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만길 교수에게 이런 말을 들었습니다. 일제 강점기에서 해방될 때 목숨 걸고 싸웠던 반일투사는 5000여명 정도였다는 것입니다. 지금도 마찬가지이지요. 정의를 위해 몸 바치는 5000여명의 의인들이 있으면 된다고 생각해요. 의인 10명만 있어도 하느님의 엄한 심판을 면할 수 있다는 창세기 18장 32절의 말씀을 새삼 마음에 되새깁니다.
- 함세웅 신부 인터뷰 중

 

책임있는 국가기관과 책임있는 기업, 그리고 나
우리가 이런 배를 함께 타고 있었다는 것을 생각하는 것은 몹시 새삼스러운 일이지만,
요즘처럼 깊은 좌절감을 느낄 때가 없다.
나를 더욱 좌절하게 만드는 것은 그들의 '입'을 볼 때이다.
국가기관이나 언론이나 기업에서 나오는 말, 그 속에 꽈리를 틀은 '악마의 입'을 본다는 것은 고욕이다.
악마의 입 중에서도 '살아남으려고 몸부림치는 악마의 입'이 가장 악질이다.
그런 악마의 주둥아리에 주먹이라도 하나 날리지 못하는 나는 뭔가.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해봐야, 삼성 이건희 일가의 비리의 편린이 담긴 기사를 스크랩하는 일뿐.

한나라당 사람들은 '잃어버린 10년'을 이야기하지만,
우리나라가 거듭날 수 있는 성장동력 세 가지
'언론, 교육, 법률'이 정비되고 궤도 안으로 안착하고 나서도
정상화되기 위해서는 10년도 더 필요하다.
이번 삼성의 전선이 어떻게 되느냐에 따라
앞으로 잃어버린 10년이 될 수도 있고, 그 이상이 될 수도 있다.
삼성이 낱낱히 밝혀지고,
예측 가능한 모든 낙관적인 결과가 찾아와도 10년이라는 거다.
나는 무엇인가? 시민인가?
나는 시민이 아니다.
우리나라에는 시민이 애초부터 존재하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나의 좌절을 극점까지 떨어뜨리고 처절한 바닥에서
나의 할 일을 생각해봐야겠다.

아! 나는 왜 이런 일들을 모른 채 지나칠 수 없는가. 한탄스럽다.
 


 






"삼성-언론-국기기관, '먹이사슬' 끊어야
검찰, 정의에 기초하지 않으면 범죄집단"
[인터뷰] 천주교 정의구현전국사제단 함세웅 신부

장윤선 (sunnijang)


 

 





  
함세웅 신부(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이사장)이 20일 오후 <오마이뉴스> 기자와 인터뷰하고 있다.
ⓒ 안홍기
함세웅

 

"김용철 변호사가 사제단과 만나고 있다는 소식을 접한 삼성이 전 언론에 행한 로비와 모함을 언론은 잘 알고 있었습니다. 삼성의 그 치졸한 방법을 왜 언론은 고발하지 않습니까?"

 

87년 6월 민주항쟁의 주역 함세웅 신부. 20년 전과 달리 그는 '원로 신부님'이 됐다. 20년 전 독재타도 때와 달리 삼성의 불법행위를 적극 고발하지 않는 언론을 볼 때마다 답답증을 토로하던 함 신부가 20일 저녁 언론에 처음 입을 열었다.

 

그는 "정말 슬픈 것은 삼성과 언론, 검찰, 국세청, 금감원, 재경부, 청와대, 국회의원…, 모든 관계자들이 심각하게 먹이사슬이 얽혀 있다는 것"이라며 "이걸 끊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함 신부는 "언론의 역할이 제일 크다고 생각한다"며 "언론인들의 비리를 같이 부끄러워하는 성찰운동이 언론계 내부에서 일어나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조선일보>를 보면 악마의 존재와 그 실체를 감지하게 된다"며 "거짓과 왜곡이 죄악의 뿌리"라고 말했다.

 

언론의 성찰을 촉구한 함 신부는 삼성의 불법행위에 대해서도 "삼성이 사기업으로 공공기관을 능멸하고 마비시키는 것은 대죄"라며 "사익집단이 공동선을 목적으로 하는 국가공동체보다 앞서고자 한다면 그것은 큰 오산"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국가기관을 돈으로 좌우하려는 것은 기업의 타락"이라며 "그것은 기업이 자멸로 가는 길"이라고 안타까워했다.

 

김용철 변호사의 양심고백 직후 검찰이 즉각 수사에 나서지 않은 점에 대해 함 신부는 "정의에 기초하고 있지 않다면 국가도 강도집단에 불과하다는 아우구스티누스의 말을 검찰이 깊이 되새겨야 한다"며 "검찰이 정의에 기초하지 않고 있다면 그것은 범죄집단"이라고 비판했다.

 

함 신부는 "일정 기간 자수기간을 둬서 삼성의 불법행위에 가담한 검찰, 언론, 국세청, 금감원 등 모든 분야에 있는 분들이 자백하는 운동을 펼쳤으면 좋겠다"며 '자수운동'을 제안했다.

 

"청와대 386들도 삼성 불법행위 관련... 깊이 반성해야"

 

또한 그는 "청와대 386들도 삼성의 불법행위에 관련돼 있다는 얘기를 들었다"며 "삼성의 영향 하에서 돈을 받거나 불의한 일을 했다면 검찰과 언론 못지않게 청와대 386 당사자도 깊이 반성하고 회개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특히 함 신부는 "전두환 독재시절 안기부와 기무사는 한 개인의 정권을 연장하기 위해 존재했다"며 "이건희 부자의 무절제한 소유욕을 위한 삼성그룹 전략기획실도 마찬가지"라고 밝혔다. 이어서 "독재정권의 정보기관과 삼성의 전략기획실은 사익의 노예일 뿐"이라며 "삼성의 전략기획실은 해체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함 신부는 "삼성은 이 은총의 기회를 놓치지 말아야 한다"며 "이건희 회장이 자신의 20년을 고백하면 쉽게 문제가 풀린다고 생각하며 평등한 한 시민으로서 법을 어겼으면 고백해야지 자꾸 딴말을 하는 것은 어리석은 짓"이라고 비판했다.

 

다음은 함세웅 신부와 나눈 일문일답을 정리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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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홍기
함세웅

- 지난달 29일 '삼성의 불법행동'에 대한 사제단의 1차 양심고백이 있은 뒤 3주가 지났습니다. 21일 오후 4차 기자회견이 예정돼 있는데요. 어떻게 이 사건과 함께 하시게 됐나요.
"87년 6월 민주항쟁 20주년을 맞이하는 올해, 저는 민주화운동의 기억과 그 창조적 가치를 화두 곧 묵상주제로 삼고 있습니다. 지난 1월 14일 박종철군 20주기 추도식에서 그의 아버님은'‘나는 이제 한 아버지로서의 울음을 멈추겠습니다. 박종철은 내개인의 아들이 아닌 시대의 아들입니다. 박종철이 염원했던 세상을 후배들이 이뤘으면 하는 꿈을 지닙니다'라고 말했습니다.

 

20년 전 평범한 공직자였던 박군의 아버지는 당시 몹시 괴로워했고, 두려워했습니다. 그는 박군의 죽음이 사건화 되는 걸 원치 않았어요. 그러나 우리는 그분을 설득했고, 결국 이 일은 우리 모두의 보편적 사건이 되었습니다. 그 당시 독재정권의 화신이었던 경찰, 안기부, 검찰이 이 사건을 어떻게 조작하고 은폐했는지 그 내용을 이미 다 아실 겁니다.

 

저는 올해 이런 생각을 했어요. 한 청년학생의 순수한 죽음이 결국 우리 사회를 아름답게 바꿨구나, 그래서 박종철군의 죽음에서 순교의 의미를 확인하곤 합니다. 이한열군의 죽음도 마찬가지죠. 87년 6월항쟁 당시 독재타도를 외쳤던 그 거리에서, 20년이 지난 오늘날에는 젊은 청춘남녀들이 자유롭게 대화하는 걸 보고 저는 큰 감회를 느꼈습니다.

 

다만, 오늘의 젊은이들이 그들이 누리고 있는 자유와 기쁨이 누구의 덕분인지를 알았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선배세대들의 민주화?인권을 위한 피눈물 나는 희생의 결실임을 꼭 알고 기억했으면 합니다. 그런 면에서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의 주제인 '역사에 대한 기억', '고통에 대한 기억' 곧 기억투쟁이 더 큰 미래를 창조할 수 있다는 걸 함께 되새겼으면 합니다.

 

그러던 참에 김용철 변호사가 몇 분의 동료들과 함께 저를 찾아왔습니다. 삼성에서의 자신의 삶을 고백하더군요. 그분이 양심선언을 하겠다는 뜻을 전해 듣고 저는 그분께 서면으로 모든 내용을 정리하라고 당부했습니다. 사제단에게 보내는 호소문과 함께 양심고백의 글을 정리하는 게 좋겠다고 말했습니다.

 

이대로 가면 김 변호사는 변호사 자격을 상실할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김 변호사에게 앞으로 법조세계, 재벌세계, 언론과 검찰을 정화하는 시민운동가로 거듭나자고 약속했습니다."

 

- 김 변호사와 만난 뒤 어떤 대화가 오갔나요?
"그때 우리는 1시간 이상 대화를 나눴고, 몇 가지 핵심질문을 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그분이 먼저 스스로의 잘못을 고백했고, 잘못에 대한 대가를 치르겠다고 결심했습니다. 감옥에 갈 각오가 돼 있냐고 물었더니 너무나 명쾌하게 그렇다고 말했습니다. 김 변호사와 만난 뒤 저는 동료, 선후배 사제들과 면담했고, 최종적으로 현재의 정의구현전국사제단 실무 책임을 맡고 있는 신부님들, 교구 상임위원들과 상의하게 됐지요. 그 과정에서 20년 전 박종철군의 죽음의 진실을 알렸던 사제들이 또 다시 시대의 십자가를 져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 지금까지 오시는데 어떤 어려움이 있었나요?
"검찰은 부끄럽게도 삼성과 공범자가 돼서 먹이사슬로 연계돼 있습니다. 모든 걸 돈으로 해결하려는 자본독재의 영향권 아래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것이죠. 더 어려웠던 점은 우리를 아끼고 사랑하는 많은 분들이 '뜻은 좋은데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정치권은 물론 언론, 국세청, 재경부, 검찰, 금감원 그리고 부분적으로 청와대까지 삼성의 영향이 미치지 않는 곳이 없다'고 걱정해주셨습니다.

 

그때 저는 어떻게 하면 좋을까 고민이 되어 하느님께 9일기도를 올렸습니다. 저는 김용철 변호사가 우리 시대의 하나의 징표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걸 제대로 포착하지 못하면 개인이나 민족에게 더 큰 미래가 보장되지 않는다는 성서적 가르침을 되새기며 깨달았습니다. 김 변호사의 양심고백과 호소는 시대의 명령이었고 그것을 전달하는 것은 신앙인에게 주어진 책무라고 생각했었습니다."

 

"돈으로 안되는 게 있다는 걸 깨달을 때 삼성 성장 할 것"

 

- 막강한 삼성이 많은 로비를 해왔을 텐데요.
"아무리 삼성이라는 기업이 돈으로 모든 걸 움직인다고 하더라도 진실을 왜곡할 수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링컨의 유명한 격문을 기억합니다. 일부 사람을 얼마간 속일 수는 있지만 모든 사람을 영원히 속일 수 없다는 가르침 말입니다. 모든 사람들을 돈의 노예로 만들려는 삼성의 경영정책을 근원적으로 바꾸는 노력이 필요하겠다는 깨달음 속에서 신부님들이 이 일을 결단하게 된 것입니다."
 
- 직접 삼성그룹의 고위간부들이 찾아오기도 했다고 들었습니다.
"저를 찾아온 삼성인들에게 이런 말을 했습니다. 선생님들을 보낸 분을 직접 모셔오시오. 선생님들과 무슨 얘기를 할 수 있겠습니까? 그렇게 상부에 전하라고 말했습니다. 특히 돈으로 모든 걸 다 할 수 있다는 인식을 바꾸라고 말했습니다. 돈으로도 안 되는 게 있다는 걸 깨달을 때 삼성이 성장할 수 있다고 말했고, 그걸 책임자에게 전하라고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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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홍기
함세웅

- 어떤 목표로 움직이시나요?
"우리의 목적은 고발이나 공개가 아닙니다. 삼성이 회개하고 새롭게 태어나기를 바랄 뿐입니다. 삼성은 국내는 물론 국제사회에서도 신뢰받는 기업으로 태어나야합니다. 그런데 삼성은 부패로 물들고, 그 부패를 모든 힘 있는 사람들에게 오염시키려는 것은 심각한 문제이지요. 김 변호사가 사제단을 찾아왔다는 사실을 안 삼성이 언론에 자료를 배포해 김 변호사를 모함했던 것을 반성해야 합니다. 또 언론은 그걸 알면서도 제대로 보도하지 않아 책무를 게을리 했습니다. 삼성과 유착된 언론의 고백이 있어야 하는데 아직까지 그런 고백을 듣지 못했습니다."

 

- 삼성 불법행위 보도와 관련, 언론보도에 어떤 문제가 있다고 보시나요?
"사제단이 4번째 기자회견을 준비하는 동안 언론은 뭘 하셨나요? 사제단이 발표하는 걸 따라 쓰는 것 말고 어떤 심층취재가 있었는지 자문하시기를 바랍니다. '검찰의 뇌물명단'이 있냐, 없냐 하는 비본질적 이슈에만 관심을 표명했지요. 김용철 변호사가 사제단과 만나고 있다는 소식을 접한 삼성이 전 언론에 행한 로비와 모함 등을 언론은 이미 잘 알고 있었습니다. 삼성의 그 치졸한 방법을 왜 언론은 고발하지 않습니까?”

 

- 언론이 잘못하는 가장 큰일은 무엇인가요?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폭행사건이나 신정아-변양균 사건을 다뤘던 언론이 삼성의 불법행위에 대해서는 얼마나 뛰고 있습니까. 삼성과 언론, 검찰, 국세청, 금감원, 재경부, 청와대, 국회의원…, 정말 슬픈 일은 이 모든 관계자들이 심각하게 먹이사슬이 얽혀 있다는 것입니다. 이걸 끊어야 해요. 저는 언론의 역할이 제일 크다고 생각합니다. 때문에 무엇보다도 언론인들의 비리를 같이 부끄러워하는 성찰운동이 언론계 내부에서 일어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조선일보>를 보면 악마의 존재와 그 실체를 감지하게 돼요. 거짓과 왜곡이 바로 죄악의 뿌리입니다. 특히 〈조선일보〉는 창간이래 오늘에 이르기까지 역사와 민족 앞에 저지른 많은 죄를 깊이 성찰해야 합니다."

 

- 삼성은 사제단의 활동에 대해 비판적인 것 같은데.
"삼성은 김용철 변호사의 양심고백을 은폐하기 위해 무서운 돈의 위력을 발휘했습니다. 아직도 조작을 일삼고 있습니다. 정말 어이없는 조작을 하고 있는데, 삼성이 해야 할 가장 아름다운 일은 고백입니다. 그리고 국민들로부터 용서를 받아야지요. 그리고 삼성이 사기업으로 공공기관을 능멸하고 마비시키는 것은 대죄입니다. 또 삼성은 정부기관을 능가한다는 우월감을 가지고 있습니다. 사익집단이 공동선을 목적으로 하는 국가공동체보다 앞서고자 한다면 그것은 큰 오산입니다. 그러한 기업은 엄한 역사의 심판을 받았습니다. 삼성은 이 점을 깊이 깨닫고 회개해야 합니다.

 

- 활동의 타깃이 이건희 회장 개인인가요?
"삼성그룹은 이건희 회장 개인의 것이 아닙니다. 공공법인이라는 점을 늘 생각해야 합니다. 무리하게 편법, 탈법, 불법으로 아들에게 세습하려는 것은 차단시켜야지요. 우리가 양심고백을 한 뒤 많은 정치학자들을 만났는데 사적 이익을 추구하는 기업이 공적 기관을 능멸하고, 국가를 능가하려는 생각을 했다는 착각을 교정해야 한다고 촉구했습니다. 사기업이 공공질서를 위한 국가기관을 능멸할 뿐만 아니라 국가기관을 돈으로 좌우하려는 것은 기업의 타락입니다. 그것은 기업이 자멸로 가는 것입니다.”

 

- 이 사건에 대한 검찰의 입장에 대해서는 어떤 의견이신가요?
"검찰이 법과 질서, 원칙 따라 수사한다고 하지만 이번에도 법과 원칙이 통했나요? 사제단이 삼성의 이른바 차명계좌 번호까지 제시했는데도 수사에 착수 안했습니다. 금감원과 국세청 모두 공범자입니다. 검찰의 직무유기는 공동체 앞에서 용서받을 수 없는 가장 큰 죄입니다. 국가도 만일 정의에 기초하고 있지 않다면 그것은 강도집단에 불과하다는 아우구스티노의 말을 검찰이 깊이 되새기기를 바랍니다. 검찰이 정의에 기초하지 않고 있다면 그것은 범죄집단일 뿐입니다. 때문에 저는 이 문제를 이렇게 풀고 싶습니다. 자수운동을 펼쳤으면 합니다. 일정 기간 자수기간을 둬서 삼성의 불법행위에 가담한 검찰, 언론, 국세청, 금감원 등 모든 분야에 있는 분들이 자백하는 운동을 펼치자고요. 정화기간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 박한철 검사장이 특별수사감찰본부를 맡았습니다. 수사가 잘 될까요.
"비록 늦었지만 검찰이 그나마 감찰본부를 설치한 것은 참으로 다행스러운 일입니다. 본부장 선정을 위해서 삼성의 영향 하에 있지 않았다고 생각되는 사람을 찾으려고 노력했던 점도 긍정적으로 볼 수 있지요. 문제는 언론도 우려한 바대로 신임 검찰총장과 대학 동기라는 점이지요. 친밀관계에서 자유로운 분들은 많지 않으니까요. 특별수사감찰본부가 그 우려를 불식시켰으면 좋겠어요. 참으로 정의로운 검찰을 확인하고 싶습니다. 검찰 내에서의 자정운동을 기대하며 수사검사도 삼성의 관리와 뇌물에서 자유로운 분들을 공모했으면 합니다."

 

- 특검 도입에 대해서는 어떤 입장이신가요?
"특검은 국회의원들의 의무입니다. 이미 3당의 대표 정동영-문국현-권영길 대표가 공식 합의한 대로 준수하기를 바랍니다. 특검에 대해 한나라당이 묘하게 방해하고 통합신당도 아주 적극적이지는 않다는 기자들의 말을 듣고 참 안타까웠습니다. 삼성특검에 대해 소극적인 정당과 국회의원일수록 삼성의 영향권 아래 있다는 것을 스스로 입증하는 셈이죠. 이번 회기 내 꼭 특검이 설치되기를 바랍니다."

 

"선거용? 도둑이 제발 저린 것... 모두 자수하라"

 

- 양심고백 이후 김 변호사는 어떻게 지내고 있나요?
"처음에 그는 생존에 대한 억울함 때문에 시작했습니다. 개인적인 동기였지요. 그러나 우리와 만나 죄를 고백하고 용서를 빌고, 삼성에 관계된 모든 분야의 잘못과 불의를 공개함으로써 삼성이 정화되고 검찰이 새로 태어난다면 그게 바로 속죄라고 생각한 것입니다. 이대로 가면 김 변호사는 변호사 자격을 상실할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김 변호사에게 앞으로 법조세계, 재벌세계, 언론과 검찰을 정화하는 시민운동가로 거듭나자고 약속했습니다."

 

- 삼성은 잘못을 시인하는 게 아니라 부인하고 있는데요.
"선량한 모든 국민들은 매일 세금을 냅니다. 저희도 세금을 내지 않습니까? 그런데 큰 기업이 불법으로 세금을 안 내고, 뇌물로 적당히 하려고 했다면 정말 문제이지요. 아마도 그간 불법 로비하느라 쓴 돈을 정상적으로 세금 내는 등에 썼다면 어땠을까요. 불법로비자금이나 세금이나 똑같은 규모가 될 것 같아요. 불법로비자금이 훨씬 더 들었을지도 모르지요. 정치인과 관료, 언론 등을 돈으로 매수하려는 삼성의 부도덕은 이 기회에 뿌리 뽑아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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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홍기
함세웅

- 작은 것에도 발끈하시는 노 대통령이 이번에 참 조용하십니다. 어떻게 보시나요?
"2002년 대선자금에서 일정 정도 밝혀지기는 했지만, 기자들의 전언에 의하면 청와대 386들도 삼성의 불법행위에 관련돼 있다는 것입니다. 해당이 되는 분들은 회개하고 반성했으면 좋겠습니다. 저는 386세대를 일괄적으로 평가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자기 일에 충직한 건강한 386세대가 있고 이른바 정치권에서 때 묻은 몰염치한 386이 있습니다. 언론과 국민이 이걸 식별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삼성의 영향 하에서 돈을 받거나 불의한 일을 했다면 검찰과 언론 못지않게 청와대 386 당사자도 깊이 반성하고 회개해야 합니다."

 

- 이번 활동을 시작하실 때 단기 목표가 있었는데요.
"단기 목표라기보다는 그때그때마다 기도하며 최선을 다했을 뿐이었습니다. 박정희 독재시절의 중앙정보부와, 전두환 독재시절 안기부와 기무사는 한 개인의 정권을 연장하기 위해 존재했습니다. 이건희 부자의 무절제한 소유욕을 위한 삼성그룹 전략기획실도 마찬가지입니다. 독재정권의 정보기관과 삼성의 전략기획실은 공익보다는 사익의 노예일 뿐입니다. 때문에 삼성의 전략기획실은 해체돼야 합니다. 그때에 비로소 삼성이 더욱 번영할 것입니다."

 

- 대선을 앞둔 시점에서 양심고백이 터져 나와 '선거용'이라는 비판도 있습니다.
"도둑이 제 발 저린 것이지요. 그렇게 비판하시는 분들이 모두 자수했으면 좋겠어요. 정의는 대선이나 총선과 관계없이 언제나 실현돼야 할 가치입니다. 삼성 불법행위가 범죄라고 인지되면 그때 바로 척결돼야 할 사안입니다. 그걸 일부 정치인들과 조중동 같은 보수언론이 음해하고 악의적으로 보도하는 것은 그 자체가 새로운 죄악일 뿐입니다."
 
- 이건희 회장이 삼성의 불법행위에 대해 대국민 용서를 구한다면 어떻겠습니까.
"저는 모든 고백은 용서받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고백은 아름다운 용기입니다. 톨스토이는 '하느님의 나라와 정의를 먼저 구하라'(마태오6,33)라는 성서말씀을 늘 되새겼습니다. 정의를 구하면 모든 게 저절로 이뤄집니다. 정의구현이 기초입니다. 삼성은 이 은총의 기회를 놓치지 말아야 합니다. 이건희 회장이 자신의 20년을 고백하면 쉽게 문제가 풀린다고 생각합니다. 평등한 한 시민으로서 법을 어겼으면 고백해야지요. 자꾸 딴말을 하는 것은 어리석은 짓이라고 생각합니다. 사실 삼성이 이 사건 이후에 <한겨레> 등 몇몇 언론에 대해 광고를 유보했다는 소식을 들었는데 이것은 21세기 현대판 새로운 유형의 광고탄압입니다. 유신독재 때의 광고탄압이 떠오릅니다."
 
- 미선·효순사건 때처럼 시민들의 자발적 참여가 부족한데 왜 그럴까요.
"국민들이 매사에 다 나설 수는 없습니다. 또 역사의 물줄기를 바꾸는 것은 살아있는 소수입니다. 그래서 언론의 역할이 중요합니다. 언론이 제대로 보도를 하면 국민들이 더욱 깨어 정의의 행진에 더욱 많이 함께 할 것입니다. 강만길 교수에게 이런 말을 들었습니다. 일제 강점기에서 해방될 때 목숨 걸고 싸웠던 반일투사는 5000여명 정도였다는 것입니다. 지금도 마찬가지이지요. 정의를 위해 몸 바치는 5000여명의 의인들이 있으면 된다고 생각해요. 의인 10명만 있어도 하느님의 엄한 심판을 면할 수 있다는 창세기 18장 32절의 말씀을 새삼 마음에 되새깁니다. 무엇보다도 바른 가치관이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2007.11.21 08:53 ⓒ 2007 Ohmy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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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11-22 09:37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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