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회사 선배들을 만나 맥주 한잔을 했다. 정년이 되어 나가신 분들인데, 상사였기도 하고 계시는 동안 내게 친절하게 해주시기도 해서 가끔 만나뵙고 있다. 나이 차이도 한참 나고 해서... 게다가 술 드시면 얘기가 삼천포로도 잘 빠져서 재미가 있다거나 그런 건 아니지만 (요즘은 내가 술을 안 먹으니, 정말.. 가끔... 힘들다 ㅎㅎ;;;;) 그냥 얼굴 뵙고 안부 드리는 차원이다.
간만에 뵈는 거라, 좀 비싼 집에 가서 따로 방 빌려서 이 얘기 저 얘기 하다가, 내가 회사 생활 힘들다고 얘길 했다. 아 실수였다. 그러니 왜 그러냐? 그렇게 된 거고.. 그래서 내가 이 얘기 저 얘기... 그 이후로는 "잔소리말고 잘 다녀" 류의 이야기들이 계속 이어졌다. 알았습니다... 하고 중간에 끊으려고 몇 차례 시도하였으나, 흠... 실패. 결국 10시까지 훈계를..ㅜㅜ;;;;
돌아오면서 생각해보니, 그런 말씀을 해주시는 것도 고맙다 싶기도 하고. 내가 요즘 힘들다고 너무 보는 사람마다 습관처럼 투덜대는구나, 보기 좋은 일은 아니다, 싶기도 했다. 돌이켜보니 최근에 계속 그랬던 것 같다. 아무나 붙잡고 짜증내고 투덜대고 힘들다고 징징거리고... 실제로 그런 건 맞는데, 이 나이에, 이 회사경력에 그래서는 안되는 거 아닌가 라는 깨달음이 문득.
누구나 살면서 힘든 건데 말이다. 위기가 있고 또 그걸 어떻게든 이겨내고들 있는데, 나 혼자 힘든 것처럼 투정을 부리는 모습이 절대 좋아보이지는 않겠구나... 라는 생각이 드니 문득, 많이 부끄러웠다. 그냥 그만 두면 쿨하게 그만 두면 되지, 이렇게 구질하게 굴지 말자. 라는 결심 아닌 결심도 하게 되고.
투덜거리는 것, 스탑.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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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고 있다. 소스타인 베블런에 대한 관심은, 예전 경제사 책을 읽을 때부터 있어왔고 이 책도 한번 꼭 읽어야지 벼르던 거였다. 내용도 관심있는 내용이고 해서. 근데 번역이 좀 이상한 건지, 내 지식이 짧은 건지, 매끄럽게 쭉쭉 나가지질 않네..ㅎㅎㅎ;;;
처음 열 페이지 정도 읽었고 이번 주는 이 책에 빠져 보련다. 아. 물론 그 와중에 야구는 계속 봐줘야 하고. 나야 두산만 보면 되지만, 4-5위전부터 봐나가는 재미도 놓칠 수 없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