낼부터 4일간 일본 北海道로 여행을 떠난다. 정말 오랜만의 해외여행이라 유난히 설레네. 가까운 곳에 가서 짧은 기간 있는 거지만, 그래도 어딘가로 훌쩍 떠난다는 것은 멋진 일이다 라고 재삼 확인. 짐을 다 꾸리고, 이것저것 챙기고... 여자들은 어딜 가나 짐이 참 많아서 사일을 가나 사십일을 가나 그게 그거라고 한숨 푹...ㅜ 그래도 여름이라 짐이 좀 덜하다.

 

짐을 다 싸고 나서 마지막으로 한 일은, 항상 그렇듯이 책 고르기. 이번 여행은 엄마와 함께인지라 책을 한 권만 가져가기로 한다. 저녁엔 책에 머리를 파묻은 채 글자를 보기보다 엄마와 맥주 한캔이라도 먹으면서 이야기를 많이 할 셈이다. 엄마랑 단 둘이 여행가는 것도 참 오랜만이다. 어느 순간부터는 엄마 아빠와 함께 움직이거나 동생네랑 가족 총출동여행을 가게 되었었다. 엄마랑 나랑은 마음이 잘 맞아서 가면 재미나게 잘 지내곤 했는데.. 이번엔 특별히 아빠가 휴가를 준 것. (기실은 아빠는 어러 번 다녀오셨고 곧 다른 여행 일정이 있는 지라 패스한 듯..ㅎㅎㅎ)

한 권의 책이라. 참 심사숙고하지 않을 수 없다. 일단 가벼워야 하고 - 그래서 하드커버 패스, 재밌어야 하고 - 그래서 이런저런 사회학책들 패스, 두께도 적당해야 한다 - 그래서 두꺼운 책들 다 패스. 그리고 나서 결국 고른 책은 이것.



나는... 남의 나라에서 내 나라의 문자를 읽는 게 좋다. 며칠이 되었든 외국말만 듣다가 보다가 내 나라의 말을 보기만 해도 미소가 떠오른다. 모국어란 그런 거지. 아무리 샬라샬라 한다고 해도 (그러지 못하니 더 답답..ㅜ) 모국어를 말할 때처럼 내 심정을 잘 전달할 수는 없는 게지. 그래서 외국 나갈 때 우리나라 사람 책을 한 권씩은 들고 나가는 것 같다. 그리고 이번처럼, 한 권의 책만... 이라고 한정지을 땐 더더욱. 이 책에 대한 소문은 많이 들었기에 선택에 대한 불안은 없다. 여행길에 나에게 빛이 되어줄 거란 믿음이 크다.

 



 


 

우리 엄마는 이 책이다. <좀머씨 이야기>. 기실은 이 책을 여러번 읽으셨는데, 유독 좋아하신다. 이 책을 손에 쥐고는 나한테 물으신다. "이 책 어떨까?" .. 그 분위기는 읽은 책을 또 가져가는 것에 대한 면구스러움이 묻어나 있다. 전혀 문제없지. "엄마, 딱이야. 얇고 가볍고 재밌고." .. 엄마는 방긋 웃으시며, 안심한 듯, 가져갈 짐 위에 살포시 이 책을 놓으셨더랬다.

일본 홋카이도의 어느 호텔에서, 엄마와 나는 이 책들을 각기 부여잡고 읽다가 슬며시 잠드는 며칠을 보내게 될 것이다. 이 모든 게 추억으로 아로새겨질 테고.

 

 

 


 

 

다녀와서 사진들 올리겠다. 여름날의 홋카이도, 北海道. 아마도 겨울 못지 않은 정취가 있지 않을까. (방사능 수치가 걱정되어 찾아보았는데, 원전사고 이전과 비교할 때 큰 변화가 없었다. 오히려 우리나라보다 낮은 수치.. 그래서 회를 실컷 먹기로 결심..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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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비 2012-08-11 23: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엄마와의 여행이라 좋은데요^^
남의나라가서 내나라문자 읽는다는 어감이 참 좋게 느껴지네요
여행도 즐겁게 다녀오셔요~
다녀오셔서 즐거운 이야기들 들려주세요^^

비연 2012-08-12 01:29   좋아요 0 | URL
실비님~ 감사요^^ 즐거운 추억 많이 만들어올께요~

프레이야 2012-08-12 00: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비연님 엄마와여행이군요. 행복한 여행 즐기고 오시길요. 여름 북해도 풍경 사진 기대하고 있을래요.^^

비연 2012-08-12 01:30   좋아요 0 | URL
프레이야님. ㅋㅋ 엄마와의 여행, 참 좋은 것 같아요~ 풍경사진 많이 담아올께요. 기대하삼~

2012-08-14 09:5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08-16 11:59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