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심시간이다. 회사 식당에 사람이 몰린다고, 점심시간을 시간별로 나누어서 층별로 할당을 해두었다. 나는 그게 싫다. 식사시간도 내 맘대로 할 수 없다는 게, 마치 사육당하는 닭이 된 느낌이라 싫다. 그리고 수많은 동료들이 비슷한 시간에 밥 한끼 먹겠다고 우르르 나가서 같은 식당에서 비슷한 메뉴로 말없이 시간 때우듯 먹는 점심시간도 내키지 않는다. 지난달까지는 12시 반 ~ 1시 반이었는데 이번 달부터는 11시 반 ~ 12시 반이다. 오전시간이 짧아진 건 좋은데 오후시간이 무지하게 길게 느껴진다. 한시간 차이가 억만겁의 느낌으로 다가온다.
그닥 새로운 일도, 신나는 일도 없는 1월이다. 새해가 되면, 뭔가 아무 근거없이 막연하게 즐거운 일들이 생기지 않을까 내심 기대하나 보다. 딱히 뭐라고 생각했던 건 아닌데, 어쩐지 적적하다. 심심하다. 덕분에 커피만 계속 부어대고 있고 간혹 졸고 있고 또 간혹은 이렇게 알라딘에서 서재질을 한다. 대충 통계를 보니, 나는 1월 2월에는 알라딘 서재에 부지런히 드나들고 흔적을 남기다가 여름쯤 되면 아주 급격하게 찾아오지 않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정초의 심심함이 사실은 루틴한 일이었는 지도 모르겠다.
어제부터 새로운 책을 꺼내들었다. 이젠 한 권만 읽는 건 잘 되지 않는다. 여러 책을 동시다발적으로 읽어야 안심이 된다. 안심이라니 좀 우습긴 하다. 그냥 저 많은 책들을 다 못 읽을까봐 두려워하는 강박증이 있지 않나 싶다. 여러 개를 펼쳐놓고 이것 봤다가 저것 봤다가 하고 있다.
교보문고 가서 이 책을 보고 근간에 봐야겠다 했었다. 전략이라는 말을 귀에 못이 박히게 듣고 살고 있는 요즘 현대인들에게 역사를 배경으로 전략을 얘기하겠다니 마음에 확 땅겨짐이 느껴졌다.
이제 첫번째 장부터 들어가고 있는데, 흠. 꽤 재미날 것 같은 생각이 든다. 물론 첫느낌이 다는 아니겠지만서도.
부담스러운 건, 이 책이 2권까지 있고 한 권당 500페이지에 달하는 분량이라는 거지. 이런 두꺼운 책은 다 좋은데 말이다, 다른 책을 읽기 위해 많은 시간을 기다려야 한다는 것이 단점이라면 단점. (뭔 말인지)
<사형집행인의 딸>을 읽고 나서, 아주아주 재밌다고 할 수는 없어도 꽤 특이한 소설이라는 생각에 2권도 샀다. 내친 김에 다 읽어.. 라는 마음이고 이런 책이야 술술 넘어가니, 저 위의 1000페이지짜리 책과 병행하는 데 무리는 없겠지...(ㅠ)
아 일하자. 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