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모회에 다녀왔다. 실은 갈까 말까 고민하다가 불과 10분전에야 출발했다. "저 잠깐 학교에 다녀올께요." 대부분이 전업주부 혹은 상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오는지라 시간적으로 여유가 많다. 난 그저 내 아이들 어떻게 잘하고 있나 하는 궁금함에 가게 된다. 물론 맘 같아서는 치맛바람이라도 휘날리고 싶지만 직장을 그만두지 않는한 힘들겠지.
직장생활 한다는 것. 참 즐겁고 행복한 일인데 이렇게 아이들 문제에 직면하고 나면 갈등이 생긴다. 치맛바람을 날리지 못하는 미련이라도 남는다는 건가? 옆집 친구가 직장 구해야지 하면서 선뜻 나서지 못하는 것도 아이들 학교행사가 걸린다는 것 이해가 된다. 물론 그 친구는 이번에도 전체 자모회 총무를 맡았다. 아무래도 학교일을 맡으면 학교에 자주 들르게 되고, 아이는 그런 엄마를 보고 흐뭇하겠지. 물론 선생님도 신경을 더 써주겠지. 물론 아이가 잘 하면 뭔 걱정이냐고 하겠지만, 보림이는 생각보다 점점 자신감을 잃어가는 듯 하다.
1. 보림이반. 그 무슨 대단한 일이라고 하면서도 자꾸 위축되는 내 자신이 참 바보스럽다. 전체 회의가 끝나고 들른 보림이반에서 담임 선생님이 "보림이가 발표를 잘 안해요. 발표를 시키면 하려고 하다가도 옆의 친구가 나서면 그만 멈칫해요. 말하면 또박또박 잘 하는데, 나서는 아이들이 몇명 있어서 더 안하려고 하나봐요" 어쩜 엄마의 시간 없음으로 인해 "빨리 빨리 하라는 다그침이 보림이에게 상처를 준것은 아닐런지. 물론 보림이가 큰 키로 인해 늘 뒤에 앉게 되고, 그러다 보면 선생님의 행동반경에서 벗어날수도... 엄마의 무리한 요구가 아이를 더욱 힘들어 하는건 아닌지.
이상하게 보림이반 자모회에는 고학년 아이들과 겹치고, 인원도 얼마 되지 않아 얼떨결에 부회장을 맡았다. 물론 내가 자주 학교에 못나오는 걸 아는 엄마들은 그냥 이름만 올려 놓는 다고 한다. 작년 보림이가 부반장일때도 맡지 않았던 임원을 다 맡아본다....보림이를 위해서 열심히 하라는 건가?
2. 규환이반. 선생님 연세가 많으심에도 의욕적이고, 아이들이 모두 잘한다고 아무 걱정 하지 말라고 하신다. 첫 아이인 엄마들이 몇명 있어서 임원은 쉽게 해결되었다. 규환이는 생각보다 잘 하고 있는 듯하다. "책을 좋아해서 그런지 아는 것이 참 많아요. 질문도 잘하고....책 많이 읽죠. 그런데 좀 기분에 따라 발표를 잘 하기도 하고, 잘 안하기도 해요. 장난도 좀 치고. 하지만 잘해요" 한다.
휴....물론 보림이, 규환이가 월등히 잘하길 기대 하지 않지만 점점 자신이 없어진다.......왜 나는 작은 것에도 좌지우지 되는 것일까? 왜..매일 흔들리는 걸까....... 이러면서 오늘 약속 잡는건 또 뭔 생뚱맞음?
"엄마의 중심 잡기, 적당히 포기하기" 가 도대체 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