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게, 올 한 해는 참 힘든 한 해였다. 특별한 이벤트가 있어서가 아니라는 것이 더 어려움을 주는 느낌이었다. 심정적인 혼란과 파도가 매일 매일 마음 속에서 요동을 쳐서 어떨 때는 기세가 막 상승했다가 어떨 때는 실기(失氣)해서 끝없이 가라앉았다가 했다. 돌아보니, 덕분에, 올 한 해 나는 개인적으로 하나도 전진하지 못한 채 마무리하게 될 것 같다. 발전없었던 일 년. 뼈아프다.

 

책읽기의 취미가 자꾸만 책사기로 바뀌어가는 현상은 점점 심해져가서, 올해도 목표한 만큼의 책은 읽지 못했다. 질적으로나 양적으로나. 물론 책을 목표를 두고 읽는 게 바람직한 일인가는 나도 잘 모르겠으나, 때로 그런 목표 하나쯤 두고 읽는 것도 도움이 될 때가 있는 것인데 말이다. 어쨌든, 그닥 만족스럽지 못했다. 내년에는 어떤 독서습관을 가져가야 하나.

 

회사일은 너무나 재미가 없고 흥미도 안 생겨서 하루 8시간 이상 머무는 이 곳에서 참 무미건조하게 지냈던 것 같다. 사람들과의 소통에도 게을렀고 하기도 싫었고. 어쩌면 회사라는 대상만으로 봤을 때는 내 속에 침참하여 마음의 문을 걸어둔 한 해였다. 이 문제는 머릿속을 매우 복잡하게 만드는 것이므로 차차.. 얘기하는 게 좋겠고.

 

여행은 많이 다녔나. 사실, 무슨 아시아 순방길에 오른 것처럼 아시아로만 왔다갔다. 어디 멀리 훌쩍 가서 있었던 적은 없었다. 중국 광저우 최근에 다녀왔고, 일본 나고야와 게로온천, 중국 장가계, 대만 여러 지역을 다녀왔고... 베트남 하노이에 출장 다녀왔었다. 경주와 제주도를 다시 다녀왔고 대전, 여주, 광명, 하남 등등도 놀러갔다 왔었다. 달력을 보니, 그래도 매달 어느 한 군데씩은 다녔던 것 같다. 찔끔찔끔 다닐 게 아니라 내년에는 좀 길게! 어디든 다녀와야겠다 싶다. 가고 싶은 곳은 많은데, 시간도 없고 게으르기도 해서 참. 올해는 부모님과 대만 여행 한 게 제일 기억에 남는다. 대만이라는 나라가 타이베이만 있는 게 아니란 것도 알게 되었고 부모님과 좋은 추억도 쌓은 여행이었다. 내년에도 부모님 모시고 이곳저곳 다녀보는 게 내 계획이기도 하고.

 

문화생활은 어땠지? 영화도 보고 공연도 보고. 올해는 영화를 좀 덜 본 것 같고. 공연은 매년 비슷하게 가는 것 같다. 전시 같은 걸 안 간 지 꽤 되었구나 싶고. 요즘 봐야할 영화들이 쏟아져나오고 있어서 신년에는 영화보러 다녀야겠다 하고 있다. <1987>, <신과함께>, <강철비>, <스타워즈> 등등. 꼭 봐야 할 영화들 아닌가. 야구장에는 생각보다 못 갔는데... 내년에는 좀더 자주 가자 하고 있지만, 지금 FA나 외인선수나 등등을 대하는 두산 베어스의 태도가 영 석연치않아서 내년에 제대로 할 수 있으려나 의문이라는 게 문제. 선수층 두껍다고 젊은 선수들 활용해서 버텨보겠다는 심산이 아니고서야 이럴 순 없지. 라는 게 나의 솔직한 심정이다. 니퍼트나 보우덴이나 에반스나 다 재계약하지 않고 롯데의 린드블럼을 부른 자체도 마음에 안 들고, 김현수는 LG로, 민병헌은 롯데로 다 보내버리고 보상선수나 받아내는 행태도 별로이다. 두고봐야 알 일이긴 하나.

 

회사가 재미없어서 개인적으로 가외의 일들을 좀 했었는데, 그건 좀 재미있게 했고 하고 있다. 내년에도 이 일들은 조금씩 할 예정이긴 한데, 어떤 일일 지는 아직 구체적으로 정해진 바가 없다. 사람들과의 만남도 좀 소원했었는데, 이건 내가 나를 썩 마음에 들어하지 않는 상태에서 기인한 것이라, 내년에는 좀더 나를 사랑하는 한 해를 만들어봐야 하겠다 싶다. 아. 사진도 시작했고 그렇게 해서 만난 사람들과의 시간이나 경험들은 참 좋았다. 카메라를 잘 들고 다니지 않는다는 게 에러이긴 하지만. 내년에는 사진 찍으러 좀 돌아다닐 생각이다. 꼭 여행이 아니라도, 들고 나가서 찍어야 늘테니. 카메라도 새로 하나 장만하고 싶은데, 그건 경제적인 상태를 좀 따져보고 하는 걸로. (흑)

 

새해 계획을 세우지 않게 된 것은 꽤 된 일이긴 하지만, 나이를 한 해 한 해 먹으니 뭔가를 할 수 있는 나이라는 게 점점 소진되어가는 것 같아서 마음 한켠 불안함이 있는 것 같다. 그래서 내년을 위해 계획이라는 걸 세워야 한다.. 라면서 머릿 속에 갖가지 생각과 번민들만 가득한 연말이다. 학생때는 목표가 뚜렷했었는데 그나마.. 성인이 되고 나서는 목표라는 걸 어떻게 스스로 세워야 하는 지 가끔 혼란스럽고 간혹 고통스럽기도 하다. 그래도, 할 수 있을 때 해야 하는 일들을 구획지어 보는 것은 필요한 일이 아니겠는가 라는 마음이 든다.

 

2017년 안녕. 발음 꽤나 조심해야 할 2018년 황금개띠해 잘 맞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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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yo 2017-12-29 14:3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그래도 두산이잖아요 비연님... 전 LG 팬인데 이번 겨울 거의 학을 떼고 지금 넥센으로 갈아탈까 진지하게 고민을 ㅠㅠ

올 한해 수고하셨어요!! 늦었지만 서재의 달인도 축하드리구요^^

비연 2017-12-29 14:55   좋아요 0 | URL
LG... 흠... ㅜㅜ
syo님도 올해 수고 많으셨구요!
알라딘 서재에서 함께 어울릴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내년에도 잘 부탁드립니다~

2017-12-29 16:1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12-29 16:18   URL
비밀 댓글입니다.

서니데이 2017-12-31 18:1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비연님, 새해인사 드립니다.
내일부터 새해 2018년입니다.
새해에도 가정과 하시는 일에 좋은 일들 함께 하시기를 기원합니다.
따뜻한 저녁시간, 그리고 희망 가득한 새해 맞으세요.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비연 2017-12-31 21:44   좋아요 1 | URL
서니데이님. 올 한해 감사했습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시구요~
새해에도 건강하고 행복하시길.
알라딘 서재에서도 더 자주 뵐 수 있기를 희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