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22 
YTN뉴스에서 노원구 불암산에서 백골을 발견했다는 뉴스를 보며 전날 밤 야간산행을 생각했다. 헤드랜턴을 끼고 나선 첫 야간산행이었다. (헤드랜턴을 믿고) 낮선 길로 접어든 것을 알면서도 계속 나아갔다. 낙엽 진 산길을 헤치며 올라가며 능선이 나오겠지, 했는데 다다른 곳은 암벽. 그 곳은 한양대학교 클라이밍 연습장으로 쓰이는 암벽이었다. 낮에도 위험해서 올라가 본 적이 없는 곳이었는데 헤드랜턴으로 살펴보니 장비없이도 올라갈만한 바위틈이 보였다. 돌아갈까, 싶었지만 이 암벽만 올라서면 길이 나올 듯 싶어 조심조심 암벽을 올라갔다. 20미터 남짓, 작은 바위 면의 옆길과 샛길로 한참을 헤메다 보니 어느새 나는 작은 암벽에 올라 있었다. 거기엔 밑에서는 보이지 않던 한 평 정도의 흙땅이 있었는데 그 곳에 앉아 가지고 온 커피를 마셨다. 기대했던 길은 없었다. 거대한 암벽을 등에 지고 식어버린 커피를 홀짝이며 산 아래 서울의 밤을 내려다 보았다. 밝고 화려한 불빛의 아파트 단지들과 빌딩숲, 형광등과 네온등이겠지... 도로에 흐르는 용암같은 불빛들. 경사진 바위면에 붙어 있으니 시야를 가리는 것이 하나도 없었다. 나는 암벽의 어느 틈에 붙어 있는 샘이었다.
서울 마지막 달동네라는 중계동 104마을의 가로등 빛에 오랫동안 시선이 머무른다. 거리의 노란 가로등 빛만 있는 그 마을. 하늘에서 봐도 가난한 동네는 가난했다. 가난한 백사마을은 밤의 어둠을 거역하지 않고 그저 어두워지기만 하는 가난한 마을이었다. 마을의 노란 가로등이 간격을 두고 빛을 발할 뿐 다른 인공의 불빛은 눈에 띄지 않았다.. 눈을 조금만 돌리면 휘황한 불빛이 난무하는 서울의 활기와 너무나 대조적인 서울의 마지막 산동네, 내 신혼집이 있는 곳.  

11.23
백골이 발견된 불암산은 해발고도 508미터의 작은 산이다. 오늘도 불암산이 뉴스에 났다. 불암산도 우면산처럼 산사태 위험이 있단다.

정상은 하나지만 오르는 길은 많다. 나는 불암산의 (소개된)모든 등산로를 다녀봤다. 등산로를 벗어나 샛길로 조금 걷다보면 금새 다른 등산로와 만나게 되는 작은 산. 정상까지 한 시간이 안 걸리는 뒷산.
겁이 없는 건 아닌데 안전엔 둔감해서 가끔은 위험을 자초하곤 한다. 등산로는 없지만 머릿속 지도로 볼 때 이곳에서 산을 가로지르면 더 빨리 갈 수 있겠구나, 이런 생각이 들면 그 다음 장면은 디스커버리 채널에 나올 법한 풍경을 연출하곤 한다. 작은 산이라 만만히 보고 아무 길로나 들어서고 이끼낀 바위에서 미끄러 떨러지고 썩은 나무가지를 잡고 넘어지기도 했다. 손톱에 피가 고이고 삔 발목은 붓는다. 십 수년전 누군가 먹고 버린 과자봉지와 소주가 이곳에도 사람이 지나긴 하는구나, 생각이 들게 했지만 빛바랜 사람의 자취에선 스산함이 느껴진다.  
그런 곳이라면 백골이 되어 발견 될 법하다,라고 생각했다. 

등산용 우비를 샀는데 아직 사용을 못해봐서 여간 아쉬운게 아니다. 오늘 우비를 써볼 수 있을 것 같다. 그믐달이다. 헤드랜턴이 있어 든든하지만, 아는 길로만 다녀야지, 불암산에서 두번의 위험을 겪고 다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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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좋아 2011-11-23 22: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웃백에서 저녁을 먹고 산에 가고자 최대한 빨리 집에 왔지만 10시. 다야는 자고 산이가 아빠를 반긴다. 산아~ 아빠 산에 좀 갔다 올게 엄마 금방 올꺼야~, 나는 배낭을 꺼내 우의, 초코바, 수건을 챙긴다. 등산 복장을 갖추고 산이에게 아빠 갔다 올게 인사를 하려는 찰라, 아빠 차 마시자~,
지금 산이랑 차마시고 있다. ㅎㅎㅎㅎ 등산은 내일!

동우 2011-11-28 07: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홀로 하는 야간산행.
식은 커피를 홀짝이며 멀리 내려다 보이는 서울의 야경.
길이 나지 않은 산길을 도파하여...

향편님의 내면에는 무언가 있습니다. 분명히.
끓고 있거나 혹은 얼음처럼 차거운 어떤 것.

차좋아 2011-11-30 12:11   좋아요 0 | URL
동무가 없어서 혼자 다녀요 ㅎㅎㅎ 하지만 제 홀로 산행의 이야기를 듣고 그림을 그려 주시고 마음까지 헤아려 주시는 동우님 있으니 혼자 다녀도 힘이 나요.동무가 없지 않네요^^
 


금요일은 홍대에 커피집을 낸 친구와, 그 가게를 보러 갔다왔다. 라떼의 맛을 알게 해준 대루의 커피집 이름은 대루커피. 홍대역에서 내려 골목길을 요리조리 들어가야 찾을 수 있는 작은 커피집엔 작은 테이블이 두 개. 자주 가는 동네라면 더 신났을 텐데... 홍대도 가끔 가니깐 갈 때마다 들러야겠다, 고 생각. 정성 가득, 농밀한 라떼만으로도 대루커피에 갈 이유는 충분하다. 대루랑 이야기하는 것도 좋고. 

토요일은 아침 일곱시 영이를 만나 불암산 산행. 무진의 특산물이 안개라고 했었지,,, 영에겐 불암산이 그럴지도 모르겠다. 영과 불암산에 두 번 갔는데 두 번 다 한치 앞만 보일 정도로 안개가 가득했다. 영아~ 불암산 그렇게 신령스러운 산 아니야~, 볕 드는 날 다시 가보자고 ㅋㅋ  
영과 서로 호칭은 한 살 나이 많은 내가 "영~", "영아" 이렇게 부른다. 이름이 외자인 '영', 李영.  '영'은 나보고 "형" 이라고 부르는데 내 이름 끝자가 형이니 서로의 이름을 부르고 있는 셈이다. 영~, 형~,  

금요일 저녁 대루를 보러 가는 길에 지하철에서 어떤 남자가 발작을 일으켰는데 나도 모르게 아이고 간질이네, 하고 말이 입 밖으로 새어나왔다. 딱해서 가만히 쳐다볼 뿐, 별 도리 없다. 주변의 승객들은 간질 환자의 발작을 처음 보는지 두 번째 발작에 누구랄 것도 없이 119에 구조통화를 하는 모습을 보고 오지랖도 넓게 나서고 말았다. 괜찮아요, 간질이예요. 심한 편 아니니까 괜찮아요, 하고는 발작 중인 아저씨 옆 자리에 앉아 어께로 아저씨를 받혀 주었다. 세 번의 발작, 경련을 일으킬 때마다 주변 사람들의 안타까운 시선이 늘어났다. 나는 아저씨가 의자에서 미끄러지지 않게 붙잡고 눈을 바라 보았다. 아저씨는 의식이 분명하여 내 눈을 똑바로 보고 있었는데 경련이 풀어지고 진정되자 조용히 고마워요, 라고 말했다. 단내가 너무 심했다. 행색이 누추하지도 않았는데 아저씨가 밭은 숨을 낼 때마다 풍기는 역한 입냄새에 나도 모르게 숨을 멈추었다. 아저씨는 고마워요, 라고 말할 때 고개를 숙이며 내게 시선을 맞추지 못했다. 온 몸이 경련을 일으킬 때는 분명히 난 봤었는데... 그래서 나는 큰 문제는 없겠구나 생각을 했었다. 정도가 심한 편은 아니었지만 일상에서 아저씨가 겪어야 할 불편과 본의 아니게 난처한 상황에 놓여야하는 그의 일상이 어떨지 가늠이 안된다.
대루커피에서 아내를 만나 그 이야기를 했다. 이렇게 묻기도 했다. 간질 환자의 고통이 더 클까, 틱 장애를 가진 사람의 고통이 더 클까, 글세..., 그럼 간질과 이명은 어떤게 더 괴로울 것 같아?.
 
이명으로 인한 괴로움에 호소를 안하게 된 건 열하일기를 읽고 나서다.
연암 박지원이 연경 사신단과 함께 떠난 중국 여행의 기록인 열하일기에는 흔히 역사라고 하는 세계사적 차원의 사건들도 기록되어 있지만 박지원 개인의 일상과 주변 사람들의 재미난 에피소드도 쓰여 있다. 그중 에피소드라 하기엔 내게는 충격적인 이명에 대한 이야기. 어느 날 박지원이 이명으로 고통 받는 사람에게 아주 냉정한 소리를 한마디 한다. 
네 귀에 소리라는 게 너에게만 들리는 소리인데 다른 사람들에게 자꾸 하소연 해봐야 무슨 소용이겠느냐, 민폐다, 에이 멍청한 놈 같으니라구, 입 좀 다물어라.(각색임) 

저 에피소드 읽고 얼마나 챙피해지던지... 그 순간 이후로 나는 귀에서 소리가 들려서 힘들어, 따위의 푸념은 하지 않게 되었다. 그리고 그 소리를 안하게 된 이후로 그 소리의 존재는 세상에서 사라지게 되었다(그게 무섭고 힘들다). 나만 들을 수 있는 것에 대해 그 존재의 증명을 할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이 입을 다물었으니 세상에서 그 소리는 사라지게 되는 것이었다. 

어떤게 더 아플까, 라는 질문의 어리석음을 모르지는 않는다. 이명은 당사자는 괴로우나 세상사람들이 그 고통을 알수 없다는 서러움을 동반하는 질병이다. 간질이나 틱장애는 (내가 부러워하는)주변사람들의 위로는 받을 수 있을지 모르나, 그 동정이 결코 위안이 되지는 않을 것이다. 또한 육체적 불편으로 인한 건강한 사람들의 편견 또한 큰 상처일 것이다.  생활의 불편은 말할 것도 없고...         

대화 말미에 그래도 아까 그 간질 아저씨가 나보다 더 힘들거라 생각해,라고 마무리 지었었다. 

그리고 다음날 아침 날벼락 같은 일이 벌어났다. 일어나 보니 아내 얼굴 반쪽이 굳어 있는 것이었다. 안면 마비라니... 감을 수 없는 왼쪽 눈에선 눈물이 멈추지 않고 웃을 때마다 얼굴이 더 이그러졌다. 왜지? 왜 내 아내에게 저런 황당한 일이 생긴거지?  

눈물을 흘리며 웃는 아내에게 양희은 같네, 라고 말했다 아내는 내 유머에 더 크게 미소를 짓는다 웃으니 더 양희은 같았다. 아내의 꿈틀거리는 얼굴을 보며  노래 한 번 해봐~, 하고 한 번 더 놀린다. 아내는 또 웃는다. 악어의 눈물을 흘리면서...

안면 마비 환자가 흘리는 눈물을 악어의 눈물이라고 한단다. 감정과 상관없이 흐르는 눈물 악어의눈물. 아내가 흘리는 악어의 눈물의 보면서 나는 그 말이 틀렸다고 생각을 했다. 악어의 눈물을 흘릴 수 밖에 없는 사람은 눈이 말라 시릴 때까지 흐르는 악어의 눈물에 가려 진짜 눈물도 희석이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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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10-17 17:1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10-17 17:21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달사르 2011-10-17 20: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차좋아 님이 옆에서 지켜봐주셔서 간질 아저씨에게 많은 위안이 되셨을 거 같애요. 의식이 없는 동안에도 말이죠.

아..이명..제 친구는 언젠가 음악을 오래동안 들었는데 그날로 이명이 생겨서 여직 고생하는데요. 어쩔 때는 스테레오로도 들린다더라구요. 맞네요. 주위에서는 안 들리니 힘들다..해도 그저 그러려니 할 수도 있겠네요. 요새 들어서 이명으로 고생하시는 분이 부쩍 느는 걸 봤더랬어요. 아마 현대사회가 소음으로 가득차서 그런가봐요.

부인 안면 마비는 이제 풀리셨어요?

2011-10-18 00:39   URL
비밀 댓글입니다.

차좋아 2011-10-18 00:45   좋아요 0 | URL
ㅎㅎㅎㅎ 술 아주 많히 취하진 않았나 봅니다. 내일 아침 봤을때 어쩐지 신경쓰일 멜랑꼴리한 댓댓글을 비밀글로 가리는 정신을 보니...ㅋㅋㅋㅋㅋㅋ

참 대답해야지, 몰라요 늦게 들어와서 잠자고 있는 것만 확인했어요. 검은 안대 하고 있는걸 보니 감기지 않는 눈 때문인 거 같네요.
의외로 흔한 질병이라니깐, 별 탈 없을 거예요. 암요. 고맙습니다 달사르님.


2011-10-19 17:13   URL
비밀 댓글입니다.

pjy 2011-10-18 12: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환절기에 바이러스 질환이라고, 감기처럼 치료만 잘하면 괜찮다고 방송에 나오긴 하지만 그래도 얼마나 놀라셨겠어요~ 엄마가 아프면 금방 집안이 어수선하고 정신없어지는뎅 차좋아님이 잘 도와주실꺼죠?

차좋아 2011-10-19 12:33   좋아요 0 | URL
'...잘 도와주실꺼죠?', 대답을 해야겠는네 선듯 네. 그럼요., 라고 말이 안나오네요. 물론 맘은 딱 그런데... 찔리기도 하고 병의 원인이 스트레스와 과로라는 생각에 자책도 되고 말로 빚 더는 게 미안해요.
염려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pjy님^^.

2011-10-19 17:2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10-19 18:1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10-21 00:3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10-25 11:59   URL
비밀 댓글입니다.

동우 2011-10-29 06: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자주 느낍니다만 향편님은 참 마음이 큰 사람올시다.
장식없는 글의 진솔함..
정직하고 착한 생활의 모습들...

훨씬 늙은 내게는 장식과 가식 주렁주렁한데. 흐음.

차좋아 2011-10-31 12:07   좋아요 0 | URL
장식과 가식 너머의 좋은 모습만 봐주시는 동우님께 감사할 따름입니다.


동우 2011-11-02 06:45   좋아요 0 | 수정 | 삭제 | URL
하하, 향편님.
무슨 증류수처럼 장식과 가식 한점 없는 사람 어디 있겠어요?
향편님의 그것들은 남보다 훨씬 투명하다는 것이지요. ㅎㅎㅎ

책부족, 시월 책 '토마스 만'은 건너 뛰시더라도 11월책 유진 오닐 '밤으로의 긴 여로'는 꼭 읽어보세요. 향편님.

차좋아 2011-11-02 09:18   좋아요 0 | URL
시월을 누가 책읽기 좋은 계절이라고 했는지... 놀기 좋아서 주말이면 놀러 다니고 저녁이면 선선한 밤공기 안주 삼아 맥주 마시고 책 생각이 안나더라구요 ㅎㅎㅎ
토마스 만은 그럼 후일로 미루고 유진 오닐의 '밤으로의 긴 여로'를 읽도록 하겠습니다.
그러고 보니 시우러 한달 책을 정말 조금밖에 안 읽었습니다. 개중에 기억에 남는 책. 이승우의 '생의 이면'
지하철에서 짬짬히 한달 내내 들고 다녔어요. 한페이지도 읽고 두페이지도 읽고 하면서요. 두 번째 읽은 생의 이면 일독의 목표가 없으니 마음이 바쁘지가 않아서 천천히 음미하며 일었는데 그 여운이 참 오래가네요. 생의 이면의 주인공에 이입이 되서 많은 생각을 하기도 했고 돌아가신 아버지 생각도 많이 했고 세상에 상처입어 자기안으로 숨어드는 폐쇠공포증을 지난 사람이 결국에 자기를 발가벗겨 드러낼 수밖에 없는 마음도 생각해 보았구요.

11월 가을 날씨가 참 좋습니다.

2011-11-03 13:5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11-04 02:20   URL
비밀 댓글입니다.

대루 2011-11-15 12: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이런 공간이 있는지 이제야 알았네요. 가끔 들릴께요 형. ^-^

차좋아 2011-11-15 12:51   좋아요 0 | URL
응? 대루네 ㅎㅎㅎㅎㅎ

종종 놀러와^^ 근데 요즘 일기를 통 안써서 ㅋㅋㅋ

동우 2011-11-17 06: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향편님.
'밤으로의 긴 여로' 읽고 있지요?
옆구리 찌르려고 들렀습니다. ㅎㅎㅎ

날씨 많이 서늘해졌지요?
내 손주들 콜록콜록...
단산이 다야, 감기조심.

차좋아 2011-11-21 12:18   좋아요 0 | URL
윽.... 아직 시작 못했어요. 꼭 완수 하겠습니다.
찔러주셔서 억지로 읽는건 아니에요 ㅎㅎ 하지만 찔러주셔서 감사합니다.

아이들은 쑥쑥 크고 있는 중입니다. 밥도 많이 먹고요 ^^
 

여행전 장보기(목요일,금요일 밤)
일행 7명과 산장지기 부부까지 아홉 명 식사 부식준비는 자연스레 내 몫.
과자,음료,커피,라면,삽겹살,야채... 필수 부식과 잡다구레한 용품까지 일괄 쇼핑. 엄청샀다 ㅋㅋㅋ 나름 알뜰 쇼핑 했다고 자부.(인원이 늘어 조용한 원래의 여행 취지는 사라짐.. 놀자!!) 

여행당일(토요일) 
렌트카 예약은 내가 했지만, 승용에서 승합으로 챠량을 바군 탓에 내가 운전 불가. 면허느 ㄴ있지만 내 운전 실력을 잘 아는 홍필형이 우리동네 렌트카 회사에서 차 빼내와 일행들 차례로 픽업. 상계동-성신여대-정릉-옥수동-건대 를 돌아 고속도로 진입. 

아침식사 - 고속도로 문막 휴개소 한구석에서 양은 냄비에 라면으로 해결. 챙피하다더니 끓여 놓으니 다들 잘만 먹는다  ㅋㅋㅋ 

12시 정선 도착. 레일바이크장 입구에서 곤드레 밥. 첫 목적지인 카페'오월'에서 무한리필 핸드드립 커피 5잔(흡입). ㅎㅎㅎ 정선 산골짝에서 손내림 커리라니... 신이 날 수밖에. 오월 사장님과의  만남은 오래된 인연처럼 반가웠다. 레일바이크 타는 사람들 구경만으로 가슴이 시원하다. 난 오월의 자전거를 빌려 정선을 레일없이 한 바퀴 돌았다. 

4시 숙소로 가는 길. 정선 레일바이크장에서도 꼬불 산길 한 시간을 달려 감. 차도 끊김. 협곡이라해도 될 만한 계곡 길을 한 시간을 걸어 게스트 하우스 '정선 愛인' 도착. 핸드폰도 끊김. 

6시 여장을 풀고 계곡 목욕을 한 후 식사준비. 
일행들은 니가 사 부식 중에 대파 한단의 용도를 가장 궁금해 했는데 다 먹을 수 있다구~, 보람, 창덕, 영 돌아가며 대파 한단 채 썰기 도전. (대파는 라면, 파절이, 골뱅이 무침에 들어감) 경희는 압력밥 솥에 밥을 멋지게 해냈고 보람이는 전천후 요리사. 김치찜, 파절이, 골뱅이 무침을 혼자 다 해냄. (잘한다~ 보람아, 한마디면 쉬지 않고 일하는 보람 ㅋㅋㅋ)
창덕형은 고기를 굽고 필형은 놀멘놀멘, 내 아내 강지현은 보람을 도와주고...   
주인장 홍반장과 선화공주님도 함께 식사. 북유럽 삼겹살(일명 수입산) 구이에 김치찜(보람이 엄마표 김치) 소주한잔, 별총총.  

식후 차 한잔. 절절 끓는 구들에서 뜨끈한 차를 마시니 후끈~ 취기가 오른다. 선화공주님은 차 질문 공세, 우리 일행들은 마냥 행복하고 편안한 모습. 찻잔을 손에 들고 다들 무슨 생각을 했을까? 

밤새 이야기 꽃 피운 일행들. 자정이 넘어 결혼 칠주년을 맞은 우리 부부를 축하해 주는 고마운 친구들. 잘살자, ^^ 

다음 날 아침,(일요일)  
나와 창덕형은 계곡물에서 또 목욕을 하고 사람들은 각자 흩어져 휴식. 해먹에서 다시 잠을 자는 필형. 장작을 패는 홍반장님.
 

오후엔 고양산 등산. 가벼운 산책 삼아 나섰는데 의외로 힘든 산행이었다. 인적 없는 산길은 그야말로 야생. 자연. 말은 안 했지만 잘 닦인 등산로에 익숙한 나는 솔직히 겁이 났다.   

홍반장님, 선화공주님과 아쉬운 작별. 다시 한 시간 여 트래킹. 한글날 특집 영어 쓰는 사람이 밥사기, 게임을 함. 다들 예상했다고 한다. 내가 첫번째로 걸릴거라고...ㅡ,.ㅡ 결국은 다들 걸려 내기에 승자는 없었음.

정선 역 앞 콧등치기 국수로 저녁 해결.  식후 정선 역 구경. 정선 달 구경.

돌아오는 길 운전을 나보고 하란다.세상에... 큰 차 안 몰아봤는데. 겁없는 사람들.  
굽이굽이 산길을 내가 운전했다. (아느 사람들은 이 말이 얼마나 위험한 말인줄 안다)
바이킹보다 짜릿한 드라이브 한시간동안 차 안은 난리법석. 내 운전이 그렇게 좋아? 일곱명이 하나가 되서 운전을 하는 것 같았다는 누군가의 소감을 듣고 우리나라 사람들의 안전 불감증이 매우 심각하다는 것을 다시 생각했다.  

10시 건대 도착 양고치와 청도맥주로 뒷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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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jy 2011-10-10 17: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내 운전이 그렇게 좋아? 일곱명이 하나가 되서 운전을 하는 것 같았다...아, 상상이 되니 아찔해지는데요@@;ㅋㅋㅋㅋㅋㅋ
결혼7주년 축하드려요^^

차좋아 2011-10-11 11:54   좋아요 0 | URL
고맙습니다.^^
정선은 처음이었는데 참 좋더라고요. 저도 일본 한 번 가보고 싶은데 ㅎㅎㅎ 당분간은 국내 여행에 만족해야 할것 같습니다.ㅎㅎ

순오기 2011-11-01 22: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반갑습니다~~~ 저는 선암사에, 님은 정선에 다녀오셨네요, 이 가을에!!^^

차좋아 2011-11-02 11:59   좋아요 0 | URL
이 가을엔 좋은 곳이 참 많아요 그래서 좋아요^^
 

볕 좋은 봄, 뙤약볕 쌩얼로 다 받아내며 산에 다닌지 어언....반년??다섯 달? ㅋㅋ 정확히는 잘 모르겠고 암튼 불암佛岩산은 엄청(이라기엔 또 자신이 없다..) 올랐는데, 처음엔 등산화 다음엔 등산복 어딘가 허전하여 배낭.. 이렇게 산인으로 진화하고 있는 나.

처음엔 점심 먹고 올라가던 동네 뒷산, 이제는 등산가는 기분내며 새벽 일곱시로 바뀌었고 꼭대기 갔다가 되돌아오던 단순한 길을 벗어나, 굽이 굽이 샛길 찾는 재미에 작은 산이지만 한 번 가면 네댓시간을 돌아다니기도 한다. 같이 다닌 동무만 해도 열 명은 되는 것 같으니 이만하면 자칭 불암산 가이드라 해도 무방할 정도 ㅋㅋㅋ 정상의 아이스크림 아저씨는 부지런도 하시지, 토요일 일요일 거르지도 않고 여덟시에 올라 오시는데 반갑지만 어색해서 인사는 안한다. 불암佛巖사의 스님들께는 꽤나 유명한 인사가 되어버린 듯. 그럴법도 한 게 산 너머에서 커다란 녹차 다기를 짋어지고 와서는 차한잔 마시고는 되짋어지고 가니.. 이제 내가 가서 차를 마시면 녹차 한잔 잡수시기도 하고 안부도 묻는다. 산 넘어 오는데 얼마나 걸립니까?, 스님 이거 제가 덖은 차예요 한 잔 드세요~, 스님 합장() 나는 꾸벅인사 ㅎㅎㅎ 

내년엔 등산학교에 가기로 마음을 먹었다. 독도법을 배우고 싶다. 암벽도 욕심나고...   

내일은 정선에 간다. 뭘 하러 가는 건 아니고 안 하러 가는 여행. 함께 하는 발걸음으로 족한 여행.
세사람만 모여도 역활분담은 이워지기 마련인데 살림은 나다.  나는 살림사는게 너무 좋아^^
일곱명의 친구들. 처음은 필형 커플과 우리 부부가 가기로 했었는데 보람, 영, 창덕형이 차례로 합류했다.
다들 좋은 사람들. 잘 모르지만 서로 좋은 사람들이란 것만 아는 잘 모르는 사람들.  
 

바위 암. 뜻은 같지만 표기가 다른 건 어떤 이유일까? 궁금하다....
절 이름에 표기된 암巖자가 맞는데 공우원이 표기를 잘못한 걸까? 아니면 원래 다른 걸까?
공원관리소에 가서 물어보면 귀찮아 하겠지?? 네이버에서도 잘 못찾겠다.  아니면 암케나 써도 상관이 없는 건가? 그럴리는 없을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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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우 2011-10-08 06: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향편님 취미의 외연 참 대단하우.
차에다 달리기에다 야구에다 요리에다 등산에다.
이제 등산학교에 암벽까지.

절묘한 표현올시다.
서로 좋은 사람들이란 것만 아는 잘 모르는 사람들... ㅎㅎ

차좋아 2011-10-10 09:43   좋아요 0 | URL
관계에 있어서,
잘 알지도 못하면서!(참견마!), 홍상수 감독의 영화 대사에서 인상적인 말이었는데 이 말이 참 잔인한 말인거 같아요. 이 말을 듣게되면 거기서 딱 멈추게 되거든요. 잘 알지 못하니까, 그 말이 맞으니깐요.
근데 잘 아는 건 무얼 얼마나 알아야 잘 아는 걸까? 의문도 들어요. 잘~,은 아니더라도 아는 만큼 알고 있기 마련일텐데 말입니다.
ㅎㅎㅎ

자하(紫霞) 2011-10-08 13: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직접 차도 덖으십니까?
언제 한 번 얻어먹어봐야 하는데 말입니다.
혹 그러려면 불암산에...?
아~ 산은 싫은데 말입니다.ㅋ

차좋아 2011-10-10 09: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베리베레님 차 좋아 하시는 건 전에 이야기 나눈 기억이 있어서 알고 있습니다. ㅎㅎ 저 기억력 좋지요? 언제 한 번 같이 차 마시면 좋지요 불암산도 좋고요 ㅎㅎㅎ
 

어제, 아내와 만나 퇴근하는 길에 아이들 간식꺼리를 사기위해 마트에 들렀다. 장바구니에 더 담을게 없나~ 둘러보는데 눈에 딱 들어온 두반장. 오호~ 

집에 들어서자마자 가방을 던져놓고 주방으로 간다.
돼지고기를 채썰고(다지는 것보다 식감이 좋다) 피망, 양파, 대파를 잘게 썰어서 준비한다. 마음이 앞서 다른 양념을 꺼내지도 않고 돼지고기를 볶는다. 달궈진 팬. 치이익, 소리를 내는 돼지고기가 타지 않게 나무주걱으로 둘둘 볶으면서 아차, 두부도 안 썰었고 굴소스,녹말도 준비 안했구나,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이미 시작된 요리를 멈추기는 싫었다. 나는 준비한 야채를 마저 볶으면서 냉장고를 열어 두부, 굴소스를 재빠르게 꺼냈다. 두반장의 비닐포장도 팬질을(?) 하며 이로 뜯었다. 앗, 녹말가루!
자기야! 녹말 녹말~~~빨리!!(젠장, 엄마 있는데서 또 자기야,라고 불렀다. 챙피해ㅜㅜ)
아내가 뛰어와 녹발가루를 꺼내준다. "녹말, 물에 개어서 여기 부어." 
다행이다. 야채가 탈뻔했다. 물을 조금 더 넣고 팬 온도가 잠시 식은 틈을 이용해 두부를 썬다. 손두부라 꽤 크다. 횡으로 세 번 잘라야겠다, 횡으로 칼이 세 번 지나가고 칼을 세워 부두를 내려 썰었다. 일정한 간격으로 가로 세로 썰고나니 하나의 두부가 수십개의 부두 조각이 되었다. 보글거리며 볶아지고 있는 후라이팬 속의 식재들이 다시 끓는다. 두반장을 푹푹 두 숟가락 떠넣고 두부를 넣었다. 굴소스를 넣을때는 조심하지 않으면 뭉텅! 하고 소스가 덩어리지어 떨어질수 있으니 조심해서.... 살짝, 하고 기울이는데 뭉텅 하고 빠진다.ㅜㅜ (짜겠다)
완성! 헤헤헤 

산아 마파두부 먹어볼래?, 밥 먹었는데, ...맛있는거야 조금만 먹어봐~, 배불러! 엄마 놀자~, 
다야~ 마파두부 먹으래, 싫어 엄마랑 놀꺼야~~ 
자기야(작게 말했다) 마파두부 먹... 아니야,ㅜㅜ (아내는 다이어트 중이다)
엄마! 밥 먹었어? 마파 두부 먹을래?, 그거 뭔 맛으로 먹니... 김치랑 밥이 낫지, 

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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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jy 2011-10-06 13: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마파두부! 저 주시면 겁나 맛나게 밥 비벼먹었을텐데요^^;

차좋아 2011-10-06 14:49   좋아요 0 | URL
pjy님이 우리 옆집에 살았으면 좋겠어요 ^^ 그럼 맨날 먹을거 갖다드릴 자신있어요 ㅎㅎㅎ

치니 2011-10-06 13: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저 마파두부 좋아하는뎅. 올려주신 방법으로 한번 시도해봐야겠어요.

차좋아 2011-10-06 15:30   좋아요 0 | URL
ㅎㅎㅎ 마파두부 만큼 쉬운 요리도 없지요 한번 해보세요.
빠진 게 뭐가 있냐면, 야채를 볶을라면 식용유를 둘러야겠고. 또 이건 취향인데 백색의 가루를 넣었어요 ㅋㅋㅋ 청요리엔 그게 안들어가면 맛이 안나요 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11-10-06 13: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차좋아님. 마파두부 도시락 싸서 울엄마 입원중인 병원에 방문해주세요. ㅎㅎㅎㅎㅎ 제가 먹을게요. ㅎㅎㅎㅎㅎ

차좋아 2011-10-06 15:00   좋아요 0 | URL
다락방님도 마파두부를 좋아하시는군요^^ 거기거기, 병원이 어딥니까?ㅋ 근데 왜 다락방님이 드세요? 어머님 드려야지 ㅎㅎㅎ

다락방 2011-10-06 15:27   좋아요 0 | URL
차좋아님은 울엄마 친구가 아니라 내친구니까 차좋아님이 만든건 제가 먹어야죠 ㅋㅋㅋㅋㅋ

차좋아 2011-10-06 15:29   좋아요 0 | URL
아... 얼마만에 들어보는 말인지 모르겠어요.^^ 내친구.
좋아요 ㅎㅎㅎ

라주미힌 2011-10-06 16: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리 페이퍼 쓸라 했더니... ㅋㅋ
오늘은 뭐 해묵을까 -_-;; 메뉴가 워낙 다양하질 않아서 쩝쩝..
벌써 배고파 지네용..

차좋아 2011-10-06 18:19   좋아요 0 | URL
많은 사람들이 같은 고민을 하고있을 시간이네요 ㅋㅋ
저도 아까부터 고민중. 아~~ 뭐 먹지.

동우 2011-10-08 06: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차 다리는 솜씨라면 먹을만 할텐데 왜...
향편님, 나나 주슈.
나 마파두부 좋아해요.ㅎㅎ

차좋아 2011-10-10 09:50   좋아요 0 | URL
먹을만 해요.ㅎㅎ
동우님이랑 마파두부에 소주 한잔 하고싶은 (생각이 드는) 아침입니다 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