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의 최전선 - ‘왜’라고 묻고 ‘느낌’이 쓰게 하라
은유 지음 / 메멘토 / 2015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글쓰기 책을 신뢰하지 않는다는 후배가 그나마 신뢰하는 책이라는 말에 혹한 책. 

대학에서 글쓰기 강의를 하는 후배이니 얼마나 많은 글쓰기 책을 찾아봤을 것인가?


이 책을 저렴하게 구하려고 알라딘헌책방 강남점에 갔더니 30분전에 이미 팔렸다는 소식에 당황했다. 

다음날 수원에서 동탄까지 가서 기어코 샀던 기억이 난다. 

신기했던 것은 이 책이 뇌리에 띠리링 하고 떠올랐을 때 아는 기자 누나와 커피를 마시다가 작가 이야기가 화제로 떠올랐다. 알고 보니 은유 작가가 그 매체에 고정 연재를 하고 있었다. 제주도에서 아줌마들 대상으로 책쓰기 특강을 하고 있다길래 나중에 특강 요청할 때 섭외에 도움을 주겠다는 약속을 받아냈다. 요즘 정말 카피하고 싶은 두 명의 작가 김정선 작가와 은유 작가가 이렇게 나와 가까운 거리에 있을 줄은 몰랐다. 


<글쓰기의 최전선>은 글의 방법론이 아니라 '동기'를 건드리는 책이다. 글쓰기 책은 정녕 이래야 한다고 생각한다. 거기다가 적당히 현학적인 게 맘에 든다. '학인'이라는 용어도 재밌다. 


글쓰기 수업을 할 때 공개게시판에 글을 올리는 조건은 나도 써먹어야겠다. 도서관 게시판 같은 곳에 글을 올려서 많은 사람들이 읽게 한다면 어떨까? 아이들이든 아줌마든 나의 글쓰기 수업을 받는 사람들은 '추상어'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자신을 삶을 관대히 바라보고, 상황을 솔직히 이야기하고, 묘사를 구체적으로 하는 문제는 나에게도 난제다. 


이 책을 잡은 까닭은 내가 잘 쓰기 위해서가 아니라, 나의 수업을 듣는 학생들이 잘 쓰게 하기 위해서다. 자신의 경험을 보편적인 이야기로 만드는 방법을 내가 몸으로 터득했음에도, 누군가에게 알려줄 때는 잘 되지 않는다. 이야기로 만드는 방법이 저마다 다르기 때문일 것이다. 


"자기 언어를 갖지 못한 자는 누구나 약자다"라는 말은 참 와닿는다. 나는 중고등학생 작가가 많이 배출되기를 바란다. 그들이 그들의 문제를 자신의 이야기로 하게 되었으면 좋겠다. 아줌마들도 마찬가지이지만, 아줌마 작가는 청소년 작가보다는 상황이 좋은 것 같다. 내와 관련된 사람을 다섯 명 정도는 작가로 만드는 게 나의 꿈인데, 이 책을 함께 읽고 글을 다듬으며 도움을 받아야겠다. 글쓰기 책 불신의 시대에 그래도 믿고 읽을 만한 책이 하나 있다는 게 큰 위안이 된다. 



자기 언어를 갖지 못한 자는 누구나 약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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