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원적인 차별은 역차별을 초래하며, 이런 모든 차별에 의해서 양성평등의 가능성들이 모두 상쇄돼 버린다.


솔직히 조금 놀랐다. 중학교 1학년을 대상으로 글쓰기 수업을 하다가 '잘못된 교육'에 대한 토론을 하게 되었다. 실제 경험했던 사례를 바탕으로 선생님이 여학생을 예뻐하면서 동시에 남학생을 무시하고 차별한다면 이 선생님에게 교육 받는 학생들은 남녀관에 왜곡될 수 있다는 발언을 했다. 남녀관의 왜곡을 선생님의 차별적 교육 탓으로만 돌릴 수는 없지만 기여하는 것은 사실이니까.


하나의 상황을 더 예로 들었다. 한 대기업에서 매우 드물게 부장으로 승진한 한 여성의 경우였다. 여성 부장 밑에는 많은 남성 과장들이 있었다. 여성을 상사로 둬야 했던 과장들은 은근히 부장을 무시하고 보고를 누락하며 저항했다. 화가 난 여성 부장은 남성 과장들이 모인 자리에서 가장 심한 과장의 뺨을 때렸다. 남성 과장들은 자연스레 제압당했지만 뒷맛이 씁쓸한 장면이다. 여성 부장이 마치 남성처럼 행동했기 때문이다.


학생들은 현재 우리의 사회가 남성 위주의 차별적인 사회이기도 하지만, 여성 위주의 역차별 사회이기도 하다고 진단했다. 마치 풍선 효과처럼 차별과 역차별이 뒤섞여 있는 것이다. 이렇게 바라보는 관점이 흥미로웠다.


한 학생이 '유교사회의 잔재'라는 말을 했을 때 이를 좀 구체화해서 이야기를 계속했다. 추석이나 설 같은 명절 때 부엌에서 벌어지는 풍경과 TV가 있는 안방에서 벌어지는 풍경을 보라고. 이것이 근원적인 차별이며, 유교문화의 잔재일 것이라고 말했다. 만약 남자들이 명절 때 부엌에서 '일'을 하고, 여성들이 좀 쉬면서 TV를 보고, 식사가 끝나면 설거지를 남성들이 적극적으로 한다면? 근원적인 차별이 조금씩 해소되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비췄다.


이 이야기 끝에 나온 학생의 결론이 바로 맨 처음 소개한 이야기다. 근원적 차별에 대한 설명이 조금 부족해 보였지만, 아이들은 명절 때마다 부엌 풍경을 생각하면서 자기가 해야 할 일을 할 것이다. 그리고 명절 풍경 외에 또 다른 근원적 차별에 대해서 생각할 것이다.


교실에서 벌어지는 이런 대화가 생각을 정리하고 명쾌한 언어로 재구성되는 모습을 보니 가슴에 벅찬 감동이 밀려와 글을 남기지 않을 수 없다. 다만 아쉬운 것은 다음 주가 이번 학기 마지막 수업이라는 사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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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의 최전선 - ‘왜’라고 묻고 ‘느낌’이 쓰게 하라
은유 지음 / 메멘토 / 2015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글쓰기 책을 신뢰하지 않는다는 후배가 그나마 신뢰하는 책이라는 말에 혹한 책. 

대학에서 글쓰기 강의를 하는 후배이니 얼마나 많은 글쓰기 책을 찾아봤을 것인가?


이 책을 저렴하게 구하려고 알라딘헌책방 강남점에 갔더니 30분전에 이미 팔렸다는 소식에 당황했다. 

다음날 수원에서 동탄까지 가서 기어코 샀던 기억이 난다. 

신기했던 것은 이 책이 뇌리에 띠리링 하고 떠올랐을 때 아는 기자 누나와 커피를 마시다가 작가 이야기가 화제로 떠올랐다. 알고 보니 은유 작가가 그 매체에 고정 연재를 하고 있었다. 제주도에서 아줌마들 대상으로 책쓰기 특강을 하고 있다길래 나중에 특강 요청할 때 섭외에 도움을 주겠다는 약속을 받아냈다. 요즘 정말 카피하고 싶은 두 명의 작가 김정선 작가와 은유 작가가 이렇게 나와 가까운 거리에 있을 줄은 몰랐다. 


<글쓰기의 최전선>은 글의 방법론이 아니라 '동기'를 건드리는 책이다. 글쓰기 책은 정녕 이래야 한다고 생각한다. 거기다가 적당히 현학적인 게 맘에 든다. '학인'이라는 용어도 재밌다. 


글쓰기 수업을 할 때 공개게시판에 글을 올리는 조건은 나도 써먹어야겠다. 도서관 게시판 같은 곳에 글을 올려서 많은 사람들이 읽게 한다면 어떨까? 아이들이든 아줌마든 나의 글쓰기 수업을 받는 사람들은 '추상어'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자신을 삶을 관대히 바라보고, 상황을 솔직히 이야기하고, 묘사를 구체적으로 하는 문제는 나에게도 난제다. 


이 책을 잡은 까닭은 내가 잘 쓰기 위해서가 아니라, 나의 수업을 듣는 학생들이 잘 쓰게 하기 위해서다. 자신의 경험을 보편적인 이야기로 만드는 방법을 내가 몸으로 터득했음에도, 누군가에게 알려줄 때는 잘 되지 않는다. 이야기로 만드는 방법이 저마다 다르기 때문일 것이다. 


"자기 언어를 갖지 못한 자는 누구나 약자다"라는 말은 참 와닿는다. 나는 중고등학생 작가가 많이 배출되기를 바란다. 그들이 그들의 문제를 자신의 이야기로 하게 되었으면 좋겠다. 아줌마들도 마찬가지이지만, 아줌마 작가는 청소년 작가보다는 상황이 좋은 것 같다. 내와 관련된 사람을 다섯 명 정도는 작가로 만드는 게 나의 꿈인데, 이 책을 함께 읽고 글을 다듬으며 도움을 받아야겠다. 글쓰기 책 불신의 시대에 그래도 믿고 읽을 만한 책이 하나 있다는 게 큰 위안이 된다. 



자기 언어를 갖지 못한 자는 누구나 약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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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방법을 약간 파괴했다. 원래 종이에 손글씨로 메모(1단계)하고 엑셀에 옮겨 적었는데(2단계), 바로 2단계로 건너뛰었다. 시간을 절약하기 위해서, 그 시간에 자료를 한 권이라도 더 보기 위해서. 그 대신 출력해서 많이 읽어봐야겠다.


나는 1997년부터 종이에 책의 내용을 베껴 썼다. 내가 손과 볼펜과 종이로 돌아다닌 시간은 '정신'이 될 정도로 뇌리에 새겨졌다. 짧고 가볍게 읽을 책들은 눈으로 읽지만, 중요한 책들은 손으로 읽었다. 손으로 읽은 책들 중에서 쓰기를 위해서 필요한 내용들은 데이터가 되었다. 


두 번째 책 <인문고전으로 하는 아빠의 아이 공부>는 바로 10여년 동안 입력했던 데이터가 있었기에 쓸 수 있었다. 10MB 짜리 엑셀파일을 본 적이 있는가. 


세 번째 책으로 작업하고 있는 "10대와 통하는 인문학_공자의 논어"는 읽을 양이 많이 있어서 종이 메모를 생략했다. 이 선택이 어떤 결과를 줄지 모르겠다. 내가 이제까지 읽었던 논어가 아니라 전혀 새로운 방식으로 해석한 논어와 공자에 대한 이야기를 새로 읽어야 했기 때문이다. 자라나는 세대들에게 내가 읽었던 방식으로 공자와 논어를 이야기하고 싶지 않다. 


독서방법의 파괴는 나에게는 도박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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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17-11-26 15: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0MB 짜리 엑셀파일...?
그런 프로그램도 있니?
내가 그런 쪽엔 문외한이라...ㅠ

그렇구나. 역시 내공은 그냥 나오는 게 아니지.
난 팔이 아파서 자꾸 안하게 되더라구. 그러다 보니...ㅠ
10년 전이면 네가 장가 가기도 훨씬 이전이란 말 아니니?
그때부터 그런 책을 염두해 두고 있었다니 대단하다.
넌 분명 좋은 아빠, 좋은 저자가 될 거야.^^

승주나무 2017-11-27 07:01   좋아요 0 | URL
10년 전이면 신혼부부였죠. 10MB짜리 엑셀프로그램이 아니라 엑셀파일에 계속 글을 집어넣다 보니 용량이 커져서 지금은 10MB가 되었어요. 고등학교 때부터 워드 치는 연습을 해서 팔 안 아프고 제법 칠 수 있었던 게 컸어요^^

stella.K 2017-11-27 13:14   좋아요 1 | URL
헉, 네가 결혼한지가 벌써 10년이 됐구나.
세월 빠르네. 그럼 학부형이겠구나.
난 아직도 아들내미들 개구장이 준 알고 있다.
자주 안 보니까 이런 오류가 발생하는 거야.ㅋㅋ
얼마 전부터 너랑 교류가 생기니까
가깝게 느껴지고 좋다.
어쨌든 소통은 자주하고 봐야 돼.^^

승주나무 2017-11-27 16: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 알라딘을 다시 시작한 게 잘 한 것 같아요. 아이들 아직 개구쟁이인 건 맞아요. 7살 9살이면 한참 개구질 때죠^^
 

그렇게 안 열릴 것 같았던 '경기도 출판콘텐츠 제작지원 사업'에 선정되었습니다. 

우수콘텐츠 등 경기도에서 공모한 곳에 도전한 것이 이번까지 세 번째. 

출판사에서 도전해보자고 했을 때 그 무시무시한 경쟁률과 쟁쟁한 경쟁자들 때문에 반신반의했어요. 

제가 어떻게 승리할 수 있었겠어요. 


그런데 선정되었다는 발표를 듣고 저도 모르게 꺅 하고 소리를 질렀어요. 

그것도 도서관에서. 



전체 171개 출판사 경쟁에서 제가 도전한 인문고전은 63개였습니다. 

아직도 믿을 수가 없네요. 



이번 경험을 통해서 작가로서 자신감을 가질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게 가장 큰 소득이죠. 

사실은 상금이 더.....쉿!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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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17-11-23 14:0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 이런 게 있었구나.
잘된 일이다. 축하한다.
상금이 짱짱한가 보구나.
서울에 있으면 한 턱 쏘라고 했을 텐데...ㅠ

승주나무 2017-11-24 11:16   좋아요 0 | URL
누나~ 반가워요. 잘 지내시죠?
제주에 사니까 참 만나기 어렵네요.
고마워요^^

순오기 2017-11-24 00:5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와아~오랜만의 댓글에 놀러왔는데, 이런 경사가 있군요. 정말 축하합니다!!♥

승주나무 2017-11-24 11:17   좋아요 0 | URL
앗~! 순오기님^^ 고맙습니다. 열심히 공부하고 열심히 쓸게요~

비연 2017-11-24 08:1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와! 축하드려요!

승주나무 2017-11-24 11:17   좋아요 1 | URL
와~! 고맙습니다. 비연 님^^ 잘 지내시죠?

비연 2017-11-25 14:28   좋아요 0 | URL
넘 반가와요^^ 전 뭐 그럭저럭요 ㅎㅎ

thkang1001 2022-07-28 09: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승주나무님! ‘경기도 출판콘텐츠 제작지원 사업‘에 선정되신 것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앞으로 계속 발전하는 승주나무님이 되시기를 바랍니다. 좋은 하루 보내세요.
 

알라딘 승주나무. 참 가슴 떨리는 닉이었는데 그 가슴은 어디로 간 것인지. 

한 4년 정도 공부방을 하다가 전업작가로 돌아왔어요. 

4년 동안 책은 읽었지만 산소호흡기처럼 초단위 분단위로 읽었어요. 

살려고 읽었기에 쓰지는 못했고요. 

새 책을 쓰고 염치없이 고향집에 들어와 방소지를 하고 있습니다. 


책만 쓰는 전업작가는 아니고요. 

여기 저기 영업 다니면서 강의 따고 그 강의로 생계 유지하고, 

나머지는 책 쓰고 있습니다. 

다행히 출판사 컨택이 돼서 4년만에 두 번째 책을 안게 되었고요. 


앞으로 계간지처럼 낼지도 몰라요. 

책을 쓰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수단이었다는 사실을 이제야 알았습니다. 


반가워요~~


앞으로는 마치 의식의 흐름처럼 글 남길게요. 

알라딘을 어떻게 내 생활 안으로 담을지 4년동안 고민을 못 풀었었어요. 


제주에 온지는 만2년쯤 되었어요. 언제나 그리웠던 고향바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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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17-11-23 14:1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하나도 안 변했네.
누가 널 애아빠라고 하겠니?ㅋㅋ
잘 지내는 것 같아 보기 좋다.
서울 올라 올 일 없나? 보구싶네.ㅎ

승주나무 2017-11-24 11:18   좋아요 0 | URL
하나도 안 변했나요? 아이들 사이에서 둘러싸여서 그런 것도 같고,
이런 저런 고민들에 둘러싸여서 그런 것도 같아요.
시간이 나를 침입할 틈이 있을까요? ㅎㅎ

순오기 2017-11-24 00:5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첫번째 책은 판형이 작아서 아쉬웠는데... 이 책은 일반 책 사이즈겠지요?^^
두 아드님도 많이 컷죠?? 승주나무님 늘 웃는 얼굴 보여주셨는데...고향바닷가에서 좀 굳으셨네요.ㅋㅋ

승주나무 2017-11-24 11:19   좋아요 0 | URL
네 이번에는 일반 사이즈입니다. 인문학을 내용적으로 접근해서 자녀와의 소통과 부모의 자기 공부에 도움이 되고자 했습니다. 바람이 저를 굳게 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