짝꿍은 후에 이렇게 증언했다. "결제하기 전까진 네가 정말로 이걸 사려는 줄 몰랐다."
여기에서 말하는 이건 네스프레소 버츄오 플러스 머신이다. 캡슐 사러 네스프레소 매장에 갔다가 머신 사서 돌아오는 사태가 벌어진 것이다. 커피머신이 집에 없냐고? 아니다. 십년 넘게 고장 한번 없이 건재한 오리지널 머신을 잘만 쓰고 있다. 그런데 이게 대체 어떻게 된 일일까.
돌이켜보면 파국은 여기에서 시작됐다. "고객님 그런데 버츄오는 안 쓰세요?" 다음과 같이 대답했으면 참 좋았을 것이다. 네, 안 씁니다. 그냥 캡슐만 주세요. 그러나 현실의 나는 그러지 못했다. "버츄오가 더 좋은가요?" 당연히 좋다고 말하겠지. 그는 네스프레소 직원이라고!! 그러나 그때의 나는 그게 얼마나 멍청한 질문인지 몰랐다. 직원분은 일단 버츄오 머신으로 따뜻한 커피부터 내려주고 설명을 시작하셨다. 시식하면 끝이야, 시식하면 끝이라고!! 당연히 이것도 그때는 몰랐다.
가장 좋았던 점은 이거였다. 나는 출근 준비를 하면서 커피를 내려서 텀블러에 담아간다. 그런데 어지간히 진하지 않고는 성에 차지 않아서 한번에 에스프레소 캡슐 최소 서너개를 써서 각 캡슐당 에스프레소 버튼(40ml)을 두 번씩(80ml) 눌러 총 여섯 번(240ml)에서 여덟 번(320ml)을 추출한다. 700원짜리 캡슐이면 한 잔에 2,100원에서 2,800원이 드는 것이다. 그런데 버츄오 머신의 시그니처 캡슐을 쓰면 한번에 커피 230ml가 추출된다. 오리지널 캡슐보다 캡슐 하나당 가격은 평균 200원 정도가 더 비싸지만 한번 내지 두번만 내려도 되니 한 잔당 드는 비용은 900원에서 1,800원으로 줄어든다. 장기적으론 이게 더 이득인 셈이다. 이거 십년 안 쓸거야? 십년 쓸 거잖아. 게다가 토너 바르다 머신 버튼 누르러 가고, 에센스 바르다 또 한번, 선크림 바르다 또 버튼 누르러 가는 번거로움 없이 버튼을 딱 한번만 누르면 끝나는 상황을 상상해버리고 말았다. 이거다, 이걸로 아침에 5분은 더 잘 수 있겠어. 거기에 증정품과 할인이 엄청났다. 이걸 어떻게 안 사? 사자, 당장 사자. 그만 홀려버렸다.
오늘 아침에 사용해보니 실제로 훨씬 사용이 간편했다. 캡슐 투입구의 개폐도 자동인데다 무엇보다 소음이 적었다. 오리지널 머신의 경우 진동과 소음이 무척 심해서 저 커피 마셔요 하고 온동네에 광고하는 느낌이라면 새로 산 아이는 집에 누가 있는지 없는지도 모를 정도랄까(헛소립니다).
홀려서 산 아이가 커피머신만은 아니다.
아깝게도 딱 하루 차이로 2차 북펀딩 가격으로 이 아이를 건졌다. 조립을 잘못해서 바퀴 하나가 공중에 들려있지만 예쁘니까 됐다.
+ 저도 인바디 자랑!! (아마도 채식+요가의 결과)