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9월부터 교육청을 떠나야 겠다는 마음으로 생활하다보니 4개월이 참으로 지루했다. 2년 4개월의 짧은 기간이었지만 그동안의 근무 패턴과 다른 생활로 5년이 흐른 듯 하다. 조금 더 있어 달라고, 3년은 채우라는 동료들의 만류에도 떠남을 결심한건 에너지가 고갈된 느낌이었고, "박수칠때 떠나라"는 이기심도 작용했다. 물론 사서라는 소수직렬에 대한 승진의 늦어짐도 나를 지치게 했다. 더군다나 연공서열이라니.....
당장 1월초엔 중,고생 독서캠프도 해야 하고, 초등학교 신입생들만 하던 책날개 운동을 중학생까지 확대해서 입학식에 책 1권씩 선물하고 교사 연수등 프로그램도 운영해야 하며, 도청에서 삭감된 학교마을도서관 만들기 사업도 자체 예산 세워 추진해야 하는 등 이런 저런 일들이 많은데 난 떠난다. 언젠가는 떠나야하는 거잖아?
나는 희망했던 중앙도서관으로 가게 되어 다행이지만, 새후임으로 나보다 더 훌륭한 후배가 오기를 강력하게 바랬지만 인사는 엉뚱한 사람이 났다. 독서 관련 업무를 잘 추진할 수 있을까? 독서클럽은 지속될 수 있을까? 하는...... 개인적으로 친분관계가 있고 대인관계 좋은건 알지만 음......
이미 그를 아는 사람들은 걱정을 한다. 내가 떠남의 이유를 잘 아는 사람은 "오히려 잘 되었어. 너의 빈자리가 더 크게 느껴 질꺼야" 하는 엉뚱한 방향으로 이야기 하지만 유감스럽다.
막상 떠난다 생각하고 돌이켜보니 아쉬운 건 업무에 대한 미련보다도 독서클럽이다.
바쁜 일상이지만 도교육청에 처음 독서클럽을 만들고, 회원 모집한다는 메일을 돌릴때 타과의 두 분 과장님이 "우리 그냥 책 읽지 말고 술이나 마시자 하며 나도!" 했던 그 기분. 그렇게 다양한 직종, 직급의 24명 회원을 확보해서 한 달에 한 권 책 읽고 토론하며 술도 마시고 노래방도 가며 끈끈한 우정을 쌓았는데....... 2년후에 다시 돌아온다는 말을 남겼지만 그동안 지속될 수 있을까 하는 아쉬움이 제일 크다.
대학원도 다녀야 하고, 중3이 되는 보림이도 관리해야 한다는 핑계로 도서관으로 가긴 하지만 2년 4개월의 기간은 나를 업그레이드 하는 계기가 되었다. 앞으로 남은 17년의 직장생활에는 교육청에 근무했다는 타이틀과 좀 더 넓어진 대인관계, 업무 추진에 있어 크게 바라보는 눈 등 도움되겠지.
새해에는 대학원 열심히 다니고, 따뜻한 엄마, 아내로 기억되도록 가정생활에 충실하며, 다이어트도 다시 시작하는 그런 한해로 살아야 겠다.(평생 나의 적이야 살, 넌!) 물론 도서관에서는 나를 무슨 독서교육의 대가로 아는지 새로운 독서업무를 하게 한다니 열심히 해야겠지.
어제 가족이 속리산 눈자락을 밟으며 이런 저런 소망을 이야기 하는데 참으로 따뜻하더라.
반쪽만 남은 정이품송을 보는건 마음 아픈 일이었지만 5층 목탑으로 이루어진 팔상전이 정겹더라.
옆지기, 보림, 규환 소망하는 일들 꼭 이루어지길 두 손 모아 빈다.
새해엔 소망하는 모든 일이 이루어지길 기도하며~~~~
여우꼬리) 잠시후엔 떡국 먹으러 친정 간다. 아버지 좋아하시는 맛있는 사과 한박스 사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