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학습만화라는 게 엄청 많이 나온다. 나에게도 초등학교 3학년짜리 조카가 하나 있는데, 사실 아직까지 글자로만 된 책보다 만화로 된 책에 더 눈이 반짝인다. 우리 엄마나 올케는 조카가 만화를 보는 게 마뜩치 않은 눈치이지만, 나는 그것도 그런대로 좋다고 생각해서 가끔 사주곤 한다.
만화.. 라고 하면 싫어하는 이유가, 그 옛날의 만화방 때문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작은 골방같은 공간에 촘촘하게 박혀있는 지저분한 만화책들과 바람도 잘 통하지 않고 음습하기 짝이 없는 분위기, 그리고 거기에서 넋을 잃고 만화를 보고 있는 아이들, 혹은.... 어른들...(ㅎㅎ). 그런 곳에 있으면 분명 불량한 학생이거나 백수이거나 뭐 그런 이미지가 커서인지, 만화방이라는 데나 만화라는 것이 그닥 좋은 느낌을 주지 않는 세대가 있다.
나만 해도, 만화를 무지하게 좋아하는데, 만화카페라는 곳에서 만화를 봤다. 밝은 조명에 넓은 공간, 하얀색으로 칠해진 책장에 종류별로 꽂혀진 만화책들. 그 때 소파 위에 거의 드러눕듯이 앉아서 책상위에 하나 가득 만화책을 놓아두고 커피 한잔이나 라면 한사발을 먹던 기억이 난다. 순정만화부터 무협만화까지 안 본 만화가 거의 없지 않았나... 만화는 나에게 상상력의 보고였는데 말이다. 그 때 허영만을 알았고 박봉성을 알았고 이현세를 알았고 이두호를 알았다. 강경옥을 알았고 김혜린을 알았고 신일숙을 알았다. 기타 등등의 수많은 만화가들이 있었지. 김동화나 한승원도 있었고.... 더 나이가 들어서는 일본만화에 심취했었지. 하긴 지금도 만화책은 가끔씩 사다본다.
암튼, 개인적으로 만화책이 아이들에게 나쁜 영향을 준다고 보지는 않는다. 글자를 너무 안 읽으려 한다면 모를까 만화는 만화 나름대로의 순작용이 있는 게 아닐까. 오히려 만화라서가 아니라, 학습만화를 빙자해 나온 허접한 내용의 책들이 문제가 아닌가 한다. 그건 만화 뿐 아니라 그냥 책도 마찬가지니까 만화에만 국한해서 비난할 수는 없는 노릇이지.
조카에게 사주다보니, 꽤 괜챦은 시리즈물이나 단권들을 발견하게 되었다. 아이를 키우는 엄마라면 다 아는 내용이겠지만, 내가 자주 사는 학습만화들은 아래와 같다.
1. 마법천자문 시리즈
이건 뭐 너무 유명해서 말할 필요도 없다. 이 책 보고 한문 익히는 게 한두명이라야 말이지. 그냥 마법천자문만 있는게 아니라 단어마법편도 나와서 둘다 사줘야 하는 부담이 백배지만..ㅎ 마법천자문은 26권까지, 단어마법편은 13편까지 나온 걸로 확인.
2. Why 시리즈
Why 시리즈는 워낙 종류 자체가 많다. 일단 그냥 Why 시리즈만 보더라도 다밤면의 지식을 넓힐 수 있는 주제들이 그득이다. 최근 것은 <한국사 우정과 경쟁>이나 <해부학> 등이 되겠고.
인문고전학습만화라는 것으로도 나온다. 주로 유명한 철학자들이나 고승들의 책이나 사상들을 정리해놓은 것이다. 플라톤이니 일연이니, 홉스 리바이어던 (이 사람은 나도 생소하니..ㅜ)이니 하는 사람들의 철학적인 내용들을 잘 정리해두었다.
한국사 시리즈도 있다. 왕비 이야기, 신화와 전설 이야기 뭐..기타등등.. 주로 한국사에서 주제를 잡아서 그에 대한 얘기들을 쭈욱 나열한 형식이다. 영웅 이야기나 역사를 바꾼 사건 이야기나 다양하다.
요즘엔 세계사도 나온다. 중국과 인도는 조카에게도 사주었는데, 중국편을 읽더니, 중국돈 얘기가 나오니까 위안화를 대뜸 이야기해서 깜짝 놀랐다. 어떻게 알았냐고 했더니 책에서 봤다고..ㅎ 내가 보고 챙겨야 하지 않나 싶을 정도다..
위인전도 있다. 우리가 흔히 아는 위인들만 있는 게 아니라 최근의 사람들까지 포함해서 리처드 파인만이나 제인 구달 같은 사람들의 이야기도 찾아볼 수 있다. 다른 데서 나오는 책들도 있던데, 여기서 나오는 책의 내용이 깔끔한 것 같다.
3. 내일은 발명왕 시리즈
나는 개인적으로 이 시리즈를 좋아한다. 과학의 원리를 책에서 잘 설명하고 있어서 아이들이 이해하기 쉽게 되어 있다.
4. Who? 시리즈
위의 'Why People' 시리즈와 비슷한 맥락의 위인전들이다. 출판사가 다르고 인물이 많이 겹치지 않아서 가끔 보고 필요한 책들을 고르곤 한다. 오프라 윈프리까지 나오다니. 요즘의 위인상이란 얼마나 다양한가 말이다.
5. Why+ 시리즈
이건 일본 아사히 신문출판사의 시리즈이다. 일본 서점에 가면 이런 류의 과학 만화 비슷한 것들이 꽤 된다. 워낙 만화가 생활에 깊게 뿌리박힌 나라인지라 어색하지 않은 느낌이다. 조금 더 전문적이라고나 할까.
6. 내일은 실험왕 시리즈
개인적으로 이 시리즈도 좋아한다. 다양한 과학 원리가 폭넓게 소개되고 간단한 실험 키트가 포함되어 있어서 눈으로 손으로 확인할 수 있게 해준다. 예를 들어, 우주의 원리라고 한다면, 해와 달과 지구 모형을 우주 그림이 그려진 판 위에 놓고 빛이 어떻게 비치는가를 볼 수 있게 하는 키트들이 제공된다. 우리 조카 같은 경우는 꽤 집중해서 보는 편이다.
7. 보물찾기 시리즈
보물찾기 시리즈는 세계 각국을 보물찾기의 명목으로 소개하는 탐험 겸 여행 만화라서 세상은 넓고 우리와 다르지만 같은 것들도 많다는 것을 알려주는 만화다. 미국, 스웨덴, 러시아, 그리스, 터키 등등등등 없는 나라 없이 다 나와 있다.
8. 기타 등등
![](http://image.aladin.co.kr/product/2808/38/cover150/8966660614_1.jpg)
![](http://image.aladin.co.kr/product/2595/34/cover150/8964356691_1.jpg)
시리즈가 아니라도, 어린이 대상만 아니라도 꽤 괜챦은 만화들은 또 있다. 용선생의 시끌벅적 한국사도 좋고 먼나라 이웃나라도 좋고 그리스신화를 만화로 각색한 것도 나쁘지 않다.
생각해보면, 나의 개인적인 경우는 메이플 스토리나, 영어/수학 제목 붙은 책이나 보물섬 등의 만화는 같은 만화라도 잘 안 사주게 되는 것 같다. 내가 대략 훑어 보면 크게 도움이 안 될 것 같아서 일단 다른 것들로 채워주곤 한다. 이건 뭐 개인적인 취향의 문제니까. 생각난 김에 조카 책이나 몇 권 사야겠다..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