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그럭저럭 지내고 있다. 일이 바쁘기도 바쁘고 건강상의 이유로 개인적인 일들도 많았다. 요즘 들어서 부쩍 병원 갈 일들도 많고 해서 찬란한 봄날의 햇살 아래 우울한 기운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몸이 안 좋아지면, 그 때만큼은 세상 보는 시각도 변해서, 살아 있는 게 고맙고 아프지 않은 사람들이 부럽고 그렇게 된다. 상당히 심플해진다고 할까. 복잡한 인생사가 2차원적으로 말하자면 삶과 죽음, 안락과 고통 정도로 조명하게 된다. 물론 이게 무사히 넘어가면 또 여느 때 처럼 치고 받고 물고 뜯고 고민하고 화내고 그러겠지만. 그런 게 인간이겠지... 싶다.
2. 오랜만에 알라딘을 들어오니 몇 가지 변화가 보인다. 카테고리에 있는 저 큰 글씨는 무엇이란 말인가. 내가 폰트 조정을 잘못 해둔 줄 알고 깜짝 놀랐다. 좀 어색하기도 하고. 그리고 글 밑에 [공감하기] 라든가 [찜하기] 라든가 [보내기] 라든가 하는 기능들도 생겼네. 생겼다기보다는 기존에 있던 단어들을 손댄 수준이긴 하다. 오랜만에 들어와 남의 글 아래 [공감하기]를 꾸욱 눌러본다... [추천]보다 [공감하기]가 좀 정감있게 다가오기는 한다.
3. 오늘 아침 깨보니 구본형 씨가 죽었다는 기사가 떠 있었다. 59세. 폐암이라고 한다. 워낙 유명한 사람이라 깜짝 놀랐다. 물론 난, 이 분의 글을 한번도 제대로 읽어본 적은 없는 것 같다.. 그렇지만, 세상에 멘토 찾기가 어려운 요즘같은 시기에 살아가는 데 좋은 말, 격려가 되는 말 끊임없이 하던 분이라는 건 알고 있었다. 너무 아까운 나이에, (이 정도면 요절 수준이다) 큰 병으로 돌아가셔서 마음이 아팠다. 사람의 삶은 참 덧없구나. 있다가도 없고 없다가도 있는 것.
4. 어제 그제는 집에서 책을 보았다. 내가 좋아라 하는 데니스 루헤인의 켄지 & 제나로 시리즈 마지막 편인 '문라이트 마일'과 이스마일 카다레의 '사고'. '문라이트 마일'은 기존의 켄지 & 제나로 시리즈의 내용에서 많이 벗어나 있지 않았다. 다만 그들이 늙었고 결혼을 했고 아이가 있고.. 그래서 지쳤고 보호해야 할 대상을 생각해야 하고... 그런 변화가 있었다. 나는 시리즈물이 진화하는 것을 좋아하기 때문에 (주인공들이 나와 함께 늙어가고 생각이 진화하고...) 나쁘지 않았지만, 그렇게 일상에 안착하게 되는 모습이 서글프기도 했다. 어쩌면 데니스 루헤인도 그런 걸 느끼고 있는 걸까. 삶에 지치고 삶에 편하게 머무르고 싶고... 이런 걸.
이스마일 카다레의 작품은 중간 정도 읽었다. 흔한 사람 얘길 어렵게 쓴 것 같기도 하고 어쩌면 대단한 비밀이 마지막에 빵 터질 것 같기도 한... 이스마일 카다레 다운 소설이다. 이 작가의 소설은 재미가 있지는 않은데 이상하게 자꾸 보게 된다. 특이하기도 하고, 중간중간 보여지는 삶에 대한 관점들이 날카롭기도 해서인 듯. 암튼, 지금 이걸 보고 있다.
5. 바람은 많이 불어도 봄은 봄이다. 곳곳에 개나리며 벚꽃이며 진달래가 만개해 있다. 훌쩍 꽃놀이를 가고 싶어진다. 그럴 여건이 안 되는 게 서러울 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