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가가 하루 남았다.
12월 들어서자 남은 휴가 하루가 생각났고(원래12월에 생각 날 예정이었다) 언제 어떻게 달디단 휴가를 쓸까 행복한 고민을 했다.
언제는, 휴가의 기쁨을 극대화 할 수 있는 월요일!
어디로, 음... 창의력이 없어서 쉬는 날은 생각이 먼저 산으로 가 버리니 ㅋㅋ 겨울 산으로 갈 예정이었을 텐데 단팥빵님의 글 읽고 통영이 눈에 들어와 버렸다. 아, 통영! 나 저기 엄청 가 보고싶어했지, **이 카페를 통영에서 한댔는데 카페도 가보고, 그래그래 통영 가자, 그럼 산은, 통영에도 산 있겠지 뭐 ㅎㅎㅎ, 아 그렇겠다. 그래 통영 산 좋다. 거기 올라가면 바다도 보이겠지^^
어떻게, 침낭 들고 별달 보면서 비박*****@
누구랑, 아마 혼자 ㅋ

월요일 휴가내면 토.일.월 삼일 통영에 있을 수 있겠구나.
일단 오늘 집에가서 아내에게 허락을 받고 멋진 계획을 세워야지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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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분?십분?
얼마치의 시간 여유가 있는지는 모르지만 막간을 이용해보자.

잠시후 퇴근을 하면 종로5가 신진시장으로 가서 암벽 장비를 사야한다. 

암벽장비는 겁나 비싸서 내 다른 여가 생활을 올스톱 시키고 있다.(물론 비약이다)

장비를 산 다음 동기들과 한 잔 하겠지? 아마도 신진시장 근처의 닭한마리나 옆 광장시장의 난전에 걸터 앉아 빈대떡에 막걸리를 먹지 싶다. 

끝 퇴근...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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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우 2012-05-10 06: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4월 20일 퇴근후 암벽장비를 사시고.
그날 한잔 하셨을테고.
오늘이 5월 10일.
그 날 술은 다 깨셨을테고.
암벽장비....

여전하시지요? 향편님.
 

매바위. 날카로운 바위를 올려다보고 있으려니 한 치수 작은 하네스의 불편함 따윈 의식에서 사라져버렸다. 적갈색 날카로운 발톱을 품은 수직벽을 올려다 보며 '등반준비완료등반준비완료' 속으로 되뇌인다. 눈 앞의 직벽을 멍하니 쳐다보다 천천히 고개를 치키며 암벽을 살펴보지만 벽너머 푸른 하늘의 밝음에 눈이 시려 올려다 보던 눈길은 바위끝에서 멈추어선다. 
마음의 준비를 물었더라면, 거짓없이 고하라고 강요했더라면 그렇게 당당하게 외치진 못했을 것이다. 그것은 각오의 외침이었다.

"등반준비 완료!"

"출발", "출발!"
자일끝 1미터 남짓 위치에서 팔자매듭을 짓고 허리와 다리를 두른 하네스에 연결한 채 톱로핑을 시작하려는 순간 위압적이던 암벽이 이제는 부딛쳐야하는 현실로 다가왔다. 잡을만한 홀드도 크렉도 뚜렸하게 보이지 않은 암벽 길. 밑그림 한 번 그려보지 않은 상태지만 출발!이라 외쳤으니 별 수 없었다. 조심스레 바위에 다가선다. 나도 모르게 눈 앞에 불거져 나온 돌뿌리를 잡았다. 차가운 기운이 손바닥에 느껴지자 순간 정신이 각성된다. 등 뒤에서 사람들의 시선이 느껴져 의연한 척 애써보지만 심박은 의지의 상관없이 요동을 친다. 흐응~, 코로 숨을 깊게 들여 마시고 오른다리를 들어 안정감 있게 자리잡은 돌턱에 얹은 다음 다시 바위를 올려다 본다.  
'침착하자... 뒤에서 다들 보고 있다.'

한 시 방향. 하얀 초크 가루가 잔뜩 묻어 잡기 좋아 보이는 홀드가 눈에 들어왔다. 오른손을 뻗어보았지만 한 뼘 남짓 거리를 두고 잡히지 않는다. 쉬 닿질 않는 그 홀드를 잡아야 비로소 내 몸은 수평의 대지를 박차고 수직의 바위와 마주하게 될 것이다. 아직 왼발은 바위에 오르지 않았다. 단단히 홀드를 잡은 왼손 아귀에 힘을 주고 오른발로 바위를 밀자 왼쪽 다리가 둥 떠오른다. 
'잡았다!'  

암벽의 아래둥치일 뿐이지만 중력을 거슬러 양손과 두 발에 의지해 바위에 붙어있다. 툭! 하고 바위를 밀어내면 추락이랄 것도 없이 땅으로 내려설 수 있는 높이에서 나는 얼마나 긴장을 했었던가.  다시 머리 위를 살핀다. 바위길로 나온 첫 걸음의 감동을 느낄새도 없다. 다음 걸음을 해야한다. 바위는 넘어야 할 장애물이 아니라 그저 지나가는 길일지도 모른다. '클라이머' 라는 사람들에게는 말이다. 
바위에 붙어 고개를 이리저리 돌려가며 디딜만한 곳을 찾았다. 빌레이를 봐주는 파트너도 내 움직임에 따라 자일을 당기고 있다. 팽팽히 당겨오는 자일의 긴장감이 하네스를 통해 전해진다. 자일이 '뭐하고 있어, 빨리 올라가', 라고 말하고 있다. 안전을 위한 자일의 진동이 재촉으로 느껴진다. 긴장의 연속이다. 그리고 나서는 어떻게 했지?, 한발을 올리고 또 한손이 움직였나? 아니면 잡을 곳을 확보하고 발이 따라왔나? 도통 기억이 나질 않는다. 어찌어찌 올라갔다,고 해야 옳은 말이지 싶다. 올라가야 된다는 생각만으로 잡히는 대로 잡고 생애 첫 오름짓을 이어갔다.

바닥과의 거리가 얼마나 되었을까, 맨 몸으로 떨어져도 죽지는 않을 높이에서 온갖 안전 장비를 갖추고 많은 사람들의 격려를 받고 있으면서도 무서움이 일었다.
매바위는 내게 길을 보여주지 않는다. 나는 아직 허락되지 않은 손님이었다. 거칠은 바위에게 '잘 부탁해~'하며 내 손의 온기를 나누듯 바위를 쓰다듬었다. 그럴 때마나 바위는 보이자 않던 길을 내어주고 나는 조심스레 한 걸음씩 길을 나아간다. 올라가는 수밖에 없다. 암벽의 길에서 되돌아 가는 길은 없었다.  '나 여기 있어' 하며 크렉은 날 유인했지만 한 치 모라라게 잡히지 않는다. 창재 강사님은 내 왼발과 오른발에게 여러가지 주문을 하지만 두 다리는 설명을 듣고도 디딜 곳을 모르는 듯 했고 볼품없이 가느다란 두 팔로 간신히 버티고 있었다. 나는 강사님을 믿고 있는데 내 몸은 그렇지 못했었던 것이다.

얼마 올라가지도 못했는데 두 팔에 펌핑이 온다. 불안정한 자세로 바위에 붙어 있다보니 팔에 힘이 빠진 모양이다. '팔에 힘이 빠지는데 어떡하지, 더 올라가고 싶은데 큰일났다.'

자신없이 다음 홀드를 잡으려 손을 뻗치는 그 순간 엉덩이가 뒤로 밀려나며 바위면이 점점 넓게 시야에 들어온다. 뻗쳐가던 손은 다시 움츠려 들고 있다. '...떨어진다'
떨어짐과 동시에 자일은 내 몸을 허공으로 안아 올렸다. 피식 웃음이 났다. 공중에 뜬 채로 방금 전까지 내가 온 몸으로 부비던 바위를 맥 없이 바라 보았다. 바위를 놓은 건 나였지만 나는 바위에게 버려진 기분이었다. 첫 등반과 첫 추락.  차가웠지만 놓고 싶지 않은 암질의 기억. 그 모든 기억이 내게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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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우 2012-04-07 08: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향편님.
내 독서는 이제야 겨우 레미제라블 4권 쯤에서 질척거리고 있답니다.

근데 향편님.
암벽타기라니.
향편님의 등산이 저런 고차원의 것이었습니까?
'록 크라이밍'이 저런 것이지요?
군대적 유격훈련을 떠올리면 지금도 오금이 저리는 나는 감히. ㅎㅎ

차좋아 2012-04-10 18:10   좋아요 0 | URL
지금은 거의 읽어 가시겠습니다 ㅎㅎ
저는 여유부리다가 도 달을 넘겼습니다. 4월 독서도 해야하는데 그 책은 뭐였더라 ㅋㅋ

실상은 저차원입니다. 동기들 중에 잘 못하는 편이에요. 원래 몸치라 ㅎㅎㅎ
체격은 좋아 보이는편인지 사람들이 제일 잘 할거 같은데 잘 못 한다며 의외라고들 해요 ㅋㅋ
 

집을 나서 동네를 한 바퀴 돌다가 결국 산으로 향한다. 쉬엄쉬엄 걷다가 달리기 시작한다. 경사 급한 산 허리를 질러 달리듯 올라갔다. 괜실히 웃음이 비져나온다. 힘이 들었다. 더 힘을 내 달렸다. 너무나 건강한 육체의 에너지가 공허한 마음에 전해진다. 마음이라는 장기에 피가 돌기 시작한다. 살아 있음을 증명하는 힘찬 혈류의 순환이 온 몸을 각성시킨다. 무작정 달리다보니 어느새 능선에 올라섰다. 뒤를 돌아보자 내가 사는 마을이 한 눈에 보인다. 작은 마을, 저 안에서 옹기 종기 살고 있는 우리 가족과 이웃, 얼굴 모르는 사람들. 잠시 딴 생각을 하다가 그제서야 나는 지금 어디로 가는 것일까, 이제 어디로 갈까, 생각을 하며 정상을 바라보았다. 정상께에 걸친 한낯의 태양에 얼굴이 웅크려든다. '저길 가려고 했었나?' 능선길을 따라 십 분을 가면 태극기 휘날리는 정상이다. '흥, 맨날 가는 꼭대기......'

능선길을 벗어나 산을 내려간다. 잠시 딴생각에 방향이 바뀌었다. 딴생각? 생각? 
딴생각이 아니었다. 능선까지의 내달림은 무의식의 이끎이었다면 능선에 올라 뒤를 돌아볼제 그제서야 생각을 한 것이었다. 지금 가는 곳은 분명한 목적지였다. 그곳에 가면...

방금 올라온 곳의 반대 방향으로 내려갔다. 산을 넘는 꼴이었다. 능선을 경계로 서울을 벗어난다. 지금 가도 밥이 있을까? 핸드폰을 놓고 왔으니 시간을 알 수가 없었다. 다시 뛴다. 한 시까지 점심 공양시간, 잘하면 밥을 얻어 먹을수가 있었다.

 

공양주 보살님은 나보고 학생이냐 물었다. 네, 아..아니요 직장인이에요. 학생 다음엔 일직와~, 미안해 하는 표정이다. 네 그럼 다음에 오겠습니다, 밥 때가 지나 밥이 없는데 공양주 보살님은 밥을 먹이고 싶어했다.  

밥 보다 더 따듯한 식은 떡을 한 덩이 들고 나는 다시 산을 올랐다. 떡을 떼어 입안에 넣었다. 목이 메어 자꾸 눈물이 난다.
현기증이 일었다. 물 한모금 안 마시고 두 시간 여 거친 산을 달렸으니 어지럼이 일만했다. 입천장은 마르고 인후까지 먼지가 가득했다. 갈증으로 침도 나지 않는 입안에서도 떡은 달았다.

 

 

소주 한 잔 얻어마시고 싶은 날이 있다. 꼭 얻어마셔야 한다. 이런 날은 자연스럽게 술 한잔 하자, 해 놓고 친구가 계산하게 내버려 두는 것만으로는 어딘가 부족하다.

술이나 한 잔 하자, 가 아닌.

나 술 사 줘, 라고 말하고 싶기 때문이다.

 

그런 친구가 없다는 게 이 페이퍼를 쓰는 이유이다. 아니 결과인지 모르겠다. 술 한잔 편히 사달라고 말할 친구가 없는 외로운 현실의 허허로움에 이런 허접한 푸념이나 하는 것이니 결과라고 해야겠다.


친구에게 매우 실례되는 생각이지만 때때로 그렇게 느껴진다.
'어쩌면 친구가 없는 건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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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우 2012-03-27 06: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가엾어라, 향편님.
산을 내달리면서 향편님이 내뱉는 헐떡임은 하냥 외로움이었던가 보아.

어이구, 가치이 있었다면 늙은 친구에게 전화 한통 넣었으련만.
"동우님, 술한잔 사주세요"
그럼 내달려 갔을텐데.

차좋아 2012-03-28 11:47   좋아요 0 | URL
지독하게 고질적인 문제인데 그냥 같이 살아가고 있어요. 다들 그렇겠지 하면서...

외로움이라는 직설의 표현이 적확한 건지 자신이 없네요. 그마저도 애둘러 표현한건지 아님 엄살인건지. 좀 더 솔직한 말은 직접 말씀드릴게요.ㅋ
곧 만나뵙길 바라면서... (온갖 변변찮은 사정이 부산가는 날을 자꾸 미루게 합니다)
 
그들이 본 임진왜란 - 근세 일본의 베스트셀러와 전쟁의 기억
김시덕 지음 / 학고재 / 2012년 1월
평점 :
절판


조선시대 (선조 25년) 임진년의 추억은 피로 유전이 되어 이땅의 국민이라면 사무치는 감정의 격함을 느끼는 통한의 역사일 것이다. (냉정히 말하면 학습에 의한 결과이겠지만...)

그 아픈 역사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성웅 이순신 장군을 기억하며 임진왜란의 상처를 치유하고 그 이야기는 서기 2012년 (명박 4년) 지금에 이르기까지 변함이 없는 듯하다. 
우리는 많은 매체로 임진왜란을 접한다. 광화문 거리 한복판에 우뚝 선 이순신 장군의 동상은 어쩐지 자랑스럽다. 그리고 드라마로, 책으로, 그 외 수많은 글과 말들이 우리에게 임진년 당시 거북선과 이순신 장군을 영웅적인 모습으로 그리고 있다. 그렇게 우리는 배우고 익혀서 알고 있다. 전국 각지의 의병들이 이땅을 지키기 위해 투쟁을 하였던 민족 수난의 역사 임진왜란. 그 임진왜란에 대해 일본인들은 어떻게 기억하고 있을까?

 

임진왜란은 동아시아의 세계대전이었다.(나는 전혀 인식하지 못했었다)
한.중.일 삼국이 크게 한 판 벌인 동아시아판 세계대전. 
역사 인식에 시야를 넓히는 일은 결코 간단하지 않은 것 같다. 기존의 사실과 정면배치되는 이야기를 들을때 그것을 인정하기란 쉬운일이 아닐테니까.

거듭 확인한 사실- 어느 누구도 입장에서 다유롭지 못하구나 하는 것.

다만 노력을 할 뿐이다. 관조하는 시선을 가지고 어떤 사건에 대하여서 결론내리기 전에 판단유예하는 마음의 자세.

 

어제 불현듯 쓴 숙적의 리뷰로 인해 밤새 이 책을 읽었다.
어제까지는 고니시 유키나와가 주인공이었고 현명한 인물이었는데 오늘은 그 라이벌 가토가 또 다른 모습으로 내게 모습을 드러낸다. 앎 이라는 것. 너무나 편협한 그 지식의 한계.

 

엔도 슈샤쿠의 <숙적>이라는 역사소설에 새삼 놀랐다. 김시덕 작가의 <그들이 본 임진왜란>에서 전하는 모든 역사적 내용이 <숙적>에 담겨있다. 그리고 더 많은 이야기들이......

그들의 진실-

임진왜란은 정복 전쟁이 아닌 정벌 전쟁이었다.

무고한 이웃나라에 노략질하러 침략한 게 아니라 일본에 두 차례 침공했던 고려,원 에 대한 복수 였다. 흠...... 그럴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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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우 2012-03-27 07: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임진왜란이 단순한 '亂'이 아니었군요.

예전에 야마오카 소하치의 소설 '도쿠가와 이에야스'(대망)를 너무나 재미있게 읽었는데 그 소설로 인하여 내게 입력된 것은 주로 일본적기질 일본적인물, 일본문화라는 것이었다고 생각됩니다.
그 소설 속 '임진왜란'도 지엽적으로 다루어져 '히데요시'라는 인물의 정략적 상황에 기인한듯 하였고.
'징비록'에서도 '난중일기'에서도 나는 동아시아 의 '세계대전'이라는 시각은 전혀 느끼지 못하였는데.


차좋아 2012-03-28 11:57   좋아요 0 | URL
대망은 1권을 잘 읽다가 어떤 이유에선지 멈칫 하였는데 그 후 다시 잡질 못하고 있어요. 두 번식이나요.
대망도 읽어야 하는데....
올 한해는 책은 계획한 것 이상 읽기가 힘들 것 같아요 ㅎㅎ

대전이나 국지전이나 안에서는 그저 날리일 뿐. 세계사적인 시야를 가질 여유가 없는건 아닐까요 ㅎㅎ
그래서 저도 살짝 놀랐어요 ㅎㅎ 그렇구나~ 하면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