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대중문화 분야 주목할만한 신간 도서를 보내주세요.

12월이 왔다. 가슴이 떨린다. 

왜냐하면 나는 12월에 여행을 할 것이기 때문이다. 춥고 웅크리기 좋은 달이지만 용기를 내어 더 추운 북에서 날아오는 모진 바람을 달게 맞으러 스코틀랜드, 에딘버러라는 땅에 발을 디딜 것이다. 

  

그곳에서 나는, 추위와 (그리움이라는) 허기를 달래줄 아이를 만날 것이다. 

 

애틋하게 살을 부비고, 손을 맞잡고, 눈을 맞추고, 굶주린 수다를 한껏 풀어내면서, 짧은 시간이지만 온 힘을 다해 그 시간을 만끽하기 위해 풍선처럼 희망을 부풀리고 있다. 

여행에 가져갈 책인지는 모르겠지만, 이번에도 예술/대중문화의 책을 골라본다. 사실 어떤 책이라도 좋으리, 끝이 없을 것 같은 비행기 안의 시간 속에서는 책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위안이 될 테니. 

 

마크 슈미트라는 사람이 뭐라 말했을 지는 아직 모르겠지만, 대중문화에는 분명 이상한 점이 있다. 그 옛날 군부독재 시절에 3S 중 하나가 Screen 이었고 이는 영화 뿐 아니라 노래와 미디어 매체 전부를 포함한 것이었으니, 이것만 해도 우리가 무의식 중에 향유하는 대중적인 문화들에는 분명히 수상한 낌새가 있다는 반증이 된다.  

표지에 나온 스머프는 오래 전부터 음모론의 주인공이었지, 아마. 좀 야한 얘기도 있었던 것 같고.  

아무튼 신간 중에 가장 흥미로운 눈길을 끄는 책. 

 

시오노 나나미라는 인물은, 나만 모르지 다른 사람들은 다 아는 유명인사인가보다. 그런데다가 이 책은 그 유명인사가 아들과 나누는 대화 같은 내용으로 구성된 모양.  

부모 자식 간에 같은 취향으로 일치감을 느끼는 것만큼 좋은 건 이 세상에 별로 없다. 남과 그런 일치감, 동질감을 느끼는 것보다 기쁨이 훨씬 더 크다는 것을, 나는 경험으로 안다. 기쁨 뿐이랴, 물리적인 피와 살 외에도 시대를 초월해서 유전으로 이어지는 어떤 感이 작용한다는데서, 묘한 짜릿함까지 선사한다. 

'광적일 정도'인지는 모르겠지만 음악을 너무나 사랑하는 내가 12월에 만나러 가는 아이와 좋아하는 음악을 공유할 때 느끼는 모든 감정이 이 책에서 영화를 통해 잘 표현되어 있다면, 읽는 재미도 배가될 것이 분명하니 고르지 않을 수 없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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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바이 2010-12-03 13: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오오~~~ 저런 아이를 만날 수만 있다면, 북극이라도, 쇄빙선을 타고 얼음을 가르겠습니다!!! 지은 죄가 많으면, 은혜도 깊다는데, 사랑스러운 곱슬머리를 하고 기타를 연주하는, 심지어 손가락이 긴 아이를 얻으려면 또 얼마나 죄를 지어야 하는지 가늠이 안되옵니다 ㅜ.ㅜ

장거리 비행용으로 안성맞춤인 책은 제 경우에는 없었던 것 같고, 공항에서 극적인 조우를 앞두고 뭔가 뽀샤시한 느낌을 주는 물건을 알고 있습니다. 아이를 만나러가는 엄마에게 뽀샤시를 말하는 것이 좀 그렇긴 하지만, 뭐 눈부셔서 손해볼 일이 있겠습니까? ㅋㅋㅋ
궁금하십니까? 궁금하시면 알려드리지요ㅋㅋ

추신 : 그렇지만, 영국으로 떠나시는 여행이라고 하시니, 알베르토 망구엘의 <독서일기>와 손택수 시인의 <목련전차> 추천합니다. 전자는 돌아오셔서 여행+독서일기 쓰시기에 도움이 될 것 같고, 후자는 추위에 떠는 마음을 계속 진동모드로 유지할 수 있게 해주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서 입니다. 참고로 두 권 모두 가볍습니다^^

치니 2010-12-03 17:49   좋아요 0 | URL
+_+ 굿바이님, 아이를 만나러가는 엄마라 해도 당연히 뽀샤시는 대환영, 알려주세요 ~~~~! (그동안 왜이렇게 늙었어, 아니면 못생겨졌네 소리 들을까봐 떨린다규요 ㅋ)

오, 권해주신 두 권의 책 모두 읽지 않은 책들이네요. (이런, 대체 뭘 읽고 살았드란 말이냐) 감사합니다 읽어볼게요. :)

다락방 2010-12-03 13: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치니님!

그곳에서 나는, 추위와 (그리움이라는) 허기를 달래줄 아이를 만날 것이다.

이 문장이 치니님의 페이퍼를 무척이나 애틋하게 만들어줬어요. 이문장 때문에 추천이에요, 추천.

치니 2010-12-03 17:50   좋아요 0 | URL
히, 다락방님, 고마워요.
벌써 이래가지고 (보고 온 뒤) 다음 여름방학 때까지는 또 어트케 견디나, 그런 걱정이나 벌써 하고 앉았어요,나.

레와 2010-12-03 13: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좋다! 홍홍..

:)

치니 2010-12-03 17:51   좋아요 0 | URL
^-^;; 부끄러워요, 레와님.

니나 2010-12-03 14: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잇힝~ 좋아요. 좋아~ 이거 읽으면서 집에서 혼자 말강말강 녹았어요 :)
그러니까 12월에 우린 같은 영국 하늘 아래.. (옭아매기 ㅋㅋ)

치니 2010-12-03 17:52   좋아요 0 | URL
같은 하늘 아래 ~ 살고 있어서 ~ 그것만으로도 ~ 나는 ~ 좋아 ~ (조하문의 이 노래, 아시쥬? ㅋㅋ)
준비 다 마쳤어요? 니나님이야말로 증말 두둥 ~이구나. 도착하자마자 알라딘 써요!

2010-12-03 14:3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12-03 17:55   URL
비밀 댓글입니다.

hnine 2010-12-03 15: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에딘버러 가시는군요! 저기 저 미소년과 함께요.
12월이라고 특별히 더 추울 것 같지 않아요. 다만 일찍 해가 지는 것이 저는 더 신기했었어요.
잘 다녀오세요. 아티스트 소년의 마음에 어떤 울림을 줄까, 저도 두근두근 기대됩니다.

치니 2010-12-03 17:57   좋아요 0 | URL
hnine님, ^-^;; 네, 우선 혼자 가고 미소년(크흑, 미소년은 아무래도 아닌 듯;;;)은 거기 가서 만나려고요. 아이가 에든버러에 살고 있거든요. 즉, 갸를 만나러 가는 여행이에요.
그다지 춥지 않을까요? 내복이랑 수면양말, 수면바지 잔뜩 싸갈려고 했는데 안 그래도 되려나요 ^-^;;

hnine 2010-12-03 18: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저 미소년이 지금 혼자 에딘버러에 있어요? 그럼 지금 저 미소년을 만나러 가는 길이 얼마나 설레이실까요? 더 추울 것 같지 않다고 말씀드린 것은 저긴 언제나 추운 느낌이어서 그랬어요 적어도 제게는요. 아, 멋지다, 멋지다!!

치니 2010-12-04 11:41   좋아요 0 | URL
네, 설레이고 약간은 조바심도 나요. 지난 달까진 참으로 시간이 안 가더니 12월 땡 되니까 그래도 시간이 잘 가는 느낌이긴 해도. ㅎㅎ 빨리 날아가고 싶어요!

아흑, 맞아요, 언제나 추운 느낌. 그래서 그 추위를 우리의 웃음으로 녹여야;; 헤 -

웽스북스 2010-12-04 01: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치니님. 애딘버러는 정말 아름답네요. 저 길 한가운데, 배를 띄우고 싶은 마음이에요. :)
왠지 담당자분도 용서해주실 것 같은 페이퍼에요~

치니 2010-12-04 11:42   좋아요 0 | URL
저 길에 배를? 오 역시 독창적인 웬디양님입니다. :) 가까운 곳에 바다가 있다고 하기에, 너무 살 떨리게 춥지 않으면 가볼 예정. 거기서 배도 보려나. ㅎ

그쳐 ~ 담당자님 용서해주시겠져 ~ 헤헤.

토니 2010-12-06 14: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린군이 한국에 있는 줄 알았는데... 전 왜 늘 정보를 잘못 수집하는 걸까요? (완전 좌절이에요..) 가시기 전에 필요한 물건 생각나면 메일 주세요. 참, 갔다 언제 오세요? 저 내려 가기 전에는 오시는 거죠? 그전에는 뵈어야 하는데... 그쵸?

치니 2010-12-06 19:21   좋아요 0 | URL
아, 좌절하지 마세요. ㅎㅎ 제가 말씀드리지 않았으니 당연히 그렇게 생각하시는 건데. 아직 간 지 얼마 안 되었어요.
주머니 사정이 가벼워 그닥 오래 있지도 못해요. ^-^; 금방 올 거에요.

라로 2010-12-10 15: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머어머어머 그랬구나~~~~~~~~ㅎㅎㅎㅎ
그럼 그렇지,,,ㅎㅎㅎ(이러구 혼자 고개 끄덕이며 활짝 웃으며 별짓 다 하고 있다는,,ㅎㅎㅎ)
언제가?????나 대신 하린군 한 번 쎄개 그러칼랭 해줘~~~~~.(그로칼랭을 그렇게 사용해도 되는거야???문법적으로??ㅎㅎㅎ)

참 책 주문 해서 내일 받을텐데 전번이 010---으로 시작하는 거 맞지???

2010-12-10 16:0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12-13 10:2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12-13 11:30   URL
비밀 댓글입니다.
 
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
장하준 지음, 김희정.안세민 옮김 / 부키 / 2010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그래도 자본주의가 그나마 (고쳐쓰면) 낫다는 말은 동의하기 어렵지만, 대체로 인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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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니 2010-12-03 11: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한수철님, 웬디양님,

두 분께 충격적이고도 슬픈 소식을 알리겠습니다.
우선 저는, 한수철님이 마이클 조던을 23이라는 숫자를 보고 떠올렸다는 사실과
웬디양님이 내일은 수영을 하시라는 말을 그런 의미로 했다는 사실은
전혀 몰랐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이제라도 한수철님 댓글 덕분에 그런 구체적인 사실들이 낱낱이 밝혀지고, 우둔한 저도 조금이나마 센스있는 유머에 대한 공부를 하게 되었으니, 웬디양님은 이 점 한수철님에게 고맙다 해야 할 것입니다.
그러나 웬디양님의 의견인, 그래도 오십보 백보를 가려물어야 하는 것에는 저도 동의하는 바, 웬디양님에게 백보를 드리겠습니다.

덕분에, 참으로 즐거운 아침입니다들. :)

웽스북스 2010-12-03 12:26   좋아요 0 | URL
치니님. 그저 사랑한다는 말 밖에는 드릴 것이 없습니다. ㅜㅜ

충격적인 고백 속에서도 내눈엔 '웬디양님에게 백보'만 보여요 ㅋㅋㅋ
 
엘 시크레토 : 비밀의 눈동자 - The Secret in Their Eyes
영화
평점 :
상영종료


* 음악을 꼭 올리고 싶었는데 어찌 된 셈인지 html 입력이 안 되네요. 히융. 그래도 들어보고 싶은 분은 여기 클릭. 

장면 1. 

월요일 오후, 3시30분, 사람 없는 극장에서 큰 스크린을 마주할 호사를 누리려고 예매한 시각. 뭉기적거리며 깜박 졸기도 하다가 조금은 급하게 집을 나섰다. 없는 시간에 커피는 또 어찌나 마시고 싶은지 시계를 자주 들여다보며 종종걸음 쳐서 커피 한 잔을 사들고 씨네큐브로 걸어가는데, 척 봐도 '도를 아십니까' 포즈인 청년이 나를 가로막고 '직장인인지 학생인지'를 묻는다. '이봐요, 나는 직장인도 학생도 아니지만 지금 안 보면 크게 후회할 것 같다는 영화를 보러 간단 말이요, 그러니 매우 바쁩니다!' 라고 하지는 않고 맨 뒷 말 '매우 바쁩니다'를 외치고 잰 걸음을 다시 옮겼다.  

(커피를 마셔두기는 참 잘했다, 영화 속에서 어찌나 커피 한 잔 하자는 대사가 자주 나오는지. :) 

장면 2. 

나는 어떤 영화든 우선 음악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집중하기 힘들다. 이 영화의 시작 음악은 내 가슴을 이상하게 뛰게 만든다. 바깥까지 들릴 정도로 쿵 - 쿵 - 왜 이럴까. 아주 유니크한 음악 사용이 아닌데도, 사연을 잔뜩 담았지만 숨 죽여 겨우 몇 마디 말 밖에 못 내놓는 사람 같은 음악이기 때문인 것 같다.  

(음악 때문에 뛰기 시작한 가슴은 끝나는 순간까지 평소보다 높은 떨림을 그대로 유지했다. 하아 - 오랜만이다, 이렇게 오래 뛰는 가슴)

장면 3. 

영화를 보는 중간에, 왜 사람들이 이 영화에 대해서 이러쿵 저러쿵 말을 하기가 힘들다고 한 건지 알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나의 이야기를 하려고 하면 다른 이야기를 빼놓는 것이 마음에 잔뜩 걸려서 그 이야기를 할 수 없게 만드는 이야기다. 그렇다고 그 모든 것을 한꺼번에 쏟아버리자니 각각의 이야기가 지닌 아름다움을 약간 훼손하는 느낌도 든다.  

장면 4. 

중간에 그런 생각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나는 쓴다. 나는 주인공 남자보다 그의 친구 산도발이 좋다고 쓰고, 이런 영화는 충분히 대중적으로도 성공할 수 있는데 왜 홍보를 그 정도로 밖에 못했을까 라고 쓰고, 열정이라는 것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할 기회를 가졌다고 쓰고, 사랑...그래, 세상에 널리고 널린 사랑에 대해 또 쓴다. 

장면 5. 

하루가 지났다. 나는 (여전히) 두렵다. 사랑이 두렵고, 사랑만으로는 살아낼 수 없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훨씬 많은 세상이 두렵다. 그래도 용기를 내기로 했다. 두려움에 단 한 글자 A를 표기하는 것만큼 간단하지만 실천하기가 그렇게도 어려운 용기를, 끊임없이 내면서 살아보리라 다짐했다. 그래야 내가 '고를 수 있는' 기억이 차곡차곡 쌓일테고, 그래야 이 어지럽고 미친 세상에서 버틸 수 있을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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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10-11-30 14: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5번에 대해서는 두려움과 사랑이 A 자 하나 차이라는 걸, 영화를 본 사람들만이 알 수 있다는 생각을, 이 글을 읽으면서 막 하게 되요. 그래서 제가 하고 싶은말은, 저는, 이 영화를 봐서,

뿌듯하다는 겁니다, 치니님.

좋다고 말한 영화를 정말로 좋게 봐줘서 고마워요.(어쩐지 감독모드, 어쩐지 배우모드)

치니 2010-11-30 14:41   좋아요 0 | URL
다락방님은 참 대단해요, 다락방님이 좋다고 하면 안 보고 못 베기는 심정을 만들고야 마니. :)

네, 5번은 스포일러일 수도 아닐 수도, 보지 않은 분들도 어렴풋이 이해하시겠지만 봐야만 그 맛이 훅 ~ ㅎㅎ

아웅, 저는 막 스페인어 배우고 싶어져서 큰일이에요. 공부도 디게 싫어하는 주제에 이거 참 난감.

굿바이 2010-11-30 16: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악 참 좋았죠?^^
그나저나 영화를 함께 봤던 H군에게 그대의 열정은 무엇이냐고 물었더니...평화라고 하더라구요. 미친 세상을 버티는 한국형 산도발과 함께 있는 기분이었답니다 ㅎㅎㅎ

치니 2010-11-30 16:24   좋아요 0 | URL
네! 오랜만에 귀를 기울일 수 있는 음악이었어요. 요즘은 이상하게 음악도, 대충 흘려듣게 되어서.
열정이 평화인 분, 한국형 산도발인 분과 함께 보셨다니, 우와 ~ 감동을 나누기에 가장 적절한 파트너였네요.
산도발, 아흑, (대담하게 스포일러) 전화 받을 때마다 다른 장소로 말할 때 어찌나 귀엽던지요!

레와 2010-11-30 17: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치니님까지 별다섯의 리뷰를..!!!
디비디 쬐끔한 화면말고 저도 극장의 커다란 스크린으로 이 영화를 보고싶어요.
지금 못 견디게 보고싶네요. 이 영화. (어쩔..;)


치니 2010-11-30 19:46   좋아요 0 | URL
아, 설마 레와님 계신 곳은 상영 안하는 거? 흑, 그렇담 정말 어쩔;;

Kir 2010-11-30 19: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예매일을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기다리고 있어요.
커져가는 기대치만큼이나 후폭풍이 두려워지는군요^^;
이 음악처럼 참 좋지만, 먹먹함에 어떤 말도 선뜻 꺼낼 수 없는 영화일 것 같아요...

치니 2010-11-30 19:48   좋아요 0 | URL
기대가 너무 크면 실망도 큰 법이라지만, 뭐랄까, 영화의 완성도나 스토리 전개가 남녀노소 취향을 거의 다 어우르는 면이 있어서, 그런 걱정은 안 드는 영화 같아요.
하지만 후폭풍은, ^-^;; 개인 차가 클 것으로 사료됩니당.

웽스북스 2010-11-30 21: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치니님 저도 음악이 참 좋았어요 :) 디지털 싱글도 있던데.
http://music.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2392437000
생각난 김에 들어야겠다. 흐흣.

덕분에 오늘밤이 풍성할 예정.

저도 음악 거슬리면 영화보기 힘들어하는데, 못미쳐도 그렇고, 또 앞서가도 그런 것 같아요. 음악이 이렇게 좋은데, 앞서가지 않다니, 아, 영화가 정말 좋았던 거에요. 헤헷. 스포일하지 않은 저를 칭찬해주시죠 ㅋㅋ

그리고, 저도, 치니님과 같은 생각. 뭐 하나 말하면 다른 뭐가 아쉬워지는 그런 거요. A빠진 타자기 얘기도 하고 싶었는데, 치니님이 해주셨고, 역시 40자평보다는 리뷰를 썼어야했나봐요. 암튼,

치니님도 잘 봤다니 신나요!!

치니 2010-12-01 11:41   좋아요 0 | URL
오, 알라딘 뮤직 샵 은근 다양하군요.

음악은 영화에 너무너무너무 중요하다는 사실을 간과하는 감독님은 미워요. 뭐 제 느낌이 다 맞을 리 만무하겠지만, 그런 느낌이 들어버리면 그 영화까지 대충 보게 되더라고요. ^-^;

스포일 하지 않은 웬디님, 완전 고마워요!! 히히, 전 원래 무정보 상태로 보는 걸 좋아해서 글키도 하고 이 영화는 다락방님이랑 두 분이 막 좋다고 하시니 더더욱 두 분이 왜 좋았는지 안 듣고 봐야 온전히 내 감상대로 볼 거 같았거든요.

40자평 썼다고 리뷰 못 쓰라는 법 없습니다. 또 쓰면 되쥬 ~ ㅎㅎ

프레이야 2010-11-30 22: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영화 꼭 보고 싶어요.
아직 이곳에는 개봉하지 않네요.
치니님이 별 다섯을 준 영화라니!! 더더^^

치니 2010-12-01 11:41   좋아요 0 | URL
아, 아무래도 이 영화가 서울만 먼저 개봉한 모양이네요 저 위에 레와님네도 그렇구.
프레이야님이 보시면 또 얼마나 멋진 리뷰를 써주실 지 벌써 기대되네요. 흐 -

토니 2010-12-01 22: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늘 좋은 리뷰 올려주셔서 저도 작으나마 감사의 표시로 이 영화를 추천하려고 했는데, 아 이런... 살찐 토니는 점점 굼뱅이가 되어가고 있나 봐요. 이거 하나 딱딱 못맞추니... 옛날엔 미국 영화가 전부인줄 알았는데 참 보석같은 유럽영화가 많더라고요.

치니 2010-12-02 11:04   좋아요 0 | URL
아, 토니님도 보셨구나. :)
근데 이 영화, 아르헨티나 영화로 알고 있는데 유럽영화였어요? 안 그래도 배경은 아르헨티나인데 만든 건 스페인인가 어쩐가 좀 궁금.

토니 2010-12-02 12: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르헨티나 맞아요. 제가 최근 유럽영화를 많이 보고 있거든요. 혹시 "블라인드"라는 네델란드 영화 안보셨다면 추천하고 싶어요. 좋아하실 것 같다는 생각이 드네요 ^^

치니 2010-12-02 14:37   좋아요 0 | URL
블라인드는 처음 들어보는 영화네요. 오케이, 접수 ~ ^-^

Forgettable. 2011-01-06 14: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이거 어제 봤어요. 스포일러 싫어해서 리뷰는 지금 읽고. 여튼 태그가 그렇게 맘에 남았었는지 계속해서 좋아하는 친구에게 보자고 보자고 막 그래서 같이 봤어요. 설득하면서 리뷰가 좋은게 많았었다고 했는데 ㅋㅋ 읽지도 않고선 좋다고 ㅋㅋ

내말이 딱 치니님 리뷰네요. 정말. 영화 보고 나서 마음속에 고여 있던 말이 다른 사람 리뷰로 이렇게 나오니까 신기해요.

치니 2011-01-06 19:27   좋아요 0 | URL
네, 저도 스포일러 조금이라도 보는 거 딱 질색이라, 보겠다 맘 먹은 영화는 아무리 좋아하는 리뷰어가 썼더라도 미루고 안 읽어요. ㅎㅎ
어어, 포게터블님도 비슷하게 생각하셨어요? 그렇담 저도 신기해요!
 
뼛속까지 자유롭고 치맛속까지 정치적인 - 프랑스 남자와 결혼하지 않고 살아가기
목수정 글, 희완 트호뫼흐 사진 / 레디앙 / 200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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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때 내가 걷는 모습을 보면, 친구들이나 선생님들이 '넌 왜 그렇게 매가리가 하나도 없냐' 그랬다. 마치 뼈가 없는 것처럼 흐물흐물, 건성으로 걷는 것 같다고도 했다. 또 내가 말하는 걸 보면, 친구들이나 지인들은 가끔 'ㅇㅇ는 참 편해서 좋겠네' 그런다. 그냥 이래도 흥, 저래도 흥, 그래 보이는 모양이다. 보이는 그대로가 나의 내면을 나타내는 유일한 단서라고 할 수는 없지만 특정 관심사안이 아닌 한 어떤 주장이나 이념에는 주로 멀찍이 거리를 두는 편인 성향이 있기에 그런 태도가 몸에 베었을 지도 모른다. 아무튼 나는, 즉물적이고 감각적이기만 하다는 욕을 먹더라도 어떤 식으로든 대의명분에 따라 행동하기보다는 내 온 마음과 몸으로 이해되는 것만 소위 '주장'으로 인정하고 싶었다고 해두자.

그래서일까, 목수정의 이 책 제목은 누군가는 참 눈에 띠게 잘 뽑았다 할 지 모르지만 내게는 너무나도 거북스러웠다. 그래서 보자마자 재미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던 책인데도 오랫동안 선뜻 집어들게 되지 않았다. 

아무튼 결국 읽게 되었는데, 으아 - 역시나 너무 뼛속까지 자유 자유, 한다. 너무 치맛속까지 여성주의 여성주의 한다. 그렇다고 저자의 주장에 동의하지 않는다는 건 아니다만, 오히려 거의 공감이 된다만, 책 전체를 아우르는 숨가쁨과 뭔가 틀에 박힌 듯한 느낌은 사라지지 않는다. 파리에 처음 도착해서 모처럼 전화고 인연이고 모두 내려놓고 혼자가 되어 느꼈다는 그 자유로운 심경은 단순한 일탈의 감성으로 끝난 걸까. 연대를 맺었다는 희완과의 사랑 혹은 정신적 공감에서 비롯하여 논문을 쓰고 정당에 들어가 원하는 정책을 개발하는 과정에서도, 책의 곳곳에서 문장들은 '평가하고' '진단하고' '분석하며' '더 나은 무엇을 위해 전진'한다. 나는 그런 일련의 열정적 움직임에 와-와- 멋져요, 대단해요, 하면서 따르고 싶어지는 게 아니라 아유 세상 너무 힘들게 사는구나, 자꾸 그런 생각이 들어버렸다. 다 그럴 수야 없지만 세상사의 일정 부분은, 그냥 좀 무연히 흐르게 놔둬도 되지 않을까, 이런 약간은 무기력한 생각을 해버렸다.

왤까 생각하다가.... 

자유를 갈구하는 몸짓이 클수록, 진짜 자유는 없는 사람이라고 했던가, 비슷한 말이 생각났다. 너무 자잘한 것까지 세세히 보여주는 개인사가 바탕이 된 이런 책이 아니라 뭔가 더 선이 굵고 객관적인 시각을 바탕으로 한 저자의 책이 나온다면, 이런 내 생각이 달라질 수도 있다는 믿음은 간다만, 아직은 러닝머신에서 땀이 뻘뻘 나는데도 자꾸 더 속도를 올리는 사람을 보는 불안감이 가시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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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바이 2010-11-25 21: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얼마 전, 목수정을 어떻게 생각하냐고 어떤 예쁜 아가씨가 물었어요. 그래서...나는 좀 그래,라고 대답했는데, 그때 말한 그래,가 치니님의 그래,와 많이 겹쳐요. 뭘 제대로 한 적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끝없이 지치기만 해서 그런지, 저보다 잘 버티는 사람들에 대한 열등감인지, 음...열등감이겠네요^^

치니 2010-11-25 21:40   좋아요 0 | URL
쓰고나서 참 멋적은, 리뷰라고 할 수도 없는 글인데 이렇게 댓글 달아주셔서 감사합니다. ^-^;; 책 한 권을 읽고 그 사람을 다 아는 척 하는 건 말도 안돼죠. 그냥 이 책이 저에게 뭔가 좀 안 맞았나보다 그럴라구요.

웽스북스 2010-11-26 01:40   좋아요 0 | URL
그 예쁜 아가씨가 저에요. 예쁜지 어쩐지는 모르겠지만, 물어본 건 나니까 ㅋㅋㅋㅋ 저 책을 읽을 때보다 저는 요즘 한겨레 뒤쪽 목수정 칼럼을 읽는 게 더 즐거운데요, 늘 제가 이렇게 생각해도 될까, 하던 지점에 있거나, 거기서 조금씩 더 가 있는 것 같은 느낌이라, 저를 자극하거든요. 요즘엔 기사같은 걸 봐도 강연같은 걸 들어도 너무 뻔한 게 많아서 다 재미없는데, 저정도는 가줘야 내가 자극을 받는구나, 라는 생각을 했었달까요. ㅎㅎ 그래서, 다른 사람은 어떤지 궁금해서 언니한테 물어봤었어요. ㅎㅎㅎ

암튼, 저는 나름의 기대하는 마음을 가지고 야성의 사랑학 산 여자. 하지만 아직 안읽은 여자. ㅎㅎㅎ 그래도, 치니님의 리뷰는 참 좋네요. 목수정의 자극도 좋고 무기력도 좋은 저는 제 어느 장단에 맞춰서 춤을 춰야할지 잘 모르겠어요 ㅎㅎ 야성의 사랑학을 읽고 나면 좀 명확해지려나.

치니 2010-11-26 11:08   좋아요 0 | URL
^---^ 예쁜 아가씨 ~
그러네요, 저 정도는 가줘야 자극을 받는다, 그 마음 알겠어요.
사실 읽다가 저도, 불끈 주먹을 쥐고 그래! 이래서 문제야! 한심한 것들! 피가 더워지는 걸 느꼈어요. 근데 그러다가 문득, 무슨무슨 정당 모임에 샤랄라 오페라 가는 차림으로 나서서 극적인 대비를 즐기려는 식의 얘기가 나오면 쫌 김이 샌달까, 모르겄어요. 그런 거에 거부감 드는게 꼰대 감정인지도. 허걱, 나 꼰대? ^-^;;

글구...야성의 사랑학도 제목이 마음에 안 들어요. 히잉. 읽고 어떤지 말해주삼!

미녀 2010-11-25 23: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보관함에 야성의 사랑학을 한달 넘게 넣어놓고 선뜻 사지 못한 것이
이러이러한 이유 때문이었나봐욤.
세상사의 일정 부분은, 그냥 좀 무연히 흐르게 놔둬도 되지 않을까,
이 말 좋아요.

치니 2010-11-26 11:10   좋아요 0 | URL
목수정이 은근히 갈등의 주역이군요! ㅎㅎ
저는 음, 이런 거에요, 주변에 목수정 같은 친구가 있으면 좀 부담스럽겠다는 마음. 세상이 온통 자기 중심으로 돌아간다고 믿는 것에 대한 불안함. 그 사람 주장대로 안 되면 나까지 괜히 조바심 나야 할 것 같은 그런 거. 하긴 그러니까 대단한 걸 지도. :)

다락방 2010-11-26 08: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역시 나는 정말 대단해요!
전 이 책 사놓고 아직 안읽긴 했지만, 어쨌든 그러면서도 이 책 읽으면 치니님은 별 세개 주실것 같아요, 라고 했는데(기억나시죠? ㅎㅎ) 정말 별 세개 주셨어요. 만세!(뭐가?)
저 뭔가 직업을 바꿀까봐요.
이런걸로 뭐 하는 직업 없나요? 사람과 책 궁합맞춰주기 이런거? ㅎㅎㅎㅎㅎ

치니 2010-11-26 11:13   좋아요 0 | URL
맞아요, 다락방님이 젤 대단해요! ㅎㅎㅎㅎㅎ
근데 사놓고 안 읽은 책이 대체 몇 권이심? 함 세어봐요.
이런 걸로 직업은 딱 구체적으로 있지 않겠지만, 알라딘의 추천마법사를 통계가 아니라 진짜 맨투맨으로 하면 book personal shopper 쯤이 되는 거 같은데요? 나, 1빠로 고용 결정!

다락방 2010-11-26 11:47   좋아요 0 | URL
마지막에 셌을 때 70권이었어요. ;;

치니 2010-11-26 12:09   좋아요 0 | URL
헉!!! 다락방님은 책 욕심쟁이 우훗훗!

비로그인 2010-11-26 09: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가끔 이 책이 너무 끌려요.
전 가끔 이 책이 너무 밀려요.
아주 극단적인 정서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나의 마음 상태에 따라 추천 100을 하다가, 그걸 다 거두어들이다가를 반복하곤 했어요.

치니 2010-11-26 11:31   좋아요 0 | URL
^-^ 댓글도 시로 다는 Jude님.
어떤 부분에 추천 100이었을까 궁금해집니다.

Kir 2010-11-26 19: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쓴(?) 리뷰인 줄 알았어요...
치니님과 같은 이유로 이 책이 좀... 그랬거든요;
그래서 몇번이나 리뷰를 쓰다가 지우고 쓰다 지우고 반복했습니다.
그러다 결국은 리뷰 쓰기 포기했고요... 흐흐흐

Kir 2010-11-28 18:38   좋아요 0 | URL
게으름 + 제가 읽은 시기에 알라딘 내의 이 책에 대한 반응이 호평 일색이었기 때문에 소심해져서 그만둔 것도 있지만요...;

치니 2010-11-28 10:45   좋아요 0 | URL
아 , 저도 리뷰 쓰고나서 보니 알라딘에 꽤 호평이 많아서 조금 놀랐어요. 으, 나만 뭔가 괜히 삐딱하게 오독하고 그러는 거 아닌가 싶기도 했고.
kircheis님도 그러셨다니 괜히 삐딱의 결과는 아니었나봅니다. 헤.

프레이야 2010-11-26 20: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부러움과 약간의 거부감을 동시에 느꼈던,
강한 긍정과 약간의 부정을 동시에 하고팠던,
그런 저의 느낌이 바로 치니님의 리뷰에 겹치네요.
그런 열정 마저도 발휘하기엔 너무 다른 공간, 다른 시간에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됩니다.
조금 무기력하고 무연하게 흘러가는 것도 나쁘지 않지요.^^

치니 2010-11-28 10:48   좋아요 0 | URL
^-^ 네 프레이야님.
제겐 솔직히 부러움은 그닥;; 뭐랄까, 그냥 이 분은 이렇게 사는구나 정도로 받아들였어요. 그런데 오히려 본인이, '난 이렇게 산다구 ~ 너희들은 좀 너무 바보같이 사는 거 아니니?' 이런 투로 말하는 부분이 있어서 좀 거슬렸던 거.
하지만 그의 생각은 참으로 딱 부러지고 야물어서 정말로 문화정책 하시는 분들 중에 이런 분이 많아졌음 하는 바람이 강해지더군요. 흑, 지금의 문화부장관님 생각하믄, 아우.
 
<유홍준의 한국미술사 강의>를 읽고 리뷰를 남겨 주세요.
유홍준의 한국미술사 강의 1 - 선사 삼국 발해 유홍준의 한국미술사 강의 1
유홍준 지음 / 눌와 / 201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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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해지자. 이런 식의 '강의'라는 제목이 붙은 책, 신간평가단이 아니었으면 사 읽지는 않았을 거라고, 학교 다닐 때 억지로 공부해야만 했던 것도 싫은데 강의라니 오우 노, 그런 마음이었다고 지금 말하자. 그래야 무식이 덜 쪽 팔리다. 

어느 정도 무식하냐면, 이 책을 읽고보니 미술사는 관두고 그냥 역사조차도, 우리의 삼국시대 이전의 역사가 막 처음 보는 얘기 같았고 한 줄 한 줄 모르는 이야기 투성이더라는, 냐하하하, 그런 고백부터 일단 하자. 대한민국에서 그래도 초,중,고등학교를 다니면서 허투루라도 들은 말이 있을텐데 다 까먹은 건지, 제대로 가르쳐주질 않은 건지, 둘 다인지, 아무튼 내게는 역사라는 게 그랬다. 아우, 창피하다. 

그런데 유홍준 저자 왈, 미술사학과 학생들도 길잡이 책 한 권 없이 공부하려니 맨 땅을 헤집고 다닌 기분이라며, 제발 개념서 하나 내달라고 했단다. 통사와 입문서를 쓴다는 게 얼마나 어려운 일일지는, 꼭 그 분야에 있지 않아도 쉽게 가늠이 되고, 좁은 분야를 깊게 탐구하는 작업이 널리 두루, 치우치지 않게 가닥을 잡는 것보다 일견 쉬운 작업일 수 있다는 점에서, '위험스런 고공비행'을 작심하게 된 계기가 내 맘에도 꼭 와닿는다. 이렇게 서문에서 이 책의 목적에 깊이 공감한 후 마음을 가다듬고 (삐딱이로 강의고 자시고 모르겠다 배째라 딴 생각만 하던 교실의 기억을 떨치고) 첫 장을 펼쳐 읽는다. 오, 우선 말에 군더더기가 없어 단어가 조금 생경해도 귀에 쏙쏙(아니, 눈에 쏙쏙이지 ㅎ) 잘 들어오고 칼라 사진이 시원시원하게 적재적소에 배치된 구성이 지루할 만 하면 등장, 공부가 잘 될 것 같은 예감이 든다. 

게다가 보너스 같은 야사(로 내겐 여겨지지만 야사가 아닐 지도)를 살짝 내밀어 주는 아래와 같은 내용을 읽으면서 옛날이 지금보다 덜 개방적일 거라는, 문화예술적으로 뭔가 좀 뒤졌을 거라는, 내 평범하고도 오해 가득한 생각은 자연스럽게(또 기분좋게) 묵살되었다. 

   
 

 현무라는 짐승은 거북의 몸을 뱀이 휘감고 있는 자웅합체로 음양의 조화를 암수의 사랑으로 형상화한 것이다. 뱀과 거북의 두 꼬리가 여러 겹으로 꼬인 것은 격정적인 포옹을 상징하고, 머리는 마주하고, 혀를 내민 것은 입맞춤하기 직전의 모습이다. 더 이상 뜨거울 수 없는 사랑을 표현하였다.

 
   

 * 위 묘사는 고구려 6세기 무덤의 벽화에 대한 묘사다. 그림은 여기 올리지 않으니, 과연 그림이 어떤가 보고 싶은 분들은 책에서 확인하시길. 한 가지만 미리 말씀드리면, 저는 이 그림을 보고 놀라기 시작해서, 벌떡 일어나 곧추세운 자세로 이 책을 읽기 시작했습니다. 헤헤. 

뿐인가, '검소하되 누추하지 않고, 화려하되 사치스럽지 않다'는 검이불루 화이불치의 미학을 가진 백제 미술을 차근차근 둘러보면서 그저 달달 외우던 백제=우아함이라는 공식이 아니라, 진심으로 그 미적 우아함에 공감하고 찬사를 보낼 수 있는 심미안이 내게 생긴 듯(착각이겠지만), 책의 마지막에 이르자 척 봐도 이건 백제 거야 정도는 되더라. 책 한 권으로 이럴 수 있는데, 십년을 공부해도 그 미를 몰라봤으니 원, 참으로 한심스러웠네 싶다. (이 부분에서 개인적인 결심도 했다. 나도 검이불루 화이불치를 내 미적 기준으로 삼고 자신을 가꿔야겠다는. 냐하하하, 포부도 당찹니다요)  

한편, 평소 왜색이니 문화사대주의니 하는 것들에 약간은 반발심을 갖고 있던 (애국심 부족한) 나는 아래와 같은 문장이 눈에 쏘옥, 역시 문화란 자유로운 교류가 중요하다는 내 생각이 지지를 받는 것 같아서 든든한(?) 기분도 들었다.

   
  신라 고분에서 출토된 이런 수입 공예품들은 신라의 대외 접촉과 문화 교류가 우리가 상상하는 것 이상으로 넓었음을 알려주며, 그런 다양한 문명과 접촉하면서 신라의 문화는 더욱 발전하고 세련되었음을 말해준다. 한 시대 한 나라의 문화 역량이란 자체에서 생산하는 것만이 아니라 대외 교섭 능력까지 포함한다는 것은 예나 지금이나 마찬가지다.  
   

일일히 다 인용할 수는 없지만, 이 책은 이런 식으로 조각 조각 떼어놓고 보면,  

문화란 과연 무엇인가 하는 인문학적, 철학적 사고로 이끌어주기도 하고  

그저 감탄만 거듭하게 되는 멋진 그림이 펼쳐진 도록이 되기도 하고 

미술작품을 봐도 그저 멍 때리고, 제대로 된 심미안을 갖추지 못한 (나 같은)사람에게는 작품에 대한 저자의 묘사 자체가 하나의 시와 같이 보이기도 하는 감상을 얻을 수도 있는, 문학성을 보여주기도 하고 

결론적으로 약 400쪽의 책 한 권 읽으면서, '나도 뭘 좀 알 것 같다'는 자신감을 갖게 해준다. 그야말로 아무런 바탕 지식 없이 맨 땅에 헤딩한 나같은 문외한도 이러니, 조금 사전지식을 가진 분들이 읽으면 또 다른 감회가 나올 것 같다. 저자 뿐 아니라 '정말 성의있게 만들어 봤습니다'라고 자랑해도 충분할 출판사 편집진에도 진심어린 감사를 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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웽스북스 2010-11-21 02: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검이불루 화이사치 들었을 때 (강연 때) 같은 결심을 했다지요
우리는 뭡니까 하하하하 ㅋㅋㅋㅋㅋ 그렇게 살아보아요 치니님~~

치니 2010-11-21 10:14   좋아요 0 | URL
그....그러니까 포부야 좀 크게 가질 수 있는 거 아니겠슴까. 에헤헤헤.
강연 들었으면 어땠을까, 아마 글투와 말투가 크게 다르지 않았을 거 같아요. 재미났을 듯. :)

파고세운닥나무 2010-11-21 10: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리들의 하느님> 리뷰를 수정하다 글을 삭제해 버렸네요. 제게 주신 댓글도 함께 삭제해 버렸구요^^;

2010-11-21 10:4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11-22 17:5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11-22 18:4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11-25 11:0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11-25 11:34   URL
비밀 댓글입니다.

굿바이 2010-11-23 11: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현무라는 짐승, 에로틱 아우라의 진수를 보여주는군요. 오호~~~~ 옆에 있던 커피잔 쓰러질뻔 했습니다 --;
오호~ 더 이상 뜨거울 수 없는 사랑이라니....
유선생님 짱이예요!!!!! 이 책은 꼭 볼래요^^

치니 2010-11-23 11:30   좋아요 0 | URL
으흐흐, 역시 굿바이님은 에로틱한 저 문장의 가치를 알아주시는군요. 그림과 같이 봐야 그 맛이 더 납니다. 네, 그러니까 이 책 보셔요. 그 하나만으로도 가치가 있어요. 크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