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 게 참 무얼까 싶은 건... 나이들수록 더 자주 느끼게 되는 것이지만, 유독 그런 생각이 많이 들 때는 내가 알던 사람이 서 세상으로 떠날 때가 아닌가 싶다. 사실 가수나 연예인도 내가 알던 사람의 범주에 들어가는가는, 잘 모르겠지만, 나의 어린 시절 혹은 과거의 어느 시절에 내 시간을 들여 듣고 보고 했기 때문에 남 같지 않다 뭐 그런 차원인 것 같다.

 

어제 미국 컨트리 팝의 대명사 격인 케니 로저스가 돌아가셨다 라는 기사를 접하고 여러 심정이 교차했었다. 연식 너무 드러나는 얘기라 별로 하고 싶지 않지만, 뭐 어떠냐. 쩝. 내가 중학교 고등학교 다닐 때는 가요라는 게 일천하기 짝이 없는 수준이었어서 노래를 듣는다는 애들은 전부 팝송을 들었었다. 주로 심야에 라디오를 켜 놓고 당시 유명했던 DJ들의 목소리로 소개되는 팝송과 가수들에 매료되었었다. 지금은 어디 갔는 지 찾을 수도 없는 그 낭만이라는 괴물은 아마 중고등학교 시절에 다 소진되었다 싶을 정도로 매일 밤 가슴 설레는 마음으로 노래를 듣고 따라 부르고 했었던 것 같다.

 

케니 로저스는 그 당시도 중년에 가까왔고 나이는 어땠는 지 모르지만 수염 덥수룩하게 길러 나와서는 걸걸한 목소리로 얘기하곤 했기 때문에 내게는 거의 할아버지로 느껴졌었다. 엄마가 좋아해서 알게 된 가수였는데... 엄마나 나나 그의 노래 중에서 제일 좋아한 노래는 이 곡 "Lady"였다... 몇 년 전에 폐암으로 돌아가신 이종환 DJ가 심야시간에 진행하는 프로에서 자주 틀어주었더랬다. 어쩌고 저쩌고 말하다가 "케니 로저스의 레이디, 나갑니다." 하면 하던 공부(일)를 멈추고 조용히 노래에 귀를 기울였었다. 그냥 좋았다. 그 선율이.. 그 음색이. 깜깜한 밤에 어울렸던 그 노래. 그렇게 케니 로저스를 소개하던 DJ도 가고 이젠 그 가수도 하늘의 별로 사라졌다 하니, 참 세월이 무상하구나 라는 마음에 문득 적적해진다.

 

최근 사진을 보니 못 알아볼 정도로 할아버지가 되어 있었다. 그러니까 내가 기억하는 케니 로저스의 모습은, 지금 보니 젊은 시절이었고 한참 전성기를 구가하던, 소위 말해 잘 나가가던 시절의 모습이었다. 수십 년 지나고 나면 이리 늙어 언제 그랬냐는 듯한 모습이 되는구나.. 다시 한번 또 적막스러워진다. 누구나 이 세상에 찰나로 왔다가 가는 것이겠고 아마 나이든다는 것은 내가 늙는다기 보다는 내 주위의 사람들이 하나둘 세상의 시간에서 벗어나는 것을 확인하는 것이 아닌가 싶다. 그러다 나도 저렇게 스러지겠지... 이 화창한 날에 이런 쓸쓸한 생각이 들다니.. 코로나 때문에 너무 집에 있었던 탓인가.

 

케니 로저스의 명복을 빕니다.

나의 어린 시절의 추억어린 한 때를 무심히 돌아보며... 좋은 곳에서 평안하시길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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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20-03-22 15:2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케니 로저스‘의 ‘레이디‘ 라고 했을 때는 무슨 노래인지 몰랐는데 영상 재생시켜 보니 들어본 노래네요. 노래 참 좋아요, 비연님. 아. 좋으네요.
일요일 한가한 오후에 듣기에 참 좋아요.


케니 로저스의 명복을 저도 빕니다.

비연 2020-03-23 09:20   좋아요 0 | URL
일요일 한가한 오후에 듣기 참 좋은 음색이죠.
추억이 함께 저물었지만 노래는 남고.. 인생 뭔지..

stella.K 2020-03-22 21:2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 정말 오랜만에 듣네요. 저도 사춘기 시절 많이 들었는데...
카사블랑카도 부르지 않았나요?
옛날에 인기 있었던 팝가수들이 하나 둘씩 진짜 저 하늘의 별이 되가는 게 서글프네요.
향년이 어떻게 되는지 모르겠네요.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비연 2020-03-23 09:20   좋아요 0 | URL
스텔라님도 사춘기 때 많이 들으셨군요! ㅎㅎ
제가 좋아했던 조지 마이클도 가고 케니 로저스도 가고.. 앞으로도 많이들 가겠죠.
쓸쓸해집니다..

stella.K 2020-03-23 11:51   좋아요 0 | URL
아, 카사블랑카는 버티 히긴스가 불렀더군요.
둘이 음색이 비슷해서 제가 잠시 헷갈렸어요.ㅠㅋㅋ

단발머리 2020-03-22 21:3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목소리 들으니까.... 멜로디가 익숙하고 (연식 고백).... 케니 로저스 정말 목소리가 넘 좋네요.
비연님 글 읽고 이미지 검색 해봤더니 아.... 아름답게 빛나던 화려한 스타도 이렇게 늙어가는구나, 뻔히 아는 사실에 저도 슬퍼지네요.
케니 로저스 굿바이~~~!!

비연 2020-03-23 09:21   좋아요 0 | URL
약간 허스키한 게 분위기 있었는데. 사람이 늙는다는 게 참... 영 다른 사람인 거에요.
어딘가에서 편안하리라 믿어봅니다.. 굿바이 케니 로저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