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만길 교수에게 이런 말을 들었습니다. 일제 강점기에서 해방될 때 목숨 걸고 싸웠던 반일투사는 5000여명 정도였다는 것입니다. 지금도 마찬가지이지요. 정의를 위해 몸 바치는 5000여명의 의인들이 있으면 된다고 생각해요. 의인 10명만 있어도 하느님의 엄한 심판을 면할 수 있다는 창세기 18장 32절의 말씀을 새삼 마음에 되새깁니다.
- 함세웅 신부 인터뷰 중

 

책임있는 국가기관과 책임있는 기업, 그리고 나
우리가 이런 배를 함께 타고 있었다는 것을 생각하는 것은 몹시 새삼스러운 일이지만,
요즘처럼 깊은 좌절감을 느낄 때가 없다.
나를 더욱 좌절하게 만드는 것은 그들의 '입'을 볼 때이다.
국가기관이나 언론이나 기업에서 나오는 말, 그 속에 꽈리를 틀은 '악마의 입'을 본다는 것은 고욕이다.
악마의 입 중에서도 '살아남으려고 몸부림치는 악마의 입'이 가장 악질이다.
그런 악마의 주둥아리에 주먹이라도 하나 날리지 못하는 나는 뭔가.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해봐야, 삼성 이건희 일가의 비리의 편린이 담긴 기사를 스크랩하는 일뿐.

한나라당 사람들은 '잃어버린 10년'을 이야기하지만,
우리나라가 거듭날 수 있는 성장동력 세 가지
'언론, 교육, 법률'이 정비되고 궤도 안으로 안착하고 나서도
정상화되기 위해서는 10년도 더 필요하다.
이번 삼성의 전선이 어떻게 되느냐에 따라
앞으로 잃어버린 10년이 될 수도 있고, 그 이상이 될 수도 있다.
삼성이 낱낱히 밝혀지고,
예측 가능한 모든 낙관적인 결과가 찾아와도 10년이라는 거다.
나는 무엇인가? 시민인가?
나는 시민이 아니다.
우리나라에는 시민이 애초부터 존재하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나의 좌절을 극점까지 떨어뜨리고 처절한 바닥에서
나의 할 일을 생각해봐야겠다.

아! 나는 왜 이런 일들을 모른 채 지나칠 수 없는가. 한탄스럽다.
 


 






"삼성-언론-국기기관, '먹이사슬' 끊어야
검찰, 정의에 기초하지 않으면 범죄집단"
[인터뷰] 천주교 정의구현전국사제단 함세웅 신부

장윤선 (sunnijang)


 

 





  
함세웅 신부(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이사장)이 20일 오후 <오마이뉴스> 기자와 인터뷰하고 있다.
ⓒ 안홍기
함세웅

 

"김용철 변호사가 사제단과 만나고 있다는 소식을 접한 삼성이 전 언론에 행한 로비와 모함을 언론은 잘 알고 있었습니다. 삼성의 그 치졸한 방법을 왜 언론은 고발하지 않습니까?"

 

87년 6월 민주항쟁의 주역 함세웅 신부. 20년 전과 달리 그는 '원로 신부님'이 됐다. 20년 전 독재타도 때와 달리 삼성의 불법행위를 적극 고발하지 않는 언론을 볼 때마다 답답증을 토로하던 함 신부가 20일 저녁 언론에 처음 입을 열었다.

 

그는 "정말 슬픈 것은 삼성과 언론, 검찰, 국세청, 금감원, 재경부, 청와대, 국회의원…, 모든 관계자들이 심각하게 먹이사슬이 얽혀 있다는 것"이라며 "이걸 끊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함 신부는 "언론의 역할이 제일 크다고 생각한다"며 "언론인들의 비리를 같이 부끄러워하는 성찰운동이 언론계 내부에서 일어나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조선일보>를 보면 악마의 존재와 그 실체를 감지하게 된다"며 "거짓과 왜곡이 죄악의 뿌리"라고 말했다.

 

언론의 성찰을 촉구한 함 신부는 삼성의 불법행위에 대해서도 "삼성이 사기업으로 공공기관을 능멸하고 마비시키는 것은 대죄"라며 "사익집단이 공동선을 목적으로 하는 국가공동체보다 앞서고자 한다면 그것은 큰 오산"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국가기관을 돈으로 좌우하려는 것은 기업의 타락"이라며 "그것은 기업이 자멸로 가는 길"이라고 안타까워했다.

 

김용철 변호사의 양심고백 직후 검찰이 즉각 수사에 나서지 않은 점에 대해 함 신부는 "정의에 기초하고 있지 않다면 국가도 강도집단에 불과하다는 아우구스티누스의 말을 검찰이 깊이 되새겨야 한다"며 "검찰이 정의에 기초하지 않고 있다면 그것은 범죄집단"이라고 비판했다.

 

함 신부는 "일정 기간 자수기간을 둬서 삼성의 불법행위에 가담한 검찰, 언론, 국세청, 금감원 등 모든 분야에 있는 분들이 자백하는 운동을 펼쳤으면 좋겠다"며 '자수운동'을 제안했다.

 

"청와대 386들도 삼성 불법행위 관련... 깊이 반성해야"

 

또한 그는 "청와대 386들도 삼성의 불법행위에 관련돼 있다는 얘기를 들었다"며 "삼성의 영향 하에서 돈을 받거나 불의한 일을 했다면 검찰과 언론 못지않게 청와대 386 당사자도 깊이 반성하고 회개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특히 함 신부는 "전두환 독재시절 안기부와 기무사는 한 개인의 정권을 연장하기 위해 존재했다"며 "이건희 부자의 무절제한 소유욕을 위한 삼성그룹 전략기획실도 마찬가지"라고 밝혔다. 이어서 "독재정권의 정보기관과 삼성의 전략기획실은 사익의 노예일 뿐"이라며 "삼성의 전략기획실은 해체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함 신부는 "삼성은 이 은총의 기회를 놓치지 말아야 한다"며 "이건희 회장이 자신의 20년을 고백하면 쉽게 문제가 풀린다고 생각하며 평등한 한 시민으로서 법을 어겼으면 고백해야지 자꾸 딴말을 하는 것은 어리석은 짓"이라고 비판했다.

 

다음은 함세웅 신부와 나눈 일문일답을 정리한 것이다. 

 

<SCRIPT type=text/javascript> </SCRIPT>



  
ⓒ 안홍기
함세웅

- 지난달 29일 '삼성의 불법행동'에 대한 사제단의 1차 양심고백이 있은 뒤 3주가 지났습니다. 21일 오후 4차 기자회견이 예정돼 있는데요. 어떻게 이 사건과 함께 하시게 됐나요.
"87년 6월 민주항쟁 20주년을 맞이하는 올해, 저는 민주화운동의 기억과 그 창조적 가치를 화두 곧 묵상주제로 삼고 있습니다. 지난 1월 14일 박종철군 20주기 추도식에서 그의 아버님은'‘나는 이제 한 아버지로서의 울음을 멈추겠습니다. 박종철은 내개인의 아들이 아닌 시대의 아들입니다. 박종철이 염원했던 세상을 후배들이 이뤘으면 하는 꿈을 지닙니다'라고 말했습니다.

 

20년 전 평범한 공직자였던 박군의 아버지는 당시 몹시 괴로워했고, 두려워했습니다. 그는 박군의 죽음이 사건화 되는 걸 원치 않았어요. 그러나 우리는 그분을 설득했고, 결국 이 일은 우리 모두의 보편적 사건이 되었습니다. 그 당시 독재정권의 화신이었던 경찰, 안기부, 검찰이 이 사건을 어떻게 조작하고 은폐했는지 그 내용을 이미 다 아실 겁니다.

 

저는 올해 이런 생각을 했어요. 한 청년학생의 순수한 죽음이 결국 우리 사회를 아름답게 바꿨구나, 그래서 박종철군의 죽음에서 순교의 의미를 확인하곤 합니다. 이한열군의 죽음도 마찬가지죠. 87년 6월항쟁 당시 독재타도를 외쳤던 그 거리에서, 20년이 지난 오늘날에는 젊은 청춘남녀들이 자유롭게 대화하는 걸 보고 저는 큰 감회를 느꼈습니다.

 

다만, 오늘의 젊은이들이 그들이 누리고 있는 자유와 기쁨이 누구의 덕분인지를 알았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선배세대들의 민주화?인권을 위한 피눈물 나는 희생의 결실임을 꼭 알고 기억했으면 합니다. 그런 면에서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의 주제인 '역사에 대한 기억', '고통에 대한 기억' 곧 기억투쟁이 더 큰 미래를 창조할 수 있다는 걸 함께 되새겼으면 합니다.

 

그러던 참에 김용철 변호사가 몇 분의 동료들과 함께 저를 찾아왔습니다. 삼성에서의 자신의 삶을 고백하더군요. 그분이 양심선언을 하겠다는 뜻을 전해 듣고 저는 그분께 서면으로 모든 내용을 정리하라고 당부했습니다. 사제단에게 보내는 호소문과 함께 양심고백의 글을 정리하는 게 좋겠다고 말했습니다.

 

이대로 가면 김 변호사는 변호사 자격을 상실할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김 변호사에게 앞으로 법조세계, 재벌세계, 언론과 검찰을 정화하는 시민운동가로 거듭나자고 약속했습니다."

 

- 김 변호사와 만난 뒤 어떤 대화가 오갔나요?
"그때 우리는 1시간 이상 대화를 나눴고, 몇 가지 핵심질문을 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그분이 먼저 스스로의 잘못을 고백했고, 잘못에 대한 대가를 치르겠다고 결심했습니다. 감옥에 갈 각오가 돼 있냐고 물었더니 너무나 명쾌하게 그렇다고 말했습니다. 김 변호사와 만난 뒤 저는 동료, 선후배 사제들과 면담했고, 최종적으로 현재의 정의구현전국사제단 실무 책임을 맡고 있는 신부님들, 교구 상임위원들과 상의하게 됐지요. 그 과정에서 20년 전 박종철군의 죽음의 진실을 알렸던 사제들이 또 다시 시대의 십자가를 져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 지금까지 오시는데 어떤 어려움이 있었나요?
"검찰은 부끄럽게도 삼성과 공범자가 돼서 먹이사슬로 연계돼 있습니다. 모든 걸 돈으로 해결하려는 자본독재의 영향권 아래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것이죠. 더 어려웠던 점은 우리를 아끼고 사랑하는 많은 분들이 '뜻은 좋은데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정치권은 물론 언론, 국세청, 재경부, 검찰, 금감원 그리고 부분적으로 청와대까지 삼성의 영향이 미치지 않는 곳이 없다'고 걱정해주셨습니다.

 

그때 저는 어떻게 하면 좋을까 고민이 되어 하느님께 9일기도를 올렸습니다. 저는 김용철 변호사가 우리 시대의 하나의 징표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걸 제대로 포착하지 못하면 개인이나 민족에게 더 큰 미래가 보장되지 않는다는 성서적 가르침을 되새기며 깨달았습니다. 김 변호사의 양심고백과 호소는 시대의 명령이었고 그것을 전달하는 것은 신앙인에게 주어진 책무라고 생각했었습니다."

 

"돈으로 안되는 게 있다는 걸 깨달을 때 삼성 성장 할 것"

 

- 막강한 삼성이 많은 로비를 해왔을 텐데요.
"아무리 삼성이라는 기업이 돈으로 모든 걸 움직인다고 하더라도 진실을 왜곡할 수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링컨의 유명한 격문을 기억합니다. 일부 사람을 얼마간 속일 수는 있지만 모든 사람을 영원히 속일 수 없다는 가르침 말입니다. 모든 사람들을 돈의 노예로 만들려는 삼성의 경영정책을 근원적으로 바꾸는 노력이 필요하겠다는 깨달음 속에서 신부님들이 이 일을 결단하게 된 것입니다."
 
- 직접 삼성그룹의 고위간부들이 찾아오기도 했다고 들었습니다.
"저를 찾아온 삼성인들에게 이런 말을 했습니다. 선생님들을 보낸 분을 직접 모셔오시오. 선생님들과 무슨 얘기를 할 수 있겠습니까? 그렇게 상부에 전하라고 말했습니다. 특히 돈으로 모든 걸 다 할 수 있다는 인식을 바꾸라고 말했습니다. 돈으로도 안 되는 게 있다는 걸 깨달을 때 삼성이 성장할 수 있다고 말했고, 그걸 책임자에게 전하라고 했습니다."

 

<SCRIPT type=text/javascript> </SCRIPT>



  
ⓒ 안홍기
함세웅

- 어떤 목표로 움직이시나요?
"우리의 목적은 고발이나 공개가 아닙니다. 삼성이 회개하고 새롭게 태어나기를 바랄 뿐입니다. 삼성은 국내는 물론 국제사회에서도 신뢰받는 기업으로 태어나야합니다. 그런데 삼성은 부패로 물들고, 그 부패를 모든 힘 있는 사람들에게 오염시키려는 것은 심각한 문제이지요. 김 변호사가 사제단을 찾아왔다는 사실을 안 삼성이 언론에 자료를 배포해 김 변호사를 모함했던 것을 반성해야 합니다. 또 언론은 그걸 알면서도 제대로 보도하지 않아 책무를 게을리 했습니다. 삼성과 유착된 언론의 고백이 있어야 하는데 아직까지 그런 고백을 듣지 못했습니다."

 

- 삼성 불법행위 보도와 관련, 언론보도에 어떤 문제가 있다고 보시나요?
"사제단이 4번째 기자회견을 준비하는 동안 언론은 뭘 하셨나요? 사제단이 발표하는 걸 따라 쓰는 것 말고 어떤 심층취재가 있었는지 자문하시기를 바랍니다. '검찰의 뇌물명단'이 있냐, 없냐 하는 비본질적 이슈에만 관심을 표명했지요. 김용철 변호사가 사제단과 만나고 있다는 소식을 접한 삼성이 전 언론에 행한 로비와 모함 등을 언론은 이미 잘 알고 있었습니다. 삼성의 그 치졸한 방법을 왜 언론은 고발하지 않습니까?”

 

- 언론이 잘못하는 가장 큰일은 무엇인가요?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폭행사건이나 신정아-변양균 사건을 다뤘던 언론이 삼성의 불법행위에 대해서는 얼마나 뛰고 있습니까. 삼성과 언론, 검찰, 국세청, 금감원, 재경부, 청와대, 국회의원…, 정말 슬픈 일은 이 모든 관계자들이 심각하게 먹이사슬이 얽혀 있다는 것입니다. 이걸 끊어야 해요. 저는 언론의 역할이 제일 크다고 생각합니다. 때문에 무엇보다도 언론인들의 비리를 같이 부끄러워하는 성찰운동이 언론계 내부에서 일어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조선일보>를 보면 악마의 존재와 그 실체를 감지하게 돼요. 거짓과 왜곡이 바로 죄악의 뿌리입니다. 특히 〈조선일보〉는 창간이래 오늘에 이르기까지 역사와 민족 앞에 저지른 많은 죄를 깊이 성찰해야 합니다."

 

- 삼성은 사제단의 활동에 대해 비판적인 것 같은데.
"삼성은 김용철 변호사의 양심고백을 은폐하기 위해 무서운 돈의 위력을 발휘했습니다. 아직도 조작을 일삼고 있습니다. 정말 어이없는 조작을 하고 있는데, 삼성이 해야 할 가장 아름다운 일은 고백입니다. 그리고 국민들로부터 용서를 받아야지요. 그리고 삼성이 사기업으로 공공기관을 능멸하고 마비시키는 것은 대죄입니다. 또 삼성은 정부기관을 능가한다는 우월감을 가지고 있습니다. 사익집단이 공동선을 목적으로 하는 국가공동체보다 앞서고자 한다면 그것은 큰 오산입니다. 그러한 기업은 엄한 역사의 심판을 받았습니다. 삼성은 이 점을 깊이 깨닫고 회개해야 합니다.

 

- 활동의 타깃이 이건희 회장 개인인가요?
"삼성그룹은 이건희 회장 개인의 것이 아닙니다. 공공법인이라는 점을 늘 생각해야 합니다. 무리하게 편법, 탈법, 불법으로 아들에게 세습하려는 것은 차단시켜야지요. 우리가 양심고백을 한 뒤 많은 정치학자들을 만났는데 사적 이익을 추구하는 기업이 공적 기관을 능멸하고, 국가를 능가하려는 생각을 했다는 착각을 교정해야 한다고 촉구했습니다. 사기업이 공공질서를 위한 국가기관을 능멸할 뿐만 아니라 국가기관을 돈으로 좌우하려는 것은 기업의 타락입니다. 그것은 기업이 자멸로 가는 것입니다.”

 

- 이 사건에 대한 검찰의 입장에 대해서는 어떤 의견이신가요?
"검찰이 법과 질서, 원칙 따라 수사한다고 하지만 이번에도 법과 원칙이 통했나요? 사제단이 삼성의 이른바 차명계좌 번호까지 제시했는데도 수사에 착수 안했습니다. 금감원과 국세청 모두 공범자입니다. 검찰의 직무유기는 공동체 앞에서 용서받을 수 없는 가장 큰 죄입니다. 국가도 만일 정의에 기초하고 있지 않다면 그것은 강도집단에 불과하다는 아우구스티노의 말을 검찰이 깊이 되새기기를 바랍니다. 검찰이 정의에 기초하지 않고 있다면 그것은 범죄집단일 뿐입니다. 때문에 저는 이 문제를 이렇게 풀고 싶습니다. 자수운동을 펼쳤으면 합니다. 일정 기간 자수기간을 둬서 삼성의 불법행위에 가담한 검찰, 언론, 국세청, 금감원 등 모든 분야에 있는 분들이 자백하는 운동을 펼치자고요. 정화기간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 박한철 검사장이 특별수사감찰본부를 맡았습니다. 수사가 잘 될까요.
"비록 늦었지만 검찰이 그나마 감찰본부를 설치한 것은 참으로 다행스러운 일입니다. 본부장 선정을 위해서 삼성의 영향 하에 있지 않았다고 생각되는 사람을 찾으려고 노력했던 점도 긍정적으로 볼 수 있지요. 문제는 언론도 우려한 바대로 신임 검찰총장과 대학 동기라는 점이지요. 친밀관계에서 자유로운 분들은 많지 않으니까요. 특별수사감찰본부가 그 우려를 불식시켰으면 좋겠어요. 참으로 정의로운 검찰을 확인하고 싶습니다. 검찰 내에서의 자정운동을 기대하며 수사검사도 삼성의 관리와 뇌물에서 자유로운 분들을 공모했으면 합니다."

 

- 특검 도입에 대해서는 어떤 입장이신가요?
"특검은 국회의원들의 의무입니다. 이미 3당의 대표 정동영-문국현-권영길 대표가 공식 합의한 대로 준수하기를 바랍니다. 특검에 대해 한나라당이 묘하게 방해하고 통합신당도 아주 적극적이지는 않다는 기자들의 말을 듣고 참 안타까웠습니다. 삼성특검에 대해 소극적인 정당과 국회의원일수록 삼성의 영향권 아래 있다는 것을 스스로 입증하는 셈이죠. 이번 회기 내 꼭 특검이 설치되기를 바랍니다."

 

"선거용? 도둑이 제발 저린 것... 모두 자수하라"

 

- 양심고백 이후 김 변호사는 어떻게 지내고 있나요?
"처음에 그는 생존에 대한 억울함 때문에 시작했습니다. 개인적인 동기였지요. 그러나 우리와 만나 죄를 고백하고 용서를 빌고, 삼성에 관계된 모든 분야의 잘못과 불의를 공개함으로써 삼성이 정화되고 검찰이 새로 태어난다면 그게 바로 속죄라고 생각한 것입니다. 이대로 가면 김 변호사는 변호사 자격을 상실할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김 변호사에게 앞으로 법조세계, 재벌세계, 언론과 검찰을 정화하는 시민운동가로 거듭나자고 약속했습니다."

 

- 삼성은 잘못을 시인하는 게 아니라 부인하고 있는데요.
"선량한 모든 국민들은 매일 세금을 냅니다. 저희도 세금을 내지 않습니까? 그런데 큰 기업이 불법으로 세금을 안 내고, 뇌물로 적당히 하려고 했다면 정말 문제이지요. 아마도 그간 불법 로비하느라 쓴 돈을 정상적으로 세금 내는 등에 썼다면 어땠을까요. 불법로비자금이나 세금이나 똑같은 규모가 될 것 같아요. 불법로비자금이 훨씬 더 들었을지도 모르지요. 정치인과 관료, 언론 등을 돈으로 매수하려는 삼성의 부도덕은 이 기회에 뿌리 뽑아야 합니다."

 

<SCRIPT type=text/javascript> </SCRIPT>



  
ⓒ 안홍기
함세웅

- 작은 것에도 발끈하시는 노 대통령이 이번에 참 조용하십니다. 어떻게 보시나요?
"2002년 대선자금에서 일정 정도 밝혀지기는 했지만, 기자들의 전언에 의하면 청와대 386들도 삼성의 불법행위에 관련돼 있다는 것입니다. 해당이 되는 분들은 회개하고 반성했으면 좋겠습니다. 저는 386세대를 일괄적으로 평가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자기 일에 충직한 건강한 386세대가 있고 이른바 정치권에서 때 묻은 몰염치한 386이 있습니다. 언론과 국민이 이걸 식별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삼성의 영향 하에서 돈을 받거나 불의한 일을 했다면 검찰과 언론 못지않게 청와대 386 당사자도 깊이 반성하고 회개해야 합니다."

 

- 이번 활동을 시작하실 때 단기 목표가 있었는데요.
"단기 목표라기보다는 그때그때마다 기도하며 최선을 다했을 뿐이었습니다. 박정희 독재시절의 중앙정보부와, 전두환 독재시절 안기부와 기무사는 한 개인의 정권을 연장하기 위해 존재했습니다. 이건희 부자의 무절제한 소유욕을 위한 삼성그룹 전략기획실도 마찬가지입니다. 독재정권의 정보기관과 삼성의 전략기획실은 공익보다는 사익의 노예일 뿐입니다. 때문에 삼성의 전략기획실은 해체돼야 합니다. 그때에 비로소 삼성이 더욱 번영할 것입니다."

 

- 대선을 앞둔 시점에서 양심고백이 터져 나와 '선거용'이라는 비판도 있습니다.
"도둑이 제 발 저린 것이지요. 그렇게 비판하시는 분들이 모두 자수했으면 좋겠어요. 정의는 대선이나 총선과 관계없이 언제나 실현돼야 할 가치입니다. 삼성 불법행위가 범죄라고 인지되면 그때 바로 척결돼야 할 사안입니다. 그걸 일부 정치인들과 조중동 같은 보수언론이 음해하고 악의적으로 보도하는 것은 그 자체가 새로운 죄악일 뿐입니다."
 
- 이건희 회장이 삼성의 불법행위에 대해 대국민 용서를 구한다면 어떻겠습니까.
"저는 모든 고백은 용서받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고백은 아름다운 용기입니다. 톨스토이는 '하느님의 나라와 정의를 먼저 구하라'(마태오6,33)라는 성서말씀을 늘 되새겼습니다. 정의를 구하면 모든 게 저절로 이뤄집니다. 정의구현이 기초입니다. 삼성은 이 은총의 기회를 놓치지 말아야 합니다. 이건희 회장이 자신의 20년을 고백하면 쉽게 문제가 풀린다고 생각합니다. 평등한 한 시민으로서 법을 어겼으면 고백해야지요. 자꾸 딴말을 하는 것은 어리석은 짓이라고 생각합니다. 사실 삼성이 이 사건 이후에 <한겨레> 등 몇몇 언론에 대해 광고를 유보했다는 소식을 들었는데 이것은 21세기 현대판 새로운 유형의 광고탄압입니다. 유신독재 때의 광고탄압이 떠오릅니다."
 
- 미선·효순사건 때처럼 시민들의 자발적 참여가 부족한데 왜 그럴까요.
"국민들이 매사에 다 나설 수는 없습니다. 또 역사의 물줄기를 바꾸는 것은 살아있는 소수입니다. 그래서 언론의 역할이 중요합니다. 언론이 제대로 보도를 하면 국민들이 더욱 깨어 정의의 행진에 더욱 많이 함께 할 것입니다. 강만길 교수에게 이런 말을 들었습니다. 일제 강점기에서 해방될 때 목숨 걸고 싸웠던 반일투사는 5000여명 정도였다는 것입니다. 지금도 마찬가지이지요. 정의를 위해 몸 바치는 5000여명의 의인들이 있으면 된다고 생각해요. 의인 10명만 있어도 하느님의 엄한 심판을 면할 수 있다는 창세기 18장 32절의 말씀을 새삼 마음에 되새깁니다. 무엇보다도 바른 가치관이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2007.11.21 08:53 ⓒ 2007 OhmyNews

댓글(1)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2007-11-22 09:37   URL
비밀 댓글입니다.
 

밥 먹으러 갈 때,
내가 들으려 하지 않아도 옆 테이블에서 이야기가 들린다.

근데 하는 이야기들이 다 똑같다.
물론 대선 이야기이고,
'노무현을 잘라내야 한다'
'정권을 교체해야 한다'
'잃어버린 10년' 운운..
어째 신문의 내용을 그냥 읊을 수가 있는 건지,

원래 책을 읽든 신문을 읽든 독자의 입장이 있는 거고,
자연스럽게 재해석하면서 단어 몇 개 정도는 바뀌게 돼 있는데,
단어 하나 바뀌지 않고 그대로 말하는 것을 보면
신문이 오히려 사람의 머리를 둔감하게 만드는 것이 아닌가 생각이 들 때가 있다.

노무현 정부를 '실정'으로 판단하는 사람 중 하나지만,
10년 동안 무엇을 잃어버렸는지 이해를 하지 않으면,
분명히 이번 5년 역시 '잃어버리'지 않을 도리가 없다.
옆 테이블의 사람 말대로라면 5년 후는 반드시 잃어버린 15년이 되겠지.

김종철 씨의 녹색평론 머리말을 보니 옆 테이블이 그러는 이유를 대충 알 것 같다.
부분을 인용한다.

내가 주목하고 싶은 것은 이 나라에서 가장 높은 정신적 생활을 하고 있는 것으로 생각되는 지식인들, 그 중에서도 특히 예술가나 문인들의 경우에도 많은 경우 여기에서 예외가 아니라는 사실이다. 아마도 그러한 사람들의 공개적인 발언 중에서 가장 대표적인 것의 하나는 예컨대 작가 이청준의 발언일 것이다. 그는 연전에 어느 일간신문에 기고한 글 <어떤 나라를 물려줄 것인가>에서, 지난 수십년간 고심참담 끝에 이룩한 한국의 '국부(國富)'가 현 정권의 소위 개혁정책의 실패로 인하여 "더이상 나눌 것이 없는 상태로 이어지는" 불행이 있어서는 안 된다고 역설하고 있다. (<조선일보> 2005년 11월 2일자) 그의 말을 좀더 들어보자.

명심해야 할 것은 지금 우리 경제력이 어제 오늘 이 세대가 이룬 게 아니라는 사실이다. 그것은 일찍부터 값싼 섬유제품과 신발류 등속으로 출혈 수출을 시작한 소기업부터 북태평양 얼음바다로 원양어선 타고 나간 우리 어업인들과, 사막의 모랫바람을 몇해씩 견디고 돌아온 중동 건설근로자들과, 심지어 용병 소리까지 감수해야 했던 월남 참전용사들의 피와 땀이 기틀을 마련해준 덕이다. 오늘 지구촌 곳곳의 시장을 누비게 된 전자제품, 자동차, 조선해운업의 발전도 이역만리 독일에서 파견 광원들과 간호사와 이 나라 대통령이 함께 애국가를 부르며 눈물 속에 다짐했다는 서러운 결의와 종잣돈이 주춧돌을 놓은 결과라 할 수 있다.

그런데 여기서 흥미로운 것은, 위에서 열거된 지난 세대의; 일들 가운데, 그 경제력의 신장 과정에서 자행된 인권유린도, 농민 공동체의 해체도, 도시 변두리의 판자촌과 창녀촌도, 전태일의 죽음도, 그리고 돌이킬 수 없는 자연 훼손도 전혀 언급되고 있지 않다는 점이다. 이러한 균형감각의 결핍을 우리는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 것인가

- 녹색평론, 11-12월 발간사

댓글(4)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BRINY 2007-11-20 21: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의 부모님의 경우를 보면, 그냥 습관처럼 보시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수십년간 습관처럼.

승주나무 2007-11-21 11:38   좋아요 0 | URL
수십년간의 습관은 버리기 어렵지요. 수십년간 옆에서 똑같이 떠들어댄 사람들이 더 문제입니다. 독자를 바보로 만들고 자기 뜻대로 조종하려 들기 때문이죠

Mephistopheles 2007-11-21 01: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이하여 J일보 전대사장이 자칭 자신을 "밤의 대통령"이라고 떠벌이고 다녔겠어요...
하루빨리 걷어내야 할 문제들인데 세대가 바뀌면 구독자가 줄어들까요?

승주나무 2007-11-21 11:40   좋아요 0 | URL
절차민주주의의 맹점을 잘도 이용하는 사람들 같습니다. 선출되지 않은 권력이 우리나라에서 가장 실효성 있는 권력이라면, '권력'이라는 말은 도대체 '이익'을 위한 무력 외에 어떤 뜻이 있겠습니까. 권력과 권력의 짬짜미가 아니라, 권력과 권력의 상호견제가 되었으면 좋겠어요.. 이크.. 또 진지 모드^^;
 

<88만원 세대>만 가지고 리뷰를 두 번 썼다. 물론 똑같은 콘셉트로 쓴 건 아니다.

http://blog.aladin.co.kr/booknamu/1699198 (처음 꺼)

http://blog.aladin.co.kr/booknamu/1701376 (두번째 꺼)

나는 신문을 자주 보는 편이다. 모두 보지는 못하고 경향하고 <시사IN>은 빼놓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그러다 보니 정작 책 읽는 시간을 많이 할애해야 하는 경우가 생긴다.
한때는 신문에 하루하루 집착하는 게 무슨 유익함이 있을까 생각도 해봤지만,
나름 세상과 나를 이어주는 끈을 버리고 싶지 않은 욕심도 있다.
웹스크랩까지 한지 3년이 넘었다.

어느 날 리뷰를 쓰다가 문득 생각했다.
'리뷰'라는 것은 세상에 대한 기록이 아닐까.
책은 물론, 영화나 정치, 세상의 모든 일이 리뷰의 대상이 된다면
어찌 '시사'가 리뷰에서 빠질 수 있을까?
세상의 일과 책은 함께 돌아가기 마련이다.
책에도 시의성이란 게 있다면 신문과 친척인 셈이다.
이것이 책과 시사를 함께 엮게 된 첫 번째 이유이다.

더 중요한 이유가 있다.
훗날 내가 리뷰를 다시 보게 될 때 당시의 상황이나 분위기를 확인하고 싶어서다.
그래서 88만원 세대에는 '삼성비자금'의 내용을 넣었다.
물론 책의 내용에 시사를 억지로 끼워 맞추지는 않는다.
관련성이 있는 글만 <시사, 리뷰>로 선택될 거니까.
이게 두 번째 이유다.
그리고 88만원 세대에 대해서 두 번이나 리뷰를 남긴 이유이기도 하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2007-11-16 11:3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7-11-18 02:38   URL
비밀 댓글입니다.
 


 








최근 폭발적인 이슈가 되고 있는 삼성비자금 문제
'미디어오늘'의 어제자 기사를 보고 나니 좋은 공부가 되었다.
특히 지배구조를 설명한 전개도는 자꾸자꾸 보면서 익혀야 하고,
지배구조 문제와, 이에 필요한 조건들에 따라서
대선후보의 정책 등 세상의 흐름이 보인다.
그래서 간단히 메모를 남긴다.
1. 삼성에 대해서 알고 싶거나 알고 싶지 않거나와 관계없이 사회적 문제에 관심이 많거나 젊거나 책임감이 있는 사람들은 이 정도는 숙지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 기본적인 지도에서부터 사회구조의 거대한 한 축이 해결되어야 한다.
2. 삼성을 '거대한 악'으로 보는 접근은 옳지 않다. 영화 '괴물'에서 괴물이 우리가 만들어낸 존재이듯이, 삼성 역시 어떤 의미로든 대한민국의 구성원이 스스로 만들어낸 괴물이다. 때문에 삼성이 만들어내는 사회적 해악의 잠재적 지분은 우리 모두 소유하고 있다는 점을 문제의 출발점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 그렇지 않는다면 구름과 햇님의 우화와 같이 나그네(삼성)의 외투는 절대로 벗겨지지 않을 것이다. 차라리 삼성을 사회적 상처로 생각하고 안팎에서 치유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3. 현 상황에 대한 흥분된 상황에서 나는 실패의 징후, 즉 삼성이 꼬리를 자르고 도망갈 수도 있다는 데 대해서 깊은 우려심을 가지고 있다. <시사IN>자유게시판에 고재열 기자가 남긴 아래의 말에 대해서 나는 충분히 공감한다는 점을 전제한다.

독자와 국민의 힘으로 <시사IN>을 창간하게 되었는데, 그 의미를 기사로 증명한 것 같아 기분이 좋습니다.
이제 비로서 대한민국은 삼성에 대해서 할 말 하는 언론사를 가지게 되었습니다. (중략)
이 방아쇠를 <시사IN>이 당겼다는 사실이 자랑스럽습니다.
독자 여러분도 함께 기뻐해 주셨으면 합니다.


회자정리. 세상의 이치는 끝도 없고 시작도 없지만, 오묘한 이치를 들이대지 않더라도 나는 사람들이 빈번히 착각하곤 하는 '끝'과 '시작'에 대해서 우려를 감출 수 없다. 대나무의 마디 중에 하나에 걸쳐 있고, 나머지 수많은 마디가 남겨져 있다. 물론 한 마디를 넘기고 나서 표시를 할 수는 있겠으나 지금 상황은 매우 '좋지 않다'. 검찰은 시간을 벌어주고 있고, 청와대와 최고 권력층은 엄청난 로비를 해대고 있고, 삼성은 지난번에도 그랬던 것처럼 모처에 세트를 설치해 놓고 수없이 시뮬레이션을 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삼성이 언제 수세적이었던 적이 있었나. 삼성은 예측 가능한 플레이는 눈감고도 분쇄할 수 있을 만한 역량이 있다. <시사IN>이 창간하고 이와 같이 삼성 비자금 문제를 세상에 알릴 수 있었던 것은 삼성이 예측하지 못했던 플레이, 즉 창의적인 플레이를 했기 때문이다. 물론 기자와 독자들의 오랜 고생과 인내도 있었겠지만 그것이 모두 포함된다. 과도한 추측일지는 모르겠으나 삼성의 그 촘촘하다는 조직 문화에서 '김용철'이라는 사람이 나올 수 있었던 것은 <시사IN>을 일으킨 사람들이 그간 보여줬던 일련의 노력이 일조한 것은 아니었을까. 김용철 변호사가 경향이나 한겨레보다 먼저 <시사IN>과 인터뷰를 했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생각한다.
삼성은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어느 선까지 포기했을까, 삼성이 가지고 있는 카드는 무엇일까. 우리는 어느 정도까지 목표로 삼을 수 있을까. 삼성이 가혹한 꼬리자르기를 하려 한다면 대처 방안은 무엇인가. 어느 부분까지 전쟁을 해야 하고 어느 부분까지 타협을 해야 하는가. 아마도 삼성은 8,000억원 기부 따위보다는 좀더 창의적인 카드를 내놓을 것이다.
지금까지 나타난 모든 상황에도 불구하고, 이 게임은 삼성에게 매우 유리한 상황이다. 우리는 단지 1골을 넣었을 뿐이다. 우리는 안개와 싸워서는 안 된다. 삼성에 대해서 좀더 세심하게 알게 해준 미디어오늘 이정환 기자에게 감사의 말을 전하며 기사 전문을 인용한다.


이래도 삼성에게 은행을 안겨줄 참인가
[뉴스분석]삼성 비자금 사건과 금산분리 폐지 논의의 상관관계







2007년 11월 02일 (금) 16:06:47 이정환 기자 ( black@mediatoday.co.kr)
삼성그룹 비자금의 실체가 드러나고 있다. 법무팀장 출신인 김용철 변호사의 폭로에 따라 삼성이 김 변호사의 차명계좌를 이용, 50억 원의 비자금을 관리해왔다는 의혹이 제기됐고 검찰 주요 간부 40여 명에게 명절 '떡값'의 명목으로 연간 10억 원 이상을 돌렸다는 주장도 나왔다. 김 변호사는 이런 차명계좌가 1천 개에 이른다고 주장하고 있다. 비자금의 규모가 최소 수천억원 규모일 거라는 이야기다.

만약 삼성이 김 변호사의 동의를 얻지 않고 차명계좌를 만들었다면 명백한 금융실명제법 위반이다. 우리은행 서울 태평로 삼성센터지점과 굿모닝신한증권 도곡지점이 관여돼 있다. 분명한 것은 이런 천문학적인 규모의 비자금을 조성하고 관리하는 일이 이들 금융기관의 적극적인 도움 또는 방조가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것이라는 사실이다.

삼성은 차명계좌의 존재 사실을 부인하지는 않았다. 일련의 의혹에 대한 삼성의 공식 입장은 "김 변호사의 차명계좌에 들어있었던 50억 원은 삼성과는 무관한 것"이며 "재무담당 임원의 지인으로부터 자산 운용에 관한 부탁을 받고 김 변호사의 명의를 빌린 것 뿐"이라는 것이다.

우리은행은 왜 불법행위에 동조했을까

그러나 삼성의 주장은 석연찮은 부분이 많다. 첫째, 재무담당 임원의 지인이 왜 하필 김 변호사의 명의를 빌렸을까. 퇴직하고 3년이나 되는 사람의 명의를 말이다. 둘째, 아무리 삼성의 고위 임원이고 큰손이라고 해도 은행에서 특정 개인을 위해 이런 어마어마한 불법을 저지를 수 있었을까. 셋째, 삼성은 차명계좌에 대해 어떻게 알고 있는 것일까. 개인들끼리의 사적 거래일뿐이라면 왜 삼성이 나서서 변명을 늘어놓고 있는 것일까.

이번 사건은 금융기관의 공공성과 독립성에 대해 다시 고민하게 한다. 아울러 대선 이슈로 떠오른 금산분리 원칙에 대해서도 많은 시사점을 준다. 지금도 이 정돈데 금산분리가 완화 또는 폐지되고 특정 기업이 금융기관을 소유할 수 있게 되면 이 금융기관이 기업의 사적 이해에 휘둘리지 않는다고 장담할 수 있을까. 금융기관의 자산이 특정 기업의 지분을 확보하고 영향력을 확대하는데 남용되지 않는다고 장담할 수 있을까.

금산분리란 산업자본의 금융기관 소유를 제한하는 원칙을 말한다. 좀 더 구체적으로는 비금융주력자가 금융기관의 의결권 있는 주식을 4% 초과해서 보유할 수 없도록 제한한 제도다. 대기업 등 산업자본이 자기자본이 아닌 고객예금으로 금융산업을 지배하는 것을 막기 위해 1982년 도입됐다.













   
  ▲ 삼성그룹 지배구조 개요. 지분율은 2006년 9월30일 기준. 시가 총액은 2007년 1월 10일 기준. 신용등급은 가장 낮은 신용등급을 적용. 시가총액에서 우선주는 제외하였음. / 교보증권.  
 

삼성은 그동안 줄기차게 금산분리 완화를 주장해왔다. 삼성경제연구소가 논리를 만들었고 경제지들과 전국경제인연합회 등 경제단체들이 이 논리를 확대 재생산해왔다. 삼성금융연구소가 만든 금융지주회사 로드맵이 공개돼 물의를 일으키기도 했다. 이 로드맵은 삼성이 언론과 정치인은 물론이고 학계와 연구기관, 정부 관료들을 어떻게 포섭하고 활용해 왔는지 보여준다.

삼성이 은행 소유에 목을 매는 이유

이처럼 삼성이 금융기관 소유에 목을 매는 것은 무엇보다도 삼성의 지배구조와 관련이 있다. 올해 3월 개정 금융산업법이 시행되면서 삼성은 삼성카드가 보유하고 있는 삼성에버랜드 지분 25.6% 가운데 20.6%를 5년 안에 매각해야 한다. 또한 삼성생명이 보유하고 있는 삼성전자의 지분 7.3% 가운데 2.3%에 대해 2년 뒤부터는 의결권이 제한된다. 삼성의 지배구조에 심각한 변화가 불가피하다는 이야기다.













   
  삼성그룹 순환 출자 구조. 삼성전자의 최대 주주는 삼성생명과 삼성물산이고, 삼성물산의 최대 주주는 삼성SDI와 삼성생명이고, 삼성SDI의 최대 주주는 삼성전자다. 그래서 삼성생명을 지배하면 삼성그룹 전체를 지배할 수 있다. 삼성생명의 최대 주주는 에버랜드다. 그리고 에버랜드의 최대 주주는 이건희 회장의 아들인 이재용 삼성전자 전무다.
 
 

금산법은 금융회사가 취득한 동일기업집단 내 비금융계열사의 주식 가운데 5% 초과분에 대해 1997년 3월 이전 취득분은 2년 유예 후 의결권을 제한하고 그 이후 취득분은 즉각적인 의결권 제한과 함께 5년 내에 자발적으로 해소해야 한다. 이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금감위원장이 처분명령을 내릴 수 있다. 삼성이 선택할 수 있는 대안은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지만 모두 쉽지 않다.  

먼저 삼성생명의 삼성전자 지분을 어떻게 정리하느냐가 관건이다.

첫째는 삼성생명의 삼성전자 지분을 삼성전자나 다른 계열사들이 사들이도록 하는 것이다. 물론 비용이 만만치 않게 든다는 문제가 있다. 총수일가가 사재를 들여 사들이기에도 엄청난 규모다.

둘째, 삼성에버랜드가 삼성생명 지분을 내다팔고 그 돈으로 삼성생명의 삼성전자 지분을 사들이는 방법도 있다. 이 경우 문제는 삼성생명 상장이 전제돼야 한다는 것이다.

금산분리와 이건희 회장의 딜레마

삼성생명이 상장되면 삼성생명의 최대주주인 에버랜드는 금융지주회사법에 따라 금융지주회사로 분류된다. 이 경우 삼성생명은 비금융계열사인 삼성전자의 지분을 매각해야 한다. 에버랜드-삼성생명-삼성전자로 이어지는 순환출자 구조가 깨진다는 이야기다.

삼성카드의 삼성에버랜드 지분을 사오는 것도 쉽지 않다.

첫째, 에버랜드 대주주들이 에버랜드 주식을 사들일 수 있으면 좋겠지만 역시 문제는 비용이다. 비상장 주식이라 정확한 가치를 산정하기 어렵지만 6천억 원 이상으로 추정된다.

둘째, 삼성에버랜드가 자사주 형태로 매입하는 방법도 있다. 이 경우 자사주는 의결권을 행사할 수 없기 때문에 그만큼 의결권이 줄어들게 된다.

셋째, 삼성전자가 사들이는 방법도 있지만 이 경우 순환출자 규제에 걸려들게 된다. 삼성이 출자총액제한제도의 폐지를 요구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삼성은 현재 이들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다양한 검토를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결국 재원 마련인데 삼성카드의 지분 일부를 매각하는 방안이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다. 삼성카드는 올해 7월 상장해 6개월의 보호예수기간에 묶여 있다.

삼성카드 팔고 삼성전자 산다?

삼성 계열사들이 나눠서 보유하고 있는 삼성카드 지분은 모두 85.2%이다. 이 가운데 35.2%만 팔아도 과반수의 지배권을 확보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대략 3조5천억 원 규모로 추정된다. 이 정도면 삼성전자 지분을 사들이기에 충분한 금액이다.

금융지주회사를 만드는 방법도 가능하다. 삼성생명의 삼성전자 지분을 삼성전자 자사주로 매각하고 그 자금으로 CJ의 삼성생명 지분을 사들일 수 있다. 이밖에 삼성화재와 삼성증권 지분도 20%까지 사들여서 삼성생명을 이 금융지주회사로 전환한다는 계획이다. 이 경우 총수 일가는 이 금융지주회사의 지분을 37.6% 가량 확보하게 된다.

이밖에도 삼성전자가 직접 지주회사가 되는 방안, 삼성물산을 삼성전자나 에버랜드의 자회사로 편입하는 방안 등이 거론되고 있다.

핵심은 삼성생명과 삼성카드 등 금융계열사와 비금융계열사가 분리돼야 하고 그 과정에서 지배구조의 변화가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만약 금산분리가 완화 또는 폐지되고 삼성이 은행을 소유할 수 있게 된다면 그림이 달라질 수 있다. 삼성생명은 삼성전자 주식을 팔지 않아도 될 것이고 삼성카드는 에버랜드 주식을 계속 들고 갈 수 있게 될 것이다.

금산분리 완화가 최고의 해법?

만약 삼성생명과 삼성카드를 상장하고 계열사들이 보유한 지분을 팔아 그 돈으로 이를테면 우리금융지주 등을 인수하는 것도 가능하게 된다. 삼성 계열사들이 우리은행을 공동 소유하게 된다는 이야기다. 금산분리 완화의 가장 직접적이고 현실적인 사례는 우리은행을 삼성에게 넘겨주는 것이다.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는 금산분리 완화를 대선 공약으로 내걸기도 했다. 윤증현 전 금감위원장도 금산분리 완화를 강력하게 주장한 바 있다.













   
  ▲ 삼성증권 사장 출신인 황영기 전 우리금융지주회장과 이명박 한나라당 대선 후보. 황 전 회장은 최근 이 후보 캠프에 합류했고 이 후보는 금산분리 완화를 대선 공약으로 내걸었다. / 연합뉴스.  
 

삼성 금융계열사 자산 규모는 은행계인 국민, 신한, 우리, 농협에 이어 국내 5위다. 전체 금융사 자산에서 삼성 금융계열의 비중은 외환위기가 발발한 1997년 말 4.4%에서 지난해 말 8.2%로 두 배로 늘었다. 금산분리 정책이 폐지되고 삼성이 우리금융을 인수하면 단번에 금융그룹 1위 규모로 올라가게 된다. 삼성증권 사장이었고 우리금융지주 회장을 했던 황영기씨가 이명박 캠프로 옮겨간 사실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우리나라에서 금산분리 원칙은 이미 상당부분 완화돼 있다. 엄밀히 말하면 은산분리, 산업자본의 은행 소유를 금지하는 원칙만 남아있을 뿐 비은행 금융기관의 경우 산업자본의 소유가 허용돼 있다. 이를테면 삼성생명이나 삼성카드를 삼성 계열사들이 분산소유하고 있다.

삼성의 은행 소유, 이래도 허용할 것인가

삼성은 한발 더 나가 아예 은행을 소유할 수 있게 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만약 삼성이 직접 은행을 소유하게 되면 비자금의 관리가 훨씬 쉬워질 것이다. 굳이 김 변호사 등의 차명계좌를 빌리지 않고도 비자금을 관리할 수 있게 될 것이고 필요할 때마다 대출받아 쓰기도 훨씬 쉬워질 것이다. 금산분리가 완화되면 지금의 지배구조에 손을 대지 않거나 오히려 더 강력한 지배구조를 만들 수도 있다. 금산분리를 완화 또는 폐지하자는 주장은 철저히 대기업 총수 일가의 이해와 맞물리는 주장이다.

삼성의 천문학적 비자금이 드러나고 은행이 그 들러리를 섰다는 사실이 확인된 뒤에도 금산분리 완화를 주장할 것인가. 금산분리 완화는 시대착오적 발상이다. 언제까지 삼성에게 은행을 안겨줘야 한다고 주장할 것인가.
최초입력 : 2007-11-02 16:06:47   최종수정 : 0000-00-00 00:00:00

댓글(1)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2007-11-09 12:18   URL
비밀 댓글입니다.
 

리더스가이드(http://readersguide.co.kr)란 데서

이런 걸 하네요..

관심 있는 분들은 거들떠봐도 재밌을 듯..

=> (클릭) 베스트셀러를 찾아주세요

너무 광고성 글인가.. 쩝~


댓글(2)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stella.K 2007-11-01 19: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난 했다. 그것도 1등으로! 거기서 책 준다는데 무슨 책 주나? 궁금 궁금...ㅋㅋ

승주나무 2007-11-02 14: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로마인 이야기' 전질을 내건다는 소문이..쉿!