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행선지는 충북 영동을 지나 황간에 있는 백화산 등산 및 반야사와 문수전 관람. 전날 사실은 가지 않으려고 후배에게 전화를 걸었다가 강한 꼬임에 넘어가 (귀가 참 얇다) "그래 도서관 공식적인 행사에 빠지면 그렇지" 하고는 마지못해 간것이다.
약을 먹은 후라 배만 좀 사르르 하고는 괜찮았다. 등산은 하지 않고 아담한 반야사 절 구경하고, 남해 향일암과 비슷한 문수전에 들러 절도 하고 시주도 했다. "우리 가족 모두 건강하게 해주세요. 신랑이 하느님의 품안으로 돌아오게 해주세요" (부처님한테 천주교 신자로 돌아오게 해달라니 좀 생뚱맞긴 하다) 돌계단으로 끝도 없이 이어진 길에 양 옆으로 보이는 경치가 가을이 깊어감을 보여주었다. 단풍이 약간씩 들어가고 있었다.
가벼운 산책길을 내려와서 기꺼이 나를 위해 남아준 후배와 기사님. 이렇게 셋이서 평평한 둔치에 앉아 김밥이랑 사과랑 떡이랑 이것저것 먹었다. 약도 먹어주는 센스. 괜찮았다. "좋은 공기를 마시니 기분도 상쾌하고 몸도 날아갈것 같아".....
3시쯤. 갑자기 속이 울렁거리면서 배가 끊어질듯 아프다. 결국 화장실로 달려가서 위로, 아래로 확인을 하고..... 30분 간격으로 아프다. "어쩌지? 지금 청주로 가지 않고 황간에 예약한 식당에서 저녁먹고 집에가면 9시가 넘어야 할텐데.....도저히 식당갈 상황은 아니고" 다행히 직원중 한분이 울산에 볼일이 있어 차를 가져왔기에 영동 인터체인지까지 데려다 주고 난 신랑을 오게 했다. (역시 든든한 보디가드)
영동 인터체인지에 내려서 무작정 파출소로 달려갔다. 확인을 해야 했기에.... 신랑이 오기까지는 진땀이 나고, 배도 끊어질듯 계속아팠는데 신랑 차에 타고, 신랑이 혹시나 하고 가져온 여벌옷을 덮고 한숨돌리니 점점 아픔도 줄어든다.
"이래서 신랑이 좋은건가? 아프다고 하니 한걸음에 달려와 주고 고마워 자기야~ " 영동엔 집이 멀다는 불안감에 더 아픔을 느꼈나보다. 청주에 도착했을 무렵엔 컨디션도 괜찮아서 도서관에 들러 업무 보고 저녁으로 "야채죽" 사먹고 이렇게 컴퓨터 앞에 앉아 있다.
애들은? 어머니께 아프다고 했더니 데리고 주무신단다. 신경쓰지 말고 몸이나 잘 관리하라구... 그리고 한마디 하신다. "네가 무슨 무쇠덩어리라고 그렇게 몸을 혹사하냐. 좀 쉬어가면서 놀기도 하고, 일도 해야지.... 오늘은 아무 생각 말고 좀 푹 쉬어라...." 서해안도 못가게 하시는걸 직접 운전해서 다녀왔으니 혼나도 싸지 싸.....
"어머니, 서방님 고마워요~~ 글구 사랑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