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다.

 

아침에 김어준의 뉴스공장을 듣는데 그랬다. 2016년이 마무리되지 않고 계속 이어지는 뉴스를 다루다보니 새해가 새해같지 않다는 이야기. 동감. 이번엔 어쩐지 연말연시같지 않은 분위기이고, 내 마음은 여전히 2016년 병신년에 머물고 있다. 뭔가 일단락되어야 새로움이라는 것을 말할 수 있을 것 같은 느낌.

 

2016년을 어떻게 마무리했는 지 쓰려고 했으나 게으름 피우다가 이제야 쓴다. 이 역시 아직 새해를 맞이할 준비가 되지 않은 까닭이라고 넌지시 뭉개본다. 사실 잠깐 여행 다녀왔고 (여행은... 흠. 그냥 그랬다) 그 이후에 밀린 일들 처리하고 하느라 정신없는 연말을 보내서 뭔가 하기는 어려웠다. 그냥 마지막으로 읽은 책, 본 영화를 이야기해볼까.

 

 

 

2016년 마지막으로 읽은 책은 이 책이다. <모든 것을 기억하는 남자>.

 

표지가 영 섬뜩하고 마음에 들지 않아서 사는 것도 망설였고 읽는 것도 망설였었는데, 2016년 지나면서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잊지 말아야지 하는 괜한 마음으로 펼쳐 들었었다. 아 근데 예상 외로 꽤 재미있었다. 이런 류의 소설 너무 읽어 대어서 읽어도 그닥 감흥이 없었던 게 사실인데 말이다. 이 소설은 상당히 특이하면서도 짜임새가 있어서 속도를 조절하지 못할 정도로 몰입하여 읽었던 것 같다. 우연한 사고로 모든 것을 기억하게 된 사람. 그래서 경찰이 되었으나 어떤 이유로 가족을 다 잃게 된 사람. 그렇게 폐인처럼 지내다가 어떤 사건에 개입되게 되고... 그렇게 자신의 사건과 자신의 인생을 다시 세우게 된 사람의 이야기이다. 재미있었고 흥미진진했다. 마무리 내용상 후속편 한번 더..를 기대하게 되던데...

 

 

 

 

 

 

그리고 12월 31일에 엄마와 이 영화를 보았다. 호평이 연이어서 꼭 봐야지 하다가 마지막날 엄마와 스윽 가서 보고 왔다. 아. 정말 아름다운 영화였다. 내가 정말 좋아라 하는 류의 영화였고. 영상미 뛰어나고 음악 좋고 스토리 간명하고 무엇보다 그 색감. 그리고 그 독특한 카메라 앵글과 워킹. 편집기술. 뭐 하나 빼놓을 게 없는 영화였다. 이 영화로 한 해를 마감한다는 게 행복하다는 느낌을 가지게 하는, 그런 영화였다. 특히 마지막의 그 음악과 ... 주인공들의 표정. 가슴이 저릿. 감독이 <위플래쉬>를 만든 사람이라고 하는데, 그렇다면 이 감독 대단하다. 라이언 고슬링은 너무나 평범한 백인 남자 캐릭터라 전혀 매력을 못 느꼈었는데 이 영화 보고 다시 보게 되었다. 안 본 분들 혹시 있다면 정말 정말 정말 추천이다. 이 영화 OST도 바로 사야겠다고 결심.

 

 

 

이렇게 나의 한 해를 마무리했다.

2016년, 우선 빠이빠이.

 

이제 다가올 2017년은 또 어떤 일이 있을까.

 

어제 처음을 읽은 책은 이거다.

 

 

 

제목 구리고 표지 구리고... 읽어 말어 하다가 나오키상 수상작이란 말에 혹하여 읽었다. 생각보다 괜찮다. 대단하다 라고 평하기는 어려우나, 대화체의 글이 재미를 더하고, 일본 고급 유곽 요시와라의 생활상을 보여주면서 인간 군상의 면면을 세밀하게 표현한 것도 괜찮았다. 마지막은 대략 예측은 되었으되 역시나 처연했고. 새해 첫 책으로 나쁘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올해(!)의 독서계획은 아직 수립전이다. 매번 세워도 뭐.. 잘 못 지켜서 에라 그냥 되는 대로 갈까 하지만 그래도 그래도 하는 마음에 머리만 복잡하다. 우선 고전에 집중해볼 생각이긴 하다. 그 첫 타자로 도스토예프스키의 <백치>를 시작해볼까 싶고. 아직은 여기까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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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7-01-02 13: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독서계획을 안 세워요. 계획을 세워놓고 실천을 하지 못해요. 충동적으로 책을 읽게 되니까 정작 읽기로 결심한 책들은 못 읽어요. ㅎㅎㅎ

비연 2017-01-02 15:16   좋아요 0 | URL
앗. cyrus님도...ㅎㅎㅎ;;;; 그래서 저도 그냥 맘 가는 대로 가볼까, 올해는. 싶어요 ㅋㅋㅋ

시이소오 2017-01-02 22: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도키 전작을 추천 드려요. ㅎㅎ
비연님. 2016년 이웃되어 감사합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

비연 2017-01-03 00:02   좋아요 0 | URL
도키라 함은 도스토예프스키 말씀하시는거죠?ㅋㅋㅋㅋ
시이소오님~ 항상 감사드리구요~^^
새해 복 가득 받으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