춥다는데, 정말 추울까. 내일은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오늘은) 집에서 침대와 벗하며 시체놀이를 해야 하나. 미용실 예약을 해두었는데. 으. 그냥 산발로 일주일을 더 버텨볼까.
이생각 저생각에 괜히 잠 못 이루는 나다.
사실 아까 집 인터넷이 잘 안되어 짜증이 치솟았다. 아무리 해도 속도가 안나는 거다. 여기저기 뒤적거리다보니 DNS주소가 어느새 바뀌어 있는 것을 발견헀다. 흠? 일단 자동으로 돌리니 잘 되긴 하는데, 그래서 이 새벽에 이렇게 깨서 뭔가 자꾸 쓰고 읽고 하고 있긴 하는데. 찝찝. 왜 그게 바뀌어 있었을까. 혹시 바이러스? 혹시 해킹? 해커야. 내 놋북에 들어와 해킹하려거든 시간 낭비니까 언능 집어치우고 다른 데를 가보렴. 이라고 얘기해주고 싶다. 비밀이 없다, 비밀이.
내 왼편에는 책이 한권 놓여 있다. <빅데이터, 경영을 바꾸다>.
어쩌면 예전부터 읽고 싶었던 책인지도 모른다. 근데 지금은 그저 부담일 뿐인 저 책. 찌릿.
그러니까 회사에서 책을 뿌리고는 일주일동안 읽으세요.. 라고 강권 아닌 강권을 한다는 거지. 게다가 독후감을 어디다 올리라니 나원 참. 덕분에 받아오기는 했으나 진정 읽기 싫은 책이 되어 버렸다. 어쩌면, 정말 어쩌면 내가 보고 자발적으로 사서 읽었을 지도 모를 책이 말이다. .. 그러고보니 서재에 꽂혀 있을 지도.
빅데이터가 워낙 화두가 되다보니 이런 책도 나오고 강조하고 그러니까 나도 읽겠다 손은 들었지만. 좀 과한 분위기가 아닌가 싶기도 하다. 빅데이터가 최근 들어 많아졌고 앞으로는 더더욱 많아지기 때문에 상당히 중요한 타겟이 될 거라는 것에는 동의하지만, 결국 상대는 데이터이고 따라서 데이터의 활용이라는 측면에서 데이터 분석에 대한 중요성, 데이터를 바라보는 관점의 중요성 등등을 훨씬 강조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지금처럼 하둡이니 뭐니 통계적 기법 들고 나와서 괜히 엄청나게 어려운 분야인 것처럼 자꾸 사람들을 호도하는 것은 불쾌한 일이다.
뭐든 그렇다. 대상이 바뀌고는 있지만, 세상이 날로 발전해가니 말이다, 그것을 바라보는 관점, 그러니까 제대로 생각할 줄 아는 사람이 중요하다는 것은 변함없는 진리이다. 표면적인 기술만 가지고 자꾸 얘기해서 통계하는 사람들만 할 수 있겠거니 오해하는 건 웃긴 일이다 이거다.
암튼 뭐. 내가 말하고 싶은 건, 이 책이 그런 내용이면 좋긴 하겠지만, 일단 읽기는 여전히 싫네 뭐 이런 반항적인 마음이 내게 있다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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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개인적으로 든 책은 <탐정은 진실을 말하지 않는다>.
다들 재밌다고 해서 들긴 들었는데, 앞부분 읽어서는 잘 모르겠다. 좀더 두고봐야겠지. 좀 흥미로운 건 탐정과 함께 나오는 개, 카스테어스다. (이 이름 보고 카스테라 생각한 사람은 나밖에 없을까?) 덩치가 산만한데 지능은 사람에 가까운 듯이 보이는 개다. 탐정이 동물을 데리고 다니는 건 다른 곳에선 좀처럼 찾기 어려운 설정인지라, 어라? 좀 신기. 하면서 읽고 있다.
B급 스릴러/추리소설을 하도 읽어대어서 그런지, 요즘엔 정말 왠만해선 감흥이 안와서 말이다. 넘 잔인한 것은 역겹고, 심리전이라고 나오는 것들의 수준은 천편일률적이고, 하드보일드는 재미는 있으나 읽으면서도 내가 왜 이러고 있지 싶을 때가 많고. 그러니까 마이클 코넬리 이런 분들의 책을 빨리 빨리 번역해달라. 목놓아 요청해본다. 들리지도 않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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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반가운 소식은 미미여사의 책이 나왔다는 거다! 심지어 에도시리즈. <맏물 이야기>.
미미여사의 현대물에 대한 재주는 거의 끝난 것 같고... <화차>나 <모방범> 보다 더한 책이 나오리라 ... 예상도 기대도 안된다. 그 이후에 나온 모든 책들이 그보다 낫지는 않았다. 그러나 그 재주가 에도시대 소설 쓰는 데에 고스란히 옮겨갔다는 데에 한표다.
나올 때마다 이 책표지에 반하고, 내용에 반하고 그래서 읽는 내내 행복함을 금할 수 없게 만드는 시리즈라고 생각한다. (근데 자세히 보니, 이 책, 내가 일본에서 원서로 샀던 제목인 듯.. 흠냐. 그 책은 내 책장 구석에 잘 모셔두고 있는데) 나왔다는 얘기 듣고 냉큼 예약주문 들어가버렸다. 아마 나처럼 목 빼고 기다리는 팬들이 많아서 예약주문도 금방 차리라 예상되지만서도.
일본에서도 인기가 많은 지, 심지어 지난 분기에 일드로도 나왔었다. 통신상의 장애로 아직 보진 못했지만. 담에 몰아서 봐야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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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야지. 몇 자만 적고 나간다는 게 중얼중얼 횡설수설 투덜투덜 뭐라뭐라 많이도 썼네. 지금 자면 일요일은 또 오전 다 날리고 시작하겠구나. 아 아까운 나의 일요일. 주말의 시간은 주주의 시간보다 2배는, 아니 10배는 더 빨리 흐르는 것 같은 건, 나만 그런 건 아닐거라 다시한번 위안해보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