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봉당한 노동자들과 2mb, 오바마

이 대통령은 또 내년도 공무원 보수 동결방침을 밝히며 “정부로선 어려운 결정을 내린 것이고, 이런 고육의 결정이 긍정적 파급효과를 내도록 기업들도 임금인상을 자제하고 고용을 늘리는 고통분담의 자세를 가져달라”고 임금 동결을 주문했다.
- 경향신문, 9월18일자 『李대통령, 재계가 원하는대로 ‘줄것 다 줬다’』

물가와 땅값이 무섭도록 상승하는 대한민국에서 임금 동결이라는 것은 사실상 감봉을 뜻한다.
경제주체들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 21조에 이르는 대규모 감세를 단행한 것은 대체로 부유층에 혜택이 돌아갈 것으로 보인다.
임금동결 역시 기업의 경제비용을 줄이고, 국가의 재정부담을 줄이기 위한 방법으로 보인다.
기업은 제도적으로 온갖 이익을 누리지만, 그 대신 노동자들은 물가와 부동산 상승, 전월세 상승의 고통을 고스란히 떠안는다. 하기야 2mb는 대통령후보 수락에서부터 취임에 이르기까지 '노동자'라는 단어를 단 한번도 꺼낸 적이 없다. 

“우리는 경제의 힘을, 억만장자들이 몇 명이고 포춘지 500대 기업들의 이익이 얼마인지로 평가하지 않는다. 우리는 아이디어를 가진 누군가가 새로운 사업에 도전할 수 있는지, 손님에게 받은 팁으로 살아가는 웨이트리스가 일자리 잃을 걱정하지 않고도 아픈 아이를 돌보기 위해 하루 휴가를 낼 수 있는지를 가지고 평가한다. 우리는 노동의 가치와 존엄성을 소중하게 생각하는 경제를 만들려 한다”
- 오바마, 대통령후보 수락연설


노동자의 고통을 헤아려줄 수 있는 지도자는 어디 있는가.
 




우리 가족 다툼의 원인은 사회적이다.

우리 집에서 싸움이 그칠 날이 없다
싸움의 원인은 대부분 부동산 때문이다.

월세는 꼬박꼬박 50만원씩 나가고,
전세로 가도 매달 전세이자 수십만원씩 나간다.
아무리 허리띠를 졸라매도 가계수입은 항상 마이너스다.

동굴이나 비닐하우스 등 상상하지 못할 만큼 열악한 환경에서 사는 사람들은 11만명이나 된다.
그것도 대부분 서울 등 수도권에 집중돼 있다.
이들은 언론에 노출되지도 않는다.
얼마 전 <부동산 계급사회>의 저자 손낙구 씨가 이들에 대한 현황을 밝힌 보도자료를 제시하자
언론과 세상이 놀란 것은 이들에 대한 우리들의 무지를 가리킨다.
문제는 우리가 복지나 국가의 보호를 받은 경험이 전무하기 때문에
개인적인 이유로 돌린다는 데 있다.
내가 공부를 안 해서, 내가 못 살아서 지금의 상황이 된 것이라는 체념이다.
이것은 분명 사회적인 불만이다. 개인이 해결할 수 없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아무리 쉬지 않고 일해도 땅값이 오르면 평생 집을 살 수 없는 구조인데도
내가 일을 열심히 안 해서 그렇다고 하는 것은 조작이다.
정부와 언론은 매일처럼 이런 조작을 일삼는다. 

매일 가족과 아내와 남편과 돈 문제 때문에 다투지 말고, 
사회적으로 불만을 확대할 수는 없을까?

나는 이것을 '노름판의 원리'라고 부른다. 
학창시절 노름판에 빠지면서 방황했던 적이 있다. 
영화 '타짜'를 보면 노름판의 원리를 잘 알 수 있는데
상대방이 사기를 친다고 하더라도 
호구들은 착하게 돈을 바친다. 노름판의 룰을 신봉하기 때문이다. 
만약 그들이 사기를 치고 있다는 사실을 안다면, 그리고 노름판 자체가 사기 그 자체라는 사실을 안다면
호구들은 들고 일어날 수 있을 것이다. 
사회도 마찬가지로 어떤 집단이 광범위하게 조작과 조장을 일삼고 있는 상황을 명백히 밝힌다면
사회적 불만이 일어나 해소를 요구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는 분명 헌법에 보장된 인권을 침해당하고 있으며, 주거권을 요구할 정당한 권리가 있다.



<부동산 계급사회>(후마니타스)를 보면 2007년말 국내총생산은 901조원인데, 이는 그 해 공시지가의 1/3도 안 된다. 미국의 공시지가는 GDP 대비 74.7%, 프랑스는 29.4%, 캐나다는 70.1%인데 우리나라는 무려 804.9%이다.
부동산이 모든 것을 좌우하던 때는 봉건사회였는데, 자본주의라는 것은 최소한 땅에 짓눌리지 않겠다는 시민들의 의지이다. 때문에 자본주의가 발달한 사회에서는 부동산의 고통이 덜하다. 이런 관점에서 보았을 때 우리나라는 자본주의도 아니다. 부동산을 생각하지 않고 대한민국의 자본주의를 생각할 수 있을까? 땅값이 좀 진정됐는지 모르겠지만, 대통령이 의도적으로 부동산 문제, 땅값 문제를 회피하려는 모습을 보니 대통령이 아니라 그냥 건설사 사장님 같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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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이 터진다면 나는 외할아버지와 같이 가장 먼저 끌려가서 총살당할 운명이다.
이것이 2008년 마음속으로부터 솟아나는 공포이다. 전쟁이 당치도 않은 상황이라고?
독일이 2차 세계대전을 일으키리라고는 아무도 알지 못했다.
프랑스가 독일에 대해서 경계를 푼 것은 그 때문이다.
3개월도 되지 않은 시간 동안 흐름은 반전됐다. 경제 상황 때문이다.
우리의 경제상황이 극단으로 치닫는다면 극단적인 선택은 얼마든지 생길 수 있다.
이웃 국가 간의 자원문제나 영토문제, 경제문제, 이해관계 등이 첨예하게 부딪힌다면 전쟁은 현실이 된다.


우석훈은 '촌놈들의 제국주의' 출판기념 저자간담회에서 전쟁이 현실이며 두렵다고 말했다.

세계의 극우들은 전쟁을 통해서 반대파를 숙청하고 자신들의 정치적 입지를 다져가는 오래된 전략을 버리지 않았다. 극우는 전쟁지향적이다. 이승만은 죽을 때까지 북진통일을 외쳤다. 고이즈미와 아베는 북핵으로 인해 정권의 입지를 다졌다. 부시는 9.11사태로 인해 재선에 성공할 수 있었다. 극우들이 전쟁상황을 반기는 이유다.

전쟁이 벌어지면 국가 간의 피해만 있는것이 아니라 그보다 더 잔인한 내전이 기다리고 있고, 피의 숙청이 도사리고 있다. (현대사에서 아직도 밝혀지지 않은 보도연맹 사건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오늘자 경향신문 1면에 '현대사 교과서'에 대한 최근의 흐름이 소개됐다.

"국방부가 제주 4·3 사건을 좌익의 반란으로 규정하고, 전두환 정권을 미화하는 등 한국 근·현대사 교과서의 내용을 대폭 바꿀 것을 요구하는 공문을 지난 6월 교육과학기술부에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참 어이없는 부분은 4.3을 순진한 제주도민들이 좌익세력의 선동에 속아서 일으킨 사건으로 서술하도록 요청한 부분이다.

국회 국방위원회 안규백 의원(민주당)이 17일 공개한 국방부의 ‘고교 교과서 한국 근·현대사 개선 요구’ 문건에 따르면 국방부는 ‘제주 4·3 사건’을 “대규모 좌익세력의 반란 진압 과정 속에 주동세력의 선동에 속은 양민들도 다수 희생된 사건”으로 기술토록 요구했다. - 경향신문

경향신문 기사(국방부 “교과서 개정” 요구…전두환 ‘강압정치’ 삭제 미화) 보기

한마디로 제주도민들이 멍청해서 좌익의 선동에 속은 것이라는 말이다.

한번 따져보자. 멍청한 민중들이 서슬퍼런 당국을 상대로 투쟁을 전개할 수 있을까? 3.1운동은 제주의 시민사회에 엄청난 영향을 미쳐 '잠녀(해녀) 투쟁'으로 이어졌다. 1931년 일제가 설립한 '제주도 해녀 어업조합'에 반대해 싸운 잠녀투쟁을 진압하기 위해 일제는 육지 경찰까지 출동시켜 30일 만에야 겨우 투쟁을 꺾을 수 있었다.
멍청한 민중들이 무슨 수로 총파업을 전개할 수 있을까? 1947년 3월 1일 3.1절 발포 사건에 항의하는 '민관 총파업'이 3월 10일 벌어졌는데 13일까지 제주도 전체 직장의 95%인 166개 기관, 단체가 파업에 가세했다. 제주 출신 경찰관들 가운데 일부도 파업에 참여했다. 발포를 했다고 총파업을 하는 곳은 아무데도 없다. 총파업을 할 수 있다는 것은 그만큼 민중이 의식화되어 있다는 뜻 아닐까.
5.10 제헌의회 투표에서 제주의 2곳은 끝내 무산됐다. 국회의원 2석을 뽑지 못했다. 남한만의 단독선거를 반대했기 때문이다. 몇몇 선동가들이 유권자들은 선동한다고 그들이 동의할 수 있을까?
제주도민이 멍청하다면 선거 때마다 제주에서 후보 경선을 시작하는 이유는 뭘까? 아직도 제주도를 선거의 이정표로 중시하는 까닭은 뭘까?
17대 대통령선거 당시 이명박 후보와 정동영 후보의 전국 투표율은 48.7% 대 26.1%였다. 이 차이는 22.6%로 두 후보 사이에 한 명의 유력한 대선 후보가 들어갈 틈이 있을 정도였다. 제주의 투표율은 어땠을까? 이명박 후보 38.3% 대 정동영 후보 32.4%로 불과 6% 미만의 차이였다. 그나마 정치색이 덜하다는 서울도 53.1% 대 24.4%로 더블스코어 이상의 결과가 나왔던 때다. 멍청한 제주도민이 이런 균형감각을 가질 수 있을까?
국회의원 선거 때 뉴타운 공약으로 서울이 한나라당에게 점령되었을 때도 제주에서는 한나라당이 단 한명도 당선되지 못했다. 모두 통합민주당이었다. 제주도민이 멍청하다면 당연히 한나라당에 몰표를 주었을 것이 아닌가.

나는 제주도민이라 제주도민을 응원할 수밖에 없다.
현대사 교과서에 제주도민이 멍청한 주민들이라는 표현이 명기되는 것에 대해서 참을 수 없는 분노를 느낀다.
여러분이 보기에 제주도민이 좌익세력에 속아 폭동을 일으킬 만큼 멍청한 사람들로 보이는가? 나는 그것을 묻고 싶다.
현재 교과서 조작을 주도하고 있는 사람들이 말하는 똑똑한 민중이라는 것은 단지 '말 잘 듣는 민중'일 뿐이다. 나는 극우세력들의 얼토당토하지도 않은 말 따위에 복종하고 동의할 생각은 추호도 없다.

▲ 이 글은 현대사가 서중석 선생이 관련 역사논문을수록하고 강요배 화백이 그림을 그린 <동백꽃 지다>(보리출판사)를 참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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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늘빵 2008-09-18 12: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것들이 자손대대로 해처먹으려고 10대들을 세뇌시키려 드는군요.

승주나무 2008-09-23 13:14   좋아요 0 | URL
맞아요..10대를 지켜야 해요~
 

경향신문 배달의 실상을 경험하면서, 지역뿐만 아니라 서울에도 무료배포소 사업이 활발히 전개되어야겠다는 필요성을 절감합니다.

 

※ 많은 사람들이 알 수 있도록 추천도 해주세용~

 

6개월만에 배달사고만 7~8회



새벽 두시 경에 밀린 쓰레기를 버리러 밖에 나갔다가(낙향한 아내가 돌아오는 관계로) 드디어 배달원을 만났습니다.
배달원을 탓할 일은 아니지만, 우리 동네 지부에 앙금이 많이 남아 있습니다.
제가 올 2월말에 이사를 왔는데,
그 사이에 7번 넘는 배달사고가 터졌습니다.
아침에 출근하면서 신문을 가지고 가는데 신문이 없을 때의 기분이란 -_-
가판에서도 여러 번 사보았습니다.
아예 경향을 끊을까도 생각해 보았습니다.
지부에 5번 넘게 전화를 해서 죄송하다는 소리를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었고,
본사에도 2~3번 정도 전화를 해서 본사 직원이 직접 신문을 배달한 경우도 있었습니다.


언론소비자운동한다는 사람이 조선일보나 구독하다니


집에 들어갈 때마다, 막말로 '쪽팔립니다'
조선일보 주머니가 문에 걸려 있기 때문입니다.
세상에서 나 말고 우리 집에서 경향신문을 받는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겁니다.
지부에 요청을 해 보았으나 난감하다는 말만 합니다.
그때 조선일부 지부에서 경향신문을 배달한다는 사실을 알았습니다.

오늘 배달원을 만나서 직접 부탁을 해보았습니다.
"아저씨 우리 경향신문 바구니로 바꿔주시면 안 돼요?"
아저씨의 대답에 쓰러집니다.

"세계, 국민, 경향 다 망해서 조선일보에서 다 하는 거에요. 바구니가 있을 리가 없죠."

조선에서 경향을 배달한다는 소식은 익히 알고 있었지만,
지역도 아닌 서울에서 경향, 세계, 국민 등 중소신문의 지국이 망해간다는 것은 배달원으로부터 처음으로 알 수 있었습니다.
조선일보가 경향, 세계, 국민 등의 신문 배포를 대행해주면서 비용을 받으니 결국 경향신문을 구독하는 것이 아니라 조선일보를 구독하는 것이나 다름없는 상황이지요.

언론소비자주권국민캠페인(이하 '언소주', http://cafe.daum.net/stopcjd)에서는 수도권 외의 지역을 중심으로 겨레향 정론매체 취약지역을 중심으로 무료배포소 사업을 전개하고 있지만, 어제 사건 이후로는 등잔밑을 더 자세히 살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비록 서울의 변두리이긴 하지만 화곡동 관할 지국이 망했다면 반드시 다른 자치구도 사정이 좋지 않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경향 관계자는 본사의 지국관리나 영업이 체계도 없고 두서도 없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조선일보에게 경향신문을 받아보는 심정을 아십니까.
이거는 조선일보를 구독하는 것도 경향신문을 구독하는 것도 아닙니다.
조선일보의 약탈적이고 반사회적인 행위에 의분하면서 매달 일정액을 지불하는 처지를 아십니까.

경향신문 여러분 이 어이없는 현실을 바로잡아주시고,
그 전에 우리 집 신문주머니를 얼른 바꿔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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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룸 2008-09-18 11: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우선 완죤 공감. 다만 신문 주머니를 집에 있는 개인 주머니로 바꾸는 '적극적 바꿈'도 가능할 듯 하여 댓글 달아봅니다^^'

마늘빵 2008-09-18 12: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리집은 주머니 없이 오는데... 어디서 오려나요.

Koni 2008-09-18 17: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새로운 사실을 알게되었네요. ㅠ_ㅠ

하양물감 2008-09-19 08: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리집도 주머니는 안주던데요..(^^) 그나저나 저도 배달사고 한번. (이제 2달 조금 더 받아보는 중인데) 그런데요......자동이체를 신청해놨는데, 신문대금도 안 빼가던데요?? 전화를 해서 돈좀 빼가시오...해야하나...

순오기 2008-09-21 09:42   좋아요 0 | URL
3개월은 서비스 기간이잖아요.
돈 받을때 되면 알아서 척~ 빼갈걸요.^^

승주나무 2008-09-23 13:14   좋아요 0 | URL
결국 신문주머니를 걷어갔네요^^

순오기 2008-09-21 09: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리는 동아에서 경향도 돌리지요.ㅜㅜ
어서어서 경향 구독자가 많아져야 손해보지 않는 지국운영자들이 생길텐데~
 


▲ 충남의 아파트를 돌며 시사IN 창간호를 열심히 알려준 빛의 잉칼 님의 두 공주님

시사IN 창간과 함께 한 달 동안 전국의 독자들과 알리기에 나섰는데,
소녀들의 참여가 두드러졌습니다.
충남에 사시는 독자분은 두 따님과 함께 창간호와 기념품을 곱게 포장하고
아파트마다 돌아다니며 배포를 해주셨습니다.
두 공주님은 롤러브레이드를 타고 다니며 씽씽 날라다녔습니다.
두 공주님의 아버지인 빛의 잉칼 님이 이 과정을 사진에 고스란히 담아주셔서 가끔 찾아보며 혼자 미소를 짓습니다.

또 한 소녀가 있습니다.
천안여고 2학년생인 그는 아이디 'sunbi'로 활동하며 배포운동은 한 부분을 맡아 주었습니다.
배포 신청자를 받는데 그가 300부를 보내달라는 겁니다. 300부면 박스 두 개가 넘는 분량인데, 여고생이 혼자 감당하기에는 부담이 많을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150부만 싸서 보냈는데, 며칠 후에 문자메시지가 왔습니다.
"학교 선생님들과 친구들에게 돌리는 데만 동이 나 버렸어요. 왜 이렇게 조금 보내셨어요?"
문자로 야단을 맞았습니다. 정신을 차리고 나머지 150부를 또 보냈습니다.
그 소녀는 혼자서 천안여고 교무실과 각 교실, 천안시 중앙도서관 앞과 백화점 등 천안시 일대를 부지런히 돌아다니며 다 돌렸습니다.
장정도 하지 못할 일을 혼자 해낸 것이죠. 특히 선생님의 주선으로 학급 친구들 앞에서 시사저널 사태와 언론의 자유에 대해서 아이들에게 설명을 했다는 말을 들었을 때 예사 인물은 아니구나 하고 생각했죠.


오랫동안 그 일을 잊어먹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얼마 전 그에게서 메일 한 통이 날아왔습니다.

"작년 수능날 안일님이 제게 문자 보내주셨었죠ㅋㅋ
그 때는 2학년이었고 이제 정말 3학년, 85일 후에는 수능도 보겠네요.^^

다름이 아니라,,
제가 00대학교 자유전공학부에 특기자전형으로 지원하거든요.
자기소개서에 시사인 이야기를 쓰고 싶은데
증빙자료를 포함해야 한다고 해서 애를 먹고 있습니다.
사진이라도 찍어둘걸 후회가 되네요.
천안시 중앙도서관 앞과 백화점 앞에서 배포했었는데
혼자 했었기 때문에,,,,;;
그리고 시민들 반응이 시원찮아서
사진을 남길만한 여유가 없었지요."


자발적 구독운동은 온라인을 통해 활성화되었기 때문에 실명을 쓰지 않고 아이디를 썼다는 점에서 그의 신분을 증명할 길이 없고, 게다가 그는 혼자서 300부를 다 배포했기 때문에 사진을 찍을 틈도 없었죠. 그렇다고 셀카를 찍을 수도 없고. 그의 선행을 어떻게 증명할지 고민을 했습니다. 그러다가 나온 게 '확인서'입니다.


 

자발적 구독운동은 온라인을 통해 활성화되었기 때문에 실명을 쓰지 않고 아이디를 썼다는 점에서 그의 신분을 증명할 길이 없고, 게다가 그는 혼자서 300부를 다 배포했기 때문에 사진을 찍을 틈도 없었죠. 그렇다고 셀카를 찍을 수도 없고.
그의 선행을 어떻게 증명할지 고민을 했습니다. 그러다가 나온 게 '확인서'입니다.

확인서에는 그간 시사모가 했던 일과 창간과정에서 자발적 구독운동을 했던 일, 그 중에서 sunbi 님이 했던 역할 등을 기록하고 이 의미를 밝혔습니다.
확인서는 썼지만 그래도 두 가지 어려움이 남아 있었습니다. 사인을 해줄 것인가, 그리고 확인서의 효력이 있을 것인가.

모든 고민을 키핑하고 일단 막무가내로 시사인 편집국에 쳐들어가 고재열기자의 사인을 끝내 받아냈죠.
그리고 우체국에 가서 익일특급으로 보냈습니다. 그리고 결과를 기다렸습니다.


 

이번 미션이 쉽지는 않았고, 논란도 있을 것입니다.

순수한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자발적 시민운동을 대입을 위한 도구로 쓴다고 비판하실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누구나 절박한 상황에 처하는 것이 아닐까요.
궁극적으로는 '언론'이라는 소중한 가치를 중심으로 모여든 사람들이기에 서로 돕고 공유하면서 가치를 더욱 키워나가는 것이 옳은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당시 활동했던 내용을 재탕삼탕 자꾸 떠벌리는 것도 이런 가치를 더욱 강화하는 방편입니다.
옳은 일을 하는 것만이 아니라, 옳은 일을 옳은 일이라고 평가해주는 것이 무척 중요하다는 사실을 이번에 깨달았습니다.
어떻게 해서든 그의 선행을 증명하고 싶은 욕심이 앞선 것은 사실입니다.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해주는 경험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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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IN 창간주역 고재열 기자는 오늘도 '블로그질'을 한다.
고재열의 독설닷컴은 현재 총방문자가 240만명이 넘었다.
고재열 기자는 언제나 새로운 것을 만들어낸다. 시사저널 파업 당시 기자들이 지쳐 있을 때 혼자 문제집을 들고 다니며 '퀴즈왕'에 도전해 당당히 '퀴즈영웅'에 등극했다. 그는 오래 전부터 1인미디어를 꿈꿔왔다고 했다. 기자라는 직함에 안정된 지면이 허용하는 범위를 벗어나 일반 블로거와 마찬가지로 계급장을 떼고 누리꾼과 맞장을 뜨는 느낌을 잊을 수 없다고 말했다.
독설닷컴은 기자 블로그 사상 최초로 인턴 블로그를 모집했고, 현재 1명의 블로그와 함께 작업을 하고 있다. 요즘에는 자신의 블로그를 통해 몇 가지 실험을 하고 있다고 근황을 전했다.
인터뷰는 시사인 편집국 근처 '도가니탕 집'에서 이루어졌다. 이 집은 편집국의 큰형님들이 개척하고 후배 기자들에게 전파한 장소다. 편집국장과 발행인이 모두 여기를 자주 찾았다. 젊은 기자들은 큰 길에 있는 통닭집을 즐겨 찾는데, 만난 시간이 낮이었던 관계로 도가니탕집으로 향했다. 처음에는 인터뷰의 형식이 아니었는데,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적을 게 많아졌다. 간단히 근황을 묻는 분위기에서 본격적인 인터뷰로 스펙트럼을 바꿔갔다.




▲ 2007년 4월 12일 한 퀴즈 프로그램에 출전해 퀴즈영웅이 되었다. 생계형 출연자는 미션을 완수했다.


나는 롯데백화점의 고급브랜드에 불과, "미디어몽구가 진정한 파워블로거" 

작년에 창간호가 추석합본호였는데, 드디어 시사인 추석 합본호 2호가 나왔다. 축하한다. 그런데 요즘 블로거들이 고재열 기자의 안부를 자주 묻는다. 그러다가 '잡혀가는 거' 아니냐고 걱정이다. 혹시 외압 같은 것이 있지는 않은가?
- 그런 것은 아직까지 없다. 어차피 언젠가는 잡혀가겠지 하는 마음으로 글을 쓰고 있다. 마음은 편하다.

짧은 시간 동안 파워블로거가 됐다. 미디어몽구와 기사공유를 하는가 하면 블로거세계에서의 연대활동도 활발하다.
- 방문자 수로 평가할 수 있는 것은 아닌 것 같다. 예를 들면 나는 '롯데백화점'에 입점했을 뿐이다. 총 방문자 수에서 다음블로거뉴스가 차지하는 비율이 90% 이상이다. 그런 점으로 따지면 미디어몽구는 진정한 파워블로거다. 동영상 기반에서인지는 모르겠지만, 미디어몽구의 방문자 유입경로 중 블로거뉴스가 차지하는 비율은 50% 이하다. 이렇게 다양한 분포도를 가지고 있지 못하니 롯데백화점의 고급브랜드에 어울린다고 해야 하지 않나?

독설닷컴이 블로그스피어에 미친 영향이 있다면?
- 나는 주로 미디어에 관한 담론을 생산해 왔다. 그것도 매우 폭력적인 방법으로. A4 20장 분량을 사진 하나 없이 그대로 올린 적도 있다. 문제의식은 충만하지만 편하게 즐길 만한 콘텐츠가 없다는 게 아쉽다.
하지만 내가 제기한 문제를 다른 블로거가 다른 방식으로 확산시키는 모습을 볼 때마다 독설닷컴이 일정 정도 역할을 하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다른 블로거가 그 문제를 다뤄 주면 재밌다. 특히 언론사나 언론학계에서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어서 인지도가 올라갔다.
그리고 이것은 좀 슬픈 이야기인데, KBS, MBC, YTN 등 방송사 관계자들이 매우 많은 관심을 보인다. 제보를 하기도 한다. 이들에게는 자신들의 이야기를 다뤄줄 매체가 하나라도 아쉬운 것이다.

마치 예전에 시사저널 파업할 때 다른 언론사에서 어떤 기사를 올려 주었는지 아쉬워한 것과 같은 건가?
- 그렇다.



고재열 <시사IN> 기자가 27일 서울 상암동 디지털미디어시티(DMC) 누리꿈스퀘어 국제회의실에서 열린 2008 오마이뉴스 세계시민기자포럼에서 미디어로서의 블로그에 관해 주제발표를 하고 있다. 


 
시사IN의 새로운 모델을 실험하다


시사IN에 저널리즘 스쿨을 도입하려 했던 과정을 알고 있다. 지금도 유효한가.
- 그렇다. 다만 블로그를 통해 실험을 해야 할 것이 많다. 블로그 인턴제도 그 중 하나이며, 언론사를 꿈꾸는 예비 기자들의 글을 블로그를 통해서 소개하는 것도 추진하고 있다. 일의 과부하가 있기 때문에 크게 할 수는 없겠지만, 기본적인 취지는 언론사 기자를 꿈꾸면서 기사를 한번도 쓰지 않았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는 거다. 접수된 기사는 데스킹을 거쳐 독설닷컴에 노출된다.

일종의 오마이뉴스와 같은 방식인가?
- 그 정도의 규모화는 불가능하지만, 큰 틀에서는 다르지 않다. 첫째는 기사를 직접 써보는 것이며, 둘째는 기사에 대한 피드백을 받아보는 것이다.

그러고 보니 독설닷컴에서 간간히 외부기고자들의 기사를 볼 수 있었다.
- 그렇다. 최재혁 님(세상박록)이 쓴 "내가 조선일보 기자가 되려는 이유"가 가장 최근의 기사다. 이 외에도 사회인사나 언론인 대선배들을 꼬셔서 블로거로 데뷔시키는 일을 하고 있다. 지금은 안병찬 기자(시사저널 초대 편집인)의 "안병찬의 기자질 46년"을 밀고 있다. 이외에 재야 구라꾼이나 기생 이야기, 대만 배우 데뷔기 등 다양한 인사들을 블로거로 등극시켜서 다양한 목소리를 전파하는 야심찬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있다.

시사IN도 블로거시스템을 탑재한 시사IN2.0을 기획하고 있지 않은가?
- 안 그래도 시사인 블로그 T/F팀장인 남문희 기자가 편집국장에 당선됐다. 남문희 기자는 새로운 것을 시도하려는 열정이 많이 있다. 앞으로 시사인이 많이 달라지리라고 본다.



▲ 시사저널 파업 당시 짝퉁시사저널을 들고 시위하는 고재열 기자(사진 : 시사IN)


고재열 기자와의 짧은 도가니탕 인터뷰는 진한 국물이 목구멍에 축축히 적신 것처럼 포만감이 있었다. '꿈꾸는 기자'라니. 세상에 이런 인간문화재, 아니 '기자문화재'가 있단 말인가.
MBC의 한학수 PD(전 PD수첩 담당)는 "기자에게 '전문성'이나 '출입처'는 동일어이며, 그것은 독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출입처에서 공무원들을 만나다 보면 고급정보를 곧잘 얻지만, 혹시라도 출입처에 대해서 좋지 않은 기사를 내보내면 고급정보에서 제외된다. 때문에 기자는 출입처 공무원과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며 공무원의 입맛에 맞는 기사를 쓰게 된다. 조중동의 월급 많이 받는 의학전문기자나 과학전문기자가 절대로 황우석 사건을 보도하지 못하는 이유다. 그들은 모두 한패이기 때문이다. 고재열 기자는 '기자'를 버림으로써 '기자'가 된 얼마 안 되는 케이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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