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터인가 깨닫게 된 것이, 날씨가 더워지거나 추워지거나 이런 간극에서 부고를 많이 듣게 된다는 것이다. 최근 가계부를 보면, 7월에서 8월 사이, 11월에서 1월 사이에 조의금이 많이 나가고 있다.
오늘은 11월의 마지막 날. 근간에도 여럿 있었다. 친구의 장인어른이 암으로 사경을 헤매시다가 돌아가셨고 (그 집은 장모님도 올해 돌아가셨다...) 회사 같은 팀의 두 명이 부친상을 당했다. 그 날, 친구한테 오랜만에 전화왔는데 부친상. 어제 아는 분과 통화했는데 어머니가 호스피스로 들어가셨다고. 아.. 아침부터 참 심란한 이야기다.
노인들 건강은 믿으면 안된다고 하는데 그게 정말 맞는 이야기임을 절감하고 있다. 아침에 멀쩡했는데 오후에 갑자기 돌아가신다거나. 몇 년 전 친한 친구 어머니는 손자 씻기다가 심근경색이 와서 그냥 그 자리에서 돌아가셨다. 그때의 황망함이란. 정말 건강하신 분이었는데 아직도 믿기지 않는 일이다.
남의 힘든 일을 가지고 나의 일을 돌아보는 건, 해서는 안되는 일인가 싶기도 하지만, 그냥 문득 부모님 여전히 건강하심에 다시한번 감사하고... 계실 때 잘 해야겠다 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래서 내일 보고 싶다고 하시던 영화 <오리엔트 특급살인> 예약. 기억나는 건, 엄마 아빠 티켓 예약 같은 거 할 때 처음으로 '경로'를 체크하던 때의 당혹감, 이질감이다. 아 우리 엄마 아빠가 '경로' 대상이야?.. 이젠 뭐 자동적으로 거기 가서 체크하지만. 익숙함일 수도 있고, 자연스러운 변화일 수도 있고. 암튼 나이를 먹는다는 것, 부모님이 연세가 드신다는 것은 이런 소소한 부분에서 사무치게 다가온다.
살아서 함께 영화를 보고, 따뜻한 저녁을 같이 먹는다는 것. 이런 일상이 참 소중하게 느껴지는 연말이 다가오고 있다. 일년 내내 성질 부리며 지냈지만 (자식이란, 딸이란..ㅠ) 연말 한달만큼이라도 부모님께, 나의 소중한 부모님께 잘 해야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