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댁에서 전을 부치고 있는데, 오늘도 테니스장으로 출근하신 아버님이 퇴근 하셨다. (퇴직하신후 역시 퇴직한 선, 후배들이 가입되어 있는 테니스클럽에서 운동을 하시는데 정확히 오전 8시30분이면 나가셔서 오전에 한 게임 치시고,  점심을 인근 식당에서 드신뒤 오후에 한게임 더 치시고, 새참으로 막걸리 한잔씩 드신뒤 오후 3시경에 집에 도착하신다.  이를 가족들은 출, 퇴근이라고 표현한다)  

오늘은 아버님이 유난히 기분이 좋으시다. 2년동안 테니스클럽 회장을 하셔서, 오늘 다시 선출을 했는데 아버님이 재선출 되셨단다. 95%의 지지율을 얻으셨단다.  "나 회장이 또 되었어 사람들이 나 밖에 없다네" 하시니 우리의 어머니 " 당연히 당신이 최고지요. 당신보다 나은 사람 한명도 없어요. 훌륭해요. 당신은 장관을 맡겨도 잘 할 사람이예요" 하신다. 그 순간에 후훗..하고 웃음이 나왔지만 생각해보니 아버님에 대해 저렇게 말씀을 하실수 있다는 것, 아버님을 진정으로 존경하시는 모습에 마음이 짠해진다. 

난 신랑이 회장을 맡았다고 하면 "에구 한가한가 보네. 그런 걸 뭐하러 맡았어...돈만 쓰지" 했을 것이다. 그러고보니 신랑한테 성당 자모회장 한다고 하니 "잘했어. 바쁘게 살면 좋지뭐" 했던 기억이 난다.

어머니는 내조에 타고 나신 분이다. 가족의 먹거리를 최우선으로 생각하셔서 지금도 아이들 밥이며 간식을 챙기시고, 냉장고엔 먹을것이 한가득이다. 우리집 냉장고도 물론 어머니가 채워 넣으신 음식으로 한가득. 계란까지 사다 넣어 두신다.  

직장생활하는 여자가 있으면 누군가 뒤에서 희생하는 또 한사람의 여자가 있다고 하더니, 그 분이 바로 시어머니다. 나보다 더 내 아이들을 살뜰이 챙기시는 어머니. 보림이랑 규환이 아기때부터 봐주셨고, 지금도 봐 주고 계시고, 앞으로도 돌봐주실 것이다.  

어머니도 나의 든든한 빽~ 어머니 안계신 저는 앙꼬 없는 찐빵이요, 실 없는 바늘이요, 고무줄없는 빤쮸 입니다. 어.머.니. 오래 오래 사세요~~~ 제가 나중에 정말 정말 잘 해드릴께요~ 엄니 사랑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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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nine 2006-01-28 23: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되고 싶은 어머니 상이시네요 세실님의 시어머님.
그런데, 세실님, 지금 시댁에서 서재 들어오신거예요??

세실 2006-01-28 23: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니죠. 시댁이 옆집이라 낮에 일하고, 저녁 먹고 집으로 조카 데리고 와서 다 재우고 지금 서재질 하고 있답니다~~ 호호호. 근데 hnine님은 어떻게???

마늘빵 2006-01-29 04: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두분 모두 존경스럽네요. 저렇게 살아야하는데...

하늘바람 2006-01-29 08: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좋으신 분이네요

세실 2006-01-29 21: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프락사스님, 하늘바람님 감사합니다~ 좋은 분들이세요. 제가 잘해드려야 하는데 그저 마음뿐입니다 ^*^
 

아버님은 나의 상급기관(?) 고위 공무원으로 정년퇴직 하셨다.  더군다나 이곳에서 명문이라는 청주중, 청주고등학교를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하셨다. 서울대에 시험을 치렀다가 아까운 점수차로 떨어지시고(물론 검증된 바는 없음), 그 당시 후기인 성균관대학교에 들어가셨단다. 오랫동안 공직생활을 하셨고 유명하셨던 분이라 퇴직하신지 10년이 지났지만, 늘 아버님의 며느리라는 타이틀이 따라다녔다. 덕분에 가까운 곳으로만 옮겨 다니는 혜택을 받았다.

그런 아버님이 오늘은 "내가 살 날이 얼마 남지 않았는데 우리 보림이, 규환이를 어떻게 키워야 하나 걱정이 된다. 요놈들 잘 키워야 할텐데......." 하신다. 며느리가 직장생활한다고 아이들을 제대로 돌보지 못하니 걱정이 되시나 보다. 괜히 눈물이 핑 돈다. "아버님, 요즘은 평균수명이 100살이래요. 아버님 앞으로도 30년 남으셨어요"  하는 말로 위로를 해드리지만 고개를 저으신다.  

평소에 말씀이 없으신 분인데 오늘은 이런저런 말씀을 하신다. "공직생활에 가장 중요한건 인맥이라는 것, 내가 다른 곳으로 떠나도 나에 대해 좋은 평가를 해 줄만한 사람을 심어놓으라는 것. 노무현 대통령의 그점은 높이 평가하고 싶다" 라는 말씀을 하신다.....

아버님은 따르는 선, 후배도 많고, 어느곳이든 리더역할을 하시는 지라,  내가 리더십, 혹은 카리스마는 어떻게 해야 키울수 있나 여쭤보니  "내가 말을 많이 하기 보다는 그저 남이 하는 말에 귀 기울여 열심히 들어주면 된다" 라는 평범하면서도 심오한 말씀을 하신다. (하긴 '모모'의 주인공 모모도 그저 남의 이야기를 잘 듣기만 하는데도 모든 사람들이 좋아한다)

생각해보니 아버님은 내 인생의 멘토같은 분이신데, 나 혼자 힘으로 사는 것처럼 아둥바둥 거리지만 늘 아버님의 그늘 아래 살고 있는데,  점점 불효한 며느리가 되고 있다. 아버님 사랑해요. 건강하게 오래오래 사셔야 되요.......

농담 반, 진담 반으로 "아버님 저 공부하고 싶어요. 대학원 보내 주세요" 했더니 학비 대줄테니 당장 등록하라고 하신다. 에구 1개월만 먼저 말씀드렸어도.....올해 입학 원서접수가 모두 끝났다. 여름학기 알아봐야지. 물론 어머니는 "애들은 그럼 누가 보냐? 나는 죽었다" 하신다. "당연히 어머님이 봐 주셔야죠....."몹쓸 며느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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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nine 2006-01-28 23: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멋진 시아버님이세요.

세실 2006-01-28 23: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hnine님 이 시간에 들어오셨군요. 전 시댁이 옆집인지라 낮에 가서 일하고, 이렇게 집으로 돌아왔답니다. 내일 아침에 다시 갑니다~~~

마늘빵 2006-01-29 04: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좋은 분들이시네요. ^^

세실 2006-01-29 21: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프락사스님. 그쵸? 설날 연휴 댁에 계시나봐요~~~
 

  첫장을 여니 '파격적인 상상력과 기발한 언어유희로 소설의 진정한 재미를 선사하는 작가'라는 프로필이 눈에 들어온다. 어쩜 이리도 잘 표현했는지. 나의 생각과 일치한다. 처음 '벽오금학도'를 읽은 이후로 한동안 이외수의 책을 읽던 기억이 떠오른다. 오늘 신간도서 코너를 배회하다가 눈에 들어온책. 이번 연휴엔 이책을 읽고 말테다~~~

  벽오금학도랑 비슷한 류라고 하니 더욱 구미가 당긴다. 달이 사라진 공간에 혼자만 달을 알고 있는 인간. 정신병자 취급을 받는단다. 때로는 다수에 의해서 진실인 소수도 매도되는 시대. 즐겁게 읽자~

 '학부모에게 권하는 책' 서평을 염두에 두고 고른책. 이젠 이런 류의 책을 읽어야 한다고 하니 도덕적인 세실이 되겠다.

  대대로 명문이라고 일컬어지는 류성룡, 이상룡, 허련, 이황, 정약용, 윤선도, 명재 윤증, 경주 최부잣집 종가 등의 자녀교육에 대해 자세히 소개해 놓았다. 역시 가장 중요한건 독서하는 부모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

  흐 이 책을 읽으면 우리도 명문가가 되는 것일까? 가만...전주 이씨는 없네..없어.

 

 전직 교사인 아빠가 아이 교육에 헌신하는 내용을 다룬 책. 역시 아이가 잘되려면 아빠의 힘이 필요해.
 모든 아이라는 말에 관심이 생긴다. 혹시 내 아이도? 하는 바램으로~~~
 어릴적 늦되던 아이가 7살때 미분, 적분을 깨우쳤다니...에고 대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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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ng 2006-01-27 12: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세실님, 명절때 바쁘시죠? 미리미리 인사 드립니다 ^^
그래도 마음만은 여유있고 넉넉하게~
행복한 명절 보내세요 ^^

세실 2006-01-27 13: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몽님. 감사합니다 ^*^
맞아요 마음만이라도 넉넉하게 가지면 덜 힘들겠죠?
몽님도 행복한 명절 되시길~~~
 

저녁때 나랑 같은 교육청 산하 도서관에 근무하다가 2년전 행자부 산하 도서관으로 전직한 선배와, 같은 곳에서 근무하는 후배랑 청주 외곽에 있는 예쁜 레스토랑 '빨간 지붕' 에서 만났다. (아 디카가 있었더라며 멋진 야경과 레스토랑의 모습을 담았을텐데...)

작년부터 공무원교육원에 강의 나가게 된건 후배 덕분인지라 내가 저녁을 사기로 하고 만난 것이다.  공무원 교육원에 근무하는 사서가 "사서중에 독서교육에 관심있고, 강의하실 수 있는 분'을 소개해 달라고 했는데 나를 콕 찍은 것이다. 

여자 셋이 만나면 처음엔 직장이야기 하다가 결국엔 아이들 교육으로 종결이 된다. 오늘 대화도 교육청 산하와 행자부 산하는 분위기가 완전히 다르다는 이야기. 전직이 이렇게 힘들줄 몰랐다는 이야기, 상사와의 갈등에 대한 이야기를 하였다. 구관이 명관이라는 옛말도 있지만 지나고 보면 늘 과거가 그리운 법. 참으로 안타까웠다. 내가 좋아하는 선, 후배인지라 더욱 그러하다. 시간이 흐를수록 분위기는 좀 우울해졌다. 

다행히 아이들 교육이야기, 성당 다니는 이야기 하면서 분위기가 살아나긴 했지만 사는게 그리 녹녹하지 만은 않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내가 만약 전직을 했더라면, 그 선, 후배의 입장이라면 더 힘들었을수도 있겠지. 살아가면서 몇번 정도는 갈림길에 서야 할때가 있다. 아직 이직이나 전직이 없었지만 새로운 곳에, 새로운 사람들과 적응 한다는 것이 나이가 들면서 더욱 어렵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더이상 이곳에 대한 미련이 없기를.... 직장에 대한 스트레스가 줄어들기를.... 곧 행복해지기를 기도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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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비 2006-01-25 23: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스트레스가 문제여요.. 답이 안나와요.ㅠ

바람돌이 2006-01-26 01: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학교 하나 옮겨도 나이가 들수록 힘들어요. 근데 전직은 더하겠죠?

민경맘 2006-01-26 09: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축하해..잘 할 수 있을꺼야?
부럽데이!!

세실 2006-01-26 09: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러게 말입니다. 즐거워야 할 직장이 상사로 인해 스트레스가 생긴다면 참 슬픈일이죠......
바람돌이님. 맞습니다. 나이가 들수록 새로운 기관에 적응하기도 힘들죠....새로운 사람, 새로운 시스템...것두 힘들어요. 흑 3년에 한번씩은 어쨌든 옮겨야 하니....근데 다시 생각하면, 맘에 맞지 않는 사람들과 끝까지 가느니 새로운 사람과 어울리는 것도 좋더라구요~~~ 히...

세실 2006-01-26 09: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흐...부럽긴....고마우이~~~
 

 

 

 

 

 

 

 

 

 

 

 

 

 

 

 

 

 

 

 

 

 

 

 

 

 

 

 

 

 

 

 

 

 

 

 

 

 

 

 

 

 

 

 

 

 

 

 

 

 

 

 

 

 

 

 

 

 

 

 

 

 

 

 

 

 

 

보림이는 덜한 편인데, 7살 규환이는 만화에 푹 빠져산다. 살아남기 시리즈를 한권당 5번씩은 읽었을 것이다. 덕분에 어려운 단어도 잘 안다. 화산, 무인도, 시베리아, 남극, 지진등에서 특이한 상황들을 잘도 안다. 과학 공부는 되는듯 해서 내버려 둔다.

어린이 과학동아도 여러번 읽는다. 뭐가 그리 재미있는지 읽은거 또 읽고, 다음호 사달라고 난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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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6-01-25 13: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교과서 만화 저도 사서 주었더니, 어젯밤에 다 읽어 버리더군요.

하늘바람 2006-01-25 15: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와 많기도 하군요

세실 2006-01-25 15: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따개비님. 그러게 말입니다. 초원에서 살아남기 사주었더니..."엄마 고맙습니다"하고 어찌나 공손하게 인사를 하던지....오늘 유치원에 가져갔어요....별 재미도 없더만...
하늘바람님. 그쵸? 아주 이 만화때문에 다른 책을 안봐요. 그저 과도기적인 현상이려니 하고 참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