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경선 작가는 책의 앞부분을 읽다가 읽을 가치가 없다는 판단이 서면 바로 읽기를 중단하고 중고서점에 팔아버린다고 한다. 끝까지 읽을 책이란 생각이 들면 그때부터는 책에 표시를 하며 적극적으로 독서한다고. 내겐 이게 매우 호쾌하나 무례한 방식으로 여겨졌다. 시간은 한정되어 있고 읽고 싶은 책도, 읽어야 할 책도 많다. 공간 역시 한정되어 있고 책은 꽤 부피를 많이 차지하는 물건이다. 이런 면에선 그의 방식이 현명하다고 볼 수 있겠다. 그러나 어떤 책에 대해 지나치게 빠르게 판결하고 최종 처분까지 내리는 게 불편한 것도 사실이다. 초반부 몇십 쪽이 부진하다고 냅다 책을 유배형에 처하는 느낌이랄까(애가 대기만성형일 수도 있잖아요).


그런데 내가 같은 일을 하게 생겼다. 역시 직접 경험해보기 전까지는 아무 것도 함부로 판단하지 말아야 한다. 내게 손절당할 책은 바로 <자살에 관한 모든 것>이다.



가장 불쾌했던 지점은 이것이다. 자살 현장의 사진과 이미지를 반드시 이렇게 많이 수록해야 했을까. 저자가 기자여서 그랬을 수도 있다. 그러나 자칫 '스펙타클'로 소비되기 쉬운 사진자료들을 이토록 조심성 없는 방식으로 독자에게 제시해야만 했을까.


더 근원적이고 교묘하게 나의 불쾌감을 자극했던 포인트는 저자가 책의 주제와 유지하고 있는 '거리감'이다. 그는 딱 취재 대상을 대하는 방식으로 의도적으로 거리감을 유지하면서 제3자의 차가운 시선으로 자살이라는 '현상'을 낱낱이 해부한다. 마치 그로써 '자살에 관한 모든 것'을 파훼하고 분류하고 객관적으로 설명할 수 있다는 듯이. 내겐 이게 끔찍한 모욕으로 느껴졌다. 내가 느낀 바에 가장 부합하는 말은 "condescending"이다. 한국어로 옮겨야할 때 가장 난처한 단어 중 하나다. 그러니까 내겐 저자가 우월한 위치를 점유하고 경멸적, 시혜적으로 사안을 바라보고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그러나 적어도 내가 읽은 부분까지는 저자의 '당파성'과 '위치성'이 드러나 있지 않았으므로 판단은 유보되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이 책을 더는 읽지 않을 것이므로 설사 뒷부분에서 그의 입장이 드러난다 해도 내가 그걸 발견할 일은 영영 없을 것이다. 따라서 내 언술은 그 자체로 부당한 비난이 된다.



앞서 읽은 <자살에 대하여>는 비록 마무리가 정교하지 못했으나 저자의 '당사자성'은 드러났다. 내가 그의 생각과 입장에 동의할 수 있는지와 관계없이 그는 자살을 생각해 본 한 사람으로서 그의 내면에서 일어났던 일들을 설명했다. 속을 드러냈다. 거기엔 어마어마한 용기가 수반되었을 것이다. 그 자체로 이 책은 좋은 책이 될 자격을 갖추고 있다.


그러나 <자살에 관한 모든 것>에서는 낱낱이 파헤치고 추궁하는 외부자의 시선만이 느껴졌다. 이 책으로 내가 건질 수 있었던 것은 단 하나뿐이다. 설사 그런 게 있을 수 있다고 하더라도 내가 알고 싶은 것은 자살에 대한 '객관적 설명'이 아니구나, 하는 깨달음. 나는 스스로 죽음을 선택한 이들의 내면에서 벌어지는 일이 궁금하다. 여기에서 나의 입장은 장 아메리와 궤를 같이한다. 자살은 객관적으로 설명 불가능하다. 이들의 내면을 '예감'하고 증언하는 일만이 이 문제에 관한 접근 가능한 설명의 형태에 가장 부합할 것이다. 그리고 이런 접근에는 극도의 주관성과 개별성이 담보되어야 한다.


장 아메리의 <자유죽음>의 경우 읽자마자 다른 설명 없이도 바로 직감할 수 있었다. 이 사람은 경계에 선 적이 있었겠구나. 아마도 '구조' 당했겠구나. '뛰어내리기 직전'부터 이야기를 시작하는 대범함과 탁월함은 직접적인 경험 없이는 불가능했을 것이다. 그는 철저히 죽음 직전의 상황에 초점을 맞춘다. 존엄을 포기하지 않고는 견디거나 끌어안을 수 없던 '에셰크'가 그 이후 무관해지듯 자유죽음에 한해 그 이후는 타인에게만큼이나 본인에게도 무관해진다. 시도에 실패한 이의 이야기는 따라서 '객관' 만큼이나 경계된다. 장 아메리는 내면의 작용으로부터 자유죽음을 규명하려는 대담한 시도를 하고 있다. 직전의 순간을 훼손하는 모든 이야기들은 규명의 과정을 오염시킨다. 심리학 역시 경계 대상이다. 그건 살고자 하는 사람들을 위한 학문이기 때문이다. 이때 모든 자살이 자유죽음은 아니다. '존엄'과 '자유'는 자유죽음의 필수요소다. 주체는 오로지 자신에게 속한 권한을 사용하는 것이다. 그 자신에게 있어서 그러한 죽음은 무엇보다 '자연스러운' 죽음이 된다. 모순의 모순에 전속력으로 돌진해가며 사유를 밀어붙이던 그가 149쪽에서 처음으로 자신의 구체적 경험을 진술한다. 나는 여기에서 엄청난 감정적 동요를 느꼈다. 거기에 드러난 그의 가장 연약한, 날것의 속내가 실패한 자의 고백이 아니라 뛰어내리기 직전의 심정으로 느껴졌기 때문이다. 그는 이 책 전체를 빌려 자신의 자유죽음을 고백하고 있는 거였다. 그제야 비로소 저자의 이력을 확인했다.


이 책은 아무도 설득하려 하지 않지만 설득력을 지니고 있다. 이 책을 읽고 더 죽고 싶어지거나 더 살고 싶어지지는 않았다. 그저 저자의 목소리에서 '나'를 발견했을 따름이다. 나는 그가 장엄한 세계의 사람이라 더욱 비참했으리라 생각한다. 그가 살아내야 했을 삶에서 장엄한 사람이 맺을 수 있는 결말이 아주 많지는 않았을 것이다.


(208) 심지어 우리 속에 층층이 쌓여 있는 세계는 피부보다 훨씬 더 가깝다. 그 세계는 온전히 우리 것이다. 비참한 것이든 장엄한 것이든, 그것은 우리의 세계다. 우리는 그 세계에 속한다. 이 말은 달리 풀자면, 우리는 우리 자신에게 속한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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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YDADDY 2023-04-30 09:19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삶에서 내몰린 사람들..
깊게 들어가면 자살의 거의 모든 원인은 사회 문제라고 생각해요. 사회가 사람이 자신의 삶을 사랑할 수 없게 만드는 것이죠. 개인적인 원인으로 많이 손꼽는 우울증도 그 원인을 찾아보면 결국 사회적 원인으로 회귀됩니다.
‘거의 모든‘이라고 한 이유는 존엄사때문입니다. 물론 존엄사가 자살인가에 대해서는 논란의 여지가 있지만 극심한 고통으로 더이상 삶의 의지를 이어갈 수 없는 경우에는 그 선택을 존중해야한다고 생각해요. 물론 주체적인 죽음도 또 하나의 예외이겠죠. 투병으로 아무것도 할 수 없었던 들뢰즈가 마지막 힘을 짜내어 투신한 것처럼요. 또다른 방식의 존엄사겠죠.
삶이라는 것이 무거운 주제인만큼 그 끝인 죽음은 더 무거운 주제라 모두가 언급을 피하는 경향이 있는데 누구나 피할 수 없는 죽음에 대해 오히려 삶 가까이에 두어야겠죠. 좋은 책을 소개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자살에 대하여>의 해제를 쓰신 분이 페미니스트시더군요. 그래서 읽어야할 이유가 더 생겼어요. ^^

책먼지 2023-04-30 11:38   좋아요 3 | URL
음.. 모든 원인을 사회 문제로 귀결시킬 수는 없는 것 같습니다. 장 아메리는 <자유죽음>에서 원인을 사회에서 찾으면 문제의 본질을 호도하게 된다고 강하게 비판해요. 정작 자살자를 외면하고 사회의 관점에서만 이야기할 수 있다고요. 이러한 접근방식에서 자살자가 처한 상황이나 내면이 지워질 위험이 있다는 데는 저도 동의합니다. 명백히 사회문제가 원인인 것 같을 때도 좀더 개인의 내면을 들여다봐야 하는 것 같아요. 그런데 그렇게 되면 우리 사회는 또 개인 탓만 하면서 사회의 책임까지 다 개인에게 전가할 수 있으니 딜레마네요ㅠㅠ
<자유죽음>의 경우 그만두는 건 언제든 할 수 있으니 조금만 더 견뎌볼까의 느낌이었어요. 그런데 이 책을 내고 2년 뒤에 장 아메리가 결국 삶에서 나간 것을 보면 삶이 주는 굴욕과 구토감, 죽기 위해 그 모든 걸 견뎌야 한다는 인생 자체의 부조리를 오래 견디지는 못한 것 같아요.
제가 요즘 이 주제에 심취해있다고 하니 다락방님, 잠자냥님, 은오님 등 많은 분들이 입 모아 추천해주셔서 읽게 되었는데 정말 좋은 책이었습니다!!
<자살에 대하여>에 적혀있는 하미나 작가의 해제는 미괴오똑(미쳐있고 괴상하고 오만하고 똑똑한 여성들)에서 본인이 전달하고자 했던 메시지와 매우 흡사해요. 음.. 페미니스트로서의 하미나 작가를 만나고 싶으신 것이라면 미괴오똑을 먼저 추천드립니다!!
그리고 맞아요 대디님.. 죽음이라는 문제를 이야기하는 게 거의 금기시되고 있는데 말씀대로 피할 수 없는 일이니 잘 들여다볼 줄도 알아야하는 것 같습니다. 꼼꼼히 감상 읽고 여러모로 생각할거리들을 던져주셔서 감사합니다💕

희선 2023-04-30 01:58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앞부분을 보니 더 보기 어려운 책이 나타났군요 제가 《자살에 관한 모든 것》을 봤다면 어땠을지 모르겠습니다 그런 거 말하면서 사진을 보여줘야 할까 하는 생각은 들기도 합니다 사진은 바로 보여주는 것이기도 한데... 이 세상에 없는 사람이라 해도 예의는 지켜야 할 것 같아요

장 아메리는 다른 사람을 설득하려 하지 않지만 설득력이 있군요 그렇게 할 수밖에 없었던...


희선

책먼지 2023-04-30 11:52   좋아요 2 | URL
하아.. 맞아요 희선님 사진을 보여줄 필요가 없죠!! 처음에는 영화 같은 데서 떼 온 장면인 줄 알았어요.. (삽화 같은 게 섞여있어서요) 그런데 실제 사건 현장사진도 섞여 있더라고요.. 뭐가 뭔지는 제가 더 들여다보기 싫어 확인하지 않았는데 희선님 말씀처럼 정말 무례한 짓임에 분명합니다!!!

장 아메리는 우리에게 스스로 죽음을 택할 자유가 있다고 봤어요. 위의 대디님께도 말씀드렸듯이 끝내는 건 언제든 할 수 있으니 일단은 살아보라는 느낌?? 그리고 그가 이 글을 남겨놓았기에 우리가 그의 선택을 이해하게 되죠..

공쟝쟝 2023-04-30 12:28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모든 것>이라는 제목부터 오만한데요. 캐주얼하게 지식 충족하고자 하는 사람들에겐 좋은 책일테고, 그런 독서를 비난하고 싶은 마음은 없지만, 이런 기획의 책들‘만’ 잘 팔리는 책이 되는 것은 영 찜찜해요! 그런 시선(이 역시 시각중심적인 언어사용이지만 대체할 말을 찾지 못하였나이다)이 문제적이므로.
먼지님의 책 선택, 글 선택, 아닌 책을 골라내는 평은 빛을 발합니다 ⭐️✨⭐️💡
고를 것이 많은 현대의 인문취향 독자들에겐 거를 까닭을 알려주는 먼지님의 독후감과 비평이 유용합니다 ㅋㅋ 오래오래 많이많이 써주세욥! 🙏

책먼지 2023-05-03 13:16   좋아요 3 | URL
쟝님 저 예전에는 비독서인구(?)에게 어떤 책이든 일단 읽게만 하면 독서경험이 확장되어서 나중에는 자연스럽게 다른 분야 책들도 읽겠지 생각했었는데요. 주변을 보면 자기계발서 읽는 사람은 정말 끝까지 자기계발서만 읽더라고요.. 그래서 쟝님이 말씀하신 것 같은 찜찜함이 더 커져요.
제가 이런 책은 팔리면 안 된다고 성토하며 원서를 검토해서.. 노동력은 노동력대로 갈아먹고 도서번역 기회는 기회대로 날려먹은 그런 사람입니다!!! 하하..ㅠㅠ
쟝님께 유용했다니 기쁩니다!! 누가 뭐래도 제멋대로 쓰겠어요!!!

다락방 2023-05-02 09:19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저는 주말이나 연휴에 놋북을 잘 열지 않거든요. 그래서 밀린 글이 많아요. 월요일(지금은 연휴 때문에 화요일)이 되어 출근해서 알라딘에 들어오면 제 나름대로 밀린 글을 읽으려고 하지만, 너무 많아 그것이 쉽진 않고요. 다만, 제가 닉네임을 클릭하고 들어가서 내가 놓친 글은 없나 들여다보는 몇몇 분들이 계십니다. 제가 글을 놓치고 싶지 않은 분들이요. 책먼지 님이 그중의 한 분이십니다. 오늘 혹여 놓친 책먼지 님 글은 없나 싶어 책먼지 님의 닉네임을 누르고 들어왔어요. 역시, 그렇게 누르고 온 보람이 있는 글입니다.

저는 책먼지 님과 아주 다른것 같은데 간혹 아주 비슷한 지점들이 있는 것 같아요. 어떤 윤리적인 부분에서 교집합이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을 합니다. 일전에 제가 <여자, 계급, 인종>을 읽고 쓴 페이퍼의 책먼지 님 댓글을 읽을 때도 그랬고, 오늘 이 글을 읽으면서도 그런 생각을 합니다. 책먼지 님과 제가 생각하는 윤리는 어떤 지점에서 닿아있는 것 같아요. 그것은 음, 단적으로 예를 들자면 ‘거리감‘이 있을테고요, 이건 어떤 단어(언어)로 표현해야 할지 모르겠는데, 문장으로 설명하자면, ‘너 왜 그렇게 말해?‘ 정도가 될 것 같아요.

아, 그리고 사실 굳이 말할 필요는 없지만 그래도 말하자면, 저는 임경선 작가를 싫어합니다. 저 책먼지 님의 이 글 처음 부분에서 아아, 임경선을 좋아하시는건가 흑, 했는데 무례하게 느껴졌다 하셔서 내적 환호 했습니다. 저 정확히 무례하다고 생각했었어요, 임경선 에세이 읽고요. 식당 옆테이블에 앉은 여자를 자기 멋대로 어떤 사람일 것이다 생각하고 비난하는 거였는데 진짜 그 책 읽고 다시는 임경선을 안읽었어요. 대화 한 번 나눠보지 못한 옆자리 사람에 대한 악의를 이렇게 책에 쓰다니. 저에게 임경선은 무례로 기억됩니다.

책먼지 2023-05-03 13:35   좋아요 2 | URL
다락방님 출근과 함께 알라딘 활동이 활발해지시는 것은 눈치채고 있었는데.. 제 글을 일부러 챙겨보고 계신 줄은 몰랐어요ㅠㅠ (꼼꼼하게 읽어봐주시는 건 알고 있었는데 일부러 아이디 누르고 들어와 놓친 글 점검하시는 거라곤 생각도 못했어요) 감동..🥹 친구가 몇 없는 저도 며칠 안 들어오면 밀린 글 다 따라잡기가 어려운데 다락방님은 어떠실지 짐작조차 되지 않습니다!!

저도 다락방님 글에서 어떤 사안에 대한 비슷한 태도를 발견하고 크게 공감하곤 합니다. 심지어 제가 아직 언어로 만들지 못한 것까지 짚어서 제 속이 다 후련하게 가려운 걸 긁어주실 때 진짜 엄청 감탄해요!! 그리고 그게 윤리였군요!! 윤리적인 교집합이었어요!! 기본적인 인간됨에 대한 합의?? 같은 거요!! 오늘의 한 마디는 ’너 왜 그렇게 말해?’가 되겠습니다ㅋㅋㅋ

저도 임경선 작가 기피합니다.. 쿨하게 보이려고 도를 지나치는 면이 있는 것 같아요. 그게 제게도 무례함으로 느껴지고요. 그리고 그 무례함을 솔직함으로 포장하고 있는 것 같아요. (읽으신 에세이 혹시 <태도에 관하여> 였을까요? 예로 들어주신 게 익숙한데 어디서 읽었는지 가물가물) 그러나 다락방님은 설사 제가 임경선 작가를 좋아했더라도 그 이유만 타당하면 얼마든지 그럴 수도 있네 하고 귀기울여주셨을 것 같은 느낌입니다🥹💕

다락방 2023-05-09 07:51   좋아요 2 | URL
제가 읽은 임경선은 <엄마와 연애할 때> 였을 겁니다. 그거 한 권 읽고 더는 임경선을 만나지 않았.. 하핫;;

잠자냥 2023-05-10 12:59   좋아요 1 | URL
ㅋㅋㅋ 임경선에 관한 부분에서 다부장님과 똑같은 심정을 느낀 잠자냥....
임경선으로 대동단결.......ㅋㅋ

2023-05-04 17:3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05-09 12:30   URL
비밀 댓글입니다.

은오 2023-05-10 01:1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헐 ㅋㅋㅋㅋ 자살에 관한 모든 것 저 샀는데.... 심지어 조만간 읽으려고 책상 위 미니책장에 꽂아둬서 지금 눈앞에 바로.... 아악!!!!! 저도 일단 읽어보고 올게요!!! ㅋㅋㅋㅋㅋㅋ

책먼지 2023-05-11 11:08   좋아요 1 | URL
은오님 저는 앞부분 읽다 너무 괴로워서 포기했는데 혹시 은오님께는 다른 책이 될 수도 있고 또 은오님이 다르게 읽어주시면 그걸 보고 제가 이 책 다시 보게 될 수도 있으니 포기하지말고 읽어보고 와주세요🔥 미니책장에 또 무슨 책 들어가 있는지 궁금합니다!!!
 

짝꿍은 후에 이렇게 증언했다. "결제하기 전까진 네가 정말로 이걸 사려는 줄 몰랐다."


여기에서 말하는 이건 네스프레소 버츄오 플러스 머신이다. 캡슐 사러 네스프레소 매장에 갔다가 머신 사서 돌아오는 사태가 벌어진 것이다. 커피머신이 집에 없냐고? 아니다. 십년 넘게 고장 한번 없이 건재한 오리지널 머신을 잘만 쓰고 있다. 그런데 이게 대체 어떻게 된 일일까.


돌이켜보면 파국은 여기에서 시작됐다. "고객님 그런데 버츄오는 안 쓰세요?" 다음과 같이 대답했으면 참 좋았을 것이다. 네, 안 씁니다. 그냥 캡슐만 주세요. 그러나 현실의 나는 그러지 못했다. "버츄오가 더 좋은가요?" 당연히 좋다고 말하겠지. 그는 네스프레소 직원이라고!! 그러나 그때의 나는 그게 얼마나 멍청한 질문인지 몰랐다. 직원분은 일단 버츄오 머신으로 따뜻한 커피부터 내려주고 설명을 시작하셨다. 시식하면 끝이야, 시식하면 끝이라고!! 당연히 이것도 그때는 몰랐다.


가장 좋았던 점은 이거였다. 나는 출근 준비를 하면서 커피를 내려서 텀블러에 담아간다. 그런데 어지간히 진하지 않고는 성에 차지 않아서 한번에 에스프레소 캡슐 최소 서너개를 써서 각 캡슐당 에스프레소 버튼(40ml)을 두 번씩(80ml) 눌러 총 여섯 번(240ml)에서 여덟 번(320ml)을 추출한다. 700원짜리 캡슐이면 한 잔에 2,100원에서 2,800원이 드는 것이다. 그런데 버츄오 머신의 시그니처 캡슐을 쓰면 한번에 커피 230ml가 추출된다. 오리지널 캡슐보다 캡슐 하나당 가격은 평균 200원 정도가 더 비싸지만 한번 내지 두번만 내려도 되니 한 잔당 드는 비용은 900원에서 1,800원으로 줄어든다. 장기적으론 이게 더 이득인 셈이다. 이거 십년 안 쓸거야? 십년 쓸 거잖아. 게다가 토너 바르다 머신 버튼 누르러 가고, 에센스 바르다 또 한번, 선크림 바르다 또 버튼 누르러 가는 번거로움 없이 버튼을 딱 한번만 누르면 끝나는 상황을 상상해버리고 말았다. 이거다, 이걸로 아침에 5분은 더 잘 수 있겠어. 거기에 증정품과 할인이 엄청났다. 이걸 어떻게 안 사? 사자, 당장 사자. 그만 홀려버렸다.


오늘 아침에 사용해보니 실제로 훨씬 사용이 간편했다. 캡슐 투입구의 개폐도 자동인데다 무엇보다 소음이 적었다. 오리지널 머신의 경우 진동과 소음이 무척 심해서 저 커피 마셔요 하고 온동네에 광고하는 느낌이라면 새로 산 아이는 집에 누가 있는지 없는지도 모를 정도랄까(헛소립니다).



홀려서 산 아이가 커피머신만은 아니다.



아깝게도 딱 하루 차이로 2차 북펀딩 가격으로 이 아이를 건졌다. 조립을 잘못해서 바퀴 하나가 공중에 들려있지만 예쁘니까 됐다.






+ 저도 인바디 자랑!! (아마도 채식+요가의 결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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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냥 2023-04-27 22:50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아니 새 커피 머신 살 때 계산법이 약간….. 음 알라딘 적립금 몇천 원 날리기 아까워서 몇만 원어치 책 사는 거 같죠 왜?

그리고 저 알라딘 굿즈 펀딩해서 사는 분 있을 줄 몰랐어요. ㅋㅋㅋㅋ 제 눈에는 이게 왜 필요하지 싶었거든요.

때아닌 알라딘 인바디 자랑…. 전 기초대사량도 먼지 님보다 높습니다! 음하하…..

책먼지 2023-04-27 23:34   좋아요 3 | URL
ㅋㅋㅋㅋㅋㅋㅋ 이게 다 알라디너 분들께 배운 것입니다!!!

저는 만약 그 세계문학 발매트랑 유리문진 굿즈 펀딩했으면.. 깔별로 종류별로 질렀을 사람입니다 하하.. ㅠㅠ

헉!! 이미 팔근육 매우 부러워하고 있었는데!! 자냥님 독서 체력 다 이런 데서 나오는 것이었군요!!!!

은오 2023-04-27 23:03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오 전 웬만해서는 남의 절약 합리화(?)를 비웃지만 더블 에스프레소 캡슐이라면 진짜 괜찮은데요? 저도 커피 없이 못살고 진한 커피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ㅋㅋㅋㅋㅋ 저는 네스프레소 시티즈 쓰다가 일리로 넘어간지 3년 정도 된 것 같은데, 이제 캡슐 돌려가며 내려도 다 이미 많이 마셔서 질려가지고 못먹겠어요.... 자꾸 카페 커피가 마시고 싶음 ㅠㅠ 암튼 이번 소비 저는 찬성!!!!!ㅋㅋㅋㅋㅋ
인바디...... 표준미달 표준미달 표준미달만 나오는 사람은 조용히 못본척하고 지나가요ㅋㅋㅋㅋㅋ😭

책먼지 2023-04-27 23:38   좋아요 3 | URL
어어 맞아요ㅠㅠ 캡슐 맛 결국 다 똑같은 느낌나죠!! 저도 그래서 머신 있는데도 따로 원두 사서 드립으로도 내리고 모카포트로도 끓이고.. 카페 커피도 먹고.. 하아.. 맞습니다 맥시멀리스트입니다😭
아니 잘 보면 표준에 걸쳐있.. 조용히 하겠습니다..

건수하 2023-04-28 05:53   좋아요 3 | URL
은오님 슬슬 나타나시는군요 ㅋㅋ
전 진하기도 하고 맛은 일리가 더 있는 것 같은데 (네스프레소는 향이 좀 억지스러운 것도 많고 일단 커피양이 적어서) 종류가 별로 없는게 흠이에요.. 그래도 디카프도 먹을 만하고 좋아요 ㅎ 이제는 전자동/반자동으로 넘어가실 때?

세 개 다 표준미달이면 그래도 괜찮은 것 같아요. 곧 건강검진인데 두렵…

책먼지 2023-04-28 09:41   좋아요 1 | URL
수하님 이러시면 저는 일리 머신까지 살 사람..😭
건강검진 무섭죠.. 저는 특히 산부인과 검사가 제일 싫더라고요. 그러나 짝수년도생이라 국민건강검진은 올해는 패스!! 잘 다녀오시길요!!!!

건수하 2023-04-28 10:16   좋아요 1 | URL
전자동으로 가십시오.. (먼산)

건수하 2023-04-28 09:2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분명히 저 굿즈 사신 분 계실텐데 안 올라온다 했어요 ㅎㅎ 예쁘긴 한데 집에 비슷한 카트 (이케아)가 있어서 잘 넘겼습니다 ㅎ

버츄오 저는 처음 나왔을 때 시음해봤는데 맛이 써서 그 다음엔 관심 안 가졌는데 잘 쓰시는 분들은 잘 쓰시더라고요. 제 취향은 40ml보다 짧게 끊고 뜨거운 물을 추가하는 스타일입니다 :) 물론 캡슐이 많이 듭니다…

네스프레소 요즘은 호환돼서 로스터리들에서 많이 나오더라고요 바꿔가며 먹는 재미도 좋아요 ^^

인바디는… 할 말이 없습니다 ㅋㅋㅋ

근데 5월 가정의 달.. 절약 가능합니까… 🤞

책먼지 2023-04-28 09:46   좋아요 1 | URL
베드테이블이나 소파 사이드테이블로 쓰면 참 좋겠다 생각했는데 막상 받아보니 그러기는 또 좀 애매하더라고요..?? 애가 높이가 좀 낮아요!!

흐억.. 수하님 저보다 더 하시군요.. 뭔가 네스프레소만 놓고 비교했을 때는 버츄오가 향이 더 풍성하고 커피가 부드러운 느낌이예요!!

맞아요!! 호환캡슐 대공감.. 그러나 매장에서 먹거나 원두 사서 갈아서 내려먹는 게 제일 맛있다는 게 함정.. 머신은 맛보다는 편리함 때문에 쓰게되는 것 같아요

어흑.. 수하님 뼈때리심.. 저도 그래서 전략을 짰는데 저를 위한 소비만 최소한으로 줄이려고요!!

하이드 2023-04-28 06:4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버츄오 5년째 쓰고 있습니다. 저는 에쏘도 많이 사요. 에쏘에 얼음 잔뜩 무가당 두유로 꽉 채워서 주식입니다.

책먼지 2023-04-28 09:48   좋아요 1 | URL
으아 5년째 쓰고 계신 분이 등판해주시니 맘이 든든해집니다ㅋㅋㅋ 저 하이드님이 알려주신 레시피 따라해보려고요!! 두유 꽉 채우면 아침식사 대용 충분히 될듯요

다락방 2023-04-28 07:5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는 무엇보다 체지방이 표준이하인 것이 너무나 부럽네요. 저는 저게 진짜 하늘 높은 줄 모르고 거만하게 치솟아 있어가지고... 하하하하하.

저는 사무실에서 버추오 마시고 있고 집에서는 오리지널 마시고 있거든요? 버추오가 거품은 더 많지만 제 입맛에는 오리지널이 더 맛있긴 하더라고요. 그리고 이거 그냥 버튼만 누르면 끝나니까 핸드드립 귀찮아서 언젠가부터 안마시게 됐어요. 그래도 풋사과향은.. 샀습니다. 남들이 느끼지 못하는 풋사과 내가 한 번 느껴볼까? 이러고서 말입니다. 사실 저의 커피 입맛은 남들이 다 느껴도 아무것도 못느끼면서 이건 단무지향 아니냐.. 이러는 실정이긴 하지만...

그나저나 채식만 하시는게 아니라 요가도 하신다니. 와, 피도 깨끗하시겠어요. 저는 육식과 술로 버무려진 몸이라 피가 탁할 거라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ㅠㅠ

잠자냥 2023-04-28 08:12   좋아요 2 | URL
풋-

다락방 2023-04-28 09:09   좋아요 2 | URL
뭐죠, 그 웃음의 의미는? -.-

잠자냥 2023-04-28 09:28   좋아요 3 | URL
풋사과 향을?! 풋- ㅋㅋㅋ

책먼지 2023-04-28 09:58   좋아요 1 | URL
저거 막대가 고르게 평균에 들어와 있는 게 가장 좋대요!! 저는 생리통이 엄청 심한 편인데 그게 체지방이 너무 낮아서일수도 있다고 마냥 낮다고 좋은 게 아니라고 지방 키우라고 말씀하시더라고요!! 요가슨생님이 빨간펜으로 아주 열정적으로 설명해주셨습니다!!

제 입에는 오리지널이 좀 더 탄 맛, 쓴 맛이 많이 느껴지고 버추오가 좀 더 부드럽고 향이 풍성한 느낌인데.. 버추오에 갓 돈을 썼기 때문에 약간의 편향이 있을 수 있습니다 하하 ㅠㅠ 단무지향ㅋㅋㅋㅋㅋㅋ 풋사과보다 단무지향이 더 궁금한걸요???

저 술과 군것질을 좋아하기 때문에..😭 오히려 밀가루가 더 안 좋을 수도 있다고 들었어요!! 그러나 사실입니다 콜레스테롤 수치 매우 좋은 편!! 음하하!!

DYDADDY 2023-04-28 08:2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기초대사량이 높으시군요!!! 일명 사기캐라고 부르는 먹어도 안찌는 체질!!! 그런 체질을 만드시는 것이 의도한다고 쉽게 되는 것이 아니라 부럽습니다. ㅠㅠ
어제 어쩌다 캡슐머신에 꽂혀서 이리저리 검색하고 크기나 소음도 고민만 했는데 이렇게 지르시다니 부럽기만 합니다.
요즘은 주변에 부러운 분들이 많아져 자꾸 쪼그라드네요. ㅋㅋㅋㅋㅋ

책먼지 2023-04-28 10:02   좋아요 2 | URL
요가쌤도 딱 대디님처럼 설명해주셨는데 저는 좀 갸웃하더라고요.. 먹으면 바로 찌던데.. 하면서요
대디님 회사에 두실 거면 그 캡슐머신 결사 반대입니다!!!
어후.. 지르고 심장이 벌렁거리고 손이 떨리는 중입니다.. 잘 참으셨다면 쪼그라드실 일이 아니라 자랑스러워하실 일!!!

DYDADDY 2023-04-29 07:58   좋아요 3 | URL
올려주신 사진에는 혈액검사 수치가 없어 확실하지 않지만 신장 기능이 약화되면 나트륨 배출이 원활하지 않아 체중이 늘어난 것처럼 보일 수 있을 것 같요. 인풋에서 많이 소모가 되는데 아웃풋이 잘 안되면(뭔가 용어가.. ;;;;;) 체내에 남는 양이 많아지고 체중이 늘어난 것처럼 보일 수 있겠죠.
요즘 같이 일하던 부서들이 이사중(이라 쓰고 난장판이라 읽습니다)이라 캡슐머신은 그 다음에 생각해봐야겠어요. ㅋㅋㅋㅋㅋㅋ

자목련 2023-04-28 09:1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책먼지 님의 사진으로 보니 굿즈 더 예쁘고 좋아 보여요!

책먼지 2023-04-28 10:05   좋아요 1 | URL
후후후 원래 집에 있던 아이처럼 저희 집과 잘 어울리죠? 사진과 달리 만듦새가 아주 좋진 않아요ㅠㅠ 알라딘이 아직 가구까지는 역부족인듯요

우끼 2023-04-28 13:1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표를 잘 볼 줄은 모르지만 표준이상의 근력…! 코어힘인가요!!
“당연히 좋다고 말하겠지.”이부분에서 공감하면서 읽었어요 ㅋㅋㅋㅋ 저도 그 질문 했을것같아서…

책먼지 2023-04-28 16:05   좋아요 2 | URL
제가 걷고 돌아다니는 걸 좋아해서 다리 근육이 발달한 것 같습니다ㅋㅋㅋㅋㅋ
어우 만약 제가 사업을 했다면 그 직원분 바로 스카우트했을 것 같아요.. 차분하게 사람을 홀린다고 해야되나.. 엄청난 분을 만나버렸습니다!!

우끼 2023-04-28 17:10   좋아요 2 | URL
요가샘이 좋아하실것 같아요 ㅋㅋㅋㅋ 다리근력 너무 멋있어요!!! ㅋㅋㅋㅋ 그 직원 참 좋겠네요 책먼지님 눈에 들다니 ㅎㅎㅎ

단발머리 2023-05-04 16:53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제가 2년 동안 친구들에게 4개월에 한 번씩 ‘나 머신 살까?‘를 외치고 다녔는데 말이에요. 저의 과거를 아신단 말입니까 ㅋㅋㅋㅋㅋㅋ
저는 진한 커피 아니고 연한 커피 마시는 사람이고. 또 완전 기계치여서 새로운 기계를 집에 들인다는 생각만으로도 피곤하기는 한데. 근자에 들었던 어떤 이야기보다 솔깃한 머신 이야기를 책먼지님이 풀어주시네요 ㅎㅎㅎㅎ

전 핸드드립 마시는데 라떼 마시고 싶을 때는 나가서 사먹고요. 나가기 귀찮을 때는 몸부림치는 그런 삶을... 살고 있습니다.
책 많이 읽으셔서 뇌가 섹시한 줄로만 알았는데, 알라딘 독서 만랩인 분들은 알고 보니 모두 건강인들이시네요.
부끄러워하며 뒷걸음질치며 물러갑니다 ㅎㅎㅎ

책먼지 2023-04-30 12:13   좋아요 3 | URL
하아.. 단발님 과거 몰라도 단발님 니즈에 꼭 맞는 썰을 제가 풀어버렸군요!!! 이거슨 운명!!
단발님 아녜요.. 저처럼 살면 거지 꼴을 못 면하..ㅂ.. 또르르
무엇보다 핸드드립과 사 먹는 커피가 머신 보다 훨씬 맛있기도 하고요!!!
후후후 건강하게 오래오래 살면서 더 많은 책을 읽으려는 큰 그림입니다!! 체력은 독서력!!! 단발님 저희 함께 건강하게 오래 읽어요!! (도망 차단합니다ㅋㅋㅋ)

수이 2023-05-01 09:37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알라딘 굿즈 사러 클릭하고 들어갔는데 다들 별이 하나네요. 그래서 알라딘에서 지금 판매 중지인 건가요? 저 책먼지님 글 읽고 영업당했는데 영업을 안함 알라딘에서 ㅋㅋㅋ

다들 몸짱이셨군요 저만 빼고 ㅋㅋㅋㅋ

책먼지 2023-05-03 12:14   좋아요 2 | URL
알라딘에서 불량 미안하다고 적립금 2천원 줬는데요.. 저는 제가 미숙해서 조립을 잘못한 줄 알았는데 애초 제품이 잘못 만들어진 거였더라고요ㅜㅜ 이쯤되면 전량 리콜 가야하는 거 같은데.. 적립금 2천원으로 입닦다니.. 알라딘 대처 너무 미흡해요
 
언어의 무게
파스칼 메르시어 지음, 전은경 옮김 / 비채 / 2023년 4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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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면 오진한 병원부터 고소하고 출판사 매도도 취소했을 것이다. 살면서 단 한번이라도 언어에 구원받아본 적이 있어 그에 깊숙이 관여된 채 살아가기로 결정했다면 이 책을 진지하고 복잡하게 바라볼 수밖에 없다. 이 소설이 조금이라도 더 현실적이거나 덜 관념적이었다면 견딜 수 없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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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번역을 좋아한다. 단어를 하나씩 차곡차곡 선택해가며 문장을 꾸리고 그 문장을 쌓아서 글의 윤곽을 형성해나가는 과정이 좋다. 나의 지금은 단어 이하에서 일어나는 싸움의 연속이지만 돌아보면 문장 이상의 결과물이 산출되어 있는 게 좋다. 느리고 차분하고 정직한 작업. 모르는 걸 얼버무리거나 대충 건너뛸 수 없다는 데서 정직함은 기인한다. 출발어와 도착어가 빈틈없이 들어맞아 지금 일을 제대로 하고 있구나 확신할 수 있을 때의 쾌감은 엄청나다. 대부분의 작업은 100% 만족스럽지 않은 선택지 중 가장 나은 것을 고르고 나머지를 버리는 '솎아내기'에 할애된다. 잘 버리는 능력은 번역에 유용하다.


전문번역사가 된다는 것은 "원문이 그랬어요"라는 변명을 절대로 하지 않겠다고 암묵적으로 서약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가독성이 떨어지거나 의미가 불분명한 번역은 설사 원문이 그랬다고 하더라도 나쁜 번역이 된다. 현대의 번역사들은 대부분 지역화(localization)에 익숙하다. 현지의 독자들에게 낯선 문화와 개념은 익숙한 문화와 개념으로 치환된다. 쉬운 예로 관용어나 속담이 있다. 같은 개념이라도 다른 함의를 지니는 단어에 이르면 번역의 불가능성을 논할 수밖에 없다. 되도록 거기까지는 생각하지 않으려 한다. 다만, 단정하고 읽기 좋은 문장을 만드느라 얼마나 많은 의미들을 유실하고 있는지는 가끔 떠올린다. 가끔은 떠올려야 할 것 같고 또 가끔만 떠올려야 할 것 같다.


나의 글쓰기 습관이 번역에 흔적을 남기듯 번역하는 방식도 글쓰기에 영향을 미친다. 일 예로 편하게 써도 되는 환경에서도 나는 최대한 맞춤법을 지키고 정돈된 글을 쓰려고 노력한다. 그 사이에서 당연히 생각은 어느 정도 유실되고 말의 세기는 달라진다. 통역할 때를 떠올려보아도 말투와 목소리 톤은 의식적으로 정제할 수 있지만 무의식적인 말습관은 은연중에 배어 나왔다. 목소리를 가다듬거나, 쩝쩝대거나, 숨을 크게 쉬거나, 말을 시작하거나 마칠 때 특정 소리를 내거나, 어떤 단어를 유난히 반복하거나, 말의 속도가 들쭉날쭉하거나, 말과 말 사이 공백이 생기면 듣는 사람 입장에선 매우 거슬린다. 통역을 위해 그런 말습관에 유의하다보면 당연히 평소의 말투도 바뀐다. 나는 이전에도 욕을 안 하는 사람이었지만 더 욕을 못하는 사람이 되었다.


갑자기 웬 번역 이야기인고 하니(챗GPT 관련 "10개 직업군을 제시하고 대체 가능성을 묻자 90.9%의 비율로 번역가·통역사가 꼽혔다." (관련기사 링크) 맨날 이런 것만 1등이지!!) 지금 읽고 있는 책들 때문이다. 자살을 주제로 한 책들을 쌓아 놓고 읽으니(장 아메리 <자유죽음> 읽는 중) 짝꿍이 걱정하기에 파스칼 메르시어의 <언어의 무게>, 이레네 바예호 <갈대 속의 영원>으로 잠깐 선회했다. 두 권 다 두꺼운 편이라 출퇴근 때 들고 다니기 어려워서 진도가 더디다. 파스칼 메르시어(본명: 페터 비에리, 본업: 철학자)의 <언어의 무게>의 경우 번역가가 등장해서 언어와 번역에 관해 이야기한다(언어의 실사용보다는 언어라는 관념을 더 사랑하는 듯한 인물 레이랜드는 지중해에 면해 있는 모든 국가의 언어를 배우겠다고 결심한다). 학부 때 읽었던 <리스본행 야간열차>도 그랬지만 이 양반, 살던 곳을 떠나 인생을 리셋하고 싶은 마음을 자극하는 데 일가견이 있다(새로운 언어를 배우고 싶은 열망도!!). <갈대 속의 영원>은 읽으면서 책의 '몸 있음'을 자각하게 된다(책에 과몰입한 찐 책 덕후 찾으신다면 여기 있습니다. 책 이야기를 어디서 시작해볼까? 최초의 도서관? 알렉산드리아 도서관을 이야기하려면 먼저 알렉산드로스 대왕의 정복 전쟁부터 훑어야지. 알렉산드로스 대왕이 또 호메로스를 좋아했다고. <일리아스>는 말이야.. 이런 식). 토요일에 만나기로 했던 친구가 코로나에 걸리는 바람에 약속이 파투 났다(아직 한번도 코로나 걸린 적 없는 사람 접니다. 연중 360일은 골골대지만 의외로 역병엔 강한 편). 요즘 40분 집중, 20분 휴식을 주기로 하는 포모도로 기법에 빠진 지라 내일 시계 돌려놓고 실컷 책 읽어야지 생각하니 약속보다 신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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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4-21 10:2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04-21 11:34   URL
비밀 댓글입니다.

우끼 2023-04-21 10:45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 번역을 정말 좋아하시는 책먼지님 왤케 멋있죠…!! “단어 이하에서 일어나는 싸움의 연속이 문장 이상의 결과물을 산출..!” 이 문장 감동이에요.

책먼지 2023-04-21 11:27   좋아요 5 | URL
하아.. 제가 또 본업할 때 그렇게 멋있습니다(머리카락 찰랑) 멋짐 뿜뿜하러 본업하러 가려고 하는데 곧 점심시간이네요ㅋㅋㅋㅋㅋ❤️

건수하 2023-04-21 13:48   좋아요 3 | URL
저도 그 문장 보고 +_+ 멋짐 뿜뿜입니다

공쟝쟝 2023-04-21 10:44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저도 욕을 안하고 싶습니다 ㅠㅠ 바른 말 고운 말 ㅠㅠ 그러나 천출이라 ㅠㅠ 생활이 ㅠㅠㅠ ㅇ ㅏ ㅠㅠㅠ 혜정아 ㅠㅠㅠ

책먼지 2023-04-21 11:25   좋아요 2 | URL
ㅋㅋㅋㅋㅋ 혜정이보단 도희💕 도희보단 쟝님..😘 맞아요 저는 똑똑한데 욕도 잘하는 여성을 좋아합니다❤️

공쟝쟝 2023-04-21 11:30   좋아요 4 | URL
저도 단어하나하나 고스란한 전 통역자 출신 번역가님을 좋아합니다. 제 거친 언어 사용에 눈이 찌푸려지시겠지만, 언어로는 나의 원대하고 급진적인 사상을 담아낼 수 없댜!!!!!! (욕설과 울부짖음괴 포효!!) 내 거친 생각과 불안한 몸짓과 그걸 지켜보는 너어어어ㅓ… 뎨송… 저 오늘뷰터 쉬어서 조증임…😆

책먼지 2023-04-21 11:38   좋아요 4 | URL
ㅋㅋㅋㅋㅋㅋㅋ 쟝님의 사유를 언어라는 그릇이 못 따라가는 것으로 이해하고 있습니다!!! 쟝님 고생하셨어요!! 조증 완전 납득 가능!!! 쟝님 쉬면서 읽고 써줄 거 생각하면 마음이 웅장해집니다ㅋㅋㅋㅋㅋ

건수하 2023-04-21 13:48   좋아요 2 | URL
쟝님 푹 쉬어요~~~

잠자냥 2023-04-21 14:24   좋아요 2 | URL
쟝아 이러지 마 비루해 보여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공쟝쟝 2023-04-21 14:45   좋아요 2 | URL
캣gpt여!! 내가 맞춤법 책을 샀다!!! 책탑 사진 찍을…

잠자냥 2023-04-21 14:25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이 페이퍼에서 책먼지 님이 단어 하나하나에 신중을 기해 글을 쓴다는 걸 알 수 있는 단어는! 무엇일까요!?
정답을 맞히시는 분에게는........... 책먼지 님의 칭찬이.......ㅋㅋㅋㅋㅋㅋㅋㅋ










정답: ˝파투˝ 이거 정확히 쓰는 분 온라인에서는 처음 봄. ㅋㅋㅋㅋㅋ

건수하 2023-04-21 14:26   좋아요 4 | URL
방금 전까지 정답 없었던 것 같은데! 이럴 수가… 딱 찾아 가지고 댓글 달려던 참인데 말이지요 ㅋㅋㅋ

잠자냥 2023-04-21 14:36   좋아요 3 | URL
비루 쟝이 한번 맞히나 지켜봅시다. ㅋㅋㅋㅋㅋㅋㅋ

공쟝쟝 2023-04-21 14:46   좋아요 4 | URL
파토 난거 아닌가요? ㅋㅋㅋㅋ 루비라고요? 전 루비같은 보석같은 여자..

잠자냥 2023-04-21 14:48   좋아요 2 | URL
루비루비루비 장으로 승격해줄게요~

책먼지 2023-04-21 14:52   좋아요 2 | URL
퀴즈 참여율이 낮은 건 보상이 전혀 탐나지 않아서 인 것 같은 건 제 기분 탓인가요ㅋㅋㅋㅋㅋㅋ 집집이 잠자냥님 들여놓고 싶다.. 제 안의 맞춤법 필터 끄면 나름 멀쩡한 생활이 가능한데.. 어쩌다 필터 안꺼지면 곳곳에서 맞춤법 오류 폭격이 쏟아져서 진짜 너무 괴롭습니다.. 빨간펜 들고 다니면서 다 고쳐주고 싶다

책먼지 2023-04-21 14:53   좋아요 3 | URL
최소 두 번 읽고 정답 달려던 수하님 격한 칭찬과 포옹과 뽀뽀 날립니다💕❤️🥰🥳😘

공쟝쟝 2023-04-21 15:02   좋아요 3 | URL
캣//비루 두번 작전인 걸 모를 줄 아느냥!!!
책먼지님 // 빨간펜원해요 ㅋㅋㅋ 저 금새도 금세인 거 알라딘에서 배움!! (자랑이다) 파투 파투 파투도 배웟슴! 파투는 화투 파생어인 듯 🤔

잠자냥 2023-04-21 15:12   좋아요 4 | URL
맞히다/맞추다도 많이 틀립니다. 여기 알라딘 분들도 많이...ㅋㅋㅋㅋ

정답을/과녁을/퀴즈를 맞히다.

옷을 맞추다.

책먼지 2023-04-21 15:34   좋아요 3 | URL
헉 저 맞추다/맞히다 지금 배웠어요.. 맞춤법 책 왜 사요? 캣gpt 있는데!!!

잠자냥 2023-04-21 15:36   좋아요 3 | URL
오류가 있는 캣gpt라.....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희선 2023-04-22 02:5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전에도 번역기가 있었지만, 다른 나라 말을 번역기에 넣어보면 이상한 번역이 되기도 했겠죠 챗GPT는 잘 할까요 이 말 여기저기에서 봐도 별로 관심 안 가졌어요 라디오 방송 들을 때 뭔가 말하고 글을 쓰게 한 것도 챗GPT였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챗GPT가 잘해도 사람 마음을 다 알기는 어려울 것 같아요 사람도 다른 사람 마음 알기 어려운데... 사람 마음도 잘 아는 챗GPT가 나오기도 할까요


희선

책먼지 2023-04-25 14:23   좋아요 0 | URL
얼마전 챗GPT 활용해서 소설 쓰는 프로젝트가 있었던 걸로 알고 있는데 그중 인간의 의도가 가장 많이 개입된 방식, 챗GPT를 최소한의 도구로만 쓴 소설이 가장 훌륭(물론 여기에는 소설을 쓴 작가의 역량과 평가한 독자의 주관이 개입되어 있으나)했다고 들었어요!! 라디오에서 들으신 거 챗GPT 맞는 것 같아요 연설이나 대본 같은 정형화된 글들은 진짜 잘 쓰더라고요!! 마치 마음을 읽는 것 같은 매우 정교한 흉내내기를 할 것 같아서 무섭습니다!!

다락방 2023-04-24 13:57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아 책먼지 님. 글에서 넘나 지성미가 뿜뿜 나와서 제 두 눈이 하트가 되었습니다. ♡.♡

책먼지 2023-04-25 14:27   좋아요 0 | URL
ㅋㅋㅋㅋㅋㅋ 다락방님의 통큰 하트가 화면을 뚫고 나올 것만 같습니다!! 더 똑똑해져야겠어요!! 다 꼬셔버리겠다!!!

스니23 2023-04-29 18:1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세상이 빠르게 변화할수록 ‘아날로그‘ 감성이 그립더라고요. 레트로가 유행하는 이유가 있듯이 번역가는 절대 사라지지 않을 직업이라고 생각해요.

책먼지 2023-05-03 12:07   좋아요 0 | URL
후후후 저 기사의 설문조사와는 다른 의견을 가진 분이 분명 계실 줄 알았어요!!! 문학 분야처럼 제2의 창작이 요구되는 번역은 쉬이 사라질 것 같지 않아요!! 그러나 제가 주로 하고 있는 법률, 특허, 정책 같은 기술분야는 정형화되어 있어서 제일 빨리 대체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흑흑😭
 
자살가게
장 퇼레 지음, 성귀수 옮김 / 열림원 / 2022년 12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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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히 모든 걸 반의어로 치환한다고 전복이 일어나진 않는다. 퇼레님 유머감각이 나와는 맞지 않는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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