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야구?

 

야구가 끝났다.

 

정확히는 2016년 한국시리즈가 끝났고 이제 내년 4월 초나 되어야 새로운 시즌이 시작될 것이다. 나의 낙이 휙 사라져버렸다. 한국시리즈도 6차전까지는 하겠지 했는데 너무나 너무나 시시하게, 김태형 감독이 인터뷰하면서 김경문 감독 얘기 물어보니까 눈물을 흘릴 정도로 허무하게 두산의 4전 스윕으로 끝나버렸...다는 거다. 경기는 재미없었고, NC 선수들은 무슨 집단 최면이라도 걸렸는 지, 헛방질에 삼진에 병살타에... 아주 '나테이박' 방망이는 내내 침묵이.... 박석민은 심지어 13타수 '무'안타. 연봉 토해내세요.... 그에 비해 월드시리즈는 심장 쫄깃한 경기의 연속이었고. 암튼... 암튼... 나의 낙이 사라졌다. 야구가 끝났다. 흑.

 

 

2. 독서?

 

낙도 없는데, 나라도 뒤숭숭하고. 그래서 나의 또 하나의 큰 낙인 책이 안 읽혀진다는 것은 불행한 일이다. 뉴스만 보느라 도대체가 책에 집중을 할 수 없고 심지어 댓글까지 꼼꼼히 읽는 신공 발휘 중이라 눈이 튀어나올 지경이다. 밤마다 스맛폰과 노트북 화면 쳐다본 피로한 눈을 찜질하며 자기 바쁘고. 덕분에 최근 독서량이 급격히 줄어들었다... 고 나라 핑계.

 

핑계없는 무덤은 없다고. 나는 잘못한 거 없어요. 잘 하려고 했지요. 근데 주변에서 이런 일들이 있었다니 비애스럽네요. 전 불쌍한 사람이에요. 가족도 없어요. 외로와요... 징징징. 오늘 이런 실시간 방송을 보고 났더니 나도 다 핑계라는 걸 대고 싶어졌다. 나도 그런 '너' 땜에 심란하고 착잡해서 책이 안 읽혀져요... 징징징. 

 

 

 

이거 하나 읽었는데, 모리 히로시의 이 시리즈는... 내가 좋아하는 류는 아닌데 계속 읽게 된다. 왜지? 암튼 읽게 된다. 이게 7권째인데.... 8권도 있다고 해서 일단 보관함에 슝. 갈수록 장광설도 길어지고 조금 이상한 분위기도 있고 그래서 이제 그만 읽을까 싶기도 하다가 그래도 주말에 읽을 추리소설 고를 때... 히가시노 게이고 것은 절대 안 보게 되어도 이건 고르게 된다.

 

다른 건 모르겠는데, 이 책 주인공 중 하나인 사이카와 교수의 캐릭터에는 좀 흥미가 있다. 다분히 이과적이면서 자폐적인 사람이고 상당히 냉정하면서 객관적인 사람인데... 시간이 지날수록 조금씩 달라지는 모습이 사실, 흥미가 생긴다. 시리즈물의 장점을 잘 살리고 있다고나 할까. 사람의 성장. 달라짐. 이런 것들이 아주 조금씩 조금씩 드러나는 것.

 

 

 

 

 

3. 드라마?

 

지난 번에 얘기했던 백만년만의 본방 사수 드라마 <질투의 화신>도 열심히 보고 있긴 하다. 어제는 정신없이 마지막회인 줄 알고 맥주 한캔 사들고 와서는 마지막회를 음미해야지 했지 뭔가. 다 먹고 나서 끝날 때, 어라? 아니야? 라고 보니 다음 주 종영. 요즘 너 왜 그러니. 비연...ㅜ 그래도 끝나지 않았음에 안도했다. 낙이 하나 남았으니.

 

어제 내용은 꽤 괜찮았다. 조정석의 발견이랄까. 연기의 깊이가 남다르다. 아주 디테일하고 연기답게 한다. 그에 대응하는 공효진의 매력. 연기. 이 둘의 조합이 드라마를 상당히 가치있게 만들어주고 있다. 그리고 사랑 이야기지만, 방송인들의 이야기가 잘 배여 있어서 우리나라의 특성, 모든 것은 사랑으로 귀결되더라.. 류는 아니라서 좋다고 본다. 전문가로서의 인정을 받기 위해 열심히 일하는 모습들도 잘 드러나니 말이다. 공효진의 캐릭터가 그저 남자에게 기대기만 하는 게 아니라는 것도 한 몫하는 것 같다. 무엇보다 극중 조정석이 연기하는 이화신이라는 캐릭터는, 마초에 이기적이고 냉정하고 일 밖에 모르고 여자 무시하고 남의 감정 배려 못하고... 형 회사의 부정한 상황을 자신만의 사랑 표현방식이라며 직접 보도하고 그래서 형은 망하고 그것 때문에 가족들의 미움을 사고... 그러던 사람이 표나리(공효진)를 만나면서 변화하는 모습은, 상당히 설득력이 있다. 그 변화가, 그냥 무너져내리는 게 아니라 자신의 위치에서 당당하게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하면서 이루어진다는 것이 더욱 좋고 말이다. 아뭏든 이 낙도 다음주면 끝이다. 결말은 해피엔딩이겠지만, 어떻게 이끌어나가게 될 지 자못 궁금하다.

 

 

4. 뜨개질?

 

세이브더칠드런 신생아모자뜨기는 계속 진행 중이다. 이미 한 개 떠서 조각담요들이랑 같이 발송했다. 그리고 하나 더 만들었는데 여러 개 짜서 한꺼번에 보낼 생각이다. 이것도 낙이라면 낙. 그냥 하염없이 뜨개질 바늘을 반복적으로 놀리다보면, 무념무상하게 된다고나 할까. 도를 닦는 기분이 된다... 예전에 우리 외할머니도 뜨개질, 아니다 재봉틀이었던가. 매번 늘상 하셨었는데 아마 이런 느낌 아니었을까. 시간을 보낸다는 기분. 그렇게 스스로를 투영하며 인생을 버틴다는 느낌. 이제야 이해될 듯한 내 할머니 할아버지 엄마 아빠의 모습을 떠올리니.... 좀 서글퍼진다... 나도 뜨개질을 하면서 스스로를 삭이는 나이가 된건가.... 이건 낙이기도 하지만 좋은 일이기도 하니 善한 마음으로 할 수 있어 더 좋다... 그런데 善.. 이 한자가 싫어지는 이유가 뭘까. 생활의 구석구석까지 화가 배이는 요즘의 매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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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발머리 2016-11-04 14: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상태가 좀 안 좋아졌어요.
아까 사과문 동영상 5분 정도 봤는데 불쌍한거 있죠... 저 사람.. 어떻게하나 싶고..
저 이상해요 ㅠㅠ

조정석은 저도 좋아요.
연기가 다 진심이예요, 조정석은^^

비연 2016-11-04 15:01   좋아요 0 | URL
제가 이러려고 국민이 되었나 자괴감이 드는 .... 하루죠.
단발머리님...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
그나마 조정석과 공효진이 절 위로하네요. 힘내 보아요, 우리.

단발머리 2016-11-04 15:04   좋아요 0 | URL
저는 순실이의 국민한다고 한 적 없는데.... 나도 모르게 순실이의 연설을 듣고...우리 조정석과 공효진의 에너지를 모아모아^^

비연 2016-11-04 15:35   좋아요 0 | URL
모아모아....^^

cyrus 2016-11-04 16: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박석민은 작년 코시에서도 중요한 기회 몇 번 놓쳤어요. 리그에선 훨훨 날았지만, 코시만 되면 죽 쑤는... ^^;;

비연 2016-11-04 22:58   좋아요 0 | URL
코시만 되면 얼어버리는 느낌요 ㅠ 코시 얼음땡 박석민.. 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