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니까... 후배가 선배 위의 직책으로 올라가면 안된다는 거. 정말 안된다는 거 절감하고 있다. 자세히 말하자면 길고 긴 얘기고. 암튼 나의 직속 상사(A상사 라고 하자)와 같은 직급의 분(B팀장이라고 하자)이, 작년 말에 前팀장이 보직해제라는 걸 당하게 되면서 그 자리를 꿰차게 되었는데. 그게 나의 직속 상사 A님보다 나이도 한참 아래고 경력도 좀 아래인 사람이었다 이거다. 그 인사가 난 날, 싸아~ 했던 분위기. 워낙 A상사가 표를 안 내는 분이기도 하고, 예전 팀장에게 엄청난 구박을 당하면서도 반항 한번 안 하고 꿋꿋이 버티기까지 했던 분인지라 그렇게 지내겠거니 했는데.

 

그게 아니라는 거지..ㅜㅜ

 

A상사와 B팀장이 서로 맞지 않았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그래도 같은 직급일 때는 공통의 대응해야 할 상대(前팀장!)가 있었기에 서로 그럭저럭 지내는 것처럼 보였었다. 그런데 이게 상하의 구별이 생기자, B팀장의 말에 A상사는 껀껀이 맘에 안 드는 기색을 보이고 급기야는 언성을 높이고 급기야는 못하겠다고 화를 내는 판국에까지 접어들었다. 자기네들끼리 그러거나 말거나 내가 상관할 바가 아니지만, 그게 내가 우연챦게 맡게 된 과제 때문이라니 할 말 다 했지 뭔가.

 

물론 그 과제로만 부딪히는 건 아니지만, 이게 아주 좋은 빌미인 것이 B팀장은 이걸 굳이 하고 싶어하고 A상사는 이게 절대 필요하지 않다고 생각한다는 데에 있다. 따라서 둘이 긴장국면을 조성하니까 나는 중간에서 어떤 의견도 피력하기가 어려운 상황이 되어서 회의때마다 아주 미칠 노릇이다. 게다가 A상사는 하극상, 이런 거 절대 용납 못하는 분이라서 내가 B팀장의 이야기에 동조하는 기색이라도 내비치면 "맘대로 하세요"라든가 "그러던가 말던가" 이런 식으로 나오기 일쑤고. 그럼 나는 허걱. 해서 가만히 있게 되고. B팀장은 자꾸 의견 말하라고 나를 다그치고.

 

며칠 전, 결국 그런 분위기 조성되다가 불꽃이 튀기는 일이 벌어지고 나서는...소화도 안되고 밥맛도 없고. 오늘 B팀장은 날 불러서 애로사항 없냐 이러고... 내가 이번에 맡게 된 다른 과제에 대해서 은근히 불만을 표출하면서 그거 좋으냐? 하고 싶냐? 뭐 이런 걸 물어보시고. 나는 성격에 안 맞게, 조용한 목소리로 "A상사님이 시키시는데 해야죠. 괜챦습니다" 이딴 소리나 해야 하고.

 

일로 스트레스 쌓이면 아주 편한 거로구나. 이런 걸 느끼고 있다. 사람 사이에 끼여서 '찌부' 상태가 되어버리니 아주 못할 노릇이다 싶고. 앞으로 태도를 분명히 해야하겠구나 싶고. 어쨌거나 스트레스는 많이 쌓이고 있고. 얼굴빛이 노랗게 변하고 있다니까 정말..=.=;;;

 

회사에서는 정말이지 제대로 승진하고 제대로 그 나이에 맞는 자리에 가 있어야 마음 좋은 모습으로 살아갈 수 있는 것 같다. 여러모로 생각이 많아지는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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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심란도 하고 해서 오늘은 점심시간에 점심을 포기하고(심지어 내가!) 강남 교보문고로 향했다. 한시간 남짓 돌아보고 부랴부랴 빵 한 쪽 사다들고 돌아왔지만 기분은 좋더군. 그래. 이렇게라도 위안을 삼아야지 어쩌겠는가. 스트레스 받지 말자. 이런들 어떠하리 저런들 어떠하리~ 그러면서 사고 싶은 책들을 아이폰으로 찰칵찰칵 찍어왔다. ㅎㅎㅎ

 

 

 

 

 

 

 

 

 

 

 

 

 

 

 

 

 

헤닝 만켈과 스티그 라르손의 뒤를 잇는 스웨덴 스타작가라니. 스티그 라르손의 뒤를 이을 수 있는 사람이 있다 말인가. 믿을 수 없다는 심정이긴 하지만, 그래도 한번 보긴 봐야겠다. 요즘 북유럽이나 아이슬란드 작가들의 맹활약이 아주 신나게 느껴지기도 하고.

 

 

마츠모토 세이초의 이 책들은 이전부터 탐을 내고 있었지만, 실물로 off-line에서 맞닥뜨리니 으으으. 이 하얀 표지에 흑백 그림과 한자, 일본어, 한글이 적절이 조화된 이 책들을 확 사고 시포라~ 라는 마음이 불끈불끈. 요 책들은 게다가 보지도 않은 책들이기에 더더욱 마음이 간다. 곧 사게 되겠지...ㅜㅜ

 

 

디자인과 사진책이라. 잘 어울리지 않는가. 슬쩍 뒤적거려보니, 요것들은 나의 취향이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느낌이 드는 책들은 사서 장서용으로라도 꽂아둬야 한다..큭큭. <그날들>의 사진작가는 꽤 유명한 사람인데, 에세이와 사진들이 절묘하게 어우러져 있다. <런던디자인산책>은 현재 국립박물관문화재단 문화상품개발팀장으로 일하는 필자가 런던에서 디자인을 공부하면서 경험한 것들을 생생하게 쓴 책이라고.

 

 

 

아무래도 회사라는 곳을 다니다 보면 이런 책들을 끊임없이 읽어주게 된다. 다 아는 내용일 수도 있고 모르는 내용일 수도 있지만, 어쨌든 나의 현재를 '유지'라도 시켜주는 '리마인드' 내지는 '강화' 역할은 해주는 것 같으니까. <글로벌 노마드>는 사실, 제목이 맘에 들었다. 내용까지 봐야 할 지는 아직 미지수다. 앞으로는 노마드형 인간이 대세를 이룰 것이고 우리가 시야를 좀 넓게 가지고 세계를 상대로 일을 하겠다고 마음 먹으면 더 큰 세상이 펼쳐질 수 있으리라 생각된다. <언리더십>은 펼쳐보니, 팀도 필요없고 신분도 필요없고 경영자도 필요없고...그를 대체할 다른 것들을 12가지 분야에 걸쳐서 제시하고 있다. 좀 다른 시각으로 조직을 바라볼 수 있는 여유가 생길 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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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깐의 점심시간이라 부랴부랴 보고 와서 몇 권 못 찍어왔다는 게 아쉬울 뿐이다. 게다가 더욱 찝찝한 건, 내가 오늘 아침에 무려 10권의 책을 주문해버렸다는 거지..ㅜㅜ 따라서 조금 있다가 다시 책쇼핑을. 이거 읽지는 못하고 계속 쌓이기만 하는데도 끊임없이 책을 사대는 건, 책읽기 중독이라기 보다는 "책쇼핑 중독" 이 아닌가 한다. 엄마의 째림을 각오해야 할 것 같다...ㅡ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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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의집 2012-02-29 08: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휴 10권이요. 예전에 저도 그렇게 주문했는제 지금은 많아야 3권인 것 같아요. 그래도 불안한 것이 작년에 일반회원이고 올해들어와서 1월엔 실버더니 요 며칠전에 골드회원 되었다는 이멜 와 있더라구요. ^^

b란 분이 a보다 나이가 많이 적나요? 울 나란 나이가 몇 살이라도 어리면 이상하게 생각도 짧고 일도 복종해야한다는 불문율같은 게 있어서.. 비연님만 힘드시겠어요. 아, 저는 직장생활 하라고 하면 다시는 못 할 것 같아요.

비연 2012-02-29 11:01   좋아요 0 | URL
저도 주문 권수를 줄이고 싶은데...매번 잘 안 되요..ㅜㅜ
B팀장님이 A상사님보다 나이가 다섯살 정도 어리세요. 좀 극복하기 힘든 나이 차이 같기도 하구요...직장생활 정말 어려워요, 하면 할수록.

카스피 2012-02-29 10: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흠,회사에서 그런 인사를 단행한다는 것은 일반적으로 나가란 이야기인데 요즘 경제 사정이 어렵다보니 그냥 주저 않은것 같군요.A상사님도 버틸려면 얼굴에 철판깔고 죽어있어야 하는데 그게 마음대로 되질 않나 보네요.아무래도 화가 치밀어 오르니 괜히 비연님만 갈구는 것 같군요.
참 비연님만 힘드시겠네요.스트레스 받지 마시고 물흐르듯이 유연하게 헤쳐나오세요^^

비연 2012-02-29 11:02   좋아요 0 | URL
카스피님..힘내서 잘 헤쳐나가야겠죠?^^;;;; 힘내보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