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는 어찌 보면 참 좋다. 신정 있고 구정 있고. 새해를 두 번 맞는 셈인지라,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라는 덕담도 두 번 할 수 있으니. 그래도 왠지 신정보다는 구정이 더 설날같이 느껴지는 걸 보면... 난 옛날 사람? .. 옛날 사람인가보다. 끙.
이번 설연휴에는 가족들과 베트남 다낭의 리조트로 여행을 가게 되었다. 이 여행을 가기까지 얼마나 징한 세월이 있었는지. 아빠가 편챦으셨고 그래서 예약한 이 여행을 갈 수 있냐 갈 수 없냐 를 계속 고민해야 했다. 극성수기 표를 겨우겨우 구한 거라 반환할 경우 90%를 위약금으로 내야 하는 걸 감수하고 예약을 해서... 무엇보다 돈이 문제가 아니라, 가족이 전부 여행을 갈 수 있다는 게 참 다행하고 고마운 일이었구나 라는 것을 새삼 깨닫게 된 계기였다고나 할까. 그래서, 이제 어찌어찌하여 가게 된 것이 어느 때보다 좋다. 가서도 물론 조심해야하겠고 생각만큼 일정을 가질 수 없을 지도 모르지만, 그래도 일단 가게 되어 좋다. 이번엔 사진도 많이 찍어야겠다 싶다. 아빠 엄마가 연세가 있으셔서 슬슬 해외로 나가는 것도 힘들어진 것 같고.. 조금 더 지나면 여행 자체가 부담스러울 수가 있을 것 같다. 이게 세월이 간다는 것이고 늙어간다는 것이 고.... 많은 생각들이 머릿 속에 어지러이 돌아다니던 지난 두 달이었다. 아뭏든 즐겁게 건강하게 잘 다녀오고 싶다.
갈 때 무슨 책을 가지고 가지? 지난 번 출장 때는 책을 거의 못 읽었다. 비행기 내에서는 오며 가며 영화를 한 편씩 봤고. 갈 때는 <아이 캔 스피크>, 올 때는 <킬러의 보디가드>. <아이 캔 스피크>는... 역시나 슬프고 가슴아프고... 그래서 개봉했을 때 가서 보지 않았었는데... 이 역사를 어쩔 것이냐. 라는 생각에 가슴이 미어 터지는 것 같았다. 그러고 나서 한국 와 일본 아베 총리 얼굴을 보니 ... 와서 위안부 합의하라고 요구했다는 이야기를 들으니.. 속에서 분노가 활화산처럼.... 가서 어퍼컷을 날리고 싶다. 죽어도 사과하지 않겠다는.. 우린 잘못한 게 없어요... 그래. 그렇게 살아라. 우린 꼭 사과 받아낼 테니까. 전범인 것도 모자라 이런 짓을 저질러 놓고도 후안무치로 오히려 뻔뻔하게 잡소리를 해대는 것도 오래 못 갈 거다. <킬러의 보디가드>는 정말, 정말, 킬링타임용 영화. 아무 의미도 없고 아무 개연성도 없고. 그냥 액션, 애정, 약간의 쫄깃함. 거기에 인종학살을 한 어느 나라 대통령 재판이 끼여서 이건 뭐 잡탕. 보면서 나 이거 왜 보지? 라는 생각 하면서도 그냥 멍하니 보기 좋은 영화. 이런 액션 너무 좋아요. 라는 평도 많던데... 쩝. 별 준다면 2개반 정도?
여하둥둥, 오늘 무사히 출발해서 (사실 오늘 휴가내려고 했는데 팀장이 갑자기 회의를 잡았고, 그걸 오전에 뒀다가 오후로 마음대로 바꾸는 바람에... 공항 갈 시간이 부족하여, 컨퍼런스콜로 하게 되었다는. 이건 뭥미) 잘 지내다가 올 수 있기만을 바랄 뿐이다. 좀 쉬다 오고 싶고. 근데 올해는 베트남을 연타로 나가고... 왠일인지.
여러분. Happy New Year 하셔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