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교 신도시 입주가 시작된 지 석달이 되어 간다. 판교의 주민들은 잘 지내고 있을까? 입주의 속도가 그다지 빠르지는 않다. 상가에 대한 분양전이 본격화됐지만 시민들에게 체감되지는 않는다. 동판교에서는 주로 슈퍼나 문구점 등 상가에 대한 민원이 가장 많았고, 서판교는 단연 주차 문제다. 동판교는 서영 사랑으로 아파트와 B5-3BL 아파트 건설공사 20공구를 중심으로, 서판교는 봇들마을을 중심으로 취재했다. - 기자 주


서판교는 현재 "커다란 주차장"

동판교에 들어갔을 때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주차난이었다. 실제로 판교 주민들의 이야기를 들어봐도 주차문제가 가장 심각했다. 시공사의 공사차량과 딸린 인부들의 차량이 한쪽 차선을 모두 차지하고 있어서 오가는 차량이 1개의 차선으로만 아슬아슬하게 운전을 하고 있었다. 인도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경계석 공사가 마무리되지 않아 골조가 그대로 드러나 있다. 시민이 지나가면서 드러난 철골 위를 넘어갈 때는 위태로운 감마저 들었다. 두 명의 아이와 함께 여기를 지나던 시민은 아예 인도를 포기하고 차도로 갔다. 안 그래도 부족한 차도에 사람과 차가 함께 쓰고 있는 꼴이다.

이곳을 지나던 주민은 취재를 하고 있는 나를 붙잡고 인도 마무리 부분은 꼭 써 달라고 부탁한다. 철골이 흉하게 드러난지 한참 지났는데 아직도 개선이 안 된다는 거다.




▲ 서판교(위 사진, 4월14일-0538)는 주차난이 심각하다. 대부분 공사차량이 한쪽 차선을 차지했는데 공사차량을 위한 주차공간이 없어서 길가에 세우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비해 동판교는 공사차량을 위한 주차공간이 어느 정도 마련돼 있었다. 주차공간은 시공사가 마련하면 다행이지만 그렇지 않으면 감독주무부처도 제어할 수 있는 마땅한 방법이 현재로서는 없는 상태다.




▲ 서판교(위4월14일-0553)와 동판교(아래4월16일-011)의 도로 모습. 서판교에는 곡괭이와 장갑, 대못 등이 어린이들이 지나다니는 길가에 노출돼 있어서 안전사고의 가능성이 있었다. 서판교는 펜스로 가로막아 비교적 안정감을 주었다. 서판교 어린이들에게 물어봤더니 아직까지 맨홀에 빠지거나 못에 찔리는 등의 안전사고는 없다고 말했다.




▲ 서판교 부영 사랑으로 아파트 주변의 인도에는 오랫동안 경계석 작업이 마무리되지 않아 골조가 그대로 드러나 있다. 한 주민이 위태롭게 골조를 통과하고 있다.(위 사진) 아예 차도로 지나가는 사람들도 많다. 가뜩이나 공사차량 때문에 차량 통행에 불편한데, 1차선을 가지고 차량과 주민이 함께 쓰는 꼴이다. 입주민에 따르면 이 현장은 꽤 오랫동안 마무리되지 않아 통행에 불편함이 많다고 한다.



감독관청 "5월부터 단속한다"는데...

주차문제와 안전사고 위험 문제를 알아보기 위해 분당구청 교통지도과와 판교입주상황실에 문의했다. 안전문제 등의 민원이 발생할 때마다 주무관청은 시공사에 요청공문을 보내고 시공사가 조치 후 확인서신을 주는 방식으로 민원을 처리하고 있다고 한다. 담당자는 현재까지 안전사고에 관한 민원은 별로 받은 적이 없다고 답변했다. 단 주차문제에 관해서는 판교의 전 구역을 주정차 금지구역으로 설정하고 고시 전까지 계도활동을 하고 있다고 한다. 분당구청 교통지도과는 16일 판교 전역에 18장의 현수막을 게첨했으며 안내문을 만들고 있다고 전했다.


▲ 분당경찰서는 판교 전역을 주정차금지 및 견인구역으로 지정한다는 고시를 발표했다. 판교의 주차난이 얼마나 심각한지를 보여준다. (자료 :  판교 포털 커뮤니티)


하지만 주민의 반응은 싸늘하다. 주민들은 서판교의 경우 주차공간이 없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차도를 침범하고 있는데, 주차공간 없이 단속만 한다고 주차문제가 해결될지 모르겠다고 푸념했다. 실제로 이 문제에 대해서는 주무관청조차도 시원한 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주차공간은 시공사가 마련하는 것이고 주무관청이 시공사에게 주차공간을 만들어서 차도를 침범하지 말라고 지시할 수도 없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시공사의 입장에서는 공기를 채워야 하기 때문에 멀리 돌아서 주차를 할리 만무하고 별도의 주차공간을 만들지도 알 수 없는 상황에서 주무관청도 주민들도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

이밖에 미세먼지 문제나 자전거 도로 문제가 서판교 주민들의 가장 큰 고민이고, 동판교는 매점 등 편의시설에 대해서 불편함을 나타냈다. 이사오기 전의 동네에서는 금방 슈퍼가 있었지만 판교에서는 일주일에 한번씩 차를 타고 멀리 나가 한꺼번에 사오기 때문에 음식이 썩는 경우도 많고 불편함이 이만저만이 아니라고 한다. 쓰레기 집하장도 약속대로라면 이미 설치가 됐어야 하는데 기약 없이 미뤄진 상태다. 쓰레기 먼지나 이사 쓰레기, 길거리에 버리는 쓰레기 등 눈쌀을 찌푸리게 만들었다.

이틀 동안 판교를 취재하면서 몹시 불편함을 느꼈는데, 이곳에서 몇 달째 살고 있는 판교 주민들은 오죽할까 생각하니 답답하기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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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의 차는 실제 글의 내용과는 다름(현장사진을 찍지 못해서...)

부수입 20만원 수익에 BMW 접촉사고 80만원 손해

인생사 새옹지마라고 하더니 정말 그런 것 같습니다.
요즘 일감을 구하고 있었는데 20만원짜리(세전) 원고 청탁이 들어와서 "아싸!" 하면서 글을 쓰고 있었죠.
그런데 이웃집 가족들이 나들이를 가려고 차를 빼달라고 하더라구요.
아내가 임신중이어서 운전이 서투른 제가 차를 뺐습니다.
거기까지는 좋았죠.


차를 담는 중에 약간 스크래치가 났는데 차를 담고 집에 들어가고 나서도 스크래치가 난 것은 전혀 몰랐습니다.
나중에 전화가 왔더라구요.
알고 보니 옆에 세웠던 차는 이웃집 차가 아니라(원래 201호가 세웠던 자리) 아래층 세입자의 친구가 놀러 왔다가 잠깐 세워둔 BMW였습니다. 그것도 사업이 안 돼 차를 팔려고 전날 도배와 수리를 다 해놨다는..
그래서 그런지 오히려 그 분이 미안해 하시더라구요.

당장 보험사에 전화해서 기사님을 불렀어요.
기사님은 50에서 200만원 정도 나온다고 하더라구요. 공인비가 많이 나올 수 있다고.
공인비란 도색을 하는 기술을 말하는데, 부르는 게 값이라고 하더군요.
못된 곳을 만나면 공인비가 엄청나게 높게 나와서 망하는 사람도 여럿 있대요.
다음날 전화가 왔는데 80만원이 나왔다고 하더라구요.
50만원이 넘으면 보험료 할증이 되기 때문에 30만원이라는 쌩돈을 낼 수밖에 없었습니다.
원고는 한 번 펑크 맞고. 잉잉 ㅠㅠ
앞으로 3년 동안 재수없게 생겼습니다. (3년 동안 보험료 할인은 꿈도 못 꾸게 생겼다는 말입니다^^)

생각지 못했던 주가상승으로 100만원 수입

새옹지마 시즌2가 곧바로 이어졌습니다.
나우콤이라는 코스닥을 몇 장 가지고 있었는데 그냥 묵혀 뒀죠.
혹시나 해서 검색을 해봤는데 50%가 수익이 난 거에요.
그래서 500주를 팔아버렸죠. 약 100만원 정도 수익이 난 것 같습니다.
재테크를 좋아하진 않지만, 생각지도 않은 수입 덕에 기사회생했습니다.

맹자의 한 구절이 생각나더군요.

인생을 살다 보면 말이야. 생각지도 못했던 행운이 올 때도 있고, 완벽을 기했지만 어이 없는 낭패가 찾아올 때가 있단 말이지
孟子曰:  「有不虞之譽, 有求全之毁. 」

착하게 살아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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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해한모리군 2009-04-15 19: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결론은 흑자!!
이야 배속에 녀석이 복덩이인가 봅니다.
벌써 돈이 들어오는군요..

승주나무 2009-04-21 13:48   좋아요 0 | URL
운이 좋아서 그렇게 된 것 같아요... 아이가 복덩이인것은 인정 ㅋ

Jade 2009-04-15 21: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뒷 이야기 없었으면 승주님 꽤나 배 아프실뻔 했어요 ㅋㅋ

승주나무 2009-04-21 13:48   좋아요 0 | URL
네~ 뒷이야기가 저를 살렸어요^^

마늘빵 2009-04-16 10: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제목을 바꿔야해. '주가상승으로 100만원 수입' 요렇게. 다행이네요 그래도. 면허증은 있지만 차를 가급적 안 몰고 싶어요. 저런 일 생길까봐. -_-

승주나무 2009-04-21 13:48   좋아요 0 | URL
허허~ 그게 바로 조0(혹은 0선)일보의 행태라는 것이지요ㅋㅋ

감은빛 2009-04-17 11: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저도 초보시절에 가벼운 접촉사고 여러번 냈지요. 그래도 좋은 사람 만났네요. 대개는 더 더러운 꼴을 보게되기 마련입니다. 게다가 주가상승이라! 멋지군요! 축하드려요!

승주나무 2009-04-21 13:48   좋아요 0 | URL
저도 초보 딱지 얼른 떼고 싶어여~~~
 

도시 한복판에서 만난 철거촌


공덕동에 있는 친구네 회사에 놀러가려고 공덕역에서 내려서 서울 서부지방법원 쪽으로 향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길 한가운데 철거구역이 흉측하게 있어서 눈살을 찌푸리게 되었습니다.
사람들이 지나가는 길 한가운데 유리창을 깨고 철거라는 글자를 덕지덕지 써넣은 건물이 기분을 상하게 했습니다.

▲ 한 시민이 철거건물을 보면서 길을 가고 있습니다. 이 시민들은 거리에 오랫동안 서 있었을 철거건물을 보면서 무슨 생각이 들었을까요?

몇 개의 건물만 철거한 것이 아니라 이 구역 전체가 철거구역이었습니다.
나는 호기심이 작동해 구역을 빙 둘러보며 사진을 찍었습니다.

▲ 철거구역 입구입니다. 한 양심적인 건물주는 헝겊으로 가려놓는 성의를 보였지만 이런 건물은 극히 일부분입니다. 시뻘건 스프레이로 X표시를 하거나 큰 글씨로 '철거'라고 쓴 건물이 대부분입니다.

▲ 조그만 집 한 채에 철거표시가 6개 이상은 돼 보입니다. 이 정도면 장난질을 해놓은 것처럼 보입니다.

▲ 저 먼데까지 모두 철거구역입니다. 날마다 이곳으로 출근해야 하는 친구의 고초를 생각하니 마음이 무거워졌습니다.


우리동네 철거구역


▲ 우리동네 철거구역입니다. 저희 집 바로 옆에 있습니다. 한때는 헝겊으로 둘러싸지도 않아서 각종 쓰레기의 집합장소가 되었습니다. 지금은 그나마 사방을 헝겊으로 둘러 쓰레기가 더 늘어나지는 않고 있습니다.

▲ 헝겊 안에는 대부분 건설쓰레기들이 산적해 있습니다.

▲ 철거구역 전체 모습

1년쯤 화곡동에 살고 있는데 이사오자마자 앞집에 철거를 하고 건물을 세웠습니다. 석달 동안 공사하는 소리를 들으면서 엄청난 스트레스에 시달렸습니다. 앞 건물이 다 세워지자 이번에는 옆의 건물을 철거했습니다.
나는 또 3개월 동안 소음 스트레스에 시달리겠구나 생각했는데, 건물이 다시 세워지지 않는 것이지 뭡니까?
나는 소음 스트레스를 듣지 않아도 되어서 공사를 좀 늦게 했으면 했는데, 1년째 공사를 하지 않으니 되려 쓰레기 스트레스 때문에 마음이 상하게 됩니다.

철거구역이 제 집 바로 옆이라 여름에는 음식물쓰레기 악취가 진동해서 힘들었습니다.
화곡동이 포함된 강서구는 뉴타운 공약을 내건 한나라당 의원이 당선된 곳입니다.
하지만 뉴타운은 포함되지 않았죠. 그래서 이 동네에는 유난히 많은 집이 철거되고 다시 지어지곤 합니다.

철거를 하고 다시 짓는 것은 자기 자본으로 하는 것이니 뭐라 할 수 없지만,
다시 지을 만한 여건도 되지 않으면서 철거부터 하고 보는 사람들 때문에 서울의 도시전경은 병들어 가고 있습니다.

철거구역이 더 늘어나면 서울시가 '슬럼'이라는 소리를 듣지 않을까 심히 우려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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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민 앵커가 진정한 저널리스트인 이유

지난 번 "MBC 직원이 말하는 신경민 앵커"라는 글을 통해서 신경민 앵커(왼쪽 사진, 사진은 MBC 제공)의 캐릭터를 묘사한 적이 있다. 내가 내린 결론은 "신경민 앵커는 양보없는 합리적인 보수주의자"이다. 나는 신경민 앵커를 찬양하지 않는다. 인간적으로 그런 스타일에 애정을 많이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철저히 저널리즘의 관점으로 보면 신경민 앵커는 진정한 저널리스트이자 진정한 데스크다. 왜 그가 그런 평가를 받을 수 있는지 이유를 들어보겠다. 만약 이유가 타당하다면 MBC 기자회에서 사상 처음으로 집단행동을 하는 등 초강수를 둔 이유를 알 수 있을 것이다.

뉴스란 본질적으로 '보수성'을 타고 났다. 우리나라의 예를 들면 사간원(司諫院)이라고 해서 국가 기관에 속해 있었다. "조선 시대에, 삼사 가운데 임금에게 간(諫)하는 일을 맡아보던 관아"를 뜻한다. 태생적으로 언론이란 체제 순응적이며, 비판적인 특징을 동시에 갖고 있다. 제대로 정치가 굴러가는 국가에서는 언관이 임금에게 대놓고 비판을 할 수 있었다. 체제 순응과 비판을 동시에 갖춘 기구라고 하더라도 모순될 것은 전혀 없다. 나는 '체제 순응'과 '체제 비판'이라고 하지 않고 그냥 '비판'이라고 했다. 더 정확히 말하자면 '비판적 지지'를 뜻한다. 언관이 국가에 대해서 하는 비판은 철저히 국가의 이익에 부합되는 것이다. 단지 짧은 순간은 따끔하지만 오랫동안 그 약효를 누리는 것과 같다. 이것을 동양에서는 명현 현상이라고 한다. "명현(瞑眩) 하다"란 "어지럽고 눈앞이 캄캄하다"는 뜻이다. 한약을 먹었을 때 이런 현상이 나타나는데, 한약이란 기본적으로 몸을 보위하는 것이다. 언론이 바로 한약과 같다. 만약 언론이 비판적 지지를 넘어 체제 비판으로 나아간다면 그것은 한약이 아니라 '독약'(毒藥)이 될 것이다.

서양의 사고방식도 다르지 않다. 노엄 촘스키는 <여론조작>(에코리브르)이라는 책에서 언론의 한계를 분명히 규정했다. 즉 언론의 기본적인 기능은 대중에게 메시지와 기호를 전달하는 시스템이다. 개인에게 즐거움과 위안을 주고, 정보를 제공하며, 가치관, 신념, 행동규범을 지속적으로 심어주어 사회의 제도적 구조 속으로 사람들을 몰아넣는 것이 언론의 주된 책무다. 언론은 주제 선별, 관심 분산, 쟁점 설정, 정보 여과, 강조와 논조를 통해, 그리고 수용할 만한 전제의 범위 안에 논쟁을 제한하는 등 다양한 방법으로 권력자의 이익에 봉사한다.

이 부분에서 시청자 혹은 국민들은 많이 헷갈려 한다. 신경민 앵커가 제야의 종소리나 이명박 정부의 각종 정책이나 패착에 대해서 쓴소리를 했다고 해서 그를 전위적인 사회변혁가나 철학자, 진보적 지식인 등으로 '오해'하는 것이다. 이것은 한나라당이나 이명박 정부 사람들도 마찬가지로 오해하는 부분이다. 이런 오해가 '신경민 하차 문제'를 정파적인 시각으로 보게 만든다. MBC 기자회에서 들고 일어선 이유는 이 문제가 정파적인 것이 아니라는 것을 몸소 증명하기 위함이라고 나는 이해한다. 신경민 앵커는 '저널리스트'에 제한돼 있으며 본인 역시 여기에 충실하다. "신경민 앵커는 진정한 저널리스트이다"라고 할 때의 어감은 긍정과 부정이 섞여 있는 질척한 성격이 된다. 이 이상도 이하도 아닐 뿐만 아니라, 이 문제에 대해서 헛발질하는 결론으로 달려갈 뿐이다.


신경민 앵커 '하차일'은 한국 저널리즘의 '사망일'

이 때문에 신경민 앵커를 하차시키는 문제는 절대로 정파적인 문제가 아니라 '저널리즘' 본연의 문제다.
이것은 MBC가 저널리즘이 있느냐 없느냐를 가르는 중대한 문제가 된다. MBC는 저널리즘에 있어서는 자긍심을 지켜왔기 때문에 사실상 저널리즘의 죽음은 MBC의 죽음과 동의어로 이해될 수 있다.


▲ 영화 <굿나잇 앤 굿럭>의 한 장면. “SEE IT NOW” 의 전설적인 뉴스맨 머로는 회사와 정치권의 압박에도 불구하고 끝내 자신이 할 말을 모두 다 했다. 2009년 한국의 병든 저널리즘에 시의성을 던져주는 영화.

나는 2009년 이명박 정부 하의 MBC와 MBC뉴스데스크, 그리고 신경민 앵커가 매카시즘이 만연한 1935년부터 1961년까지 미국의 메이저 방송사 중 하나인 CBS에서 뉴스맨으로 명성을 날렸던 실존인물 에드워드 R. 머로와 프로듀서 프레드 프렌들리가 제작했던 인기 뉴스 다큐멘터리인 “SEE IT NOW” 스튜디오와 비교할 여지가 많다고 생각한다.

머로는 지적인 저널리스트로서 매카시즘의 한가운데에서 매카시 상원의원과 난상토론을 벌인 전설적인 인물이다. 그가 남긴 전설적인 말을 옮겨본다.

"나는 공산주의자는 아니지만 매카시즘에는 반대한다"

이것을 신경민 앵커의 상황에 맞게 고치면 다음과 같을 것이다.

"나는 진보주의자는 아니지만 이명박 정부의 실정에는 반대한다"

이것이 왜 이명박 정부에게 이익이 되지 않는지 궁금하다. 그는 이명박 정부를 반대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단지 이명박 정부의 부분적인 실정에 대해서 저널리즘의 관점에서 비판을 가하고 있을 뿐이다. 그는 '비상업무'를 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평시업무'를 하고 있는 거다. 평시업무에 대해서 지금처럼 사퇴압력을 가해야 한다면 이명박 정부의 오합지졸을 증명하는 것이 될 수밖에 없고 공멸을 피하기 어렵다. 이것은 대학 신입생이나 중고등학생들에게도 상식적으로 이해될 수 있는 말인데, 대학 나온 사람들이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니 참으로 암담하다.

신경민 앵커의 하차에 대해서 MBC 기자회가 강수를 두는 것은 크게 우려할 만한 일은 아니다. 그가 만약 하차한다면 현 정권은 뿌리로부터 와해되는 단초를 맞게 될 것이다. 아직 현 정권이 저널리즘을 이해하고 있지 못한 것 같아 안타깝다.
MBC든 KBS든 YTN이든 저널리즘의 '저'자라도 자신과 관련돼 있는 사람들이 이 문제를 정파의 문제로 이해하거나 이 문제를 막기 위해서 위험을 감수하지 못한다면 우리나라의 저널리즘도 팔자를 다한 셈이 될 것이다.


[영상] 문제가 된 1월 1일 MBC 뉴스데스크 'KBS 제야의종행사 중계 방송 비판' 클로징 멘트
 


27일 MBC 뉴스데스크 클로징 멘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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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무현 공식 사이트 <사람 사는 세상>의 참여마당에는 4월 8일 현재 평소보다 10배나 많은 사람들이 글을 남겨 "노무현 돈 받았다"에 대한 사회적 충격을 보여줬다.


노무현 대통령 사이트 평소 10배 방문글 기록해

노무현 전 대통령의 공식 홈페이지 <사람 사는 세상>의 <참여마당>에는 4월 8일 현재 1100명이 글을 남겼다. 이는 평소의 10배나 되는 수다. 평소 참여마당에 글을 남기는 사람은 100명 남짓이다. 노 전 대통령이 금품수수를 인정하고 사과하는 글을 남긴 4월 7일과 8일 양일에만 1800명이 글을 남겼다. ("사과합니다"라는 글에는 댓글이 1천개도 넘게 달렸다)글은 변함 없는 지지와 비난에서부터 알 수 없는 감정과 좌절감, 혼란 등을 그대로 읽을 수 있었다.

때문에 4월 8일인 오늘 노무현 전 대통령은 "부탁드립니다"라는 글에서 "‘그게 무슨 잘못이냐?’ 또는 ‘정치적 탄압이다.’ 이런 취지의 글을 올리신 분들이 있고, ‘잘못은 잘못이다.’ 또는 ‘좀 지켜보자.’ 이런 글도 있습니다. 그리고 간간이 논쟁이 있고, 싸움도 있습니다."라고 밝혀 홈페이지의 분위기를 짐작케 했다. 그리고 "냉정한 평가를 한 글에 대하여 비난하거나 공격하는 글을 올리는 것은 욕을 먹을 수도 있는 일일 것입니다. 보다 신중한 판단이 필요한 일이라 생각합니다."라는 당부의 말도 덧붙였다. 

 한편 참여정부 당시 비판적인 논조를 보였던 경향신문과 한겨레신문은 강력한 어휘를 사용하여 이번 사태를 보도했다. 경향신문은 "검은 덫에 걸린 참여정부, 도덕성 파탄났다"는 헤드라인을 뽑았고, 한겨레는 여기서 더 나아가 <형님 이어 부인까지, 노무현 ‘패가망신’>이라고 썼다가 다시 <형님 이어 부인도…노 전 대통령 도덕성 ‘와르르’>로 제목을 고쳤다. 경향신문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정치적 격변기와 '도덕성'을 분석의 대상으로 삼았고, 한겨레는 노 전 대통령의 부인 권양숙 씨의 혐의를 파고들었다.

국가 예산으로 모든 활동이 뒷받침되는 청와대 안주인으로서 기업인한테 수억원의 돈을 받은 것은 노 전 대통령과 참여정부의 도덕성에 회복하기 힘든 상처를 남기게 됐다. 그동안 나온 측근들의 비리 혐의는 노 전 대통령과 직접적인 상관관계가 없다고 할 수 있지만, 부인 권씨의 행위는 변명의 여지가 없어 보인다. ‘남편의 이러저러한 정치활동으로 진 빚을 갚기 위해 빌렸다’는 주장은 국민에게 설득력이 없다.
-한겨레, 기사 일부


열혈 노사모였던 시민들의 반응

<사람 사는 세상>에서도 알 수 있듯 노무현 지지자들의 반응은 천차만별이다. 도덕성이 있는 대통령으로 알고 있었는데 전 대통령과 다름 없는 사람이라는 배신감과 정치인들은 다 그저 그렇다는 자조 섞인 목소리가 있는가 하면 변함없는 지지를 보내는 사람도 적지 않았다. 이들에게 노무현 전 대통령은 사람이 되기도 하고, 악당이 되기도 하고, 때로는 신이 되기도 했다. '사람 노무현'에 대한 차분한 평가가 아쉬운 하루였다.

그러던 중 노사모 출신의 시민들과 이 문제에 대해서 대화를 하게 되었다. 30대 초반, 40대 중반, 50대 중반 연령층이 조금씩 차이가 있어서 다양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30대, 40대, 50대로 통일함) 30대는 믿었던 한 축이 무너지는 느낌을 받고 허탈해했다. 특히 시기가 좋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서 50대는 시기란 현 정부에서 정하는 것이지 우연히 찾아온 것은 아닐 것이라고 말했다. 유시민도 이와 비슷한 말을 했다. 3월 30일 오마이뉴스에서 진행된 작가와의 만남에서 이 문제에 대해서 언급하며 정권교체 후 으레 있는 사정작업으로 평가했으며, 일정표를 갖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고 말했다.
40대는 '부인'을 거론한 부분에 대해서 분개해 했다. 대통령 경선 당시 이인제 후보에게 권양숙 씨 부친의 사상 문제가 거론되자 "그 문제 때문에 부인과 헤어져야 한다면 나는 대통령 안 하겠다"고 말했던 노무현을 기억하는 것 같았다. 부인이 돈을 받았다고 하더라도 이왕 벌어진 일이라면 본인이 모두 안고 가야 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50대는 "노무현에 대해서 인정할 것은 '사실'을 말한다는 사실이다. 부인이 관계돼 있기 때문에 부인을 거론한 것뿐"이라고 대답했다. 그리고 "노무현은 지는 싸움은 애초에 시작하지도 않는다"며 전략가로서의 노무현을 회상했다.


"15억원이 정치자금의 기준이 되었다"

1997년 대법원이 추징한 비자금은 전두환 전 대통령이 533억원, 노태우 전 대통령이 2097억원이다. 노무현 대통령은 현재 5억원을 수수한 것으로 드러났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에게 받은 돈은 15억원으로 알려져 있다.
노무현 전 대통령과 연관된 금액이 얼마가 될지 모르겠지만 이 기준이 다음 정권에도 이어질 것이란 점을 예상할 수 있다. 노사모 회원들도 이것이 성과라면 성과라고 말했다. 한나라당이 '부패'의 이미지를 극복하지 못했다면 이 기준은 가혹한 부메랑이 될 수 있다.
그리고 한나라당은 노무현 대통령에게 정치적 되치기를 당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2004년 탄핵국면에서는 역풍으로 무수한 원내의석을 잃어야 했고, 행정수도 이전과 대연정, 개헌 국면에서 한나라당은 여러 번 씁쓸한 패배를 당했다.

이번 건의 경우도 한나라당과 정부는 바싹 긴장하지 않을 수 없다. 사정의 칼날이 노무현 전 대통령을 향하는 일이야 삼척동자도 다 아는 이야기이지만 잘못 건드렸다가는 어떻게 역풍을 맞을지 모를 일이다. 그래서 그런지 검찰은 노 전 대통령이 15억원을 받은 사실은 무혐의로 인정해 조사하지 않기로 했다.

50대는 "이 문제는 언젠가 털고 가야 했는데 오히려 잘됐다"고 평가했다. 그리고 한나라당과 정부가 이 문제를 털어낸 것이 그들에게 유리할지는 모르겠지만 어쩐지 불리할 것 같다는 예측도 내놨다. 그리고 대화에 참여한 모든 사람들은 이 사태를 관망해보자는 쪽으로 의견이 모였다.

개인적으로 이 사건을 바라보면서 언론이나 국민들이 '인간 노무현'이 아니라 생명 없는 상징물로 보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람이라면 돈을 받을 수 있다는 뜻이 아니라, 도덕성 문제에 대해서 지나친 결벽성을 가지고 있다. 도덕성이란 감정이 개입되는 것이고 지고지순한 도덕성이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지고지순한 도덕성이 있다고 하더라도 정권을 잡은 사람에 의해서 짓밟힐 수도 있고 더러운 물을 뒤집어쓸 수도 있다. 그러면 지고지순함이란 한순간에 날아가 버리는 것이다.

지나친 자조와 지나친 비난과 지나친 신뢰가 노무현 전 대통령과 한국 사회 전체를 유령처럼 떠다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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