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라딘에 들어와 괜히 도닥거린다. 오늘 저녁까지는 해서 올려야 하는데. 진도율 0%에서 이게 무슨 탈선? 이탈? 인가 모르겠다. 하기 싫어서인가. 흠 그건 아닌데, 며칠 좀 무리했더니 지쳤다고나 할까.

 

나이 얘기 자꾸 하기 싫지만, 사람이 나이가 들어야 아는 게 반드시 있는 것 같다. 젊고 튼튼할 때는 몰랐고 나이든 사람들의 말이나 행태에 진절머리를 쳤었는데 이젠 충분히 이해하고 있고... 이렇게 중간자적인 나이에서는 엄마 아빠를 보면서 생각한다. 지금은 모르지만 앞으론 나도 어쩔 수 없이 저렇게 되겠구나. 느려지고 기억력이 깜빡깜빡해지고 수이 피곤하고.. 젊은 사람들에게 의존해야 하고. 사는 건 정말 찰나의 순간이구나. 나도 어느 새 저런 나이가 되겠지. 가을이라 그런가. 더 쓸쓸해지는 대목이다.

 

그래도 책이 있다는 것은 좋다. 내게는 엄마 아빠처럼 나이가 들었을 때 옆에 할 젊은 사람이 없을 지도 모른다. 대개는 그 젊은 사람이란 게 자식인데, 자식이 없으니 아마도 내가 벗할 친구이자 '젊은' 사람은 책 밖에 없을 지도 모른다. 심히 애정하는 대상이 있다는 건, 그것이 사람이든 사물이든 간에 살면서 나쁘지 않은 일이구나 라는 생각도 든다.

 

피곤해서 커피를 하루에 열잔씩 들이키고 있다. 원래 대여섯잔으로 그쳤었는데 요즘은 드립커피로 두 번은 내리는 것 같다. 큰 통에 두 번 내리고 다 먹고 나면 밤에 잠이 잘 안 올 때가 있다. 커피 먹고 잠이 안 오는 경우는 거의 없는데... 많이 먹기는 하는 모양이다. 쓸데없이(ㅜ) 일이 많고 회사 다닐 때보다 더 오랫동안 일을 하는 게 아닌가 해서 어제는 나한테 조금 화가 났다. 누가 일하자고 하면 확 거절 못하는 냉정하지 못한 성정 때문이기도 하고, 물 들어올 때 배 저어야지 라는 아주 내재적인 욕심 같은 것이 있기 때문인 것 같기도 하고 해서. 그럴 거면, 그냥 그 지긋지긋한 회사를 다니지, 왜 나와서 이 고생이냐. 설핏. 그랬다.

 

그래도 좋은 게 있다면, 시간을 어쨌든 내가 운용할 수 있다는 데에 있는 듯. 뭐 그렇다는 거다. 어제는 집에 책이 5권 날아왔다. 아직 몇 권 더 날아올 게 남아 있지만, 배달온 책을 바라보는 마음이, 좀 흐뭇하다. 빨리 읽고 싶은데 말이다. 받아놓고 보니 전부 소설이네.

 

 

 

 

 

 

 

 

 

 

 

읽고 있는 책도 여러 권이고, 다 못 읽고 한 켠에서 날 째리고 있는 책도 여러 권이다.

 

 

 

 

 

 

 

 

 

 

 

 

 

 

 

 

 

우선 이 두 권 열심히 읽고 있는데, 진도는 별로 안 나가고 있다. <페미니즘-교차하는 관점들>은 이제 사회주의로 넘어가는 찰나에서 멈추고 있고, <판사와 형리>는 안에 담긴 중편 정도의 소설 두 개 중 앞의 것은 다 읽은 상태이다. <판사와 형리>는 페이퍼로 한번 쓰고 싶기도 한데... 다 읽고 써야지.

 

 

 

 

 

 

 

 

 

 

 

 

 

 

 

 

 

이 두 권은 잡고 있다. <캘리번과 마녀>는 신나게 읽다가 어느 순간 다른 책들을 읽느라 얌전하게 거실 테이블 위에 놓여 있게 되었다. 이런. 다시 읽기 시작해야지. 정희진의 책은, 사실 슬렁슬렁 읽으면 금방 다 읽을 분량인데 손이 잘 가지 않는다. 어디 놀러갈 때 기차에서 읽으면 딱일 것 같으나, 놀러를 못 가고 기차도 못 타니.. 슬픔이 올라와 여기까지.

 

알라딘에서 주절거리고 나니.. (정말 주절이다 ㅎㅎ) 일할 마음이 조금 생겼다. 이제 좀 해보자. 그래야 저녁에 책 읽지.

 

.. 근데 정말 가을이 불쑥 왔나보다. 하늘이, 참 곱다. (다시금 마음이 팔렐레 ~ 해지려는 걸 부여잡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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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크(pek0501) 2020-09-10 11:3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책과 커피를 좋아하는 1인, 여기도 있어요.
남편과 아이들이 있지만 혼자 있는 시간이 많고, 가장 위로를 해 주는 건 책이더라고요.
다 바빠요. 책마저 없었으면 고독을 씹을 뻔...ㅋ
가을은 독서의 계절임을 실천하고자 합니다. 앞으로...


비연 2020-09-11 13:13   좋아요 0 | URL
페크님. 저도 가을은 독서의 계절로...ㅎㅎ
남편과 아이들이 있어도 나이가 들수록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할 것 같아요.
우리에게 책이 있다는 것은 얼마나 다행한 일인지요!

2020-09-10 12:1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0-09-11 13:13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단발머리 2020-09-10 12:1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페란테 먼저 읽어주심 안 되나요? 🥺 저 오늘 아침에 책 주문했는데 페란테 빼먹는 센스 ㅠㅠ

비연 2020-09-11 13:14   좋아요 0 | URL
페란테도 읽고 싶고 요 네스뵈도 절 째리고 미미여사도 아우성이고.. 괴롭습니다. ㅋㅋ
페미교차는 벽돌처럼 날 노리고 ㅎㅎㅎ 페란테 얼렁 주문하소서!

han22598 2020-09-11 00:1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비대면 시대에 살면서 하루 종일 말 한마디 못하고, 사람 한명 만나지 못하고 지내는 날들이 지속되면서.....책이 있어서 다행이다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그리고 이런 삶이 나의 노년의 시간 보내기가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나름 괜찮고..나쁘지 않겠구나 싶더라고요 ㅎㅎ

비연 2020-09-11 13:15   좋아요 0 | URL
저도 이게.. 연습인가 싶은 거죠. 어쩌면 앞으론 이런 시간들이 종종 길게 생길 지도 모른다 생각하니...
사람이 없을 때 제게 남은 건 책이더라.. 라는 약간의 안도감. ㅎㅎ 알라디너분들은 많으실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