 눈물'로 표현되던 그 감동이 (아무리 쇼를 보여주는 예능이라 짜고치는 고스톱에 익숙해져 있다 해도) 남격 멤버들 뿐 아니라 합창에 참여한 모두에게 진심으로 전해지는 면면을 지켜보는 게 흥미롭거니와 일요일 저녁 다음 날부터 시작될 일주일 간의 가혹한 생존경쟁을 앞두고 마음이 그윽해지는 순기능도 주는 것 같아서 였을 거다. 내게도 '죽기 전에 할 101가지'가 있다 친다면, 합창을 포함시키겠다 마음 먹은 건 아니지만 '남자'를 '치니'로 치환했을 때 소위 자격 운운한다 쳤을 때, 나도 죽기 전에 좋은 음악을 귀가 물려 터질 정도로 많이 듣고 싶기는 하다. 오늘 아침, 쌀쌀해진 날씨에 목도리를 두르고 멍 하니 눈길을 버스 창가 밖으로 두고 이 노래를 이어폰으로 듣는데, 눈물이 날 것 같았다. 합창하지 않았지만 내가 이 웅장한 오케스트라 속 코러스와 한 몸 한 마음이 된 것 같았다. 그리고 행복했다. 많이. 이런 음악을 듣고 느낄 수 있는 <치니의 자격>이 된 것이 마냥 좋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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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치 2010-09-29 09: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하늘에서 들려오는 소리 같아요. 가사를 궁금해할 틈도 없이 음악 자체에 빠져들었어요.

치니 2010-09-29 09:57   좋아요 0 | URL
그죠, 저도 가사를 상상하면서 듣는 것도, 그래서 오히려 음악 자체에 빠져드는 것도 너무 좋기는 한데, 가사를 알고 들으면 또 다른 감흥이 있을 거 같기는 해요.

다락방 2010-09-29 09: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는 음악에 대해 말하는 치니님이 참 좋아요!

치니 2010-09-29 09:58   좋아요 0 | URL
히, 음악에 대해 말하는 저는, 어떤데요? 다락방님이 좋다고 하니 나도 좋아요.

다락방 2010-09-29 10:12   좋아요 0 | URL
음악에 대해 말할때는요 치니님, 치니님이 뭐랄까, 되게 '제대로 된' 사람인 것 같아요. 제대로 된 여자사람. (표현, 기분 나쁜가요?)

치니 2010-09-29 11:28   좋아요 0 | URL
기분 나쁘긴요, '너 그렇게 살지마' 의 반댓말이잖아요. 그러니까 '너 괜찮게 사는구나' 같은 거. ^----^ 기분 좋지용. 왕창 좋지용.

라로 2010-09-29 10: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날씨도 한 몫하지 않았을까???
나도 요즘은 날씨 때문에 그런지 그냥 눈물이 나올것 같고 마냥 감사한 마음이 들거든,,
나도 치니의 이런 글이 넘 좋아~~~.>.<
죽기전에 할일 101가지까지는 생각하지 못하지만 그렇잖아도 버킷 리스트 보면서
죽기 전에 꼭 하고 싶은 일 하나 생각해 냈는데,,,하나씩 적어봐야지.
남격은 못봐서 안타깝다.ㅠㅠ
하지만 자기가 하는 말 다 느껴져~~~추천

치니 2010-09-29 11:30   좋아요 0 | URL
글게요, 언니. 나이 먹을수록 날씨에는 점점 더 민감해지는 거 같아요. 나, 스스로 소녀 취향은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날씨 이러면 아주 맥을 못 추는 듯. ^-^;;
아우 버킷리스트 명절에 해준대서 보려고 찜 했다가 놓치고 말았어요. 그날 따라 어찌나 졸린지. ㅋ 그래서 언니 리뷰도 제대로 안 읽었음, 나중에 보고나서 읽으려고요.
티비 안 보시니 남격도 안 보시는구나. 안 보고도 다 느껴진다니, 역시 감수성 만땅이셔요. :)

nada 2010-09-29 11: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히히 저는 아이슬란드 소설을 읽고 있어요. [버림받은 천사들]이라는.
소설을 읽고 느낄 수 있고, 음악을 듣고 눈물 흘릴 수 있는 사람인 게 감사하고 행복해요.
그리고 그런 행복을 아는 분들이 여기 다 모여 계셔서 그것도 행복하구요. :)

치니 2010-09-29 12:25   좋아요 0 | URL
오 방금 말씀하신 소설을 검색해보고 왔어요. 구미가 땡기는데, 일단 꽃양배추님이 어떻게 읽으셨는지 소감 좀 컨닝하고나서 읽어볼래요.
아이슬란드 사람들은 어떤 사람들이기에 이런 음악과 이런 소설을 만들어낼까, 갑자기 궁금증이 하늘을 치솟을 기세, 마치 1년 내에 여행이라도 가봐야 할 것만 같아요.
여기 다 모여계신 참에 꽃양배추님도 이렇게 댓글 달아주시니, 저는 더욱 행복하답니다. :)

2010-09-30 14:0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9-30 14:1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9-30 17:2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9-30 17:34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