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 먹으러 갈 때,
내가 들으려 하지 않아도 옆 테이블에서 이야기가 들린다.
근데 하는 이야기들이 다 똑같다.
물론 대선 이야기이고,
'노무현을 잘라내야 한다'
'정권을 교체해야 한다'
'잃어버린 10년' 운운..
어째 신문의 내용을 그냥 읊을 수가 있는 건지,
원래 책을 읽든 신문을 읽든 독자의 입장이 있는 거고,
자연스럽게 재해석하면서 단어 몇 개 정도는 바뀌게 돼 있는데,
단어 하나 바뀌지 않고 그대로 말하는 것을 보면
신문이 오히려 사람의 머리를 둔감하게 만드는 것이 아닌가 생각이 들 때가 있다.
노무현 정부를 '실정'으로 판단하는 사람 중 하나지만,
10년 동안 무엇을 잃어버렸는지 이해를 하지 않으면,
분명히 이번 5년 역시 '잃어버리'지 않을 도리가 없다.
옆 테이블의 사람 말대로라면 5년 후는 반드시 잃어버린 15년이 되겠지.
김종철 씨의 녹색평론 머리말을 보니 옆 테이블이 그러는 이유를 대충 알 것 같다.
부분을 인용한다.
내가 주목하고 싶은 것은 이 나라에서 가장 높은 정신적 생활을 하고 있는 것으로 생각되는 지식인들, 그 중에서도 특히 예술가나 문인들의 경우에도 많은 경우 여기에서 예외가 아니라는 사실이다. 아마도 그러한 사람들의 공개적인 발언 중에서 가장 대표적인 것의 하나는 예컨대 작가 이청준의 발언일 것이다. 그는 연전에 어느 일간신문에 기고한 글 <어떤 나라를 물려줄 것인가>에서, 지난 수십년간 고심참담 끝에 이룩한 한국의 '국부(國富)'가 현 정권의 소위 개혁정책의 실패로 인하여 "더이상 나눌 것이 없는 상태로 이어지는" 불행이 있어서는 안 된다고 역설하고 있다. (<조선일보> 2005년 11월 2일자) 그의 말을 좀더 들어보자.
명심해야 할 것은 지금 우리 경제력이 어제 오늘 이 세대가 이룬 게 아니라는 사실이다. 그것은 일찍부터 값싼 섬유제품과 신발류 등속으로 출혈 수출을 시작한 소기업부터 북태평양 얼음바다로 원양어선 타고 나간 우리 어업인들과, 사막의 모랫바람을 몇해씩 견디고 돌아온 중동 건설근로자들과, 심지어 용병 소리까지 감수해야 했던 월남 참전용사들의 피와 땀이 기틀을 마련해준 덕이다. 오늘 지구촌 곳곳의 시장을 누비게 된 전자제품, 자동차, 조선해운업의 발전도 이역만리 독일에서 파견 광원들과 간호사와 이 나라 대통령이 함께 애국가를 부르며 눈물 속에 다짐했다는 서러운 결의와 종잣돈이 주춧돌을 놓은 결과라 할 수 있다.
그런데 여기서 흥미로운 것은, 위에서 열거된 지난 세대의; 일들 가운데, 그 경제력의 신장 과정에서 자행된 인권유린도, 농민 공동체의 해체도, 도시 변두리의 판자촌과 창녀촌도, 전태일의 죽음도, 그리고 돌이킬 수 없는 자연 훼손도 전혀 언급되고 있지 않다는 점이다. 이러한 균형감각의 결핍을 우리는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 것인가
- 녹색평론, 11-12월 발간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