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집을 나서며 차문을 열었는데, 갑자기 문이 열리지 않는 겁니다.
맞은편 문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결국 뒤트렁크를 열고 기어서 운전대까지 갔습니다.
이 무슨 변고입니까?

짚히는 데가 없는 것은 아닙니다.
새로 이사온 지 몇 달 지났는데, 벌써 원한관계를 두 개나 가졌습니다.
하나는 주차문제로, 하나는 안면방해 문제로..
네 칸 가운데 두 칸을 쓰는 아저씨는 차를 자주 쓰지 않으니 빌라 앞에 구석진 곳에 차를 세우라고 '명령'하였습니다. 참 황당한 생각이 들었지만, 정중하게 '부당한 명령'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거절했습니다. 아저씨는 자신이 심하게 구는 거냐며 도리어 따져 묻는 것이었습니다. 이게 첫 번째 원한입니다.
두 번째 원한은 바로 밑에 집에서 밤마다(밤8시~10시) 들려오는 날카로운 바이올린 소리였습니다.
세 번이나 내려가서 주의를 주었던 것이 화근이 되었을까요?
세 번째는 그 집 처자도 짜증이 난 듯 한껏 나를 조롱하더군요.

<관련글>
http://jagong.sisain.co.kr/192
http://jagong.sisain.co.kr/197

이 두 집이 했다는 명확한 증거는 없기 때문에 아직 아무런 조치도 하지는 않았습니다.
아내는 아침에 차문을 열 때마다 불안해 할 것 같다며,
이사를 가자고 합니다.
뭐라고 얘기를 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혹시 동전털이 동네 꼬마놈들의 장난인가 해서 옆집 아줌마에게 물어보니,
아줌마는 차가 손상되지는 않았다고 하면서도,
'동네 사람들 조심하세요'라며 귀띔을 해줍니다.



결국 열쇠구멍 수리하는 데만 피같은 9만원이 들었습니다.
저희 동네는 총선 때 뉴타운 개발 공약으로 한나라당 의원이 당선된 화곡동입니다.
그래서 그런지 봄부터 날마다 집을 부쉈다 지었다를 반복합니다.
몇 달 전에는 앞집을 부수고,
그 다음은 옆집을 부수고,
왼쪽에 있는 집은 철거를 하려고 보호막을 씌웠습니다.
주민들의 신경도 상당히 날카로워져 있습니다.

정말 이사를 가야 하는 걸까요?
이사를 가면 어디로 가야 할까요?
이런 꼴 당하지 않는 곳이 서울 하늘 아래 어디 있을까요?
아파트로 이사갈 형편이 되진 않으니 그냥 이렇게 살아야 하는 걸까요?
제 자동차에 테러를 가한 분이 누군지는 모르지만 애처롭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분도 오죽하면 그런 일을 했겟습니까

일단 아내를 안심시키기 위해서라도 경찰에 신고를 하고 피해접수를 해두었습니다.
경찰관도 주차 문제로 이런 신고를 많이 들으며 실제 자신도 이런 피해를 입은 적이 있다며,
최대한 부딪치지 않고 사는 것이 좋겠다고 '조언'을 해줍니다.
길을 가다 보면 길 한가운데 자리를 잡고 드잡이를 하는 모습을 흔히 볼 수 있고,
동네에서도 하루에도 몇 번씩 목소리가 높아집니다.
맹자는 일정한 수입(항산)이 없으면 상식적인 마음(항심)이 들지 않는다고 했는데,
우리 동네사람들의 집안살림이 날로 어려워지는 것 같아서 안타깝습니다.

그나저나 다음에 또 이런 테러를 당하면 그땐 어떻게 해야 하나 벌써부터 고민이 됩니다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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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ch 2008-08-04 10: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윽, 너무 황당하셨겠다. 참 지능적이고 무서운 테러군요. 동네 분위기며 복잡한 관계들이 사단이 된거 같아요. 강력하게 대응하면 어떻게 나올지 알 수 없고, 그렇다고 가만히 있자니 테러주체의 사기만 북돋아줄 것 같고. 다신 그런 일 없었으면... 에휴.

승주나무 2008-08-06 12:25   좋아요 0 | URL
시니에 님//황당한 것도 황당한 거지만 피같은 돈을 날렸다는 게 더 아프네요 ㅠㅠ

드팀전 2008-08-04 10: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동네에서도 하루에도 몇 번씩 목소리가 높아집니다.
맹자는 일정한 수입(항산)이 없으면 상식적인 마음(항심)이 들지 않는다고 했는데,
우리 동네사람들의 집안살림이 날로 어려워지는 것 같아서 안타깝습니다.

... 맹자가 그런 말씀을 하셨군요. 맹자도 '경제결정론자'라고 비판받는건 아닐지 우려가 되긴하는데, 그것보다 승주나무님이 이사 외에 별 다른 방법이 안보이는게 문제군요.

승주나무 2008-08-06 12:25   좋아요 0 | URL
이사 외에 다른 방법을 지금 고민 중입니다. 아마 3부가 될 듯한데.. 결과를 곧 보여드릴게요^^;;

승주나무 2008-08-06 12:25   좋아요 0 | URL
이사 외에 다른 방법을 지금 고민 중입니다. 아마 3부가 될 듯한데.. 결과를 곧 보여드릴게요^^;;

마노아 2008-08-04 11: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황망한 일입니다. 물질적 정신적 피해가 막심하네요. 답이 없다는 게 더 속상하구요..ㅠㅠ

승주나무 2008-08-06 12:26   좋아요 0 | URL
마노아 님~물질적 정신적 피해..정말 심각합니다. 카드값 부담이 또다시..답을 기어코 찾고 말겠습니다~~

Mephistopheles 2008-08-04 12: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물증만 잡으면 빼도 박도 못합니다. 이사를 가는 건 금전적으로나 시간적으로 너무 피해가 커요.

승주나무 2008-08-06 12:27   좋아요 0 | URL
메피 성님~~물증 잡기가 참 난망입니다. 물증을 잡아서 신고를 한다고 해도 제2, 제3의 테러를 어떻게 감당할까요..마치 동네 사람들 모두가 '이사가' 이사가' 하고 외치는 것 같습니다 ㅠㅠ

2008-08-04 13:1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8-08-06 12:27   URL
비밀 댓글입니다.

무스탕 2008-08-04 13: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막말로 이것이 1회성이면 다행(?)이겠지만 그렇지 않을 가능성이 더 높은게 정말 화가나네요..

승주나무 2008-08-06 12:27   좋아요 0 | URL
무스탕 님~~ 경찰에 따르면 이런 일이 비일비재라고 하네요.. 정말 맘편히 살기 힘든 서울입니다.

울보 2008-08-04 14: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경찰에 신고하세요,,
그리고 득단에 조치를 ,,무서운 세상이네요,,참,,

승주나무 2008-08-06 12:28   좋아요 0 | URL
울보 님~~ 감사합니다.
일단 경찰에는 신고를 해서 피해접수를 했지만,
그들이라고 딱히 방법을 내놓을 수 없는 상황이죠..
그저 조심하라고 말하고 가버리대요^^;;

2008-08-04 15:2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8-08-06 12:29   URL
비밀 댓글입니다.

광주엉아 2008-08-06 13: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나이는 나보다 적지만
나으 한문 싸부 승주니마
생활은 슬픈 것
마음은 미래에 사는 것
거 시를 쓴다는 사람이
왜 반드시 항산과 항심을 말하십니까
오직 젊음과 시간이 있을 따름입니다
올 여름은 유난히 덥고
가을은 시원합니다
여름을 보내면
내년 여름이 벌써 기다려집니다
내가 좋아하는 대표적 과일은
수박 포도 입니다
봄에는 딸기를 좋아합니다
승주니마는
얼굴색이 대추빛를 닮은 것 같네요

승주나무 2008-08-07 00:56   좋아요 0 | URL
광주엉아~ 진짜 오랜만이네^^
광주는 안녕한가요. 지방순회공연을 한번 다니길 해야 할텐데~~
성님 얼굴도 많이 탔을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