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형평성학회에서 '젠더관점의 건강돌봄체계'라는 주제로 학술대회를 한다고 해서 참여를 했다. 최근에 이 문제에 대해 부쩍 관심을 가지게 된 터이기도 하고, 주제강연 1의 강연자가 최근 읽은 책의 저자 중 한 명인 전희경 선생이기도 해서 일부러 시간 내서 들어보아야겠다 했다. 역시, 글도 중요하지만 말로 들을 때 더 이해가 되는 부분이 있는 것 같고, 소중한 시간이었다. 주제강연자들도 다 좋았지만 토론자들도 각기 자료를 준비해와서 주제강연만큼이나 열심히 이야기를 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고. 이런 이야기들이 조금씩 나오기 시작하고 연구하는 사람들이 늘어난다는 자체가 굉장히 고무적인 일이다 싶고, 이게 고무적인 일에 그치지 말고 앞으로 일보 이보 전진하는 디딤돌이 되었으면 좋겠다 라는 마음이 든다.

 

 

 

 

 

 

 

 

이 중에서 김향수 선생의 질병서사에 대한 이야기도 흥미로왔다. 통증은 말하지 않고는 모르는 것이니 말을 하게끔 만들고 그것에서 의미를 찾아내는 작업이 필요하다는 것으로, 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의 <전쟁은 여자의 얼굴을 하지 않았다>와 같은 증언 혹은 서사에 방점을 둔 연구방법이었는데, 이런 영역에서의 연구들, 돌봄이나 통증이나 하는 것들의 연구에서는 반드시 함께 진행되어야 하는 방법론이 아닐까 싶었고. 수전 손탁의 <은유로서의 질병>에 나오는 낙인이라는 선명한 주제는 여기에서도 계속 환기되고 있어서 다시한번 그 놀라운 사람에 대한 경의를 품게 된다.

 

돌봄에 관심을 가지는 이유는, 이것이 사람의 생애주기 전반을 지배하는 화두가 되고 있다는 것이고 그 중심축에 젠더문제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결국 젠더 이슈가 해결되는 국면이 보여야 돌봄의 문제들도 많이 해결되지 않겠는가라는 생각이 있다. 물론 시민적 돌봄이라는 주제를 말한 전희경 선생의 의견에도 일견 동의하고. 돌봄이라는 문제를 보상이나 환경개선 등의 문제에 국한하면 여기저기 헛점을 메우기에 급급해져서 누더기가 되기 십상이다. 철학과 체계를 가지고 접근하는 이런 움직임이 필요한 이유이다.

 

세상은 넓고 똑똑한 사람은 많고 알면 실천하는 자들도 늘어나고 있다. 귀를 열고 눈을 크게 뜨고 계속해서 공부해나가는 자세가 필요하겠지. 아. 체력을 키우자. (이 무슨 생뚱맞은 결론이란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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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쟝쟝 2020-11-20 18:4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뇨, 너무 맞는 결론! 와우! 비연님 멋져요! 멋지게 알아가고 공부하고 결론내고 실천하는 체력 녀성!!!

비연 2020-11-20 19:46   좋아요 0 | URL
ㅎㅎ 정말 체력을 키워야겠어요. 좇아다니면서 알아가려면~^^

다락방 2020-11-20 18:4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 비연님 너무 멋져요! 관심 있는 분야에 시간을 투자하고 더 알고자 노력하는 모습이라니 ㅜㅜ 멋져요 멋집니다!!

비연 2020-11-20 19:47   좋아요 0 | URL
우히힝. 좋은 시간이었어요. 비슷한 고민들 논의들 하는 많은 연구자들이 있는 거죠. 외롭지 않아요~

단발머리 2020-11-20 22:1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관심 주제의 학술대회까지 섭렵하는 부지런함과 실천성에 물개박수 보냅니다!

비연 2020-11-21 16:30   좋아요 0 | URL
제가 원래 건강형평성(Health Equity)에 관심이 많아서 이 학회 내용 늘 챙기는데(소소한 학회에요) 이번 주제가 이랬던 거죠. 참 놀라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