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의 노래를 들어라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김춘미 옮김 / 한양출판 / 1991년 8월
평점 :
절판


얼마 전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가 언급된 어느 글을 읽고 새삼스레 이 책을 떠올렸으나 도무지 책 내용의 어느 한 조각 뚜렷하게 기억나는 게 없었다. 기껏 '나'와 '쥐'가 등장하고 j's 바가 등장하며, '바람 방향이란 건 바뀌는 거야.' 따위의 알 수없는 의미의 문장 정도말고는 줄거리도 생각나지 않았다. 91년 초판 1쇄 발행, 94년 초판 6쇄 발행이라는 판권이 붙은, 활자도 낯설어진 책을 다시 손에 쥐어들고 읽었다. 책을 읽으며 그제서야 그 이유를 알게 되었다. 왜 머릿속에 한 조각도 남아 있지 않았었는지. 뼈대가 남아 있을 수 없는, 이 책은 그런 이야기였다. 장면은 조각조각 나뉘고 이야기는 알 수없는 방향으로 전개되며 '나'와 '쥐'를 비롯한 사람들은 먼 바다의 수평선이나 바의 테이블 한 모서리를 응시하며 웅얼웅얼 이야기한다. 때론 제멋대로 on, off를 하고 생각하는 것의 반밖에 입밖에 내지 않으리라 결심하는, 그들이 하는 말은 상대방의 눈을 들여다보고 할 이야기가 아닌 것이다. 그것은 자신을 향해 내뱉는 말들이고 우연히 맞은편에 누군가 앉아 있는 것이고, 그래서 널을 뛰는 머릿속의 생각처럼 장면들은 정신없고 이야기는 두서없다.
10년의 시간이 지난 지금, 나는 그것이 조금 낯설다. 이야기는 기억나지 않음에도, 이 책을 처음 읽었던 10년 전의 나에 대한 기억은 꽤나 선명하다. 아마도 그런 나이, 그런 시대였던 거다.
'단편적 구성, 짧은 문장, 스피드감, 경쾌한 대화, 미국적 풍속, 안티리얼리즘적 묘사, 자기 내면에 대한 off, 수많은 정보와 비유의 나열로 이루어진 새로운 개념의 도시문학'. 지금 보면 다분히 촌스럽고 부담스럽게 느껴지는 책 표지의 소개글에서 그 시절 '포스트모던'이라는 광풍이 주변을 온통 흔들어놨던 당시를 고스란히 되살리고 있다. 그때 이 책을 읽은 나는 아마도 얼치기 같이 그런 것들을 내것으로 바라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문장을 쓰는 일은 즐거운 작업이기도 하다. 사는 것의 곤란함에 비한다면, 그것에 의미를 부여하는 것은 너무나도 간단하기 때문이다. 십대 때였던가, 나는 그러한 사실을 알아차리고 일주일 정도 말을 못할 정도로 놀랐었다. 조금만 머리를 굴리면 세상은 나의 뜻대로 되고, 모든 가치는 전환되고, 시간은 흐름을 바꾼다... 그런 느낌조차 들었다.
그것이 함정이라고 깨달은 것은, 불행하게도 훨씬 뒤의 일이었다. 나는 노트 한가운데에 한 줄의 줄을 긋고, 왼쪽에 그간 얻은 것을 쓰고, 오른쪽에 상실한 것을 썼다. 상실한 것, 짓밟은 것, 훨씬 전에 포기해버린 것, 희생한 것, 배반한 것...... 나는 그것을 마지막까지 쓸 수가 없었다.

여기까지 읽고 나자 몹시 가슴이 아팠다. 무엇인가를 바라고 원하고 찾느라 허공을 향해 손을 뻗어 허우적거리던 10년 어린 나의 조각이 아직도 몸 속 어딘가에 남아 있었던 것이다. 그러자 야속한 반가움에 또다시 가슴이 아파 왔다. 안경 대신 콘택트렌즈를 끼겠다는 어린 조카에게 렌즈를 단념시키려 설득하는 나는, 그래도 가끔은 뭉긋한 통증을 명치끝에 느낄 수 있는  정도의 감각은 살아있는 인간이었던 거다. 
얼치기의 나이를 좌충우돌 갈망의 시간을 살다가, 존재 자체도 깡그리 잊고 다시 10년쯤 더 살다가, 어느날 문득 '바람 방향이란 건 바뀌는 거야' 라는 문장을 끄집어내고는 체념의 응어리를 치유받는, 이 책은 그런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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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antomlady 2005-08-15 12: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럼에도 불구하고, 문장을 쓰는 일은 즐거운 작업이기도 하다. 사는 것의 곤란함에 비한다면, 그것에 의미를 부여하는 것은 너무나도 간단하기 때문이다.
---> 멋진 말이예요 ^^

superfrog 2005-08-15 12: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렇지요, 스노드랍님..(님도 즐거운 작업을 하고 계시죠?^^)
상실한 것, 짓밟은 것, 훨씬 전에 포기해버린 것, 희생한 것, 배반한 것.. 이런 것들을 떠올리는 건 가슴아픈 일이에요.

hanicare 2005-08-15 13: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때의 나는 지나갔죠? 지금의 나는 그런 흔적이고.
이 성복의 싯귀처럼 물에 젖은 종이가 말라버리듯이.
제대로 가져본 적조차 없는데 이 상실감은 무엇인지.

superfrog 2005-08-15 13: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 흐릿한 흔적이 가끔 예기치 못한 것들 덕분(?)에 불쑥 어디에선가 나타납니다.
그럴 때는 반갑고도 난감해요. *&##%^*%#(@ 이렇게요.^^;;
아마도 상실했다 착각하면서 한 평생 아련하게 그리워하면서 사는 게 아닐까 싶어요.

2005-08-15 13:46   URL
비밀 댓글입니다.

플레져 2005-08-15 16: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경과 렌즈의 차이가 없을 줄 알았어요. 편리함과 그 반대의 것. 그것 말고는.
지금 내 안에 부는 바람이, 다시 점검한다고 해도 바뀌지 않으면 어떡해하나... 상실한 것 만큼 소유를 원하고 있는 건 분명해요...

superfrog 2005-08-15 18: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플레져님, 저 단락 참 아련하고 가슴아프지요..? 저는 그랬어요. 한밤에 스탠드 아래에 누워 책을 읽다가 왈칵했어요. 바람 방향이야 바뀌는 거고 우리는 그 바람에 떠밀리기도, 맞서기도, 편하게 몸을 맡기기도, 멈추기를 기다리기도 해야겠지요..

2005-08-16 16:05   URL
비밀 댓글입니다.

superfrog 2005-08-16 18: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속닥님, 햐, 멋진 표현입니다..! 소소하지만 정겹고 그리운 즐거움, 이렇게 말해야 할까요.. 이 작품이 님을 잡아끌어도 이 책은 사지 마세요..(앗, 쓰고 나니 절판이네요..^^;;) 비문도 좀 있고 오류도 있고 좀 그래요.ㅎㅎ 읽는 저도 근간으로 다시 장만할까 하는 생각을 했더랬죠..

미완성 2005-08-17 01: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니 제가 왜 이 리뷰를 놓쳤단 말입니까; 아, 광복절날 놀러다니느라 못봤던 건가 이런이런..전 이제 더 이상 하루키는 읽지 않습니다만, 금붕어님 리뷰를 보고 나니 괜스레 제가 놓친 것이 있었던 건 아닌가 싶어 약간 찜찜해집니다. 체념의 응어리를 치유받는 책, 이라는 말을 듣고 그 누가 한 번 펼쳐보고 싶은 근질근질한 욕구를 참을 수 있겠어요.

nemuko 2005-08-19 16: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루키의 소설 중 전 이 글이 젤 맘에 들었답니다. 지나고 보면 쓸데없고 부질없는 삶의 기억들. 굳이 남겨두지 않아도, 기억해 두지 않아도 좋을 이야기들. 하지만 그 시절엔 피할 수 없이 아프기만 했던 시간들.... 대충 이런 느낌이었어요. 제가 가진 책은 문학사상사의 책인데 그 책은 나쁘지 않았답니다.
글구 보내주시는 것도 황송한데 늦다고 미안하실 필요는 절대 없구말구요^^ 근데 금붕어님. 사진은 야사님 사진 보고 나니 너무 깨갱이라 도무지 올릴 엄두를 못내겠어요 ㅠ.ㅜ

superfrog 2005-08-19 16: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멍든님, 흐흐.. 참으시고 할일을 마저 하세욧!;;
네무코님, 지금보다는 촉수가 예민할 때 읽은 책이니 저도 애착이 많아요.(그래도 하나를 꼽으라면 전 세계의 끝과.. 양을 쫓는 모험, 그리고 단편집들..^^) 다시 읽으니 또 그때와는 다른 느낌을 받아요. 쥐가 왜 그렇게 절망했는지, '나'가 찾으려는 것은 무엇인지.. 이런 생각들.. 오늘같은 날씨랑도 잘 맞아떨어지네요..(사실 저 리뷰는 읽다가 말고 쓴 거고요, 지금 막 마지막 장을 넘겼어요..;;;) 다 읽고 나니 제대로 번역된 잘 만든 책이 갖고 싶어지네요. 문학사상사 판으로 새로 구입할까봐요.
글고, 엄살 부리지 마시고ㅎㅎ, 사진 올려주세요..ㅠ.ㅜ
 
워터
요시다 슈이치 지음, 오유리 옮김 / 북스토리 / 2005년 7월
절판


가끔 이런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어쩌면 지금 우리들은 절경 속을 지나는 줄도 모르고, 같이 걷는 동료들과의 대화에 정신이 팔려 있는 여행자들로, 우리가 지금 얼마나 아름다운 경치 속에 둘러싸여 있는지 깨닫지 못하는 건지도 모른다. 하지만, 여행이란 건 그 목적지보다 함께 걷는 길동무가 더 중요한 게 아닐까?-10쪽

... 이 영화는 가출한 열네 살짜리 남자아이와 여자아이가 시골에서 둘만의 보금자리를 만들려고 애쓰는 이야기다.
돈 한푼 없이 폐가에 숨어사는 그들은 사랑 하나만 가지고 살아가려고 한다. 그러나 그런 생활이 길게 갈 리가 없다. 남자아이가 시장에서 훔쳐온 생선 한 마리를 둘이서 나누어 먹는 식의 생활이었다. 그러던 중 남자아이가 마을 투우장에서 청소원으로 일하게 된다. 그리고 이 영화 속에서 내가 제일 좋아하는 장면이 나온다.
꽉 들어찬 관중 속에 소녀의 모습이 있다. 막 시작된 소싸움에 자릴 박차고 일어나 열광하는 관중 속에서 소녀만 우두커니 혼자 앉아 있다. 경기의 피날레에 소가 죽임을 당하고 투우사가 퇴장한 다음, 다음번 시합을 위해 경기장 청소가 시작된다. 흥분이 사그라지면서 관중들이 하나둘 자리에 앉는다. 그 속에서 소녀가 용감하게도 혼자 일어난다. 그리고 빗자루를 들고 경기장에 모습을 드러낸 소년을 향해 소녀는 환호하며 자랑스럽게 박수를 보낸다. 나는 이 장면을 떠올리면 갑자기 발가벗겨진 것 같은 기분이 든다. 혹시라도 내가 경기장을 청소한다고 하면, 누가 그 많은 관중들 속에서 날 위해 일어나 줄까? 그리고 날 위해 일어서 준 사람을 나는 과연 그 소년처럼 소중해 생각해 줄 수 있을까? -168-169쪽

"모두가 구원받기 위해서 말이지, 누구 한 사람이 꼭 희생되어야만 한다면... 모두 구원받지 않으면 돼."-17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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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perfrog 2005-08-02 23: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북스토리 출판사는 제발 책 좀 제대로 만들기를 바란다.
<일요일들>보다는 '그나마' 나아졌지만 이 책도 기본적인 띄어쓰기 오류가 숱하게 많다. 좋아하는 작가의 책이 성의없이 만들어지는 걸 지켜보는 일은 몹시 불쾌하다.

어룸 2005-08-03 19: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ㅎ그럴땐 정말 원서로 확 읽어버리고싶죠?!!
띄어쓰기를 제외한 번역은 어때요? 읽을만한가요? 번역도 후지다면 전 패스하고파서...^^a

superfrog 2005-08-04 17: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원서는, 원서는..;;; 학교 때 한번 f 맞고 4학년 때 재수강한 아픈기억이 있어서..쿨럭쿨럭..훌쩍! 흠, 번역은요, 저는 <동경만경> 번역한 분이 가장 좋지만 이 책도 그다지 나쁘진 않아요.^^;; 문제는 아주아주 기본적인 교정 오류들이 많이 눈에 띄어 발목을 잡는다는 점이에요. (패스하세요!^^)
 
그리스인 조르바
니코스 카잔차키스 지음, 이윤기 옮김 / 열린책들 / 2000년 4월
구판절판


어느 날 저녁에 우리는 이런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었다.
-일할 때는 말 걸지 마슈! 뚝 부러질 것 같으니까.
-부러지다니, 조르바, 그게 무슨 말이오?
-또, <무슨 뜻이냐, 왜 그러냐> 하시는군. 꼭 애들 같이! 그걸 내가 무슨 수로 설명해요? 나는 일에 몸을 빼앗기면, 머리꼭지부터 발끝까지가 잔뜩 긴장하여 이게 돌이 되고 석탄이 되고 산투리가 되어 버린단 말입니다. 두목이 갑자기 내 몸을 건드리거나 말을 걸면 돌아봐야죠? 그럼 꼭 부러져 버릴 것 같다는 말입니다. 이제 아시겠어요?-173쪽

사면을 내려가면서 조르바가 돌멩이를 걷어차자 돌멩이는 아래로 굴러 내려갔다. 조르바는 그런 놀라운 광경을 처음 보는 사람처럼 걸음을 멈추고 돌멩이를 바라보았다. 그러다 나를 돌아다보았다. 나는 그의 시선에서 가벼운 놀라움을 읽을 수 있었다.
-두목, 봤어요?
-......
-사면에서 돌멩이는 다시 생명을 얻습니다. -212쪽

과오란 고백으로 반쯤은 용서가 된다고 합니다. -234쪽

내 딴에는 자기 위안의 한 경지에 도달했답시고 한번 과부 이야기를 꺼낸 적이 있었다. 조르바는 그 긴 팔을 쑥 내밀어 손바닥으로 내 입을 막아버렸다.
-닥쳐요!
그가 구겨진 목소리로 말했다.
나는 닥쳤다. 부끄러웠다.
(진짜 사내란 이런 거야...)
나는 조르바의 슬픔을 부러워하며 이런 생각을 했다.
그는 피가 덥고 뼈가 단단한 사나이... 슬플 때는 진짜 눈물이 뺨을 흐르게 했다. 기쁠 때면 형이상학의 채로 거르느라고 그 기쁨을 잡치는 법이 없었다. -385쪽

조르바가 한바탕 웃고는 말을 이었다.
-... 인간이란 참 묘한 기계지요. 속에다 빵, 포도주, 물고기, 홍당무 같은 걸 채워 주면 그게 한숨이니 웃음이니 꿈이 되어 나오거든요. 무슨 공장 같지 않소. 우리 대가리 속에 발성 영화기 같은 거라도 들어 있나 봐요.-393쪽

꺼져 가는 불 가에 홀로 앉아 나는 조르바가 한 말의 무게를 가늠해 보았다. 의미가 풍부하고 포근한 흙 냄새가 나는 말들이었다. 존재의 심연으로부터 그런 느낌을 갖게 되는 한 그런 말들이 따뜻한 인간미를 지니고 있다는 증거가 될 수 있으리. 내 말은 종이로 만들어진 것들에 지나지 않았다. 내 말들은 머리에서 나오는 것이어서 피 한 방울 묻지 않은 것이었다. 말에 어떤 가치가 있다면 그것은 그 말이 품고 있는 핏방울로 가늠될 수 있으리. -432쪽

모든 것이 어긋났을 때, 자신의 영혼을 시험대 위에 올려놓고 그 인내와 용기를 시험해 보는 것은 얼마나 즐거운 일인가! 보이지 않는 강력한 적(혹자는 하느님이라고 부르고 혹자는 악마라고 부르는)이 우리를 쳐부수려고 달려오는 것 같았다. 그러나 우리는 부서지지 않았다.
외부적으로는 참패했으면서도 속으로는 정복자가 되었다고 생각하는 순간 우리 인간은 더할 나위 없이 긍지와 환희를 느끼는 법이다. 외부적인 파멸은 지고(至高)의 행복으로 바뀌는 것이었다. -450쪽

-교장 선생, 이리 좀 오시오. 내겐 그리스에 친구가 하나 있소. 내가 죽거든 편지를 좀 써주시어, 최후의 순간까지 정신이 말짱했고 그 사람을 생각하더라고 전해 주시오. 그리고 나는 무슨 짓을 했건 후회는 않더라고 해주시오. 그 사람의 건투를 빌고 이제 좀 철이 들 때가 되지 않았느냐고 하더라고 전해 주시오.
잠깐만 더 들어요. 신부 같은 게 내 참회를 듣고 종부 성사를 하려거든 빨리 꺼지는 건 물론이고 온 김에 저주나 잔뜩 내려 주고 꺼지라고 해요. 내 평생 별 짓을 다 해보았지만 아직도 못 한게 있소. 아, 나 같은 사람은 천 년을 살아야 하는 건데...-47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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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5-07-28 11: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450 페이지! 정말 그럴 수만 있다면! 그것이 진실이라면!

superfrog 2005-07-28 11: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복돌이님, ^^ 저 단락에 얽힌 이야기 쓰려다가 스포일러라서 지웠어요..
아무튼 읽으며 계속 님이 생각났다는 것만 알아두세요!^^
(그래서 어쩌란거냐..-.- 저도 몰라요..;;)

비로그인 2005-07-28 11: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뜨어억! 여름 휴가 때 계획해 둔, '도서초토화대작전' 목록에 당장 끼우겠슴돠!! 두근두근~

superfrog 2005-07-28 12: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ㅋ 도서초토화대작전! 저도 당장 세우겠슴돠!!
(일년 열두달 세우고 있긴 해요..;;;)

어룸 2005-07-28 13: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허걱!!! 하루만 더 빨리 써주셨더라면 어제 장바구니에 요것도 넣는거인디!!! 안타깝슴당...쿠폰이 8월1일까지이니 그 전에 또 지르겠구만요...어흑!!! 똑 부러지는 거부터 다, 무척 맘에 듭니다!! ^^

icaru 2005-07-28 15: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393,,,, 432... 저도 이 부분은 밑줄 쫙 그었다는~*

superfrog 2005-07-28 22: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toofool님, 또 지르세요!!^^ 뚝 부러지자구요!ㅋㅋ
icaru님, 복순이언니님으로 언제 돌아오실건가요?^^ 조르바 읽기 전에 '아, 귀여운 조르바'라는 표현을 많이 들었는데요, 다 읽고 나니 저도 똑같이 귀여운 조르바,라고 하게 되더군요.ㅎㅎ
 
조제와 호랑이와 물고기들 작가정신 일본소설 시리즈 5
다나베 세이코 지음, 양억관 옮김 / 작가정신 / 200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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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시모토 바나나나 요시다 슈이치의 글들을 읽을 때 느끼는 강한 울림은 한 가지,
이 어긋나버린 관계들이 이토록 사랑스러운 이유는 무엇일까,이다.
일상에서 아주 조금 벗어난 곳에 자리한 그 여자와 그 남자 들은 
상식이나 윤리의 잣대로는 난도질 당할 만한 관계가 되어도 사랑스럽다.
쉽사리 가해자나 피해자라고 재단할 수 없는 그들은 그래서,
돌이킬 수 없는 크나큰 배신을 상대에게 저지르더라도 미워할 수가 없다.
그래, 그럴 수 있어. 나름대로 가슴이 아프겠지,라고 그 '가해자'의 손도 슬며시 잡아줄 수 있다.

<조제와 호랑이와 물고기들>에 실린 9편의 단편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모두 유사한 얼굴을 하고 있다.
여자는 자신의 일이 있고 자신의 세계가 있다.
일상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지만 일상에 파묻히지도 않는다.
상대에게 미소짓지만 진심으로 웃지 않는다, 진심으로 웃지 못한다.
남자는 덩치만 큰 어린아이의 얼굴을 하고 있다. 삼백안의 눈을 하고 귀염성 있는 웃음을 흘린다.
대체로 선량하고 친근한 외모와 성격을 갖고 주변에 스스럼없이 녹아들어 있지만
결정적으로 가장 배려해야 할 대상에게 배신의 칼을 아무렇지도 않게 들이댄다.
언니의 아들인 조카와 관계를 갖기도 하고 독신의 삶을 견고히 하며 안전한 연애에 만족한다.
느닷없이 바람피운 이야기를 고백하다가 저녁밥을 달라고 아무렇지도 않게 말한다.
아.. 이들이 너무나도 싫다, 정이 가지 않는다, 도대체 이해할 수 없다.
차라리 칼로 찌르고 난도질을 하던지, 아님 멱살을 잡고 싸워라.
그도 아니면 '그럴 수 있어' 하고 고개를 끄덕거리게 만들던지!
연민과 이해의 눈빛을 보낼 수 있도록 하란 말이다.
일상이 깨진 그들의 작은 우주는 들여다볼수록 짜증만을 일으킨다.
사랑스럽지 않은 인간들을, 게다가 붕어빵처럼 닮은 유사한 인간들을 계속 봐야 하는 건 슬픔이다.
삼백안을 한 귀여운 얼굴의 덩치큰 아저씨는 이제 신물난다.

나이든 이 작가와는 코드가 맞지 않는다.
게다가 글들은 뭔가가 벌어지려나 싶은 순간에 끝나버린다.
그 미완의 결말은 한계를 짓지 않는 아쉬운 끝이 아니라 어색하고 무책임한 결말이다.
이토록 예측 불가능한 결말을 지닌 단편을 무더기로 읽기에는 독자의 인내심이 부족하다.
표제작인 <조제와 호랑이와 물고기들>은 그나마 낫다고 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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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7-23 13:06   URL
비밀 댓글입니다.

superfrog 2005-07-24 09: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속닥님, ^^
새벽별님, 반대로 남들은 툴툴거려도 혼자 좋아라 정신 못차리는 그런 작가도 있지요..ㅎㅎ

어룸 2005-07-24 11: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저랑도 안맞았어요!! 아...반가워라^^

superfrog 2005-07-25 18: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toofool님, ㅋㅋ 안 맞다고 서로 좋아라하면 안되는데..^^;;;
담에는 열광모드로 맞춰보자구요!!ㅎㅎ

2005-07-28 15:58   URL
비밀 댓글입니다.

superfrog 2005-07-28 22: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속딱님, 책은 안 맞았는데요, 영화는 몹시 보고 싶었어요. 결국 못 봤죠..ㅠ.ㅜ
음..님께는 어떨라나, 여튼 책보다는 영화가 낫다,라고들 많이 얘기하더군요..
 
밥벌이의 지겨움 - 김훈 世設, 두번째
김훈 지음 / 생각의나무 / 2003년 6월
구판절판


여행에서 만난 사람들은 모두 다 다치거나 망가져 있는 사람들이었다. 시대가 인간에게 가하는 고통을 피할 수 없었던 사람들이었다. 그러나 그 망가진 사람들의 내면에 끝끝내 망가질 수 없는 부분들은 여전히 온전하게 살아 남아 있었다. 뿌리뽑히고 거덜난 삶 속에서 삶에 대한 신뢰를 발견하는 일은 늘 눈물겹다. 고난에 찬 삶을 통해서 말없는 실천에 도달한 그들의 삶은 성자의 삶처럼 보였다.
저무는 가을 논길에 경운기 한 대 지나간다. 늙은 남편이 운전을 하고, 수건을 머리에 쓴 늙은 아내는 적재함에 타도 간다. 늙은 부부는 하루종일 같은 밭에서 일해도 말 한마디 주고받지 않는다. 날이 저물어 돌아갈 때도 누가 먼저 가자고 하지 않아도 서로의 동작을 보면서 돌아가야 할 때가 되었음을 안다. 저문 논길에 경운기를 타고 집으로 돌아가는 늙은 부부는 거룩해 보였다. 늙은 부부가 돌아가는 논길에 개 발자국 몇 개가 찍혀 있다. 시멘트가 마르기 전에 돌아다닌 극성맞은 개들의 발자국이다. 고단하고, 버려지는 삶 속에 인간다운 고귀함이 여전히 살아 있다. 여름의 여행은 힘들었지만 행복했다. -195쪽

슬픈 아우성
서울 지역에서 벌어지는 거리집회와 시위는 연일 150건이 넘는다. 200건에 이르는 날도 있다. 실체가 없다던 북파공작원들도 도심에서 격렬한 시위를 벌이며 실체를 드러냈다. 미군이 가겠다고 한 적도 없는데, "미군 가지 마라"는 시위도 있다. 가장 고통스런 시위는 추방당한 사람들의 부르짖음이다. 노점상, 세입자, 철거민, 계약직, 해고자, 해고를 앞둔 파업 노동자들이 연일 거리에서 부르짖고 있다. 경찰 지휘부는 즉각 '경력대비'를 지시한다. '경력대비'란 경찰병력으로 해산시키라는 용어다. 추방당한 사람들의 아우성은 도로교통법 시행령의 차원에서 관리되고 있다. 전경들이 그 아우성을 몸으로 막아내고 있다. 한 곳에서 시위가 끝나면 전경 지휘관들은 부상자들을 점검하고 곧 다른 시위현장으로 이동한다. 봄이 무르익을수록 전경들은 밥 먹을 틈도 없이 바빠진다. 시장의 논리로 추방당한 사람들이 아우성치는 거리에, 시장이 저들을 구원하리라는 복음이 울려퍼지고 있다. 추방은 이 사회의 오래된 문제 정리 방식이었다. 언론인을 추방하고, 교사를 추방하고, 노동자를 추방하고, 늙은이를 추방하고, 장애인을 추방해 왔다. 서울 거리에서, 시장의 힘으로 추방당한 사람은 하늘을 나는 새만치도 시장의 은총을 받지 못한다. '경력대비'가 있을 뿐이다. -209-2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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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7-20 15:33   URL
비밀 댓글입니다.

superfrog 2005-07-20 16: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네!^^ 배송완료는 됐는데 말씀이 없으셔서 어데로 사라졌나, 조금 걱정하고 있었어요. 잘 도착해서 다행이에요. 님도 건강하고 행복한 여름 나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