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핸디캡은 여러가지가 있다. 먼저 상체에 비해 대책없이 심한 하체. 일명 하비(하체비만) 스타일. 하지만 원피스나 플레어 스커트로 커버할 수 있다. 다행히 발목은 얇다. 종아리가 굵어서 상대적으로 가늘어 보이는지는 몰라도, 참새들은 바람둥이 될 소지가 많은 발목이라고 하지만 일편단심 신랑만 바라보고 사니 틀린말이다.
두번째. 목소리다. 야리야리해(?) 보이는 얼굴과는 달리 크고, 허스키 보이스인 내 목소리는 수업시간에 금방 들통이 난다. "얼굴은 예쁘장 해가지고 목소리는 왜 그렇게 크니?" 가끔 백의 하나 목소리가 개성있어서 좋다고 하는 사람도 있다. 에구 부끄러워.... 내가 이런 목소리를 갖게 된건 아마도 변성기인 중학교 시절에 웅변을 해서 목소리를 버린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다. 그 목소리때문에 사춘기때는 스트레스도 많이 받고, 남앞에서 말하는 것도 자신없어 했는데 지금은 시도때도 없이 앞에 나서길 좋아한다. 물론 목소리 훈련도 나름대로 많이했다. 경쾌하게, 씩씩하게~~~~
그중에도 가장 심한 핸디캡이 있으니 바로 손이다. 예전에 핑크시계를 차면서 손을 공개한적이 있지만 그건 사진빨이다. 어제 그 손의 실체가 들어났다. 저녁 약속은 있는데 눈은 펑펑 내리고, 택시는 잡히지 않고, 평소에 운동삼아 걷는 공간인 집에서 20분정도 소요되는 멀지 않은 거리이기에 우산을 쓰고 분위기있게 걸어갔다. 걸어가다보니 우산든 손은 꽁꽁 얼고, 귀는 시리고...결국 찬바람 맞고 얼어버린, 꾀죄죄한 모습으로 약속장소에 도착했다.
손을 보니....럴수 럴수 이럴수가 손이 빨갛고 퉁퉁 부었다. 곱았다고 해야 하나??? 반지가 빠지지 않을 정도로 탱탱하다. 손가락의 시작과 끝이 어디인지 모를 정도로 똑같은 굵기의 손이 빨갛게하고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헉.... 이런 손을 해가지고 밥을 어떻게 먹고, 술은 어떻게 받을 것이며, 어떻게 따라주란 말인가.....평소에도 짜리몽땅, 똥똥한 머슴손의 실체가 들어난 것이다. 결국 그나마 나은 오른손을 위주로 움직이고, 왼손은 상 밑에서 조물조물하기에 바빴다......
곰곰히 생각해보니, 이렇게 된 이유는 어릴적 내 취미가 '빨래'여서는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초등학교 3학년때부터 학교 다녀오기가 무섭게 빨래를 한광주리 가지고는 친구랑 개울가로 빨래하러 나갔었다. 그때는 취미도 빨래요, 특기도 빨래였다. 엄마가 가지 말라고 해도 기를 쓰고 갔으니.....왜 그랬나 지금도 미스테리이다. 개울물에 헹구면 깨끗해짐이 좋았나???
그래서 얼굴이랑 틀리게 손이 머슴손이라는 말을 귀가 닳도록 들었다. 내가 일이나 많이 했으면 억울하지나 않지....일도 할줄 모르면서 손은 이러니 더 속이 쓰리다. 아 손 예쁜 사람이 부러워...위안을 삼는건 '얼굴과 손은 반비례' 한단다. 믿거나 말거나....황신혜 손을 보면서 느끼기는 했다. 나처럼 빨래를 많이 했나?
하긴 시골에서 중학교까지 나오고 청주에 있는 고등학교로 진학을 했을때 친구들이 나를 서울에서 이사온 깍쟁이로 봤다나......히...그땐 얼굴도 백옥같이 하얬었다...지금은 거무튀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