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korchild

그 진정성이 고맙고 사랑스럽다.
하지만 애석하게도 추모 포스터는 고 최고은 씨의 문제를 잘못 잡았다는 점에서 유감이다. 그리고 이 포스터를 볼 때마다 아프다.

최고은 씨의 죽음이 슬픈 이유는 굶었고 아팠기 때문이 아니다.
최고은 씨는 어느날 갑자기 밥을 못 먹어서 죽은 것이 아니다.
우리 주변에는 수만 명의 최고은이 있다.

최고은 사건이 뉴스가 되는 까닭은 이 때문이다.
그래서 추모를 하려는 사람은 최고은 씨의 죽음이 아니라 최고은 씨의 삶을 추모해야 하며, 우리 자신을 추모해야 한다.

최고은 씨가 살아 있을 당시로 돌아가보면,
자기 시나리오가 영화가 되는 것을 꿈꿨다.
췌장염 등 질환을 가진 것은 5개의 시나리오를 쓰면서 밤과 낮이 바뀌거나, 밤이 없는 생활을 지속적으로 했기 때문이다. 그래도 희망은 없었다.
모든 것을 버리고 밥을 선택하는 것은 삶을 송두리째 뽑아 흔드는 일이다. 그저 최고은은 자신이 열심히 만든 시나리오가 영화가 돼 밥을 먹을 수 있기를 바라지 않았을까?

대자연의 이번 추모 포스터에는 이러한 점이 배려되지 않았다.
내가 이번 이미지를 그냥 지나치지 않고 이렇게 글을 쓰는 이유는
멀티텍스트가 주는 무서움을 잘 알기 때문이다.
내가 이 이미지에 남기는 백마디 말보다 대자연이 남긴 이미지 하나가 대중에게 강렬한 인상으로 남을 것이다.

그러니까 대중은 이 이미지를 떠올리면서 최고은 씨가 죽음을 맞이한 상황의 단면만을 생각하게 될 것이다. 그 안에 담겨 있는 중요한 문제는 묻혀 버린다. 최고은 씨가 살아낸 고단한 삶을 진심으로 위로하고 명복을 빈다.

댓글(7) 먼댓글(0) 좋아요(2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잘잘라 2011-02-11 12: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공감합니다.

"우리 주변에는 수만 명의 최고은이 있다."

토토랑 2011-02-11 12: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공지영 작가의 말에 공감.
우리 사회에 최소한의 안정망이 없음에.. 라는 말이 공감이 가요..

쉽싸리 2011-02-11 12: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아, 저건 아닌것 같습니다.
그분이 진수성찬을 먹으려고 했던건 아닌것 같아요. 한끼가 되었건 매일이 되었건,,,
유명배우들은 수억단위의 출연료로 현재 또는 대대로 떵떵거리며 살 수 있겠고, 제작관행의 문제도 있다고 들었어요. 평균연봉 500만원대의 수많은 영화스탭들은 ,,,너무 많은 것 같습니다.
영화쪽 고질적인 관행 같은데 뾰죡한 대안을 마련하지 못하구 있네요. 합의가 어려운지, 재원마련이 어려운건지,
사실 한국 영화 볼 때마다 불편하죠.

하이드 2011-02-11 13: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 진짜 아니다. 할 말이 없네. 저게 뭐에요. orz orz orz

무해한모리군 2011-02-11 13: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롤링은 애 딸린 싱글맘이었지만 해리포터 쓸 수 있는데..
우리 사회는 어째 이런지 --

stella.K 2011-02-11 14: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건 좀 아니지 싶다.
밥 먹자고 하는 것 같으면 무슨 일인들 못하겠냐?
죽은 고인 기리자고 저런 사진 만드는 건 아니지.
문제는 꿈을 갈취 당하고 이룰 수 없는 게 더 안타깝고 슬픈 거잖아.
물론 그러면 안 되는 거지만, 고인한테는 미안하지만 꼭 그거여야만 하는냐고 묻고도 싶어져.ㅠㅠ

순오기 2011-02-11 22: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기사 보면서 정말 기가 막히더군요.
희망을 빼앗아 버리는 우리 사회가 정말 무섭습니다.
진수성찬 차려놓고 환하게 웃는 고인의 사진을 올린 건 정말 아니네요.ㅜㅜ
최고은씨의 고단한 삶을 위로하고 추모해야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