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하노이다. 원래라면 지금쯤 서울이어야 한다.

 

그저께 밤, 금요일 보고만 하고 집으로~ 라는 기분으로 자료를 작성하고 있던 중, 메세지가 날아왔다. 보고받을 분이 금요일에 시간이 안된다고 토요일 오전 9시에 하라고 했다는 거다. 헉. 그러니까 난 9시에서 아무리 길어도 30분 정도밖엔 안할 보고를 위해 (바쁜 분이다. 삼십분이면 엄청 길지) 하루를 여기에서 있어야 한다는 결론이 난 거다.

 

망연자실.

 

그래도 어쩌리. 보고는 하고 가야지, 안 하고 갔다가는 그 후폭풍을 어떻게 감당... 그래서 어제 하루종일 호텔에 감금당한 채 자료 작성. 꿀꿀했지만, 하루만 참자.. 하고 꾸욱... 자료 다 만들고 누우니 11시. 자자. 자자. 하노이의 밤은 엄청난 빗소리와 함께 지나갔다. 아 비 엄청 오네. 소리 엄청 크다.. 이러면서 잠들었다는.

 

아침에, 짐 다 챙기고 룰루. 보고하러 갔다. 보고만 끝나면 집이야 집이야. 그런데, 도착했더니 갑자기 급한 일이 생겨서 오늘 안돼요... 다음주에 하는 게 어때요? 라는... 비보를 접함. 이 '을'의 비애. 이걸 어쩌나. 일단 대기 상태. 구석에 쭈그리고 앉아 기다림 기다림... 그러나 역시 시간이 안 나고. 할 수 없이 그 아래 임원에게 보고를 하는 걸로 낙찰. 아 정말.

 

다행히 그 분은, 시간이 되어서 30분 정도 보고를 할 수 있었다. 다음 주까지 남아서 마저 보고하고 가라고 할까봐 초조했는데, 출장자들을 이렇게 남겨둘 수 없으니 여기 있는 사람들이 브리핑하세요 라고 일단락. 후유...

 

끝났는데, 긴장하고 화나고 그래서인지 속이 부글부글... 울렁울렁... 게다가 하노이는 덥고 습하고. 아스팔트 위에서 올라오는 뜨거운 기운 때문에 숨이 턱턱 막히고. 올케한테 연락해보니 서울도 그렇다고는 하나, 여기는 타지. 더 힘든 거지. 그래서 호안끼엠 호수 한바퀴 돌고... 하노이가 처음인 동료가 있어서 말이다. 난 호안끼엠 호수 대여섯번은 온 듯... 지쳐서 로컬 푸드로 점심 겸 저녁 겸 하고 호텔 로비에 들어와 회의록 작성했다. 이건 뭐... 주변에 들리는 언어가 베트남어, 중국어라서 그렇지 그냥 한국같은 느낌.

 

아. 집에 가고 싶어...

 

오늘 11시 반 비행기다. 밤, 밤. 내일 새벽 5시에 떨어지니, 그 피곤은 극에 달하겠으나... 그래도 얼른 갔으면 싶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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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ys1211 2017-07-08 20: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래도 하노이는 호치민시티에 비해 우리처럼 4계절에 날씨도 상대적으로 좋아서 그나마....

비연 2017-07-08 22:08   좋아요 1 | URL
아. 호치민시티는 못 가봐서.. 이보다 더하다는 말씀..? 하긴 훨씬 남쪽이니 ㅜ

dys1211 2017-07-08 22: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호치민에 비하면 하노이의 날씨는 천국 같은 곳인거 같아요.

비연 2017-07-09 06:39   좋아요 0 | URL
아 그렇군요..ㅠ 호치민시티 가보고 싶었는데 급망설이게 되는...
 

보고 끝내고 (힘들었다 정말 ㅠ)
비행기 타기까지 시간 죽이기~

 

이 곳은 하노이에서 사람들이 제일 많이 찾는 호안끼엠 호수...

더워서 걷기도 싫더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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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eje 2017-07-09 03:3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아..저에겐 천국으로 보입니다. 길에 보이는 가게 들어가서 맛있는거 사먹고 싶어요!! 물론...더위는 싫지만요 ㅠ

비연 2017-07-09 06:40   좋아요 0 | URL
흠.. 이게 여행이면 좋았을텐데 말이죠 ㅎㅎ 하노이 호안끼엠은 한번 가볼만 합니다. 하노이를 느낄 수 있는 곳이죠~^^
 

Hanoi, Vietn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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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17-07-05 10:4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우어엇 하노이 좋습니다!! 좋아요!! 출장이라 어떨지 모르겠지만, 즐기고 오시기 바랍니다!!

비연 2017-07-05 12:47   좋아요 0 | URL
출장이라... 하노이가 어떻게 생겼는 지 확인도 안 되는 상황입니다만..;;;
그래도 나름 즐기기로... 세뇌 중입니당..ㅜ
 

 

며칠 전에 회사에서 정말 스트레스를 너무 받아 숨이 턱 막히는 일이 있었다. 뭐 저따위로 말을 하지? 를 넘어서서 속에서 분노가 치밀어 오르는 느낌. 그 분노를 삭일 수 없어서, 그날 난 미용실에 갔다. 반질반질 대머리로 밀어버릴까 싶은 반항심도 발동했지만, 그래 봐야 나만 손해. 그냥 얌전히 조금만 자르고 집으로 향했다.

 

가다가 전화가 왔고... 갑자기 예전에 알던 사람들이 모였다며 오라고... 잠시 망설였다가 스트레스도 풀겸 해서 갔다.. 그리고 아마 술을 좀 과하게 먹었던 모양이다. 12시가 넘어 다들 헤어지고 친구랑 둘이 남았다. 그냥 보낼 걸, 술김에 한 잔만 더하자고 갔고... 아. 그만 말이 심하게 나왔던 것 같고.. 결국 큰 싸움이 되고 말았다.

 

성질은 독해도, 사람들과 소리지르며 싸우는 일은 잘 안하는 나인데. 그날은 술김이었겠지.. 둘이서 거의 소리소리 지르고 난리를 치고... 옆에 있는 사람들 다 물러나고. 그게 새벽 2시였다. 결국 엉엉 울고... 눈은 탱탱 붓고... 화해라는 걸 할 틈도 없이 그냥 그렇게 정신없이 집에 와서 씻고 잔 게 새벽 3시.

 

다음날 아침에 출근하려고 일어나니 머리도 아프고, 잠도 부족해서 쓰러질 것 같고, 속도 아프고. 질질 끌며 우선은 회사로 갔다. 그리고 온종일 후회라는 기분으로 살아야 했다... 왜 그랬을까. 스트레스가 쌓인다고 분노가 치밀어 오른다고 왜 그렇게 거기다 퍼부었을까. 알고 보면 친구도 스트레스가 많이 쌓였던 요즘이었던 것 같은데 왜 그 아이에게 분노를 trigger 시켰을까. 후회 또 후회. 주워 담을 수도 없는 후회들이 물밀듯이 밀려 들었더랬다.

 

다시 생각해보면, 아 내 속에 분노가 이제 쌓이다 쌓이다 밖으로 터지지 않고는 견딜 수 없을 정도로 쌓였나 보다.. 싶어서 씁쓸하기도 하고. 친구랑 화해해야 할텐데 이 응어리가 과연 풀릴 것인가 싶어서 마음이 착잡하고. 그래서 우선은... 친구에게 메세지 보내서 미안하다고 하고... 친구도 답으로 나도 미안해 하고. 그러나 지금까지도 찝찝한 마음이 계속 되고 있다.

 

7월 부터는 (오늘 6월의 마지막날, 술 약속이 잡혀 있다ㅜ) 술을 안 먹기로 했다. 술 먹고 이렇게 속에 있는 분노를 사정없이 밖으로 분출하는 행동은... 해서는 안되는 거고 정말... 쓸데없는 몸부림이다. 그런다고 해결되는 것도 없고... 분노를 다른 식으로 삭여야지. 이건 아니다 싶다. 그래서 당분간 금주. 언제까지 가겠냐 다들 비웃을 수도 있지만, 우선 하반기에는 술을 먹지 않는 걸로 내심 결정. 그리고 스트레스 해소할 방법을 찾아야겠다. 명상... 요가... 이런 게 좋지 않을까.

 

.... 나에게 스트레스를 주는 건, 말도 안되는 상황인데, 이 상황이 지속된다면 정이 다 떨어질 느낌이다. 남아난 정이 있느냐 라는 생각도 들지만, 그래도 그래도 이건 아니다 이건 아니얏! 라는 심정이 커서 말이다. 계속 고민해왔지만 진지하게 다시 고민 시작이다. 맨날 고민만 하지 말고 이번엔 실행을 하리라. 지 실적 채운다고 남들을 쥐잡듯 잡는 상사 아래에서 무슨 희망이 있으리. 회사도 다 사람인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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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원 2017-07-01 21: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일상다반사... 아멘, 관세음보살...
그래도 나 만날 때 와인 한 잔은 해요. ㅋㅋ

비연 2017-07-02 11:27   좋아요 0 | URL
아멘, 관세음보살...
와인 한 잔 정도는 괜챦겠...지? ㅋㅋ;;;;;
곧 보자구^^
 

그래,
한 주에 한 번쯤은 이렇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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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17-06-24 14: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오늘 스테이크 먹을거예요. 불끈!!

비연 2017-06-24 15:14   좋아요 0 | URL
락방님, 꼭! 와인도 함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