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이 터진다면 나는 외할아버지와 같이 가장 먼저 끌려가서 총살당할 운명이다.
이것이 2008년 마음속으로부터 솟아나는 공포이다. 전쟁이 당치도 않은 상황이라고?
독일이 2차 세계대전을 일으키리라고는 아무도 알지 못했다.
프랑스가 독일에 대해서 경계를 푼 것은 그 때문이다.
3개월도 되지 않은 시간 동안 흐름은 반전됐다. 경제 상황 때문이다.
우리의 경제상황이 극단으로 치닫는다면 극단적인 선택은 얼마든지 생길 수 있다.
이웃 국가 간의 자원문제나 영토문제, 경제문제, 이해관계 등이 첨예하게 부딪힌다면 전쟁은 현실이 된다.


우석훈은 '촌놈들의 제국주의' 출판기념 저자간담회에서 전쟁이 현실이며 두렵다고 말했다.

세계의 극우들은 전쟁을 통해서 반대파를 숙청하고 자신들의 정치적 입지를 다져가는 오래된 전략을 버리지 않았다. 극우는 전쟁지향적이다. 이승만은 죽을 때까지 북진통일을 외쳤다. 고이즈미와 아베는 북핵으로 인해 정권의 입지를 다졌다. 부시는 9.11사태로 인해 재선에 성공할 수 있었다. 극우들이 전쟁상황을 반기는 이유다.

전쟁이 벌어지면 국가 간의 피해만 있는것이 아니라 그보다 더 잔인한 내전이 기다리고 있고, 피의 숙청이 도사리고 있다. (현대사에서 아직도 밝혀지지 않은 보도연맹 사건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오늘자 경향신문 1면에 '현대사 교과서'에 대한 최근의 흐름이 소개됐다.

"국방부가 제주 4·3 사건을 좌익의 반란으로 규정하고, 전두환 정권을 미화하는 등 한국 근·현대사 교과서의 내용을 대폭 바꿀 것을 요구하는 공문을 지난 6월 교육과학기술부에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참 어이없는 부분은 4.3을 순진한 제주도민들이 좌익세력의 선동에 속아서 일으킨 사건으로 서술하도록 요청한 부분이다.

국회 국방위원회 안규백 의원(민주당)이 17일 공개한 국방부의 ‘고교 교과서 한국 근·현대사 개선 요구’ 문건에 따르면 국방부는 ‘제주 4·3 사건’을 “대규모 좌익세력의 반란 진압 과정 속에 주동세력의 선동에 속은 양민들도 다수 희생된 사건”으로 기술토록 요구했다. - 경향신문

경향신문 기사(국방부 “교과서 개정” 요구…전두환 ‘강압정치’ 삭제 미화) 보기

한마디로 제주도민들이 멍청해서 좌익의 선동에 속은 것이라는 말이다.

한번 따져보자. 멍청한 민중들이 서슬퍼런 당국을 상대로 투쟁을 전개할 수 있을까? 3.1운동은 제주의 시민사회에 엄청난 영향을 미쳐 '잠녀(해녀) 투쟁'으로 이어졌다. 1931년 일제가 설립한 '제주도 해녀 어업조합'에 반대해 싸운 잠녀투쟁을 진압하기 위해 일제는 육지 경찰까지 출동시켜 30일 만에야 겨우 투쟁을 꺾을 수 있었다.
멍청한 민중들이 무슨 수로 총파업을 전개할 수 있을까? 1947년 3월 1일 3.1절 발포 사건에 항의하는 '민관 총파업'이 3월 10일 벌어졌는데 13일까지 제주도 전체 직장의 95%인 166개 기관, 단체가 파업에 가세했다. 제주 출신 경찰관들 가운데 일부도 파업에 참여했다. 발포를 했다고 총파업을 하는 곳은 아무데도 없다. 총파업을 할 수 있다는 것은 그만큼 민중이 의식화되어 있다는 뜻 아닐까.
5.10 제헌의회 투표에서 제주의 2곳은 끝내 무산됐다. 국회의원 2석을 뽑지 못했다. 남한만의 단독선거를 반대했기 때문이다. 몇몇 선동가들이 유권자들은 선동한다고 그들이 동의할 수 있을까?
제주도민이 멍청하다면 선거 때마다 제주에서 후보 경선을 시작하는 이유는 뭘까? 아직도 제주도를 선거의 이정표로 중시하는 까닭은 뭘까?
17대 대통령선거 당시 이명박 후보와 정동영 후보의 전국 투표율은 48.7% 대 26.1%였다. 이 차이는 22.6%로 두 후보 사이에 한 명의 유력한 대선 후보가 들어갈 틈이 있을 정도였다. 제주의 투표율은 어땠을까? 이명박 후보 38.3% 대 정동영 후보 32.4%로 불과 6% 미만의 차이였다. 그나마 정치색이 덜하다는 서울도 53.1% 대 24.4%로 더블스코어 이상의 결과가 나왔던 때다. 멍청한 제주도민이 이런 균형감각을 가질 수 있을까?
국회의원 선거 때 뉴타운 공약으로 서울이 한나라당에게 점령되었을 때도 제주에서는 한나라당이 단 한명도 당선되지 못했다. 모두 통합민주당이었다. 제주도민이 멍청하다면 당연히 한나라당에 몰표를 주었을 것이 아닌가.

나는 제주도민이라 제주도민을 응원할 수밖에 없다.
현대사 교과서에 제주도민이 멍청한 주민들이라는 표현이 명기되는 것에 대해서 참을 수 없는 분노를 느낀다.
여러분이 보기에 제주도민이 좌익세력에 속아 폭동을 일으킬 만큼 멍청한 사람들로 보이는가? 나는 그것을 묻고 싶다.
현재 교과서 조작을 주도하고 있는 사람들이 말하는 똑똑한 민중이라는 것은 단지 '말 잘 듣는 민중'일 뿐이다. 나는 극우세력들의 얼토당토하지도 않은 말 따위에 복종하고 동의할 생각은 추호도 없다.

▲ 이 글은 현대사가 서중석 선생이 관련 역사논문을수록하고 강요배 화백이 그림을 그린 <동백꽃 지다>(보리출판사)를 참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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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늘빵 2008-09-18 12: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것들이 자손대대로 해처먹으려고 10대들을 세뇌시키려 드는군요.

승주나무 2008-09-23 13:14   좋아요 0 | URL
맞아요..10대를 지켜야 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