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아이패드를 사용하고 있다. 그것도 제일 처음 나온 거. 그러니까 이젠 거의 골동품. 골동품. 내놓아도 아무도 사지 않을. 처음에 할 때 데이터 4G 요금을 K모 통신사를 통해 신청했었다. 한달 요금 26,680원. 이 돈은 5년 이상 한번도 변한 적이 없었다. 도대체가 데이터 4GB를 쓸 일이 없기 때문이기도 하고, 최근에는 아이폰이 있으니 거의 안 써서이기도 했다. 해지한다 한다 하면서 차일 피일 미루던 중이었다. 그런데....
8월 요금이 100,000원이 넘게 나왔다! 십.만.원.
아무리 생각해도 이 아이패드를 근 몇 달간 쓴 적이 없는데, 어떻게 이 돈이 나왔는가. 그래서 그 다음날 잽싸게 전화를 걸었다. 서비스센터에서는 이유를 알 수 없다며 통화내역을 보려면 올* 플라자를 가라고 했다. 그러면서 9월엔 140,000원이 넘게 나와 있다는 것이다. 헉. 세상에. 이게 왠 핵폭탄급 변고란 말이냐.
내가 한번이라도 썼으면 억울하지도 않겠다. 도대체 몇 달동안 만져보지도 않았다는 거지. 그런데 어떻게 요금이 나오며 데이터를 10GB 이렇게 쓰느냐는 것이다. 난 흥분한 마음을 억지로 잠재운 채 그 다음날 올* 플라자로 향했다.
내역을 뽑아보니 8월 7일부터 '매일' Everyday, 300MB 안팎의 데이터를 쓰고 있는 걸로 나타났다. 매일 거의 하루도 빠짐없이 비슷한 양의 데이터가 나간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상하지 않은가. 그래서 이거 원인이 뭔지 알아야겠다. 그랬더니, 상담원(컨설턴트라고 되어 있던데)이 무미건조한 표정으로 내역은 볼 수 있어도 서버를 알수가 없어서 원인을 알 수가 없다. 고 한다. 내가 그게 말이 되냐, 접속한 경로가 있을 거 아니냐. 상담원 왈, 그건 알 수가 없다. 어쩔 수 없다. 라고 반복한다.
갑자기 열이 오르기 시작했다. 지금, 5년이 넘게 이용을 한 고객이, 그것도 그동안 한번도 데이터가 튀지 않았던 고객이 이상하다고 왔는데, 계속 앵무새같은 대답을 하다니. 일단 억누르고 약간 버럭하며, 내역을 모른다는 게 말이 안된다. 다시 확인해봐라... 그랬더니 모니터를 돌려 보이면서 (원래는 보여주면 안된다나) 이런데 어떻게 알 수 있느냐는 거다. 내가 보니, '접속 IP'와 '서버 IP'로 나누어 보이는 거다. 그러니까 '접속 IP'는 모두 동일, 내 아이패드인 것이지. '서버 IP'가 접속된 주소로 보였다. 그래서, '서버 IP'를 보면 알 수 있는 거 아니냐. 그랬더니.. 한다는 말이, "서버 IP가 무엇인지 모르니 확인해보겠습니다." 였다.
분노 폭발. 버럭. 결국 큰소리.
내가 돈을 안 내겠다는 게 아니라, 원인을 알아야 돈을 내는 거지. 내가 쓰지도 않았는데 300,000원 가까운 돈을 내라고 하는 게 말이 되냐. 매일 300MB 안팎으로 빠진다는 것은, 어딘가로 계속해서 데이터가 샌다는 뜻이고, 이런 추이로 보면 누가 데이터를 쓰는 것도 아닌 것 같고, 그렇다면 어디에 접속되어서 데이터가 나가는 지 봐야 하는 거 아니냐. 난 원인 알기 전엔 돈 낼 수 없다. 이거 누구한테 말하면 알 수 있는 거냐.
그제서야, 전화기를 들고 여기저기 전화를 하기 시작했다. 그리고는, 결국... 데이터 센터라는 곳에 문의하면 이 주소들을 확인할 수 있다고 한다며, 그런데 결재를 받아서 올려야 하는 거라 시간이 좀 걸릴 것 같단다.
정말이지. 큰 소리를 지르지 않으면 너무나 안이한 태도라니....
"일단 해지해주시고, 시간이 걸려도 좋으니 알려주세요." 라고 말하고는 해지 후 자리를 떴다.
나도 안다. 감정노동자의 괴로움을. 고객들이 와서 너나없이 화내고 윽박지르니 얼마나 힘들겠는가. 근데, 고객의 불편사항을 호기심을 가지고 해결해주겠다는 마음으로 대해야지, 도대체 매뉴얼에 나온 말만 앵무새처럼 반복하는 건 아니지 않은가 말이다. 마음으로 수없이, 괜히 권한도 없는 사람한테 화내지 말자고 다짐하고 갔건만.... 흑. 나오는데 사과를 한다, 상담원이. 그냥 대충 받아주고 나오는데 내 마음도 불편했다. 저 상담원은 얼마나 힘들겠는가. 에궁.
아뭏든 지금 추세를 보니 내가 그 돈을 다 물게 생겼다. 아 정말. 올해 왜 이러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