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로 보는 조지 오웰, 빅브라더를 쏘다 - 감시사회를 예언한 천재 작가의 모든 것 만화로 보는 교양 시리즈
데이비드 스미스 지음, 마이크 모셔 그림, 방진이 옮김 / 다른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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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몰래 스승으로 여기는 네 명의 작가가 있다. 도 선생(도스토예프스키), 나 선생(나쓰메 소세키), 카 선생(카프카) 그리고 조 선생(조지 오웰)이다. 특히 조지 오웰은 에세이와 틈만 날 때마다 에세이와 소설 작품, 그리고 해설서를 챙겨 본다. <만화로 보는 조지 오웰, 빅브라더를 쏘다>도 눈에 띄자마자 마파람에 게눈 감추듯 후루룩 흡입했다. 


저자인 데이비드 스미스는 미국 캔자스주립대학의 사회학과 교수이자 왕성한 사회활동가로 노동자의 생활임금 보장을 위한 운동을 활발하게 펼친 공로로 2004년 올해의 시민상(미국사회사업가협회 수여)을 받았다. 이 정도면 조지 오웰을 이야기할 자격이 충분하다. <만화로 보는 조지 오웰>은 1984년에 출간되었다. 원래 이 책은 오웰의 작품을 분석한 1부로만 나왔는데, 최근에 조지 오웰이 아서 쾨슬러, 철학자 버트런트 러셀 등과 함께 새로운 인권 선언문 초안을 작성하고 심리적 무장해제와 국제사회의 민주주의를 압박하는 조직을 만드는 일에 열정을 바쳐왔다는 자료가 발견돼 '부록'처럼 2부로 새롭게 삽입되었다. 


이 책은 조지 오웰의 작품을 충실하게 다루고 있기 때문에 나는 책을 읽으면서 이제까지 읽지 않았던 조지 오웰 작품을 알 수 있었다. <버마 시절>, <숨 쉬러 나가다>, <목사의 딸>, <엽란을 날려라>를 빼놓고는 대부분 읽은 것 같다. 1984년 이후에 업데이트된 내용이 무척 풍부하다는 게 특징이다. "빅브라더와 빅데이터가 만나다"는 표현을 보자마자 등골이 오싹했다. 스노든과 <1984> 윈스턴의 대비, 푸틴의 언론인 살해, 시진핑의 온라인 장악 등 현재의 시사점이 대부분 담겨 있어서 확실한 전면 개정판이라고 할 만하다. 특히 <나는 왜 쓰는가>에 수록된 오웰의 자전적 에세이 '정말, 정말 좋았지(Such, Such Were the Joys)'(1947.5)는 새롭게 발견한 느낌이었다. 예전에도 두 번 정도 읽은 것 같은데, 불쾌하고 지루한 느낌을 받았기 때문이다. 올해는 고등학생들과 르포르타주 쓰기 연습을 하기로 했는데 이 에세이를 분석하면서 자신의 자전적 에세이를 쓰는 연습을 하면 참 좋겠다고 생각했다. 


책을 읽으며 문득 이런 의문이 들었다. 왜 조지 오웰의 전집은 아직이지? 조지 오웰의 <동물농장> 같은 경우는 투철한 반공 사상을 선전할 의도로 우리나라에 매우 빨리 소개되었을 정도였다. 전 세계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는 드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런데 왜 오웰 전집은 요원한 걸까? 나는 오웰 전집이 나올 때까지 오웰에 관한 글을 많이 써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번에 새롭게 삽입된 2부 '오웰의 행성'은 짧지만 오웰에 대한 깊은 이해를 할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 이미 1부에서 오웰의 전기와 전 작품의 성장 과정을 보았기 때문에 오웰이 세계대전과 권위주의, 전체주의, 파시즘이 인류를 가루로 만들어버리려는 위험에 몸을 던져 마치 노동조합의 조직부장처럼 행동하게 했던 이유를 유추할 수 있게 해준다. 물론 거기에는 모순도 있었고, 오웰 스스로가 부도덕하다고 비난받을 수 있는 마음 약한 행동을 하기도 했다. 미심쩍은 작가 목록을 작성해 영국 정부에 제공한 일은 비판을 영원히 면할 수 없을 것이다. 아래 문장이 좀 가슴 아팠다. 


이렇듯 오웰은 잠시나마 나약한 모습을 보이고 실수도 했다. 엄격한 윤리관을 지키며 사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를 직접 보여준 셈이다.(276)


가족여행을 가면서 가방에 넣은 책이 <만화로 보는 조지 오웰>뿐이어서 가벼운 마음으로 훑었는데, 읽고 나서는 메모를 하면서 다시 한번 읽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미처 읽지 않은 작품들을 마저 읽어야겠다. 

시민운동가 잔 아이종은 이 모든 것이 "<1984> 속 사회의 모습과 똑같다"라고 말했다. 서구 언론도 동의했다. "빅데이터와 빅브라더가 만났다." 심지어 이렇게 말할 수도 있다. ‘빅데이터가 시따따(시진핑의 별칭)를 만났다.‘(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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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종자 - 개정판 카프카 전집 4
프란츠 카프카 지음, 한석종 옮김 / 솔출판사 / 201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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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주맛이 너무 달 때가 있다*. 그런 날은 어김없이 빨리 취한다. 카프카는 마음만 먹고 읽을 엄두를 내지 못했다. 그런데 요즘은 술술 읽힌다. 작년에 변신과 소송을 읽고 실종자는 이월된 상태에서 오늘 완독했다. 고독의 3부작이라고 하는 <성>을 남겨 놓고 있다.

나는 '실종'이라는 의미를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거의 마지막 페이지에 가서야 왜 실종인지 나온다. 그래서 '아메리카가 낫지 않나?'고 생각했다. 나쓰메 소세키 <마음>의 주인공처럼 나도 소설책 읽기 전에 마지막 페이지를 스윽 보는 습관이 있는데 거기서 본 문장 때문에 읽는 내내 제목 가지고 불평을 했다.

<그들은 밤낮 기차를 탔다. 카알은 이제야 비로소 미국의 크기를 알게 되었다>

카프카의 일기에서 '실종자'라는 제목이 나오기 전까지는 아메리카가 대세였다고 한다. 군 입대와 함께 14년 동안 서울(정확히 말하면 수도권) 생활을 하다가 제주로 돌아오는 시간이 생각났다. 14년 동안 나도 성실히 버텼으나 '교묘하게 추방'된 느낌이다. 나의 어떤 부분도 분명히 실종되었을 것이다. 나는 다만 제주도 쫓겨나기 전에 제주로 질주했다는 점에서 <실종자>의 주인공 카알과 달랐다. 누군가 나를 절벽 아래로 밀기 직전에 스스로 점프한다고나 할까?

지금 쓰려고 하는 소설이 카프카의 색깔을 강하게 담고 있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읽으니 조금 더 집중하고 읽을 수 있는 것 같다. 그래도 가장 적응이 안 되는 것은 마지막 페이지를 넘겼는데도 주인공이 살아 있다는 점이다. 변신의 그레고르 잠자도 죽었고, 소송의 K도 죽었고, <성>의 주인공도 죽는다는데 카알은 죽지 않았다니. 이것도 일기에 적혀 있다고 하는데, 카프카는 카알이 죽을 것이라고 썼다. <실종자>가 미완으로 끝났기 때문에 극적으로 살아 있는 건데, 그렇다면 그건 더욱 곤란한 일이다. 독일 동화 <유령선>의 선장처럼 "영원히 죽지도 그렇다고 살지도 못하는 저주"를 받은 것이 아닌가. 카알의 머리에 흙을 뿌려줄 이는 누구인가? (동화 유령선에서는 주인공이 선장의 시체를 널빤지채로 뜯어 육지에 뉘고 이마에 모래를 부으면서 저주가 풀린다) 독재자 아버지와 방관자 어머니의 원체험이 가장 강하게 녹아 있어서 카프카의 자전소설에 가장 가까워 보이는 <실종자>의 주인공 카알이야말로 가장 저주받은 인물이 아닐까. 그래서 가장 애착이 가는 인물이다.

지금은 어떻게 하면 카알의 이마에 모래를 뿌릴까 한 가지만 생각하고 있다.

솔 출판사의 2017년 개정판은 2000년판에서 커버만 교체한 것 같다. 만약 구판이 있다면 굳이 신판을 살 필요는 없다. (이렇게 얘기하면 출판사는 섭섭할지 모르겠지만) 도서관에서도 구판이 있는 경우 굳이 구판을 구매하지 않았다. 도서관이 옳았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이 글이 첫 리뷰라는 것도 놀랍다. 카프카가 우리나라에서 이런 대접을 받고 있다는 말인가? 갑자기 카프카한테 미안해지려고 한다. 나라도 부지런히 읽어서 리뷰를 남겨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 솔 출판사 전집 <실종자>의 몇몇 장은 제목 없이 편집자가 첫 구절을 이용해 하단에 제목을 표시했다. 이 리뷰의 제목도 그런 방식을 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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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19-01-11 13:3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읽은 자의 여유가 느껴지는군.ㅎㅎ
어렵지. 나도 이번에 새로 나온 책중 두 권을 가지고 있는데
넘 어려워서 중고샵에 넘길까 생각중인데
너의 리뷰를 읽으니 또 마음이 약해지는 걸.

지금 쓰고 있다는 소설 궁금하다.
만일 책으로 나온다면 이번엔 꼭 사 보도록할께. 퐈이팅!!

승주나무 2019-01-11 13:56   좋아요 0 | URL
고마워요. 카프카를 읽을 때가 되었나봐요.
저도 일단 고독의 삼부작 읽고, 해설서를 좀 읽은 다음에 단편전집은 나중에 도전하려고요.
혼자 쓰는 소설은 아니니까 쉽다면 쉽겠지만 어렵게 흘러갈 수도 있어요.
암튼 열심히 해볼게요. 고마워요^^

뚜유 2019-01-12 04:1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누군가가 나를 절벽 아래로 밀기 직전에 점프한다는 표현이 참 좋아 보입니다. ^^
건필하시길 ~

승주나무 2019-01-12 10:28   좋아요 0 | URL
고맙습니다. 안 그래도 글쓰기는 슬럼프중이라 읽기로 극복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절벽으로 떨어지기 싫어서요^^
 
실종자 - 개정판 카프카 전집 4
프란츠 카프카 지음, 한석종 옮김 / 솔출판사 / 201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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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의미의 실종인지도 몰랐고 소설에 대해서 전혀 무방비한 상태에서 읽어서 충격이 컸다. 가장 낯설었던 것은 주인공이 살아 있다는 것. (카프카 일기에서는 죽이겠다고 했으므로 더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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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읽어주는 남자 시공사 베른하르트 슐링크 작품선
베른하르트 슐링크 지음, 김재혁 옮김 / 시공사 / 201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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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4.3 당시 '저승사자'라 불리던 탁성록 대위. (노란 동그라미)




이 책은 오로지 제주4.3의 관점으로만 보려고 한다. 다른 관점은 많이 있을 테니까. 영화 지슬의 마약쟁이 상사의 모티브가 된 인물인 정보장교 탁성록은 경남 진주 출신 음악가이기도 하다. 논개의 노래라는 노래 등 많은 음반을 만들었다. 제주도민들 사이에서는 저승사자라고 불릴 정도로 많은 사람을 죽인 것으로 유명해 조금만 검색해도 그에 대한 온갖 정보가 뜬다. 미모로 소문난 여자(증언에 의하면 마지막 동거녀는 동네에서 소문난 미모였다고 한다)를 여럿 데리고 살았고 제주를 뜰 때 마지막 동거녀를 처형시킨 일화는 물론이거니와 '제주도 아가씨'라는 노래를 작곡했다는 기록을 보면 말문이 막힐 지경이다.

물론 한나를 탁성록과 비교하는 것 자체가 무례인 건 분명하다. 만약 탁성록이 아이들을 위해서 음악을 만들고(백창우처럼) 시골 한 초등학교의 음악 선생님으로 온갖 존경과 사랑을 받으면서 평화롭게 늙어간다면? 그는 기소조차도 되지 못했다. 아직은 제주4.3 당시 학살이 공식적으로 틀리지 않았고 희생자들은 억울하다는 흐름이기 때문에 이것을 뒤집지 않으면 단죄조차도 할 수 없는 현실이다. 탁성록은 군 전역 후 기록에서 자취를 감추는데 나는 그의 남겨진 기록에 상상력을 덧붙여 <노래 불러주는 선생님>(가칭)이라는 이야기를 상상해봤다.

<책 읽어주는 남자>의 작가 베른하르트 슐링크는 이미 추리소설로 명성을 얻었고 그의 집안은 학자 집안으로서 <반지의 제왕>을 쓴 톨킨이 연상된다. 톨킨 역시 판타지문학을 강의하면서 자신의 이론에 맞는 작품을 탄생했다. 그러니까 <책 읽어주는 남자>는 한 편의 소설이면서 소설창작법으로도 읽을 수 있다. 내용의 흐름과 장치들은 훌륭한 비평가가 표시를 해둔 것처럼 너무나 명백해서 나는 이 책을 읽는 틈틈이 빨간 펜으로 지금 쓰고 있는 이야기의 대강을 잡을 수 있었다. 물론 지금 쓰는 이야기는 <노래 불러주는 선생님>이 아니라 <너의 라임오렌지나무>이지만, 문장을 벼리고 벼려서 나는 <책 읽어주는 남자>를 참조해 제주 4.3의 이야기를 할 것이다. 나는 제주 사람이니까.

문맹은 미성년 상태를 의미한다. 한나는 읽고 쓰기를 배우겠다는 용기를 발휘함으로써 미성년에서 성년으로 가는 첫걸음을, 깨우침을 향한 첫걸음을 내디딘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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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19-01-05 13: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는 이걸 영화로 봤는데. 제주 4.3과 연결시키다니...!
그런데 <너의...>가 아니라 <나의 오렌지나무>인데 말이지.

암튼 새해 복 많이 받고, 올해도 무탈해라.^^

승주나무 2019-01-05 13: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stella 누나. 지금 쓰고 있는 소설 제목이 <너의 라임오렌지나무>입니다^^

stella.K 2019-01-05 14:52   좋아요 0 | URL
헉, 그렇구나.ㅋㅋ
궁금하네. 무슨 내용이냐? 책으로 나오니?

승주나무 2019-01-05 16:1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지금 공저로 쓰고 있는 중인데 어떻게 될지는 몰라요.소설은 처음이라
 
책 읽어주는 남자 시공사 베른하르트 슐링크 작품선
베른하르트 슐링크 지음, 김재혁 옮김 / 시공사 / 201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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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가끔은 뜻밖의 책이 모든 독서를 중지시키는 경우가 있다. <책 읽어주는 남자>가 그런 책이다. 이 책과 강렬하게 키스를 하는 기분이다. 카프카도 그렇고 독일은 법률 소설은 참 잘 쓰는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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