쉬는 날들 동안 책을 읽었다. 말러의 음악을 방안 가득 틀어놓고 침대에 대자로 뻗어 누워 책을 읽는 맛은 그 무엇에도 비길 바 없는 행복의 한 장면이다. 나이가 들면 좋은 것이, 내가 좋아하는 것과 싫은 것이 명확해진다는 것. 누구의 눈치도 살필 필요가 없이 내가 좋아하는 것을 "아 내가 좋아하는 거구나" 라며 누릴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말하자면, 시간이 남을 때 뭔가 남에게 보여주기 위한 행위들을 하지 않고 '나' 위주의 생활을 할 수 있는 것이 그 시작이다. (아 근데, 말러의 음악들, 요즘 마음에 팍팍 꽂힌다. 인생을 좀 살아본 사람만이 느낄 수 있는 그런 감정이 목구멍까지 밀려올라온다)


 

 

 

 

 

 

 

 

 

 

 

 

 

 

 


 

다 합하면 1,000페이지가 넘어가는 이 장대한 에도시대 소설을 읽으면서 나는, 밥먹는 것도 귀챦고 TV 보는 것도 귀챦고 노트북에 전원을 넣는 것도 귀챦았다. 재미있고 흥미진진하면서 따뜻한 미미여사의 에도시대 소설이 내게 쥐어져 있다는 것만으로도 뿌듯한 시간들이었다. 원제는 <おまえさん (그대? 당신?)> 이지만 우리나라 제목은 진상. 어머 진상이야의 진상이 아니라 (어감은 썩 좋지 않다..;;;) 사람의 진짜 모습? 뭐 이 정도로 생각한 것 같다.

 

<얼간이>나 <하루살이>에 나왔던 그 주인공들의 재등장. 그리고 미미여사의 한 마디.

이번에는 농도 짙은 연애소설을 써보고 싶었습니다. 헤이시로와 부인도 결혼하고 세월이 꽤 오래 지났지만 사이가 무척 좋습니다. 제가 이상적으로 여기는 부부입니다. 부럽기 짝이 없습니다. 마루스케와 오만도 무척 행복했다고 생각합니다. 오토쿠는 비록 남편이 죽었지만 계속 소중하게 마음에 담아두고 있습니다. 한편으로 여러 사람의 슬픈 사랑도 있습니다. 사랑이란 매우 잔혹한 것입니다. 터무니없는 정열이 결실을 맺어 결혼을 하더라도 그 감정이 지속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사랑은 언젠가 식는 것이니까 그 잔혹함과 허무함도 써보고 싶었습니다.

 

남녀의 사랑과, 외모의 미추와 에도시대 장남이 아닌 아들들의 운명과, 등등등의 이야기들이 날실과 씨실이 짜맞추어지듯 잘 엮어진 이야기이다. 마지막까지도 참 긴장을 늦출 수 없는 내용이기도 하고. 미미여사는 어떤 사람일까. 다시한번 궁금해지는 책이었다. 어떤 사람이길래 이런 이야기들을 이렇게 자연스럽게 이렇게 정감있게 때론 유머러스하게 적어갈 수 있는 것일까.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의 줄리언 반스. <예감은...>을 읽으면서 줄리언 반스의 책들을 좀더 봐야겠다 했었고 그 중 처음으로 구매한 게 이 책 <플로베르의 앵무새>이다. 소설가 귀스타브 플로베르의 작품과 인생을, 비평과 환상을 절묘하게 조합하여 풀어낸 이 책. 기법도 상당히 다양하여 현대의 소설에서 실험해볼 수 있는 다양한 방법들을 잘 도입한, 역작이다. 읽는 내내, 이렇게 재미없을 수 있는 소재를 이리 읽지 않고는 못 배기게 써내려간 작가에게 경의를 표했다. 그리고 플로베르라는 작가에 대해 궁금증이 생겼다. <마담 보바리> 이 책이 아마도 우리에게 가장 널리 알려진 책일텐데 (D.H. 로렌스가 <채털리부인의 사랑>으로 유명한 것처럼, 정비석이 <자유부인>으로 유명한 것처럼) 제대로 읽어본 적은 없는 것 같다. 필시, 너무 유명한 책은 오히려 다 읽어내지 않고도 다 읽은 것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키곤 하는데, 이 책도 그 부류 중의 하나이다.


 

 

 

 

 

 

 

 

 

 

 

 



 

 

요 책은.... 아... 조금씩 조금씩 아껴가며 보고 있다. 도쿄라는 곳은 매우 화려한 도시이기는 하지만 구석구석 이런 공간들이 있어 매번 가도 질리지 않는 곳이다. 우리도 그렇지만 동네서점이라는 것이 얼마 못 버티고 턱턱 나가떨어지고 있는 요즘에, 이런 다양한 서점들이 곳곳에 자리매김하고 책을 찾는 손님들을 기다리고 있다는 것은, 생각만 해도 기쁜 일이 아닐 수 없다. 원전 사고 나고서는 도쿄에 가는 게 좀 망설여지곤 해서 가지 못했는데, 다음에 갈 때는 서점 위주로 한번 여행을 해봐야지 싶다. 책도 좀 사오고.... 같은 현광사MOOK에서 나온 <도쿄의 북카페>도 참고로 하고.ㅎ

 

 

 

 

 

 

 

 

 

 

 

 

 

 

 

 

 

 

현재 읽고 있는 것은 노르웨이 작가 요 네스뵈의 <레드브레스트>. 이 아저씨 책은 재미는 있는데, 아 너무 두꺼워...;;;;; 도대체 700페이지 가까이 되니 선듯 들기가 무섭지 않냐 이말이다..;;; 지금도 책 보면서 깔릴까 두려운 나머지 엎드려 보거나 옆으로 보거나 암튼 머리 위로는 들고 보지 않는 자세를 유지하고 있다... 근데 일단 재미있다. <스노우맨>이 마틴 스콜세지 감독에 의해 영화화한다는데, 누가 나올까. 특히 해리 홀레 반장으로 말이다.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라는 얘기가 도는데, 오호. 그렇다면 반.드.시. 봐야 한다...(라고 하지만 아직 <위대한 개츠비>도 못 본 비연..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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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이 가고 있다. 평온한 하루하루의 일상이 소중하게 느껴지는 요즘, 기도하는 마음이 된다. 여전히 말러의 심포니 1번을 들으면서... 일요일을 마무리한다..

 

뱀꼬리) 그저 내 마음을 요즘 어지럽히는 게 하나 있다면... 두산의 5연패. 오늘 드디어 삼성한테 스윕을 당했다. 그래서 이제 6등이라는 것. 아 정말... 속상할 뿐이다. 에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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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2013-06-10 08: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즐겁게 새 하루 누리셔요.

저는 1982년 원년 삼미팬클럽 가운데 하나인데, 삼미도 청보도 태평양도 5연패뿐 아니라... 훨씬 기나긴 연패도 많았답니다. 그저 즐거이 믿고 기다리시면 앞으로 잘 할 테니, 좋은 마음으로 지켜보시면 되리라 생각해요.

비연 2013-06-10 12:40   좋아요 0 | URL
아... 삼미 팬이셨군요!
기대치만큼 안되면 참 경기 보는 것도 즐길 수 없고...그러면 안되는데.
즐기는 마음으로 봐야겠어요, 함께살기님.

Mephistopheles 2013-06-10 12: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 네스뵈의 소설은 일단 엄청난 분량을 자랑하긴 하지만,

1권 2권으로 나눠버리는 출판사의 만행은 없어서 다행이지 뭡니까.

그리고 엄청 빨리 읽히다 보니까. 무겁다는 생각은 그닥 안들긴 하더라고요.

하긴 책이 왜이리 두껍냐고 투덜거리면 아마도 작가는

"세상이 다 그렇지 않나요?" (해리 홀레 왜이리 괴롭히냐 묻는 기자 질문에 대한 답변)

란 시니컬한 답변을 내놓을지도....

비연 2013-06-10 12:39   좋아요 0 | URL
ㅎㅎㅎ 하긴. 두 권으로 분권하여 값을 1.5 배 이상 받는 것보단 낫겠네요..
가끔 책에 깔릴까 두려운 것만 빼곤.. 이 책도 엄청 재미나더라구요..ㅎㅎ
그나저나 해리 홀레의 대답. 정말 멋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