벚꽃지는 계절에 그대를 그리워하네
우타노 쇼고 지음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05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아침에 책을 붙잡고는 하루 종일 놓치 못했던 소설, 그만큼 이야기는 스토리 중심으로 막힘이 없고 쉽게 읽힌다. 하지만 어느 순간 혼란스럽다. 바닥에 펼쳐 놓았던 퍼즐 조각들이 하나둘 제자리를 찾아가며 흐릿했던 전체의 윤곽이 선명해지듯, 소설은 '이 조각은 어디에 맞춰야 하는 걸까?' 하며 의아해했던 의문을, 마지막 두 장에 가서야 시원스레 찰칵, 하며 꿰어 맞춰준다. 한겨울에 뜨끈한 온돌방에서 먹는 냉면 한 사발처럼 <벚꽃 지는 계절에 그대를 그리워하네>는 감칠맛나게 시작하여 막힘없이 흐르다가 개운하게 끝난다. 얻어맞은 뒤통수가 억울하지 않다. 한마디로 시원하다.

작년 봄, 4월 어느날 나는 이런 기록을 해두었었다.
'버스를 타고 여의도를 지나갔다. 창밖은 온통 달큰한 봄의 온기와 흐드러진 벚꽃으로 눅진한 분홍의 세계였다. 차량이 통제된 거리에 사람들이 넘쳐나고 있었고 하나같이 상기된 볼과 가는 눈매를 하고 웃음짓고 있었다. 예전 같았으면, 10년 정도 어린 눈이었다면, 막히는 차량들에, 버스노선을 변경시킨 그 노곤한 행복들에, 전적으로 개인적인 내 약속시간을 어기게 한 그들에게 짜증을 냈을 것이다. 하지만 왠걸.. 나는 그 중년의, 노년의 발그레한 볼이 정겨웠다. 울긋불긋하지만 어쩔 수 없이 침침한 빛을 지닌 그들의 옷차림도 오늘을 위해 고심한 나들이옷임에 하염없이 고왔고, 무신경하게 내뱉는 떠들썩한 말들과 젊음에게 눈흘김을 당할 게 분명한 그 주책맞음이 귀여웠다. 그들이 젊음에 지지 않고 좀더 막무가내로 춤추고 노래하고, 감탄과 감동에 볼을 발갛게 물들이고, 사랑하고 다투고 화해하며 살았으면 좋겠다. 10년 후, 20년 후의 내가 그렇게 젊음에 아랑곳없이 나이듦에 더 만족했으면 좋겠다. 해서 주책맞은 그들에게 막걸리 한 사발과 함께 두툼한 부침개를 대접하고 싶었다.'
<벚꽃 지는 계절에 그대를 그리워하네>를 읽다가 예전의 이 글이 떠올랐다.

'비생산적인 도전은 역시 멋진 거야.'라고 말하는, 중도포기란 없는 에너지 충만한 얼치기 탐정 나루세 마사토라.
얼마 남지 않은 봄날, 화려하게 만개한 벚꽃을 마주하면 나는 저절로 이 소설을 떠올릴 것 같다.
충만한 여름 뒤의 가을날, 소박한 모습으로 붉게 단풍 든 벚나무를 보면 나루세 마사토라를 떠올릴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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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perfrog 2006-02-25 00: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속닥님, 헤헤..^^

2006-02-25 00:51   URL
비밀 댓글입니다.

어룸 2006-02-25 03: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랜만에 이동네에 적응하다보니 그만....금붕어님 혼자서 헤헤거리신줄알고 깜딱....^^;;;;;;;;
(험험, 본론으로 돌아가서) 평들이 좋군요!! 저도 읽어봐야겠어요!!,라고 쓰고보니 요즘 지름신이 저를 너무 사랑해주시는군요, 그러므로 어....잠시 절제의 생활을 한 후에...하하핫~^^;;;;

2006-02-25 03:58   URL
비밀 댓글입니다.

superfrog 2006-02-25 11: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toofool님 위의 속닥님, 아.. 예, 잘 지냈어요. 새로운 곳으로 이사해서 이제 적응 중이라고 해야 할까요. 예전에 살던 곳보다는 맘에 들어요. 마을이 하나 만들어지는 걸 눈앞에서 본다는 게 생경한 경험이에요. 저 책, 저도 몇 가지 안 쓴 것들이 있지만 마지막 장이 맘에 들더라구요. 아직 기운이 안 났는데도 옆에서 옆구리에 손을 끼우고 강제로 일으키는 기분도 들었지만 그것보다 애정을 더 느꼈던 건 아마도 지난 봄의 제 경험 때문일 거에요. 늙수구레한 노인네들이 사랑스러워 보였던 그때의 감정을 갖고 책을 읽어서일거에요. 아참, 게다가 앞부분에 마수에 빠져든 노인네들, 제 주변에 하나 있어서 더 분노하며 읽었지요..^^;;
toofool님, 혹시 자작극일지도..ㅎㅎ 님도 재밌게 보실 수 있을 거에요. 하루만에 두툼한 책 다 읽느라 모모 산책도 못 시켜줬어요. 절제의 생활 후에 꼭 읽어보세요.
toofool님 아래 속닥님, 아.. 그러셨구나.. 하하, 반가워요. 님은 벌써 읽으셨지요?^^

미완성 2006-02-25 13: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추천 버튼 누르니 이미 했다는 구만요;; 아 오늘 새벽에 했구나....;
이 표지 있잖아요, 어쩐지 만화 <바사라>가 생각나지 않으세요? 거기서 그 맨날 낚시하던 강태공 아저씨;가 자꾸 떠오르네요. 허참; 이거 정말 조만간에 이 책 읽어줘야겠는 걸요.

superfrog 2006-02-25 15: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니노밍님, 제가 숱한 호평에도 못 읽은 책들이 몇 개 있는데요, 그중 하나가 <바사라>에요..;; 왠지 기회가 닿아도 못 읽게 되더라구요. 이참에 저도 한번 도전해볼까요..?

2006-02-25 16:04   URL
비밀 댓글입니다.

superfrog 2006-02-25 16: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ㅁ님^^, 저도 반가워요. ㅍ님 서재에서도 많이 뵈었지요.ㅎㅎ
음, 그분도 저처럼 공감한 걸 수도 있으니 섣불리 말할 수가 없어요.
님이 너그럽게 이해해주셔서 감사해요. 역시나 미리 저요,하고 손드는 게 최상이군요.^^
좋은 인연도 생겼으니까요. 님도 좋은 주말 보내시길.

어룸 2006-02-25 19: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ㅋㅋ저 위의 위의 윗댓글, 제가 주인공이군요!!! 와아~~~ >ㅂ<

superfrog 2006-02-26 10: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toofool님, 이왕 주인공도 되셨으니, 읽으세욧!ㅎㅎ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 5 메피스토(Mephisto) 13
더글러스 애덤스 지음, 김선형 외 옮김 / 책세상 / 200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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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어나는 일은 일어나기 마련이다.
일어나면서 다른 일을 일어나게 만드는 일은, 그게 어떤 일이든지 간에 또 다른 어떤 일을 일어나게 만든다.
일어나면서 다시 반복되어 일어나는 일은, 어떤 일이 일어나든지 간에 또다시 반복되어 일어난다.
하지만 반드시 시간 순서대로 일어나지는 않는다. -속지쪽

모든 사람들은 살아가면서 큰 기회를 만난다. 만일 당신이 정말 갖고 싶었던 기회를 놓쳐버리면, 인생의 나머지 모든 것들은 기괴할 정도로 쉬워져버린다. -24-25쪽

노파가 말했다. "이건 내가 살아온 이야기야. 알겠지만 어떤 사람이 충고를 하건 간에, 그 충고의 질은 그 사람이 실제로 살아온 삶의 질에 견주어 판단해야 하는 거야..." -128쪽

"자넨 자네가 보는 걸 보기 때문에 내가 보는 것을 볼 수 없어. 자넨 자네가 아는 것을 알기 때문에 내가 아는 것을 알 수 없어. 내가 보고 내가 아는 것은 자네가 보고 자네가 아는 것에 보태질 수가 없어. 왜냐하면 같은 게 아니니까. 그건 자네가 보고 자네가 아는 것을 대신할 수 없어. 왜냐하면 그건 자네 자신을 대신하는 게 될 테니까."
-135쪽

"자네가 어떤 식으로든 보거나 듣거나 경험하는 것은 모두 자네하고 상관있어. 자넨 우주를 인식함으로써 우주를 창조하는 거야. 그래서 자네가 인식하는 우주의 모든 것들은 자네와 상관있지."-135쪽

바로 이 때문에 우리는 애덤스의 황당무계한 우주를, 남의 집 불구경하듯 팔짱끼고 한가로이 낄낄거리며 읽을 수만은 없는 것이다. 결국 애덤스가 가장 비판하는 우리의 약점은, 거시적인 안목이나 합리적 판단 없이 '눈앞의 이익'만을 추구하는 맹목적 이기주의다. 하지만 여기서 거시적인 안목이 제아무리 전 우주적 규모로 확장되어도 사정은 똑같다는 비관주의가 결합해, 부조리극 특유의 무기력한 체념으로 굳어지고 만다. 아서 덴트와 포드 프리펙트, 그리고 트릴리언이 아무리 죽도록 노력해도 "일어나는 일은 일어나기 마련"이니까. -349-35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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깍두기 2006-01-05 15: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이 책에 명언들이 많죠.
아, 다시 보고 싶다. 1권으로 나온 양장본도 사고 싶다...

superfrog 2006-01-05 15: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깍두기님, 다섯권 중에 두 권은 님이 선물해주신 거라죠..^^
작년말에 마지막권까지 드뎌, 읽었답니다. 번역도 원문의 느낌을(잘은 모르겠지만) 잘 살린 거 같죠? <스밀라..>에 비하면..ㅎㅎㅎ

반딧불,, 2006-01-05 15: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명언이 너무 많습니다.

비로그인 2006-01-05 17: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말이 참 제겐 이해하기 어려운데 저만의 문제인가 보군요..^^;;
그래도 타이핑하신 님의 노고에 추천..ㅎㅎ

superfrog 2006-01-05 17: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반딧불님, 그쵸? 명언 많지요?^^
새벽별님, 재밌는데요.. 내처 올해 안에 정복하세요..^^ 저는 영화도 좋고 책도 좋아요. 책이 훨씬 좋지만.. 번역은 원문의 팔랑거리는 분위기가 잘 살아 있어요.
사야님, 저 정신산만한 문장에 잠시 적응할 수 있는 기간이 약간 필요한데요, 거기에 적응이 되거나 홀딱 빠지면 저처럼 더글라스 애덤스를 천재로 모시게 되고 적응이 안 되면 1권 중간쯤에서 책 던져버립니다..^^;;

비로그인 2006-01-05 18: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헉 그렇담
저도 시도를 해볼까요? 땀을 마구 흘리며..^^;;

superfrog 2006-01-05 18: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 1권을 시험삼아 읽어보심이.. 덜컥 다 사셨다가 코드가 안 맞으심 영영 안 읽게 될 책입니다.ㅎㅎ
 
지금부터 내가 하는 말을 당신은 믿을 수 없겠지만
마르크 레비 지음, 김운비 옮김 / 북하우스 / 2001년 7월
절판


행복이 자기 발밑으로 굴러들었을 때 그것을 알아보는 것, 그것을 두 팔로 안으려고 몸을 굽히는 용기와 결단력을 갖는 것, 그리고... 그걸 지키는 것. -109쪽

세상에 아이를 키우는 것보다 더 복잡한 일은 없단다. 끊임없이 스스로 기만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부모는 옳다고 여기는 모든 것을 주려고 온 생애를 보내지. -208쪽

삶에 동행하는 의혹과 선택은 우리 감정의 현들을 떨게 하는 두 힘이다. 오직 그 떨림의 조화가 중요하다는 점을 기억해라. -28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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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perfrog 2005-12-16 18: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식상한 표현들이 간간이 있지만 번역만 매끄럽게 됐어도 덜 아쉬웠을 책.

blowup 2005-12-16 18: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래요? 김운비 씨는 소설가이기도 한데, 번역이 별로인가요?

superfrog 2005-12-16 19: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게 말이죠.. 어떤 부분에서는 통통 튀다가 어떤 부분에서는 몹시 거칠고, 이런 품평회 참 쉽게 할 수 있는 말들은 아니지만, 개인적으로 저는 그다지 좋은 점수를 줄 거 같지는 않아요. 이야기 자체가 워낙 흡입력이 있어서 단숨에 읽긴 했지만, 조금만 더 잘 다듬어졌다면 훨씬 맛깔나는 이야기책이 됐을텐데, 그런 점에서 조금 아쉬워요. 읽다 그런 생각이 들어서 저만 그런가 했더니 에전에 밑줄 그으신 toofool님도 저와 비슷한 생각을 하셨더라구요..^^

플레져 2005-12-16 22: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09쪽에 글은 밑줄 쫙쫙이에요. 행복을 알아보는 눈이 필요해요. 초콜릿 먹어야지...

Laika 2005-12-16 22: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니, toofool님도 금붕어님도 다 읽으셨단 말이죠? 그럼 저도 읽을래요...^^

superfrog 2005-12-17 11: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플레져님, 있잖아요.. 저 구절 보면서 님이 반응하실 줄 알았다고 하면.. 믿으실거죠?^^
라이카님, 넵넵! 제가 글 남겼습니다.

비로그인 2005-12-17 15: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너무 기분좋게 읽었던 책입니다.. 아 물론 전 독일어로 읽어서 한국어판의 번역문제까지 얘기할 수는 없지만요..^^;;
그 후로는 갈때마다 저 남자책은 한 권씩 들고 온다죠..ㅎㅎ

2006-01-04 15:37   URL
비밀 댓글입니다.

superfrog 2006-01-04 18: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님, 그런 심오한 책을..!^^
넵, 접수했습니다.. 이쁜 걸로 엄선하여 보내드릴게요.
휴일은 허랑방탕하게 잘 보내신거죠?^^

2006-01-04 20:22   URL
비밀 댓글입니다.

superfrog 2006-01-04 21: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그런 의미셨군요.^^
어떤 결정을 못 내리고 계신다는 건 알겠는데 그게 뭘까, 감을 못 잡았어요.
(5년 전만 해도 딱, 하고 알아차렸을 텐데..ㅠ.ㅜ)
알려주셔서 감사하고요..ㅎㅎ 조용히, 거스름 없이 드나들게요.
지금도 충분하세요. 걱정하실 게재도 아니겠지만 걱정마시라는 말씀드립니다.
얼지 마시길.^^ 글고요, 남자가 없음으로해서 책의 효과가 더 상승하지 않을까요? 하하!

비로그인 2006-03-13 23: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페이퍼 카테고리들이 다시 살아 났네요.
그간 안녕하셨어요? 인사 건네기도 쑥쓰러운....그러나 예나 지금이나 알라딘은 늘 그대로이네요. 생각해 보니 알라딘과 처음 인연을 맺었던 것이 2004년 2월이었네요.
이 년이나 지났고 그간 너무 오랫동안 자리를 비웠었는데도, 늘 그ㅡ 자리에 반가운 얼굴들이 계셔서 그저 감사하고 반가울 뿐이에요. ^^*

superfrog 2006-03-13 23: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헛, 냉열사님..! 일부러 이 책 아래에 댓글 다신 거죠?!!! 믿을 수 없겠지만 믿을게요!^^ 하, 정말 눈물나게 반갑습니다.! ㅠ.ㅜ
 
놀이터 옆 작업실 - 홍대 앞 예술벼룩시장의 즐거운 작가들
조윤석.김중혁 지음, 박우진 사진 / 월간미술 / 2005년 11월
평점 :
절판


홍대앞에서 4년이 좀 넘는 시간을 보냈다. 계단집에서 점심을 해결했고 몇몇 클럽을 한두 번 기웃거렸고 산울림소극장에서 연극을 봤다. 극동방송국 앞을 헤매고 다녔으며 지금은 그럴듯하게 정비되어 희망시장과 프리마켓의 터가 된 놀이터 벤치에 앉아 어질거리는 술기운이 사라지기를 기다리며 한밤의 시간을 보내기도 했다. 4년의 시간 동안 마주쳤던 자유분방하고 거침없어 보이는 미대생들, 그들을 가끔 조금은 부러운, 혹은 질투의 시선을 보냈던 건, 비단 나뿐만은 아니었을 것이다. 살리에르의 비애까지 들먹이지 않더라도 그들은 제몸을 움직여, 머릿속의 생각을 눈에 보이는 것으로 만들어 내는, 창조해 내는 사람들이었으며 그들이 선택해서 가고 있는 길에 큰 두려움이나 주저함이 없어 보였다. 그러나 이 책 <놀이터 옆 작업실>에는 희망시장이라는 곳에 뿌리를 두고 사방으로 그들만의 소우주를 향해 뻗어가며 때론 주저하고 고민하고 행복해하는 그들을 소개하고 있다. '행동하는 디자이너' 파펑크는 반쪽짜리 무지개가 아닌 완전한 무지개를 보여주기 위해 꿈을 꾸고 그 꿈을 영상으로 만들어 낸다. '돌을 믹싱하는 원석 dj' 미미루는 세상 이곳저곳 자신만의 돌을 찾아다닌다. '유쾌상쾌통쾌한 공장장' 라라는 '작자'가 되어 누군가에게 달아줄 날개를 만들고 있다. '빨강고양이'는 고양이모자로 세상사람들이 키득 웃게 만들고, 우유각소녀는 글과 그림이 뒤섞인, 말과 닭과 개를 그리며 아이들과 말싸움을 하고 아이의 얼굴을 그리고 있다. '재활용예술가' 환생은 세상으로부터 버려진 것들을 모아 새 생명을 불어넣고 있다. 막연하고 치기어린 거침없음이 아닌 힘겨운 시간을 통과하고 얻어낸 뼈아픈 성장의 내딛음이라 더욱 빛이 난다.

희망시장이 중요한 것은 바로 그곳에서 이러한 마음과 마음의 소통이 이루어진다는 점 때문이다. 희망시장에서 장사를 하기 위한 단 하나의 조건은 바로 '손으로 만든 작품이나 상품'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손으로 만든다는 것은 마음을 담는 일이다. 그러므로 방점이 찍혀야 할 곳은 '시장'이 아니라 '희망'이다.

그저 단순하게 '학교앞'이었던 곳에서 그들은 희망을 재단하고 꿈과 소망을 담고 있다. 무언가 내손으로 만들어 내는 창조의 기쁨을 맛보는 그들이 처음에는 부러웠다. 그러다 슬쩍 스스로에게 위안의 말을 던졌다. 지금의 나는 갑갑하지만, 갑갑하고 조바심나지만 '박소하다'가 만드는 부채꼴 모양의 책처럼 저 혼란스럽게 보여지는 길들 중에 내 길이 언젠가는 활짝 펼쳐지리라. 겹쳐 있어 알 수 없어도 그 길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언젠가 그 길을 찾을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희망을 품을 수 있을테다. 그것이 어떤 형태의 것이든 머리로 생각하고 몸과 손을 움직여 눈앞에 만들어 내는 기쁨, 그 기쁨을 느끼고 싶은 바람은 단순하게 재능의 유무로 꺾일 만큼 연약한 게 아니다. 

몇 년 전 지하철 역에서 '수줍은 전략가' 강영민이 참여한 <서브웨이 코믹 스트립>의 작품을 대했을 때 놀라서 입을 다물지 못했었다. 지하철을 갈아타러 가는 긴 통로의 벽을 가득 메운 그 유쾌한 그림들은 이제껏 봐 왔던 날아다니는 어설픈 학이나 무궁화, 전통문양 등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의 유니크한 즐거움을 주었기 때문이다. 그의 작품인 두 사람이 볼일을 보는 모습뿐만 아니라, 다른 작가의 아톰과 미키마우스가 결합된 캐릭터는 아, 한국도 이런 분위기가 받아들여지는구나,하는 감격까지 자아냈었다. 그 작은 변화가 그토록 감탄스러웠던 것은 그만큼 이 나라의 소통의 통로가 좁았다는 증거이다. 스스로 검열하고 스스로 움추려들기 급급했던 증거이다. 하여 그들, 작은 반란자들의 존재가 반갑고 앞으로의 행보가 궁금하다.
그들은 희망에 방점을 찍어야 할지 시장에 방점을 찍어야 할지 고민한다. 그 고민의 답이 희망이라는 걸 알면서도 현실은 그렇게 녹록하지 않다.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밥벌이를 하고 싶은 욕망, 그것은 단순하지만 도달하기 힘든 궁극의 직업관이 아닐까 싶다.

희망이란 본래 있다고도 할 수 없고 없다고도 할 수 없다, 라는 건 루쉰의 말이다. 그는 이어서 말한다. 희망이란 마치 땅 위의 길과 같다고. 본래 땅 위에는 길이 없었지만 걸어가는 사람이 많아지면 그것이 곧 길이 된다고. 지금의 희망시장에 이보다 더 어울릴 만한 말을 찾을 수 없을 것 같다. 희망시장 작가들을 만나면서, 그들이 길을 만들어 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길이 어디로 이어져 있는지, 그 끝이 낭떠러지인지 오아시스인지 알 길은 없다. 하지만 그들은 개의치 않는 것 같다. 그들은 길을 즐기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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깍두기 2005-12-14 00: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른데서도 한 말이지만, 정말 부러운 사람들이어요.
하지만 그들이 흘린 땀과 눈물, 고민의 시간이 만만치 않다는 거야 당연한 사실이고
그래서 진짜 희망도 되고 시장도 되는 그런 날이 오기를
무엇보다 즐기면서 일하는 그들이 변하지 않기를 바랍니다.

superfrog 2005-12-14 00: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각각 가는 길은 다르지만 공통점이 있어요. 눈이 반짝반짝 빛이 난다는 거.^^
글쵸, 쉬운 길을 가는 사람들이 아니죠. 그들에게는 어렵고도 즐거운 길이겠지요.
저도요, 희망시장가서 고양이 모자 하나 사야겠어요.ㅎㅎ

chika 2005-12-14 00: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결국. 이 책은 참아보자, 하며 버티고 있었는데요 리뷰를 보게 되니 사서 읽어야지, 라는 맘으로 변해가고 있어요.

2005-12-14 00:49   URL
비밀 댓글입니다.

superfrog 2005-12-14 00: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치카님, 재밌어요. 볼거리도 많고 글도 좋아요. 꼭 보세요!!^^
속삭인님, 아.. 저는 한분의 작품인 줄 알았어요. 합작이었군요. 좀더 명확해지도록 고칠게요. 감사합니다!^^ 말씀하신 분은 지금 뭘하시는지 궁금해요. 워낙 문외한이라..;; 아시면 알려주세요.ㅎㅎ

2005-12-14 01:1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5-12-14 09:31   URL
비밀 댓글입니다.

superfrog 2005-12-14 10: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속삭인님, 아.. 그 근처에서 직장도 다녔어요!^^ 흠.. 아무래도 님과는 한번 반상회를 해야 할 듯.ㅎㅎ 예전에 시장 구경을 하긴 했는데 하도 배가 고파서 휘릭 지나가버리고 말았지요. 담에 가게 되면 더 자세히 구경해야죠.^^

플레져 2005-12-14 12: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재능의 유무로 꺾일 만큼 연약한 게 아니다.

밑줄 쫘악 치고 꿀꺽 삼켰어요. 명심할게요!

비로그인 2005-12-14 16: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읽으면 열만 받을거 같은 책이예요 사실 제게는요..^^;;
그래도 책을 읽고 풀어내는 금붕어님 능력에는 감탄하고 갑니다.

그래도 의문은 들어요
과연 희망이라는게 정말 있는걸까.
넘 부정적이죠?
요즘 제 얘기랍니다..-_-;;

superfrog 2005-12-15 08: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플레져님, '난 재능이 없어서 안 돼'라고 접어버리면 '나'가 좀 서운하겠지요..? 어쩌다 쓰게 된 저 문장이 지금 님에게 많이 힘이 된 건가요, 아님.. 질책이 된 건가요? 꿀꺽 삼키시고 물 한잔..!^^
史野님, 저들 그다지 화려한 생활을 하는 것도 아니고 큰돈을 버는 것도 아니지만 앞을 향해 쭉쭉 나가고 있어요. 눈을 반짝거리면서. 그 앞이라는 게 큰 광영이 있는 곳도 아니니 더 빛이 나요. 희망이야 상자 맨 밑바닥에 숨어 있겠지요. 사는 거 거개가 지리멸렬하고 옹색한 모습이야 다 엇비슷하겠지만요. 님은 멋진데다 재능까지 갖추셨으면서, 이제 상자 밑바닥에서 희망을 집어드세요.

2005-12-15 10:45   URL
비밀 댓글입니다.

Laika 2005-12-15 14: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밥벌이를 한다는 거" - 늘 꿈꾸는 것이지만, 또 다른 고통으로 다가올듯도 싶은.....
지금은 금붕어님의 글을 읽는 것만으로 행복한 시간입니다..

superfrog 2005-12-15 22: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속삭인님, 님의 댓글이 저를 감동시킵니다. 요즘 하도 팔랑거려서 사실 저 댓글 쓸 때는 숨을 가만가만 쉬면서 자판을 두들겼답니다. 님과 통했던 건가요?^^ 감동을 받으셨다니 제가 다 기쁩니다. 호기롭게 상자 밑바닥의 희망을 집어들라, 말은 했지만 오늘 저는 일하면서도, 길을 걸으면서도, 버스안에서도 내내 침울했어요. 뭐에도 다 늦된 인간은 12월에 11월을 앓고 있답니다.
라이카님, 오늘 뉴스에 눈 때문에 오리도 폐사시키고 내년 농사준비까지 작파하고 있는 농부들을 보니 뭘해먹고 살아야 하는건지 좀 갑갑했어요. 하늘 보고 바다 보고 먹고 사는 일들은 어디서건 그림에서 보듯 그렇게 풍요로웠으면 좋겠어요. 막무가내로 그렇게 우기고 싶어요. 하지만 현실은 구질구질하죠. 꼭 어설프게 녹은 눈웅덩이처럼 말예요.
 
연애중독
야마모토 후미오 지음, 양윤옥 옮김 / 창해 / 2002년 5월
평점 :
절판


주말에 해치워야 할 급한 일이 있음에도 이 책 <연애중독>을 계속 읽고 싶어 조바심이 날 정도였다. 서둘러 일을 끝내고 홀가분하게 책을 마저 읽게 되었을 때는 신이 날 지경이었다. 마침내 책을 다 읽고 나자 지끈지끈 머리가 아프고 등골이 서늘해진다. 혹시 나도 미나즈키처럼 누군가를 옭아매고 있는 게 아닐까. 미나즈키처럼 내 주변이 발아하기에 제격으로 들어맞는 순간 방아쇠가 당겨질 수 있는 성향을 가진 게 아닐까. 두려웠다. 스산한 11월의 오후, 바람소리가 심상치 않게 느껴진다. 야마모토 후미오의 소설 <연애중독>은 이전에 읽었던 <플라나리아>보다 중독성이 강했다. 
남편과 이혼한 후 도시락집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던 미나즈키 앞에 어느날 예전부터 동경하던 작가 이츠지 고지로가 나타나 다정한 손을 내민다. 세상에 대해 인생에 대해 정답이라도 알고 있는 듯 항상 거침없는 이츠지 고지로에게 미나즈키는 구원의 희망을 건다. 마치 뱁새의 알을 밀어내는 뻐꾸기 새끼 같다. 자신과 같은 처지로 이츠지 고지로의 '보살핌'을 받는 '어린 새끼양'들을 차례차례 둥지에서 밀어 떨어뜨리는 미나즈키의 단호하고 치밀한 행동은 부화한 지 나흘 만에 눈도 안 뜬 안쓰런 모습으로 태연히 다른 생명을 죽이는 뻐꾸기 새끼 같다. 그러나 뻐꾸기 새끼에게도 항변할 말은 있다. 왜 나를 남의 둥지에 버려두고 품어주지 않나요.
그렇다. 나는 부모에게서도 타인에게서도 지독한 취급을 당해왔다고 생각해왔다. 친하다고 생각했던 사람에게도, 그렇지 않은 수많은 타인에게도 막연한 적의 같은 것을 느끼고 있었다. 그래서 더더욱 자기방어를 단단히 하며 살아가기로 마음먹었다.
미나즈키의 이런 원망에 이츠지 고지로는 괜한 원망이고 배은망덕이라고 일축한다.
과거에 '만약'이라는 말을 끼워 넣지 마.

항변의 말도 먹히지 않은 미나즈키는 저혼자 살아남아야 한다. 새끼 뻐꾸기가 붉디붉은 입을 가장 크게 벌려 어미가 물어온 먹이를 독차지하듯이. 모르는 사이 눈썹 사이에 한 자리를 차지한 여덟팔자를 그리고 있는 주름처럼 미나즈키는 어느새 연애라는 진한 독에 중독되었다. 남편에게도 연인에게도 최선을 다했으니 잘못한 게 없다고 믿는 그녀는 그들이 그녀에게서 등을 돌렸을 때 그들이 한 행동을 이해할 수 없어 '내가 어떻게 해주길 바라는 거야?'라고 되묻는다. 안 되는 줄 알면서도 붙잡고 있는 건 괴로운 일이야. 이츠지 고지로는 말한다. 안되는 줄 알면서도 미나즈키는 남편을, 이츠지 고지로를 붙잡고 괴로워한다. '그 미련 때문에 언젠가 자신이 죽게 될 거라는' 걸 알면서도 놓지 않는다. 
 부모는 그저 부모일 뿐이고 친구는 그저 친구일 뿐이었다. 그렇다고 스스로도 나 자신을 좋아하지 못했던 내가 태어나서 처음으로 사랑한 타인이 그였다. 내게도 타인을 사랑하는 능력이 있구나, 나는 나란히 깔아놓은 이불 이편에서 눈물을 글썽였다. ... 내심 잘못이라는 생각이 들어도 그냥 남편이 옳은 것으로 쳐주었다. 검은 것을 희다고 해도 한편이 되어 주는 게 내 의무라고 생각했고, 지금도 그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 상대의 어리광을 받아주는 게 사랑이라는 것이다. 그렇지 않고서는 어떻게 타인과 구별할 수 있단 말인가. 나에게 후지타니는 단 한 사람, 타인이 아닌 인간이었다.
이토록 사랑했던 남편인데 미나즈키는 남편의 둥지에서 다른 뻐꾸기 새끼에게 떠밀려 떨어진 것이다. 누가 미나즈키에게 단죄의 돌을 던질 수 있을까, 파렴치하다고 비난할 수 있을까. 뻐꾸기 새끼는 살기 위해 다른 새끼를 내던졌고, 살기 위해 붉은 입을 더 크게 벌렸을 뿐이다. 미나즈키는 그저 숨을 쉬며 살기 위해 연애의 대상을 찾았을 뿐이다. 타인이 아니라고 믿을 수 있는 인간을 찾았을 뿐이다.

나 자신에 대해 얘기하는 게 서툰 나는 크게 당황했다. 자라온 과정이나 장래 희망 같은 것을 누구에게 자세하게 밝혀본 적이 한번도 없었던 것이다. 거의 제대로 대답하지 못하는 내게 그는 답답하다는 표정으로 '아직도 마음을 터놓지 못하는구나'라고 중얼거렸다.
하지만 마음을 터놓는다고 해서 달라질 건 없다.
마음을 터놓았다는 착각으로 스스로를 위로할 뿐이다. 타인은 여전히 타인이다. 뒤늦게라도 미나즈키는 깨달았을까. 타인이 아닌 자신을 사랑하게 되었을까. 나이를 먹어 강해졌을까. 알 수 없는 일이다. 여전히 상대의 손을 꽉 부여잡고 아파하는 것을 깨닫지 못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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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5-11-29 17: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꼭 읽어보고 싶어요
어쩜 예전의 제 자신을 찾을 수도 있을지 모르겠네요.
그런 시절이 있었거든요
예전이라면
그럼 전 변했을까요?

superfrog 2005-11-29 17: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史野 님, 이책 참 재밌게 읽었어요.
예전의 님이라면 중독 중인?^^
전 책 읽고 나서 좀 고민했어요. 타인을 사랑할 바에는 차라리 나자신을 사랑하자.라고 미나즈키는 말하는데.. 타인을 타인으로 사랑해야 하지 않을까로 나름 결론을 내렸답니다..;;

Volkswagen 2005-11-29 17: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짜라구요? 요것도 사라구요? ㅠ.ㅠ 집에 한가득 쌓여 있는 거 보셨잖습니까?
우잉~

superfrog 2005-11-29 17: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폭스님, 아주 재밌어요!ㅋㅋㅋ 하루면 읽힙니다. 아마 손에서 못 놓으실 거에요. 화장실 가셔서 짬짬이 읽으세요, 아님 목욕하실 때(주로 제가 그럽니다..;)

Laika 2005-11-29 18: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에고, 빨리 읽고싶어져요..^^

panda78 2005-11-29 18: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저도 도서 버스에서 한달쯤 전에 빌려 읽은 책인데. ^^
금붕어님의 결론이 마음에 쏙 듭니다. 타인을 "타인으로" 사랑하자.

superfrog 2005-11-29 20: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라이카님, 단편집 <플라나리아>도 좋았지만 <연애중독> 두툼한데도 흡입력이 있어요. 게다가 가볍게 흐르지도 않고.
판다님, 님이 쓰신 페이퍼도 봤지요. 도대체 안 읽으신 책이 뭐에요? 아.. 시가테라 안 읽으신다고 했구나..;;
새벽별님, 님도 주문을 한 판으로 하시는군요, 저도 그래요..ㅎㅎ 저는 아주 재밌게 봤는데 어떨지. 이 작가의 주인공들은 매번 독특해요. 이번에도 그 독특한 캐릭터를 번역자가 잘 살렸더라구요. 역시나 번역이 중요해요.

깍두기 2005-11-29 20: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내가 좋아하는 금붕어님표 리뷰다!

여전히 상대의 손을 꽉 부여잡고 아파하는 것을 깨닫지 못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 이러지 않으려고 사람이 독해지는 건지도 몰라요. 아님 건조해지거나 무감각해지거나.




날개 2005-11-29 20: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도 좋아하는 금붕어님표 리뷰다! ^^
너무 읽고 싶게 하시는군요...

어룸 2005-11-29 20: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좋아하는 금붕어님표 리뷰다! ^^

superfrog 2005-11-29 20: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깍두기님, 날개님, toofool님 세 분이서 뭐하시는 거에요!
상표에 금붕어를 붙이니 무슨 젓갈이나 골뱅이, 그런 뉘앙스가 느껴져요..ㅋㅋㅋ
책 재밌어요, 기회 닿으심 꼭 보세요...!^^

Phantomlady 2005-11-29 21: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금붕어님 리뷰 읽고나니까 나도 당장 읽고싶어 조바심이 생겼어요
(책임지셔요!!!) ㅋㅋ

superfrog 2005-11-29 23: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스노드랍님, 저한테 시집오세요...=3=3=3

2005-11-30 00:06   URL
비밀 댓글입니다.

blowup 2005-11-30 04: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야마모토 후미오 팬. 플라니리아, 연애중독, 블루 혹은 블루... 이 순서로 읽었어요. 실은 좋아하는 것도 이 순서. 플라나리아를 읽고 너무 좋아서 출판사에 이 사람 책 다른 것도 내주면 안 되냐고 전화하려 했을 정도.
이렇게 읽는 사람을 줌 렌즈처럼 확, 당기는 리뷰를 쓰시는군요. 와와와.

치니 2005-11-30 08: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지만 마음을 터놓는다고 해서 달라질 건 없다.
마음을 터놓았다는 착각으로 스스로를 위로할 뿐이다.
-> 이거, 완존 동감! ^-^ 하지만, 그래도 세상은 여전히 살만한거죠?

superfrog 2005-11-30 10: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00:06에 숨어계신님, 님도 시집오세요..ㅋㅋ (아.. 그럼 저는 이츠지 고지로처럼 많은 어린양들을 돌보게 되는 일부다처제 아저씨??!) 많이 바쁘시군요.. 동경만경을 아직 못 읽으시고.. 에고, 님 조금만 바쁘시라 빌어드릴게요. 글고, 저 제목은 책 내용이랑 딱이에요. 무시무시한 중독이랍니다. 플라나리아도 재미나게 읽으실 거에요..
namu님, 제가 요즘 님 요리솜씨에 혀를 내두르고 있다는 거 모르시죠? 휴.. 한입만이라도 먹어보고 싶다니까요.. 님도 야마모토 후미오 팬이시군요! 이 아줌마, 글 흡입력이 대단하죠? 쓸데없는 내용이 없어요. <블루 혹은 블루>는 역자가 첨보는 사람이어서 조금 망설이고 있는 중. 양윤옥씨 번역은 <칼에지다>에서 보고 아주 만족스러웠거든요.^^ <블루 혹은 블루>도 재미있나요?
치니님, 속내를 다 털어놓고 나면 왠지 허탈해지는 때가 있지요..? 술김에 했던 말이면 더욱 그렇고, 터놓고 말해서 이해를 얻었다고 생각했는데 나중에 전혀 먹히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 또 한번 미련스러운 짓을 했구나.. 후회하게 되요.. 그래도 살만하겠지요, 살만하지 않아도 뭐 어떻게 살다보면 좀 살만해지기도 하겠지요..ㅎㅎ(아침부터 울증이런가..)

hanicare 2005-11-30 10: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타인은 여전히 타인이다....알고 있으면서도 미련한 인간은 미련을 못 버리지요.
구절구절 가슴을 저미는군요. 어쩐지 두렵기도 한 책입니다.

superfrog 2005-11-30 10: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미련스럽다'와 '미련'이 한 가지에서 나온 말이라는 게 새삼 가슴에 와닿네요. 미련을 버리지 못하는 게 미련스러운 거. 매번 반복하고, 후회하고, 답답해하고 또 잊고 시도하고.. 참으로 미련스럽게 살다가 가버리는 게 아닌가 싶어요. 미나즈키처럼 파멸인지도 모르고 바닥까지 떨어지고 나서도 여전히 불씨를 다 꺼뜨리지 못하고 잠잠히 살기도 하고요..

비로그인 2005-11-30 14: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플라나리아 읽고 야마모토 후미오의 팬이 되었어요.
빨리 구해서 읽어야 겠네요 너무 늦어진거 같아요 ^^

blowup 2005-11-30 16: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미련을 버리지 못하는 게 미련스러운 거. 이거이거 제가 차마 헤어지지 못하고 있는 남자친구에게 술 먹구 주정하던 소리 아닙니까. 하니케어 님. 금붕어 님.
살짝 소름이 돋을 뻔 했어요.

superfrog 2005-11-30 18: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체셔고양이님, 야마모토 후미오 팬이시군요!^^ 반갑습니다..ㅎㅎ 이 책, 아주 재밌어요. 스포일러가 될까 줄거리를 거의 피해갔는데요, 줄거리를 모르는 상태에서 읽으셔야 해요.^^재미나게 보세요..
namu님, 아.. 차마 헤어지지 마시고 님의 선처로 멋진 애인으로 거듭나게 하심 어떨까요..?^^;; 글고요, hanicare님이요, 다른 사람 마음속에 들어갔다 온 것처럼 딱 집어내시는 게 특기랍니다.. 저도 예전부터 많이 놀랐어요. 독심술을 하시는 게 아닌가 싶었지요.^^

플레져 2005-12-01 03: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아... 넘 좋은 리뷰... 슬프기도 함...(검지대신 중지로 쓰고있어요...ㅠㅠ)

2005-12-02 07:5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5-12-06 13:27   URL
비밀 댓글입니다.

마냐 2005-12-07 03: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금붕어님표 리뷰, 정말 숨막히거나 중독되거나...^^

superfrog 2005-12-07 12: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옴마나, 마냐님이 제 서재에 글을 남겨주시다닛! 영광입니다..^^
미국에서 잘 지내고 계시죠? 미국이랑 님이랑 왠지 잘 어울려요.ㅎㅎ
다들 뭔가에 중독되고 싶으신가보다..ㅎㅎㅎ
건강하게 잘 지내세요.

마냐 2005-12-07 14: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하. 미국이랑 저랑 어울린다는 말씀. 무진장 궁금한 말씀이옴다. 어쨌든...뒤늦게 즐찾한건 사과드리고 넘어가겠슴다. 제가 원래 뒷북인생임다. ^^;;;

superfrog 2005-12-08 16: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한 분 늘어난 숫자가 마냐님이셨군요! 음.. 미국이랑 잘 어울리신다는 말씀은, 대륙적인 시원시원한 모습이랑 합리적인 사고.. 이런 게 떠올라서요.^^
잘 지내고 계신거죠? 이곳은 한 일주일 몹시 춥습니다. 건강 조심하시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