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어락> 이라는 영화가 곧 개봉한다. 나도 아직 보지는 못했지만, 내용은 잘 알려져 있다.
오피스텔에 혼자 살고 있는 평범한 직장인 경민(공효진).
퇴근 후 집에 돌아온 경민은 원룸의 도어락 덮개가 열려있는 것을 발견한다.
불안한 마음에 도어락 비밀번호를 변경해보지만
그날 밤, 잠들기 전 문 밖에서 들리는 소리
'삐-삐-삐-삐- 잘못 누르셨습니다'
공포감에 휩싸인 경민은 경찰에 신고를 하지만
그들은 경민의 잦은 신고를 귀찮아 할 뿐, 대수롭지 않게 여긴다.
그리고 얼마 뒤, 경민의 원룸에서 낯선 사람의 침입 흔적과 함께 의문의 살인 사건이 발생하고
자신도 안전하지 않음을 직감한 경민은 직접 사건의 실체를 쫓게 되는데..!
열려 있는 도어락 덮개, 지문으로 뒤덮인 키패드, 현관 앞 담배꽁초
혼자 사는 원룸, 이곳에 누군가 숨어있다!
그러니까 여자 혼자 사는 오피스텔에 누군가가 침입하면서 일어나는 이야기이다. 요즘, 혼자 사는 여자들이 얼마나 위험에 노출되어 있는가에 대해 여러 지면을 통해서 이야기되고 있지만, 정말 섬찟한 일이 아닐 수 없다. 택배기사만 와도, 집에 남자가 있는 것처럼 보이려고 남자 신발을 가져다 놓고 남자 속옷을 널어놓는다는 웃지못할 일들도 이야기된다. 택배기사가 다 나쁘다는 것이 아니라, 종종 일어나는 사고로 인한 공포감이 있는 것이고 그 아래에는 혼자 사는 여자들이 무방비 상태에 놓였을 때 겪을 수 있는 여러 두려운 일들에 대한 기본적인 무서움이 존재하는 것이다. 이런 일에 피해를 보는 사람은 절대적으로 여성이 많고 그 중에서도 침입이 쉬운 원룸이나 오피스텔 등이 타겟이 되곤 한다.
어제의 일이다. 일찌감치 퇴근해서 저녁을 먹고 <페미사이드>를 보고 있었다. 읽을수록 관점을 달리 할 때 얼마나 무서운 일들이 많은가에 대해서 치를 떨고 있는데 갑자기 벨이 울렸다. 저녁 8시가 넘은 시각이었고 조용한 가운데 벨이 울려서 화들짝 놀랐다. 조심스럽게 마루로 나가서 인터폰을 보니 화면에 경비아저씨로 보이는 남자 둘과 짐을 든 남자 하나가 서 있었다. 이 시간에 왜 벨을 누르지? 난 택배 시킨 것도 없고 책 주문한 건 내일 온다고 했고 심지어 문 앞에 두고 가라고 했는데? 라는 생각들이 머릿속에 빠르게 지나갔다. 가만히 있었더니 뭐라고 중얼거리면서 계속 벨을 누른다. 갑자기 좀 무서워지기 시작했다. 그래서 그냥 가만히 있었더니 아저씨들이 문을 쾅쾅 치기 시작한다. 내 가슴까지 쿵쾅쿵쾅. 대답이 없자 뭐라뭐라 말하더니 윗층으로 올라갔다. 거기서도 같은 행위... (윗층에 사람이 나오긴 했는데 뭐라 하는 지는 안 들렸다)
그렇게 한동안 어수선하더니 10분 쯤 있다가 잠잠해졌다. 다시 책상으로 돌아와 <페미사이드>를 읽기 시작했는데.. 갑자기 너무 무서운 거다. 우리집은 아파트이고, 온 사람은 아마도 경비아저씨인 것 같았지만, 야밤 - 사실, 8시 넘어서 남의 집 문을 쾅쾅 두드린다는 건 상식에 어긋나지 않는가. 벨에 응답이 없으면 그냥 가면 되는 것이다 - 에 남자 셋이 내 집 문앞에 모여 있던 광경도 무서웠고 (자꾸 생각났다) 벨소리도 무서웠고 쾅쾅 두드리는 소리도 무서웠다. 읽고 있는 책이 하필이면 <페미사이드>라 더 그랬는 지도 모른다. 도대체 그들이 왜 그 시간에 문을 두드리고 뭐라뭐라 했을까를 생각하니 상상이 막 커지면서 소름이... 그렇게 두려운 마음에 잤더니만 2시간마다 한번씩 깨면서 누가 없는 지 수없이 확인하게 되었다. 무서움과 두려움이 계속 있어서인지 꿈자리도 뒤숭숭했고.
아침에 무거운 머리로 일어나 출근하면서 여러가지 생각이 들었다. 혼자 사는 게 이래서 무서운 것이구나. 정말 무서워서가 아니라 알 수 없는 위협과 공포를 상상이나 현실에서 마주해야 한다는 자체가 무서운 거로구나 싶기도 하고. 이런 아무 일도 아닐 수 있는 일에도, 나처럼 나이도 많이 든 여자가 잠을 설치며 무서울 수 있다면 더 어리고 더 연약하고 더 취약한 상황에 놓인 사람들은 얼마나 괴롭고 무서운 일들이 많을까를 생각하게 된다. 여성들이 세상사는 게 참 힘든 거구나.. 라는 걸 다시한번 생각하게 되고, 그래서 <페미사이드> 라는 책이 더욱 절렬하게 다가온다, 요즘.
<도어락>이라는 영화도 보러 가야겠다. 어떤 내용인지, 어떻게 전개되는지 궁금하다. 보고 나면 더 무서워서 잠을 못 자면 어쩌지... 그 전에 <보헤미안 랩소디>도 보러가야 하는데. 송년회가 넘쳐 나서 시간이 안 나네... 이런 잡다한 생각으로 하루를 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