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거 얘기하면 연식이 다 드러나는 것이긴 하지만... 나는 DJ 이종환의 심야방송 '밤의 디스크쇼'를 들으며 학창시절을 보냈었다. 어두운 밤, 굵으면서도 감칠 맛 나는 DJ가 진행하는 라디오방송은 내게 있어 복음과 같은 것이었다고나 할까. 그를 통해 엘비스 프레슬리를 알았고 신디 로퍼를 알았으며 티나 터너를 알았다... 뭐 더 말 하면 무엇하겠는가. 이종환 DJ가 오늘 돌아가셨고 이로써 또 하나의 세대가 막을 내린 기분이 든다.
여차저차 많은 사연들이 있었던 분이라 나중엔 큰 호감을 품진 못했지만, 어쨌거나 척박한 시절에 음악 하나 벗으로 삼아 가난한 통기타 가수들과 청춘을 보내고 그들을 키우고 팝송 가락 속에 인생을 음미하며 영원히 라디오 옆에 자리했던 것 만큼은 존경스럽다. 뭐든, 자기가 좋아하는 것에 필이 꽂혀 평생을 다한다는 것. 그건 누구나가 선망하는 일일 수도 있지만, 생각만큼 아름다운 길만은 아니기 때문에 더 하다.
요즘 DJ 들은 전문성이 너무 떨어져서 말이다..=.=;; 이종환이라든가 김광한이라든가 김기덕이라든가 이들 예전 DJ들의 그 해박한 지식과 열정, 입담...을 따라갈 자가 있는가 싶다. (머릿속으로 한참 생각했지만 그닥 떠오르지 않는다..쩝) 그저 얄팍한 지식으로 우스개소리나 하고 리액션이나 하는 젊은 사람들과는 달리, 물론 웃기고 재미있고 리액션도 했지만 그 속에는 수많은 팝송과 가요에 대한 지식이 담겨져 꾸욱 누르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터져 나올 것만 같은 깊이가 있었다. 실력은 말로 안 해도 다 드러나는 것이고 말로 나오면 바닥까지 보이게 마련. 그래서 아쉽다. 75세라면 요즘 세상에 더 계실 수 있는 연세였는데...
내가 학창시절에 알던 분들이 한분 한분 저 세상으로 가는 것을 확인하면서, 그렇게 나도 나이가 들어가나 보다. 인생은 찬란함만이 있는 것이 아니며 병마와 고통과 죽음도 함께 한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끼는 요즘이다.
고인의 명복을 진심으로 빈다.
제 학창시절의 빛나는 부분에 함께 해주셔서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