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 보름 정도 달리기를 안 했더니 무릎이 많이 좋아졌다. 매주 산길을 걷는걸로 달리지 못하는 아쉬움을 달랬는데 글세, 걷기가 달리는 것 못잖게 즐거움이 큰 거다.
산행은 대퇴부 근력 강화를 위해 러너들이 많이 한다고 해서 가끔 등산을 했었는데 이제는 산 자체가 좋아서 산에 간다.
달리기 보다 무릎에 무리도 덜하고 오가는 길 풍광도 좋아서 요즘 주말만 기다리고 산다.
스틱을 이용하면 무릎에 충격을 줄일 수 있다는 말을 듣고 스틱을 구해야하나 싶은데 뭘 사야 좋을지 몰라 망설이는 중이다. 어제는 트래킹 슬리퍼라는 걸 샀다. ㅋㅋㅋㅋ 일명 등산 쓰레빠 되겠다. 불암산에 쓰레빠 신고 올라가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다.ㅋㅋㅋ '조심하자~' 하면서도 자꾸 걸음이 빨라지고 달리는 경향이 있는데 슬리퍼 신고는 달릴수가 없을테니 천천히 걷게 되겠지.
강변을 달렸다. 새로산 쿠션이 좋은 런닝화를 신고 오랫만에 달리기를 했다. 원래 오키로미터만 가볍게 달리고 집에 와서 쉬려고했는데 집을 나서기 직전 전화를 받은게 화근이었다.
술한잔 하자,는 공릉동 친구의 유혹에 기꺼이 넘어간 나는 곧 가마, 약속을 했다.
술도 좋고 친구도 좋았지만 새 신을 신고 달리고 싶은 마음이 더 커서 운동을 포기할 수는 없었다.
'공릉동까지 달려가서 맥주만 한 잔하고 다시 달려오면 되겠다.'
친구들은 나 까지 다섯이었다. 사십분 정도 달려 약속장소에 가보니 아직 1차. 중국음식점에서 요리를 시켜 놓고 소주를 마시는 친구들은 런닝복차림으로 얼굴이 달아올라 나타난 내 행색에 어이 없다는 듯 웃는다. 나 때문인지 화제가 운동이 돼서 우리는 운동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
복사기 회사에 다니는 용렬이는 사회인 야구단으로 활동중이다.
부산저축은행 계열사인지 모기업인지... 그쯤 되는 신용평가회사에 다니는 종식이는 골프를 친다.
엔시소프트라는 게임회사 다니는 우家는 사내 헬스클럽에서 운동을 하고,
신도림 자동차 운전학원 강사인 광호는 고민이 많아 운동 같은거 할 시간이 없는 친구다.
나는 달리기, 걷기를 하고...
잠깐 가서 맥주 한잔 하고 돌아오려던 계획은 중식당에 들어서면서 버렸다. 우리는 2차로 고깃집엘 갔고 3차로 호프집, 4차로 포장마차 마지막은 노래방을 갔다. 헛개나무 컨디션을 중간중간 두 병이나 마시면서 밤새 공릉동 거리를 배회했고 술에 취해 뛰어간다는 나를 친구들이 택시에 태워 집으로 왔다. 아직 머리가 아프다. 내가 뭘 쓰고 있는건지 잘 모르겠네.....
광호가 결혼을 한다고 사회를 부탁했다. 고려대 나온 여자친구와 십 년 연애 끝에 결혼이다.
광호는 운전학원 강사다. 왜 십 년이나 연애를 했냐하면 여자친구가 무려 고려대를 나와서 그렇다. 삼 년 전에, 오 년 전에 나는 광호에게 이야기했다. 그냥 만나면 돼, 여자 나이들면 그 집에서 더 아쉬워진다, 나는 기억도 못하는 말들을 광호가 내게 했다. 내가 그런말을 했냐?, 기억이 났지만 모르는 척 했다.
'사회 잘 봐줄 게 광호야 결혼 축하해. '
나는 일곱 살, 여섯 살 아이도 있고 결혼도 일찍했지만 내가 나이 들었다는 게 아직 실감이 안나는데 어제 친구들을 보면서 얘네들이 나이를 많이 먹었구나, 생각이 들었다. 초.중.고를 함께 다닌 친구들.(공부를 못해서 고등학교를 나만 다른 곳으로 갔다) 다들 아저씨가 됐다.
매일 봐도 또 보고 싶은 친구들을 만난 다음날은 어딘지 모르게 서글프다. 내가 제일 모지리였는데 (지금도 그렇다) 공부도 잘하고 집도 잘 살던 녀석들이 세상을 왜 그렇게 힘겹게 사는지...
등산 쓰레바 하나씩 신겨서 산에나 데리고 갈까 보다.(안따라올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