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니까, 어제까지 나흘을 여행 다녀왔는데, 오늘은 이렇게 회사 사무실에 쭈그리고 앉아 있다. 분명 장가계의 그 장엄함에 가슴 저릿했었는데 지금쯤 되니 왜인지 기억이 가물가물... 몽롱하다. 일장춘몽. 인생은 一場春夢이 아니라... 여행이 일장춘몽이네. 그러고보니 정말 봄이네. 봄의 꿈.. 흑. 여행 갔다온 거 맞나 싶다.

 

프로젝트 하나가 가뿐히 끝나고 나면, 한동안 조금 여유스럽기는 하다. 5개월 가까이 일했으니 (뼈가 부스러지게 일했다고 하면 대단히 오바이지만, 근로기준법에 정한 것보다 훨씬 더 일한 건 맞다 ;;;;) 며칠 여유부린다고 뭐 어때.. 라고 '나'는 생각한다. 그렇지만, 회사는 그렇지 않고. 하루이틀만 앉아 있으면 밥을 축내는 직원으로, 농땡이를 부리는 직원으로 째림을 당하곤 한다. 이젠 그런 데에 내공이 쌓일 법도 하지만, 이게 이런 취급을 당하면 스트레스가 만빵인 건... 어쩔 수 없는 거다 이거다. 지금도 날 누가 발견할까봐 수구리 하고... 애써 모두를 외면하며 총총히 다니고 있다. 오늘도 제발 무사히.

 

조금 이따가는, 병원에 가야 한다. 아 병원. 일년에 한번씩 정기검진을 받는 것이 있는데 이게 갈 때마다 여간 긴장되는 게 아니다. 무슨 문제가 있으면 어쩌나... 계속 걱정되고. 괜히 그 부위가 아픈 것 같고. 신경성이겠거니 하지만, 소심한 비연. 지금 긴장 중이다. 어쨌든, 회사를 나가 얼른 병원에 갔다가, 날도 꾸물한데 집에 가서 야구를 보고 싶다. 야구. 그래 나에겐 야구가 있구나.

 

눈치 줘도 며칠은 이렇게 지내야지. 아침에 스타벅스 들러서 커피 한잔 따악 들고 오고, 이런 저런 자료 보면서 공부도 좀 하고 그간 소원했던 사람들도 한번씩 만나가며. 물론 지금 약속 스케줄을 보면, ... 다음 주까지 꽈악... 갑자기 급 피곤이 몰려온다. 그래도 만날 사람이 있고, 그들과 즐거울 수 있다면 그만한 행복은 없겠지.

 

영화가 보고 싶다. 가장 최근에 본 게 <파도가 지나간 자리>. 나쁘지 않은 영화였고. 지금 개봉한 것들 중에 몇 개 고르는 중.

 

 

 

<히든 피겨스>는 내용 자체가 흥미롭다. 꼭 봐야겠다고 꼽아둔 영화이고. 평도 나쁘지 않은 것으로 기억된다.

 

<일포스티노>는 재개봉하는 영화... 예전에 이걸 봤을 때의 감동이 아직까지도 남아 있다. 평범한 우체부가 파블로 네루다라는 대문호와의 교류를 통해서 세상을 보는 눈과 문학적 감성이 일깨워지는 과정이, 참 잔잔하게, 아름답게 그려졌었다. 다시 꼭 보고 싶었는데 재개봉한다고 하니 시간 맞춰서 봐야지 싶다.

 

 

 

 

 

 

 

또 보고 싶은 건, <프리즌>, <분노>, <문라이트>, <행복목욕탕>, <지니어스>, <아뉴스데이> <파운더>... 써놓고 보니 이거 매일 봐도 안되겠네..;;;;; 영화를 계속 못 봐서 그런가. 왜 이렇게 영화가 보고 싶은 거지.

 

 

 

무엇보다, 장가계를 다녀오고 나니 <아바타>를 다시 봐야겠다 싶었다. 장가계의 일부, 원가계라고 하는 곳이 영화의 배경이다. 그런 사람 사는 곳 같지 않은 곳을 어떻게 골랐을까 했더니 그곳이 중국이었다. 사람이 만들려고 해도 그렇게 만들기는 어려울 정도로 깎아지른 절벽과 거기에 푸르게 난 나무들이 묘한 느낌을 주는 곳이었다. <아바타>를 볼 때는 배경에 그렇게 주의를 집중하지는 않았던 것 같은데, 이번에 다시 보면 감회가 새롭지 않을까.

 

이건 네이버 굿다운로더를 이용해서 다운로드 받아 봐야겠다. 예전엔 어디 불법 사이트 들어가서 받은 파일들을 이용했었었었었었더랬지만, 최근에는 그냥 돈주고 사본다. 큰 돈도 아니고, 그렇게 불법 사이트를 헤매는 나 자신도 별로 마음에 안 들고, 무엇보다 바이러스도 크게 걸릴 수 있고, 불법 사이트라는 게 자꾸 막혀서 여기저기 또 찾아다녀야 한다는 게 귀찮아서, 이제 네이버 굿다운로더로 안착. 돈은 몇 쳔원씩 들지만, 그냥 마음이 편하니까.

 

 

 

아. 슬슬 준비해서 나가야겠다. 여유 있을 때 공부도 좀 하고 책도 많이 읽고 그래야지. 이번에 여행 가서 얘기해보니 정말 내가 돈 벌어 쓰는 데라고는 책과 여행 밖에 없더라. 옷이나 화장품을 막 사대는 편이 아닌지라... 다른 사람들은 살림도 해야 하고, 이젠 나이를 먹어 보톡스도 맞고 (흠? 그렇게 먹진 않았는데 요즘 유행인가봐ㅜ) 피부관리도 받고 그러던데... 사진 찍으니 차이가 나서 좀 허걱 했지만 말이다. 어쨌든 돈 벌어 쟁여둔 책들을 읽는 시간을 많이 가져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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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17-04-06 15:3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오, 안보이시는 동안에 여행 다녀오셨군요! 크-
여행 후에 다시 일상으로 돌아오다니... 인생은 언제나 그런식이지만, 우리 다음 여행을 기다리며 또 버텨봅시다.

저도 네이버 굿다운로드 이용하고 있어요. 돈 좀 쓰고 편하게 살고, 돈 좀 쓰면서 정당한 대가 지불하며 살자, 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저는 지금 ‘필립 지앙‘의 [파문] 읽는 중인데요, 이게 영화로도 만들어졌다네요? 그래서 굿다운로드 있나 찾아보려고요. 헤헷.

비연님, 우리 알라딘에서 자주 만나요!

비연 2017-04-07 07:50   좋아요 0 | URL
락방님, 어쩜 저랑 이렇게 같은 마음을...^^ 저희 정말 알라딘에서 쭈욱 보아요!

낭만인생 2017-04-06 21:0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보톡스 맞을 나이가 되면 우울해 지지만 독서로 마음이 젊어지니까 좋은 것 같습니다.

비연 2017-04-07 07:50   좋아요 0 | URL
사진을 보면, 나이가 느껴져서 이거 보톡스라도? 라는 생각이 들다가도 책에 더 눈이 갑니다.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