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저녁에는 성당에서 성가대 연습이 있었다.
지난 주일 신부님께서 대회를 앞두고 성가대원이 부족하니 신자분들의 적극적인 지원으로 성가대가 활성화 되길 바라니 많이 가입해 달라는 부탁을 하셨다.
주일날만 근근히 다니던 중에 더욱 양심에 가책이 들어 용기를 내어 성가대 활동을 해보기로 마음을 먹었다. 막상 성당에 가는 날이 되어 일찍 퇴근한다던 남편은 일이 갑자기 많아져 늦는다고 한다. 막상 두 아이만 남겨놓고 성당에 가려하니 발이 떨어지지 않아 어쩌나...하고 난감해 하고 있는데
민경이는 그림책을 만드느라 정신이 없는 모양이다. 엄마랑 성당에 함께 갈래? 하고 물으니 아니 엄마 혼자 가. 나는 집에서 그림그리고 놀께..민경이 혼자 괜찮겠어? 하고 물으니 아빠 전화번호 알잖아! 아빠한테 전화하면 돼 하고 말한다.
연습시간은 다가오고 급한 마음에 1시간 후면 민경아빠가 올 것 같아 불이나케 문을나와 성당으로 향했다. 성당을 가는 중에도 민경이가 혼자 있을 수 있을까... 불안한 마음이 교차되었지만 오랜만에 결심한 활동이라 꼭 해야겠다는 마음이 앞섰다.
성당에 도착해 반가운 얼굴들과 인사하고 성가연습도 열심히 했다. 9시쯤 연습 중에 걱정이 되어 민경아빠에게 전화를 했더니 벌써 민경이에게 전화를 받았다고 한다. 9시에 꼬옥 오라고... 난 집을 나오면서 과연 민경이가 아빠에게 전화를 할 수 있을까. 의심을 했었다. 그 전에 아빠 전화번호를 알려주긴 했지만 기억하고 있으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그래서 아빠전화번호를 매모해서 민경이에게 주고 나올껄 하는 후회도 했었는데......엄마가 모르는 사이에 민경이는 많이 자라고 있었다. 몸도 마음도 모두....
집에 돌아오니 걱정과는 다르게 민경이는 본인이 만든 그림책을 가지고 놀고 있다. 그리고 기다렸다는 듯이 엄마에게 그림책을 만들어 달라고 한다. 자기가 만든 것은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시간은 정오를 향해 가고 있는데 민경이 눈빛은 엄마가 그림책을 꼭 만들어 주어야 잠자리에 들 얼굴이다. 그래... 오늘 학습발표회에 가지 못한 것도 미안하고 밤에 놀아주지 못하고 혼자 있게 한 것도 미안하고 해서 민경이와 책상앞에 앉아 그림책을 열심히 만들었다.
민경이가 요구하는대로 책표지는 " 새싹이 자라요" 라고 쓰고 지은이는 엄마 이름 000으로 했다. 그리고 그림책 속에도 민경이가 원하는 꽃그림 , 친구들 그림 등 여러가지를 그려 넣었다. 4장을 그리고 다음장은 내일 그리자 하니 10장을 모두 엄마가 그려주는 그림으로 채우고 싶은데....못내 아쉬어하는 눈빛이다.
민경이에게 내일은 오늘보다 더 많이 그려준다고 설득을 하고 잠자리에 들었다. 토닥토닥 우리아기 잘도잔다. 가슴을 포근이 두드려 주었더니 금방 잠이 든다. 평온히 잠들어 있는 민경이의 얼굴을 보니..... 조금은 슬픈 듯한 얼굴이다. 오늘 학습발표회에 다른 엄마들은 많이 왔는데...민경이는 엄마가 오지 않아 쓸쓸했을 것 같아 미안한 마음이 든다.
민경이가 마음은 학습발표회에 꼬옥 가고 싶었는데 가지 못했던 엄마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